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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말하라

Auteur: 데이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2 11:24:31

그는 늘 두려움으로 사람을 세웠고, 의심으로 거리를 재었으며, 배신의 가능성부터 계산했다.

떠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알았다.

하지만 머물고 싶게 하는 법은 몰랐다.

이혁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 말은 늘 모호하다.”

“마음이 원래 모호해요.”

“번거롭군.”

“맞아요. 그래서 다들 연애하다가 힘들어합니다.”

“연애.”

그가 다시 그 단어를 되뇌었다.

은하는 순간 자신이 또 너무 현대적인 말로 빠져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사모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네가 나를 가르치는군.”

“오늘은 전하께서 저를 가르치셨으니, 답례라니까요.”

이혁은 그녀를 한참 보았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

“그럼 네가 보기에 나는 무엇이 부족하지?”

은하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진짜 물으시는 겁니까?”

“네가 잘 아는 듯하니.”

“전하, 이건 좀…”

“말하라.”

그의 목소리에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은하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호기심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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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9. 귀여워서요

    믿기 위해 의심한다.그 말은 그의 방식과 닮았지만, 전혀 달랐다. 그는 의심하기 위해 의심했고, 믿지 않기 위해 의심했다. 그런데 은하는 믿기 위해 의심한다고 했다.백시윤도 그 차이를 알아차린 듯했다.대비마마가 낮게 웃었다.“흥미롭구나. 백 공자의 질문에도 물러서지 않는구나.”은하는 고개를 숙였다.“공자님께서 좋은 질문을 주셨사옵니다.”칭찬처럼 들렸지만, 선은 그어져 있었다.백시윤은 그 미묘한 거리를 느꼈다. 그리고 더 흥미로워졌다.문답이 끝난 뒤, 은하는 별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을 크게 내쉬었다.“와, 오늘 진짜 빡셌다.”매화가 주변을 살피며 작게 속삭였다.“아씨, 말투…”“아. 오늘 매우 고되었사옵니다.”“그건 또 이상하옵니다.”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장 내관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드문 칭찬의 기색이 있었다.“오늘은 잘하셨소.”은하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요?”“예. 위험했으나 잘 넘기셨소. 특히 백 공자의 질문을 받아친 것은 훌륭했소.”“장 내관님한테 칭찬받으니까 뭔가 합격한 느낌인데요.”“다만 밖에서는 그렇게 웃지 마시오. 적이 늘었소.”“알아요.”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백시윤 공자도 이제 대놓고 시험하네요.”장 내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분은 어릴 때부터 웃으며 사람을 이기는 분으로 유명했소. 아씨께서도 조심하셔야 하오.”“네.”은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그때 회랑 건너편에서 백시윤이 천천히 걸어왔다. 장 내관이 미세하게 굳었고, 매화는 은하 옆으로 조금 더 붙었다.백시윤은 그 반응을 보고도 웃었다.“윤 아씨. 오늘 답은 훌륭했습니다.”은하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공자님의 질문 덕분입니다.”“저를 경계하시는군요.”“경계는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전하께 배우신 겁니까?”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백시윤은 그 침묵을 보고 웃었다.“아씨께서는 전하의 말을 제법 귀담아들으시는 듯합니다.”“필요한 말은 듣습니다.”“제 말도 그렇습니까?”은하는 그를 똑바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8. 믿기 위해서 의심이 필요하다

    ‘좋아. 중간 지점.’“소통이라 생각하옵니다.”별당 안이 조용해졌다.“소통?”대비마마가 되물었다.“예. 궁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으나,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듯하옵니다. 아랫사람은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윗사람은 듣지 못하며, 그 사이에서 오해와 소문이 자라는 듯합니다.”이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은하는 말을 이어갔다.“말이 막히면 소문이 흐르고, 소문이 흐르면 누군가 다칩니다. 그러니 중전이 된다면, 최소한 억울한 말이 바로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사옵니다.”대비마마는 흥미로운 얼굴이었다.“그대는 궁의 소문을 많이 겪은 모양이구나.”은하가 웃었다.“요 며칠 아주 빠르게 배우고 있사옵니다.”상궁 하나가 입가를 가렸다. 은하를 향한 시선들이 조금 누그러졌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가볍게 받아치면서도, 그 안에서 답을 뽑아내는 방식. 너무 낯설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그때 대신가 부인 중 하나가 날카롭게 물었다.“그러나 궁의 질서는 말이 위로 쉽게 오르지 않는 데서 지켜지는 법입니다. 모든 이의 말을 들으려 하면 궁이 시장통처럼 어지러워지지 않겠습니까?”은하는 그 여인을 보았다.차분한 얼굴, 날카로운 눈. 분명 누군가 은하를 시험하라고 세운 질문이었다.“맞는 말씀이옵니다.”은하가 먼저 인정하자, 질문한 여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모든 말을 다 들을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것과, 들어야 할 말이 올라올 길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옵니다.”“그 길을 누가 판단합니까?”은하는 잠시 이혁을 보았다.그의 눈은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처음에는 중전이 판단하겠지요. 하지만 결국은 전하께 닿아야 할 것입니다.”별당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은하는 고개를 숙였다.“왕이 모든 것을 직접 보실 수는 없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놓치지 않으셔야 하니까요.”이혁은 그 말을 들으며 어제 서고의 대화를 떠올렸다.높은 곳에 있으면 멀리 보이지만, 가까운 것은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7. 밟혀도 고개를 드는 꽃

    “망했다.”매화가 급히 다가왔다.“아씨, 전하께서 꾸짖으셨사옵니까?”“아니. 그것보다 더 애매해.”“그보다 더한 일이 있사옵니까?”“내가 전하께 질투를 설명했어.”매화는 그대로 굳었다.“예?”“질투가 뭔지 설명했다고.”매화는 마치 방금 천둥을 들은 사람처럼 은하를 보았다.“전하께… 질투를… 설명하셨사옵니까?”“응.”“왜요?”“전하께서 물어보셔서.”“전하께서 왜 그걸 물어보셨사옵니까?”“그걸 내가 알고 싶어.”은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내가 조선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서 폭군 감정 교육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매화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씨, 혹시 전하께서 정말…”“아니야.”은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전하는 그냥 백시윤이 수상해서, 그리고 간택장 질서 때문에, 그리고 내가 미끼라서…”“아씨.”“응.”“아씨께서 너무 많이 변명하시는 듯하옵니다.”은하는 입을 다물었다.매화는 이제 정말 무서운 궁녀가 되어가고 있었다.“너 요즘 왜 이렇게 정확해?”“아씨를 모시다 보니…”“다 내 탓이야?”“조금은 그러하옵니다.”은하는 기가 막혀 웃었다. 웃자 조금 숨이 트였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의 어수선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혁의 질문들이 자꾸 떠올랐다.그럼 내 것이면?어찌 해야 내 것이 되지?너는 할 수 있느냐?하나같이 위험한 말이었다.연애를 모르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라 더 위험했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듣는 사람만 흔들린다.은하는 들꽃 책갈피를 펼쳐보았다.‘버텨라.’“버티는 것도 일이네.”그녀가 중얼거리자, 매화가 조용히 말했다.“아씨는 잘 버티실 것이옵니다.”“왜?”“밟혀도 고개를 드는 꽃을 닮으셨으니까요.”은하는 잠시 매화를 보다가 웃었다.“너 이제 말 예쁘게 한다.”“아씨께 배운 듯하옵니다.”“나는 그렇게 예쁘게 말 안 하는데?”“가끔 하시옵니다.”그 말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6.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말하라

    그는 늘 두려움으로 사람을 세웠고, 의심으로 거리를 재었으며, 배신의 가능성부터 계산했다. 떠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알았다. 하지만 머물고 싶게 하는 법은 몰랐다.이혁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네 말은 늘 모호하다.”“마음이 원래 모호해요.”“번거롭군.”“맞아요. 그래서 다들 연애하다가 힘들어합니다.”“연애.”그가 다시 그 단어를 되뇌었다.은하는 순간 자신이 또 너무 현대적인 말로 빠져들었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사모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네가 나를 가르치는군.”“오늘은 전하께서 저를 가르치셨으니, 답례라니까요.”이혁은 그녀를 한참 보았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그럼 네가 보기에 나는 무엇이 부족하지?”은하는 눈을 크게 떴다.“그걸 진짜 물으시는 겁니까?”“네가 잘 아는 듯하니.”“전하, 이건 좀…”“말하라.”그의 목소리에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은하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호기심도 읽었다.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는 정말 알고 싶어 했다.은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했다.“일단 말투가 좀 무섭습니다.”“왕의 말투다.”“왕이어도 덜 무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너무 못 하십니다.”“어제 했다.”“한 번 했죠. 그건 역사적 사건입니다.”이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계속하라.”“고마운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하셔야 하고,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말하셔야 하고, 보고 싶으면…”은하는 말하다 멈췄다.보고 싶으면.갑자기 그 말이 너무 크게 들렸다.이혁의 시선도 그녀에게 고정되었다.“보고 싶으면?”은하의 입술이 살짝 말랐다.“아니, 그건 예시입니다.”“계속 말해라.”“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하는 게 좋습니다.”“그 말을 쉽게 하나?”“쉽지 않죠.”“그런데 하라?”“네.”“너는 할 수 있느냐.”질문이 너무 갑작스럽게 들어왔다.은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느냐. 현대에서 그녀는 수없이 사랑한다 말했고, 보고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5. 전하 또 오셨답니다

    “질투는요, 전하.”은하의 목소리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누가 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남 주기 싫을 때 드는 감정입니다.”말을 끝낸 순간, 은하는 곧바로 후회했다.너무 정확했다.정확해도 너무 정확했다. 왕 앞에서 이런 정의를 내리는 건 위험했다. 특히 그 왕이 방금까지 백시윤을 두고 이상하게 불쾌해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서재 안의 촛불이 흔들렸다. 문밖에서는 장 내관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이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 하나, 눈썹 하나, 입술 한 점.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은하는 그 침묵을 견디다 못해 말을 덧붙였다.“물론 일반론입니다.”이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혔다.“일반론?”“그러니까 꼭 전하께서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요. 세상에는 그런 감정도 있다, 그런 설명입니다.”“네가 방금 나를 보고 말하지 않았느냐.”“전하께서 물으셨잖아요.”“네가 먼저 질투냐 물었다.”“그건…”은하는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었다. 항상 그렇다. 이혁은 말이 짧을 뿐,가끔 핵심을 너무 잘 찔렀다. 억울하게도.이혁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은하는 본능적으로 물러서려다 멈췄다. 물러서면 이상해진다. 아니, 이미 충분히 이상하지만 더 이상해진다.“내 것이 아닌데 남 주기 싫다.”그가 낮게 되뇌었다.“그게 질투라.”은하의 손끝이 서책 가장자리를 살짝 눌렀다.“대체로 그렇습니다.”“그럼 내 것이면?”“예?”“내 것이라면 남 주기 싫은 것이 당연한가.”질문이 너무 차분해서 더 위험했다.은하는 눈을 깜빡였다.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소유욕과 애정의 차이? 조선 왕에게 현대 연애 윤리를? 상대는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라는 기본 전제부터?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전하.”“말하라.”“사람은 물건이 아니잖아요.”이혁의 눈빛이 살짝 굳었다.“그걸 누가 모르느냐.”“방금 질문은 조금 물건처럼 들렸습니다.”장 내관이 문밖에서 아주 조용히 숨을 멈췄다.이혁

  • 폭군 전하, K-탑스타는 처음이시죠?   54. 내 것도 아닌데 남 주기 싫을 때 드는 감정

    왕에게 칭찬 연습을 시키는 간택 후보라니.역사에 남을 일이었다.이혁은 은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건방진 짓이었다. 선을 넘었다. 벌을 줘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입술은 화를 내는 대신 다른 말을 고르고 있었다.한참 뒤. 그가 아주 낮게 말했다.“잘했다.”은하의 얼굴이 환해졌다.순간이었다.그 웃음은 무기가 아니었다. 습관도 아니었다. 너무 빠르게 피어나서 숨길 틈도 없는 웃음이었다.이혁은 그 웃음을 그대로 맞았다.그리고 깨달았다.자신은 방금, 저 웃음을 보고 싶어서 그 말을 했다.그 사실이 너무 불쾌해서, 그는 곧장 시선을 돌렸다.“착각하지 마라. 문답에 필요한 평가일 뿐이다.”은하는 아직 웃고 있었다.“네. 업무상 칭찬.”“그래.”“그래도 좋네요.”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진 것을, 은하는 본 것 같았다.물론 말하지는 않았다.아직은.그날 저녁, 궁녀들 사이에는 새로운 소문이 퍼졌다.윤설화 아씨가 대비마마 앞에서 이상한 노래를 불렀다더라.마마께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더라.전하께서 백 공자의 질문을 막아주셨다더라.그리고 가장 은밀한 소문.전하께서 윤설화 아씨에게 “잘했다”고 하셨다더라.그 말을 들은 매화는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은하에게 달려왔다.“아씨, 큰일이옵니다.”은하는 피곤한 몸으로 탁자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이번엔 또 무슨 버전이야?”“전하께서 아씨를 칭찬하셨다는 소문이 돌고 있사옵니다.”“그건 사실이잖아.”“아씨!”“아니, 소문 막기엔 이미 늦었다며.”은하는 들꽃 책갈피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럼 방향을 바꿔야지.”“어느 방향으로 말이옵니까?”은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전하도 칭찬할 줄 안다, 쪽으로.”매화는 멍하니 은하를 보았다.“아씨께서는… 전하의 평판까지 관리하시려는 것이옵니까?”은하가 멈칫했다.‘그러게. 왜 그러고 있지?’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문밖에서 장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윤설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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