Masuk회의가 열리는 작은 정전 앞에는 죄인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서련은 그 자리에 섰다. 앉은 사람들은 그녀가 황후일 때보다 정중하게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서가 아니라, 어느 쪽이 이길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명선이 첫 발언을 했다.
“폐후 서씨가 사형의 재심을 청했다. 오늘은 그 청을 정식 심리로 넘길지 정한다.”
늙은 종친이 헛기침했다.
“황실의 안주인이 다른 후궁과 다툰 일을 대신들 앞에 드러내는 것이 옳습니까.”
“죽음을 내린 일입니다.”
서련의 목소리에 눈길들이 모였다.
“다툼이라고 하시면, 독배도 말다툼의 한마디가 됩니다.”
종친의 얼굴이 붉어졌다. 명선은 제지하지 않았다.
서련은 흰 비단을 펼쳤다. 여섯 해 전 황제가 보내온 혼례 비단이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에게만 무거운 사정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들어야 할 것은 그녀의 슬픔이 아니라 판단의 빈틈이었다.
“석류청은 검사되기 전에 죄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약을 끓인 궁인은 읽지도 못하는 진술서에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제 동생은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감금되었습니다.”
대신 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죄를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제 말 한마디로 무죄를 선포해 달라 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길이 남았으니, 그 전에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서련이 의녀를 불렀다. 정온은 확인한 범위만 말했다. 남은 두 항아리와 연화전 항아리의 청에서 주장된 위해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고, 귀비가 청을 먹기 전 다른 약을 먹었다고 직접 진술했다는 것.
“그 약이 병의 원인입니까?”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정온은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쓰는 일이 처음 심문의 잘못입니다. 저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명선이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비웃음이 멎었다.
다음으로 운반 궁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최 내관이 인장함을 연화전에 두고 나갔다고 증언했다. 금옥의 손가락에 붉은 것이 묻었다는 말은 덧붙이되, 무엇인지는 몰랐다고 분명히 했다.
“공주의 장원에 가족을 들였다지?”
대신의 질문에 여자가 움찔했다. 서련은 대신의 말을 막지 않았다. 명선이 먼저 그 경위를 밝혔다. 증언의 내용이 아니라, 보복으로 잃을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맡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 해도 대가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소.”
“그러니 이 사람의 말만으로 누군가를 벌하지 마십시오.”
서련이 대답했다.
“다만 함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는 최 내관의 말을 다시 확인할 이유는 됩니다.”
벽 쪽에 서 있던 최 내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황제는 높은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옆 빈 의자는 태후의 자리였다. 태후가 참석하지 않은 것이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련은 문가의 낯선 상궁이 말 한마디씩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현은 종친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검도 호위도 없었다. 황제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그가 일어섰다.
“저는 청원을 받아 온 종친입니다. 최종 판단은 함께 하되, 증거를 지킬 기간부터 정해야 합니다.”
“네가 언제부터 궁의 약과 인장에 관심이 많았느냐.”
이겸이 물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인 뒤부터입니다.”
정전 안이 조용해졌다.
서련은 이현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가 황제의 미움을 더 샀다는 사실은 기억하되, 지금 그녀가 해야 할 말까지 그에게 맡기지는 않았다.
“처형 유예를 심리 종료까지 늘리고, 관련 물품과 사람을 함부로 옮기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서진의 소재도 이 자리에서 답을 듣겠습니다.”
장부를 맡은 내관이 나와 서진이 궁 밖 서쪽 별고에 수용되었다고 보고했다. 원래는 사용하지 않는 창고였고, 관련인들이 서로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옮겼다는 설명이 붙었다.
“살아 있느냐.”
서련의 질문이 짧아졌다.
“수용 책임자가 생존을 보고했습니다.”
“직접 확인한 사람은.”
내관이 답하지 못했다. 서련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두 번째 질문을 삼키지 않았다.
“재심에 부를 사람의 얼굴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형부터 정하셨습니까.”
끝내 황제가 입을 열었다.
“서진을 대면 확인하고, 필요한 진술을 받도록 하라. 처형은 심리 종료까지 보류한다.”
명선이 즉시 서면에 남기도록 지시했다. 서련은 명이 다 적히고 어새가 찍힐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도장이 이번에는 그녀를 오늘 너머로 보냈다.
회의가 끝났을 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현이 한 걸음 다가왔다가 서련의 손짓에 멈췄다. 그녀는 혼자 기둥을 짚었다.
“잠깐만 있으면 됩니다.”
“기다리겠소.”
그는 부축하지 않고 옆에서 시선을 가려 주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야 서련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단비가 달려오다 갑자기 멈췄다. 손에 작은 천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주방 궁녀가 제게 맡겼습니다. 귀비전 빨래에서 나온 것이라고요.”
서련이 주머니를 열었다. 안에는 비어 있는 약 봉투가 있었다.
황후의 인장도, 중궁의 이름도 없었다. 그 대신 귀비전 물품에 쓰는 매듭이 입구에 남아 있었다.
봄은 대답 없이도 왔다가, 대답 없이 가고 있었다.백연전 뜰의 살구나무에 잎이 두꺼워졌다. 그 그늘 아래에서 혜주는 문서를 읽었다. 예관의 인장이 찍힌 정식 문서였다. 책봉 준비 중지. 후보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은 열흘 뒤. 그날까지 정혜주는 후보로 남는다.“후보로 남는다.”혜주가 그 줄을 소리 내어 읽었다.“책봉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겁니다. 그 차이가 여기 적혀 있군요.”“적히게 하셨지요. 가마에서 내리신 날부터요.”“넷째 물음은 없습니다. 부채 이야기요.”“그건 답이 안 온 게 아니라 못 본 척한 겁니다. 날짜와 함께 적어 두십시오.”혜주는 문서를 접어 소매에 넣었다. 그리고 서련을 마주 보았다. 할 말을 미리 정해 온 얼굴이었다.“서련 님. 하나 정하고 싶습니다.”“말씀하십시오.”“빚지지 않겠습니다.”단비가 마루에서 고개를 들었다.“서련 님이 제 일을 도우셨으니 제가 갚아야 한다면, 갚는 날 저는 서련 님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서련 님이 제게 갚을 게 생기면 서련 님이 제 사람이 되고요. 둘 다 싫습니다.”“좋습니다. 그럼 갚을 것도 없겠군요.”“그럼 무엇으로 합니까.”“각자 물은 것에 각자 답하는 걸로요. 같은 방에서.”혜주가 손을 내밀었다. 시위 굳은살이 있는 손이었다. 서련이 그 손을 잡았다. 바늘 자국이 있는 손이었다. 단비가 혼잣말을 했다.“이게 무슨 동맹이람. 서로 안 갚는 게.”“제일 오래가는 동맹이야.”서련이 대답하자 단비가 입을 막았다. 들으라고 한 혼잣말은 아니었다.“동맹이라는 말은 안 쓰겠습니다.”혜주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동맹은 깨지니까요.”“그럼 뭐라 부릅니까.”“같은 방이요.”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비가 또 무어라 하려다 이번에는 제 입을 먼저 막았다.정오에 태후전 상궁이 왔다. 위임장이었다. 왕실 연회는 명선공주가 맡는다. 준비 자리에 전 황후 서씨를 둔다. 태후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마마께서 전 황후의 살림 솜씨를 높이 사신답니다.”상궁이 웃었다. 매향
아직 신부도 없는데 의장대가 연습했다.중궁 앞뜰에 마흔 명이 줄을 맞춰 섰다. 깃발은 아직 없었고 악사들은 악기 없이 손으로 박자를 짚었다. 신부가 걸을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빈자리를 향해 마흔 명이 절을 했다.혜주가 서련 옆에 서 있었다. 부르지 않았지만 왔다.“저 자리에 서라는 거군요.”“비어 있으니 아무나 세울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아무나가 아니라 저를요.”“후보께서 안 서시면 아무나가 되지요. 그게 태후전이 제일 싫어하는 그림입니다.”명선은 마루 끝에 서서 그것을 보다가 시종에게 말했다.“의장 책임자를 불러라. 악사장도.”“공주마마, 태후전에서 내려온 일입니다만.”“내려온 것과 승인된 것은 다르오. 내가 도장을 찍은 지출은 하나도 없어.”의장 책임자가 왔다. 명선은 그에게 종이 한 장을 보였다. 지출 승인 난이 비어 있었다.“연습을 멈추라는 게 아니오. 연습은 하고 싶으면 하시오. 다만 오늘부터 이 행사 이름으로는 한 푼도 내 도장을 못 받소. 행사가 정해지면 그때 찍지.”“그럼 이미 나간 사흘 치는…”“그건 다른 이야기요.”명선이 서련을 보았다. 서련이 나섰다.“사흘 동안 나오신 분들 이름을 적어 오십시오. 의장, 악사, 침방까지. 일한 날과 시각만요. 행사 이름은 적지 마세요.”“행사 이름을 안 적으면 어디서 돈이 나옵니까.”“일한 사람 품삯은 행사가 취소되어도 나갑니다. 그건 행사 값이 아니라 사람 값이니까요.”늙은 악사장이 손을 들었다.“악기도 없이 손뼉만 쳤는데 그것도 품삯이 됩니까.”“나오셨으니까요. 나오라 한 사람이 악기를 안 준 겁니다.”“나오라 한 사람 이름은 어디 적습니까.”“맨 위에요. 청구서는 위에서부터 읽으니까요.”악사장이 웃으며 손뼉을 한 번 쳤다. 의장병 몇이 따라 웃었다. 빈자리를 향해 서 있던 마흔 명이 처음으로 사람처럼 보였다.“왜 품삯부터 하오.”돌아오는 길에 명선이 물었다.“품삯이 안 나가면 저 사람들이 후보를 원망합니다. 네가 답을 안 해서 우리가 못 받는다
시험은 질문 하나였다.“조건을 묻는 후보에게 황후 자격이 있느냐.”이겸은 그 말을 혜주에게 했지만 눈은 서련에게 두었다. 종친들이 양쪽에 앉아 있었다. 태후, 조윤식, 정현우, 명선. 이현은 문 가까운 자리에 서 있었다. 서련은 혜주의 두 걸음 뒤에 섰다. 교육 담당의 자리였다.혜주가 절을 했다. 후보의 절. 일어나서 답했다.“거절할 자격이 없다면 승낙에도 뜻이 없습니다.”“황후는 거절하는 자리가 아니다.”“그럼 승낙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앉는 자리지요.”혜주는 숨을 고르지 않았다. 활을 놓은 뒤의 손처럼 말이 곧게 나갔다.“앉는 자리에 사람을 시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폐하께서 오늘 시험하시는 건 제 자격이 아니라 제 입입니다.”조윤식이 입을 열었다.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여자가 조건을 따지면 혼인이 아니라 흥정이오.”“흥정은 혼서에 병사 수를 먼저 적으신 분들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 아래 제 이름이 어디 있는지 물었을 뿐입니다.”종친 줄이 술렁였다. 정현우가 일어섰다.“폐하. 정씨 가문은 후보를 세웠지 후보의 조건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누이의 오늘 태도는 가문의 뜻이 아닙니다. 정씨는 여기서 손을 뗍니다.”혜주는 오라비를 보지 않았다. 서련은 혜주의 등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았다.조윤식이 헛기침을 했다. 느리게, 종친 전체가 듣게.“정씨가 손을 뗀 후보를 강행하면 그 짐은 황실이 혼자 집니다. 종친은 나눠 질 수 없습니다. 마마, 강행은 값이 비쌉니다.”태후의 찻잔이 상 위에서 멈췄다. 동생을 보는 눈이 잠깐 차가워졌다가 도로 조용해졌다. 명선이 부채를 폈다.“폐하. 시험이라 하셨으니 답은 나왔습니다. 자격은 폐하께서 정하시고, 값은 종친이 셈했군요.”“짐이 아직 정하지 않았다.”이겸이 말했다. 그리고 서련을 불렀다.“서련.”“예, 폐하.”“너는 그때 묻지 않았다.”편전에서 끊겼던 말이 이제 끝까지 나왔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명선이 부채를 내렸고 이현의 손이 옆구리에서 굳었다. 종친 줄에서 누
열쇠를 받으면 문이 생긴다. 문이 생기면 나갈 수 없다.혜주는 열쇠 고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상자 뚜껑을 닫지도 않았다. 열어 둔 채로 밤을 넘겼고, 아침에 서련을 불렀다.“밤새 뚜껑을 열어 두셨군요.”“닫으면 제 것 같아서요.”“받아 두면 어찌 됩니까.”“받아 둔 것이 됩니다. 나중에 돌려드려도 한 번 받은 사람이 되지요.”“그럼 돌려드립니다. 오늘.”“누구 앞에서요.”혜주가 잠깐 생각했다.“…보내신 분 앞에서는 안 되겠군요.”“보내신 분은 안 받으실 겁니다. 받은 적이 없다 하시겠지요.”내수고 담당 궁인과 명선의 시종이 왔다. 내수고 담당은 상자 앞에서 한 번 물러섰다.“태후전에서 보내신 것을 제가 받아도 됩니까.”“내수고는 물품을 받는 곳이지요. 열쇠는 물품입니다. 사람이 아니라서요.”내수고 담당이 잠깐 웃을 뻔했다. 두 사람 앞에서 혜주는 열쇠를 세게 했다. 스물세 개. 종이에 그 수와 고리의 모양과 놋쇠 패의 흠집까지 적었다.“열쇠를 돌려드립니다. 문서로요. 나중에 받았다는 말이 안 나오게.”“문서로 돌려드린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처음 들으셨으니 잘 적어 두십시오. 두 번째 사람이 편하게요.”“태후전에서 물으시면 뭐라 합니까.”“물품을 받았다 하십시오. 열쇠 스물세 개. 수를 세신 건 후보시고, 담당께서는 받으신 것뿐입니다.”“…그러면 제 이름은요.”“받은 사람 자리에요. 보낸 사람 자리도, 돌려보낸 사람 자리도 아닙니다.”내수고 담당이 그제야 붓을 받았다. 시종이 웃음을 삼켰다. 문서에 세 사람의 이름이 올랐다. 혜주는 상자를 내수고 담당에게 밀었다. 그가 상자를 들고 나가자 방이 조금 넓어졌다.시종이 나가기 전에 서련에게 낮게 말했다.“공주마마께서 그러셨습니다. 서련 님이 그 열쇠를 다시 쥐면 태후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거라고요.”“무엇을 바라시는데요.”“옛 황후가 옛 자리를 탐낸다는 그림이요. 그리고 적자는 쥔 사람의 것이 되고요.”“그래서 안 쥡니다. 공주마마께 그리 전해 주세요.”열쇠와
나중에는 궁에서 영원히와 같은 말이었다.서련은 태후의 종이를 탁자 위에 두었다. 혜주는 그것을 뒤집어 보았다. 부속은 없었다.“책봉만 먼저 하면 조건은요.”“나중에 정하시겠지요. 나중이 되면 또 나중이 되고요.”“여섯 해 동안 그러셨습니까.”“여섯 해 동안 나중이었습니다.”명선이 문가에서 말했다. 태후의 종이를 먼저 읽고 온 얼굴이었다.“나중에라. 내 아버지도 그 말을 쓰셨소. 딸에게 장원을 주겠다고, 나중에. 그리고 돌아가셨지.”“장원은 받으셨잖습니까.”“내가 나중을 기다리지 않았으니까.”“어떻게요.”혜주가 물었다. 명선이 부채를 폈다.“아버지 앞에서 장원 문서를 내가 소리 내어 읽었소. 종친들 다 있는 데서.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으시더군. 시끄러워서.”“시끄러운 게 방법입니까.”“조용히 기다리면 나중이 되오. 후보는 벌써 시끄러우니 반은 됐지.”혜주는 봉인된 혼인 조항을 탁자 위에 놓았다. 아직 열리지 않은 끈이 그대로였다.“이걸 다 읽겠다고 하면 다시 나중이라 하겠지요.”“그럴 겁니다. 조항이 마흔 줄이라 들었습니다.”“그럼 셋으로 줄이겠습니다.”혜주가 붓을 들었다. 서련은 손을 대지 않았다.황후가 반대 의견을 말해도 처소를 지키는가. 재산을 지키는가. 개인 서신을 남에게 읽히지 않는가. 이 셋에 답이 오면 나머지 조항은 책봉 뒤에 읽겠다.“셋째가 서신입니다. 제 편지를 남이 먼저 읽으면, 제가 활을 쏘고 과녁은 남이 보는 겁니다.”“그래서 셋째까지 넣으신 거지요.”“셋이면 피할 수 없겠지요.”“피할 수는 있습니다. 대신 피했다는 게 보입니다.”혜주가 종이를 접었다.“태후전에 이걸 보내고 나면, 서련 님은요.”“교육을 마칩니다.”혜주의 손이 멈췄다.“결정권자가 답하지 않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기다림입니다. 정해진 범위는 오늘 마무리하지요. 마지막 수업이 남았습니다.”“무엇입니까.”“궁의 돈 흐름이요.”마지막 수업은 탁자 하나와 종이 한 장으로 했다. 서련은 장부를 펼치지 않았다.“돈은 위에서
질투라는 말은 여자에게만 쓰이는 칼이었다.남자가 자리를 다투면 뜻이 있다 하고, 여자가 자리를 말하면 질투라 했다. 서련은 여섯 해 동안 그 칼이 어디를 노리는지 보아 왔다. 목이 아니라 입이었다. 말을 못 하게 하는 칼.“누가 그런 소릴 해요! 서련 님이 언제 폐하를…”단비의 목소리가 마당까지 나갔다.“폐하 이야기가 아니야. 자리 이야기지.”“자리요?”“황후 자리. 내가 그걸 아까워한다고.”단비가 입을 다물었다가 작게 물었다.“…아까우세요?”“그 자리에서 독배를 받았어.”서진이 죽그릇을 들고 마루로 나오다 말했다.“누나가 질투를요? 누나는 내 밥도 안 뺏어 먹는데.”“그건 네 밥이 맛없어서.”정온이 뒤에서 죽그릇을 빼앗아 서진 손에 숟가락을 쥐여 주었다. 명선이 마루 끝에 나와 있었다.“질투라. 나도 들었소. 내 객사에서 질투를 한다니, 집세를 올려야겠군.”“얼마나요.”“소문값만큼. 그런데 소문값은 받는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오.”“그럼 누가 정합니까.”“퍼뜨린 사람이. 그 사람은 늘 값을 안 치르지.”채운이 침방에서 넘어왔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침방에도 왔습니다. 저는 안 믿습니다만, 안 믿는다고 말하려면 근거가 있어야지요.”“근거를 드리겠습니다.”“말로요?”“종이로요.”이현은 점심 전에 왔다. 강무 없이 혼자였고, 걸음이 빨랐다.“진왕의 이름으로 반박문을 내겠소. 궁문에 방을 붙이고 소문의 출처를 따지고…”“안 됩니다.”이현이 멈췄다.“왜.”“전하의 이름을 빌리면 소문이 맞는 게 됩니다.”“…어떻게 그리 되오.”“전 황후가 진왕의 그늘에 서서 새 황후를 막는다. 그렇게 바뀌지요. 소문은 반박하면 자랍니다. 다른 이름이 붙으면 더 자라고요.”“내 이름이 그리 가볍소?”“무거워서요. 무거운 이름이 붙으면 소문은 그 무게로 굴러갑니다. 멈추질 않지요.”“그럼 혼자 맞겠다는 거요.”“혼자 안 맞습니다. 종이로 맞습니다.”“강무를 세탁터에 보내 출처라도…”“출처를 찾으면 그 사람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