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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Author: 일설연우
관 부인은 통증에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압한 자를 돌아보았다. 편한 복장을 입은 여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관 부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지? 어찌 이렇게 거만을 떨어?”

관 부인의 두 아들도 나서서 그녀를 비난했다.

“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 우리 어머니가 누군 줄 알고!”

관씨 모자와 다르게 서봉과 뭇 장령들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더니 공손히 예를 행했다.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관 부인도 순간 당황했다.

“뭐? 화… 황후마마?”

눈앞의 이 여인이 정말 이 나라의 황후란 말인가!

황후가 어쩌다가 동부에 오게 된 걸까? 무릇 황후라면 시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에 있어야 마땅했다.

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황후마마라면 북대영의 맹 소장군 아닌가!

그들은 곧장 예를 행했다.

봉구안은 관 부인의 손을 놓아주고 싸늘한 눈으로 뭇 장령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던 거지?”

뭇 장령들은 여전히 분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황후마마, 관 장군께서는 충직한 장군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적들의 능욕을 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어찌 지켜만 보겠습니까! 나가서 관 장군의 시신을 되찾아와야 합니다!”

관 부인의 두 아들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마마. 저 사람들은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서봉 저 사람만 저희를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제 어머니까지 몰아세워 죽게 만들 뻔했습니다.”

서봉은 억울했다.

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저는 단지...”

“되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

봉구안이 서봉의 말을 잘랐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서봉을 처벌하려는 줄 알고 의기양양했지만 그녀에게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너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이끌고 조유관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

“황후마마!”

관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서봉이 무슨 생각이든 소인은 관심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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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풀이 죽었던 관 부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직접 시신을 수습해 오겠다니!관 부인의 두 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서봉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황후마마, 그건 아니 됩니다! 동부군이 천만이나 되는데 어찌 마마를 그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하물며 마마는 황자를 회임 중이지 않습니까!”뭇 장령들도 정신을 차리고 봉구안을 말렸다.“마마, 심사숙고해 주십시오!”이 나라에 황제가 황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후 태중의 아이는 황제의 첫 아이가 아닌가! 만약 동부에서 변을 당한다면 뒷감당을 누가 한단 말인가!광 부인의 시선이 봉구안의 복부에 닿았다.회임 중인 황후가 먼 길을 달려 이곳 동부까지 왔을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봉구안은 한번 내린 결정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장순을 불러오너라.”은이가 공손히 답했다.“예.”조유관에서 십리 떨어진 곳, 대하를 필두로 한 4개국 연맹군이 주둔하고 있었다.주장 막사 안에서 장군들은 향긋한 술과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상석에는 대하의 주장 단춘이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통양 구이가 놓여 있었고 그는 한창 칼로 고기를 베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 있었다.그의 좌측으로 타국 세 장령들이 앉아 아부를 떨고 있었다.“역시 단 장군입니다. 가장 적은 병력 손실로 남제를 침공하다니. 나중에 남제 요충지를 점령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자랑해야겠습니다!”“단 장군을 위해 건배합시다! 앞으로 우린 대하만 믿겠습니다!”고기가 지겨워진 단춘은 술 몇 잔을 퍼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트림을 했다.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건방지게 말했다.“북연 그 놈들 속셈이야 뻔하지. 비록 같이 남제를 치기로 했지만 북연이 떡을 평등하게 나누려 하진 않을 거야. 교활한 놈들이니까!”“그러니 우리 4개국 연맹이 한마음을 가져야 해.”“조유관 전쟁에서 너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필요가 없어.”“일대일 전투에서 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0화

    남제가 축경관 전서를 내렸다는 말에 4개국 연합군 모두 건방지다고 생각했다.“단 장군, 남제인들은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군요!”“우리가 우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절대 저들에게 승리를 내어줄 수 없어요!”“그래요, 단 장군! 겨우 관내경을 죽여서 남제군의 사기를 꺾었는데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단춘은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전부 남제군이 자신과 자신의 아비를 모욕하던 노래뿐이었다.남제가 축경관을 신청했으니 가장 유능한 장수를 내보내 응전할 것이다!그 시각 남제 군영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서봉과 다른 장령들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서 장군, 정말 황후마마를 전장에 내보내야 합니까?”서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안 그럼 어쩌갰어? 누가 황후마마를 막을 수 있겠냐고.”한 장령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선 회임 중이잖습니까! 어떻게 전투에 나간단 말입니까! 축경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만약에 아이가…”“됐어!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서봉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회임한 여인이 전장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황후에게는 동부군의 지휘권을 담당한다는 황제의 밀서가 있었다.그러니 어찌 명을 거스를 수가 있을까?막사 안.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마마, 관 부인께서 알현을 청합니다.”“들라 하라.”봉구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작은 깃발을 들어 조유관 위치에 꽂았다.관 부인은 직접 끓인 닭백숙과 반찬을 들고 막사를 찾아왔다.그녀는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낮에 있었던 일은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내일이면 전장에 나가실 텐데 좋은 걸 드시고 체력을 보충하셔야지요.”관 부인은 말하면서 봉구안의 배를 살폈다.다들 황후가 회임했다고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녀가 가져온 도시락을 받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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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2화

    단춘은 고개를 잔뜩 뺴들고 출전한 남제 전사를 바라보았다.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니고 몸이 무척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제의 부장인 서봉은 아닌 듯했다.‘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축경관을 도전한 거지?’단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첩자를 보내 알아본 결과, 남제 동부에는 관내경과 서봉을 제외하면 인물이라고 할 자가 없었다.출전한 상대가 서봉이 아니라면 남제는 축경관을 완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단춘은 자신이 직접 선발한 백명의 무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남제군의 목을 벤 자에게 황금 백냥을 하사하겠다.”무사들은 장창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며 사기를 불태웠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가면 아래 봉구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여기 혼자 나왔지만 등 뒤의 성루에는 천만 수성군이 관전하고 있었다.그들은 주먹을 쥐고 승리가를 부르며 징을 울렸다.부장 서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제발 황후와 태중의 아이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봉구안은 장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바람이 일었다.동부는 북방보다 기후가 따스하지만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봉구안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녀는 위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적군의 첫 번째 도전자였다.광풍이 휘몰아쳐서 모래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단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이 그쳤다.남제 대표는 장창을 쥐고 꼿꼿하게 서 있고 옆에는 전마가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대하 무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아무도 대하의 무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지 못했다.게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이 날아간 채로 말에서 떨어지다니.단춘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이럴 수는 없어.”그가 선발한 무사는 전부 다 정예병들이었다. 상대에게 지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3화

    도끼는 역량형 무기이지만 도끼날의 곡선은 도끼에 실리는 많은 힘을 손실하게 한다. 날카로운 창은 쉽게 도끼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그래서 창과 도끼가 상극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돌고 있었다.병기에 정통한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단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남제에서 나온 어린 장수는 대체 정체가 뭘까?봉구안은 안정적으로 창을 잡고 상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공세를 시작했다.장코는 강력한 기류를 느끼고는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왼손 도끼는 방어, 오른손 도끼는 공격용이었다.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조금 둔해 보여도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창술이 더 현란했다.두 사람은 십여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현기증이 올 정도였다.단춘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장코의 쌍도끼는 거의 적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만 다니면서 역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유관 성루.북소리가 점점 힘차게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있었다.황후의 창술을 본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북대영의 유명한 명장 맹 소장군답게 그녀의 창술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봉구안은 점점 더 빠르게 공격을 시전했고 장코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쌍도끼의 위력은 그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점점 짜증을 느낀 장코가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테다! 악!”아둔한 그는 맹공격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봉구안은 날렵하게 피해 후방으로 간 뒤에 창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그가 뒤돌아서자 그녀의 창은 곧바로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악!”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예리한 창끝은 쌍도끼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눈을 찔렀다.극심한 고통에 장코는 도끼 하나를 버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가져갔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남제의 쥐새끼, 죽여 버릴 테다! 피하지 마! 당장 널 가루로 만들어 시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4화

    단춘은 눈앞의 사람이 맹성주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열일곱 어린 나이에 호문관 전쟁에서 적군 2만을 죽여 축경관을 세우고 적의 사기를 단숨에 떨어뜨린 맹장!무섭다는 단어가 저절로 나오는 사람이었다.단춘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남은 3개국 장령들도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맹성주라면 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게 이해가 됐다.또 한번의 축경관이 완성된다고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었다.“단 장군! 더 이상 싸우면 안 됩니다! 상대는 맹성주예요. 우리 애들이 나가도 헛된 죽음이란 말입니다!”“맹성주, 어떻게 맹성주가! 단 장군, 남제군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습니다!”단춘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서를 수락했는데 중도에 물러날 수는 없다! 계속 싸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백 명이 부족하면 천 명이 나가고 만 명이 나가면 된다!”그 순간 그는 광기에 미친 북연 황제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와 다른 점이라면 그래도 이성은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타국 장령들이 말렸지만 단춘은 냉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잊었어? 저 여잔 진작에 장군 직무를 내려놨어. 남제 황제에게 시집가서 지금 회임을 한 몸이야. 회임 중인 여인도 못 쓰러뜨린단 말이냐?”그는 봉구안을 노려보며 병사들에게 말했다.“잘 들어! 이따가 저년의 배를 공격해! 회임을 했다고 했으니 배가 약점일 거야!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배만 노려! 저년을 죽일 수 없어도 그 애새끼는 죽게 만들라고!”그제야 병사들의 사기가 좀 돌아온 듯했다.아무리 맹성주가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지금은 회임 중인 여인에 불과했다.임산부 하나 못 쓰러뜨릴까?어린 장순은 피 튀기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다.하지만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오늘 본 것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황후마마의 풍채를 글로 써서 역사에 길이 남게 할 것이다.전장은 저녁까지 이어졌다.봉구안의 주변으로 점점 많은 시체가 쌓여가고 있었다.단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5화

    적군은 관내경의 시신을 공터로 운반했다. 벌거벗은 시신 온몸에 채찍 자국이 나 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본 남제군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죽는 건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면 끝나는 일이지만 시신이 이 정도로 혹사당했다니 참을 수 없었다.성루에서 두 남제 사병이 관 장군의 옷을 챙겨와서 그의 몸에 입혀주었다.단춘은 봉구안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황후마마, 태중의 아이는 진작에 유산되었지요?”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싸우면서 이렇게 멀쩡한 게 말이 안 됐다.물론 봉구안이 회임했다는 소식은 처음부터 거짓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관내경의 시신은 성루로 올라간 후, 단춘은 자기 사람들의 시신을 돌아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다.그래도 더 늦기 전에 멈추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단지 백오십 명 죽었을 뿐이다.남제가 말하는 축경관은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단춘은 음침한 눈으로 조유관 성루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철수한다!”이때, 그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도 된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고개를 돌리자 피칠갑을 한 가면을 쓴 봉구안이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사방으로 살기가 느껴졌다.단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군! 저기 보십시오!”누군가가 겁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조유관 성루에서 갑자기 수십개의 등나무 덤불이 굴러떨어졌다.거대한 덤불은 등나무 줄기를 엮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크기가 사람 크기만했다.거대한 물체가 그들을 향해 굴러왔다.만약 그냥 덤불이었다면 이 정도로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화공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들은 직감했다.조유관 같은 방어가 쉬운 고지에서는 더욱 요긴하게 사용되는 병법이었다.등나무 덤불이 적군의 앞으로 굴러가자 남제 사병들은 불화살을 날렸고 순식간에 등나무 덤불에 불이 붙었다.멀리서 바라보면 불바다가 따로 없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불덤불이 눈앞에 굴러오기 직전에야 단춘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철수! 당장 철수하라!”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도망쳤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86화

    조유관 밖에서는 적군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쳤고, 조유관 안에서는 제군의 북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불타오르던 등나무 화구가 완전히 타버리자 불길은 사그라들고, 달빛과 별빛이 더욱 또렷이 빛났다.그 빛은 봉구안의 몸을 감싸며 그녀의 마른 체구를 한층 도드라지게 했다.그러나 그녀는 꿋꿋한 소나무처럼 강인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대하국을 선두로 한 사국 연합군이 퇴각한 뒤에야 봉구안은 비로소 피로를 감추지 못하고 바위에 걸터앉았다.살짝 구부린 어깨 아래로 손가락 틈새를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그 상처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녀의 양팔은 도끼에 베였으나, 그녀에게 그것은 사소한 부상에 지나지 않았다.오늘 이후, 사국 연합군은 감히 조유관을 쉽게 넘보지 못할 것이다.그녀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마마, 괜찮으십니까?”마상 덫을 설치했던 병사들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그녀를 둘러쌌다.봉구안은 흐르는 피를 감추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괜찮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전장에 널린 적군의 시신들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차갑고도 담담했다.……사국 연합군 주둔지.단춘은 대군을 이끌고 퇴각하자마자 정찰병들을 불러들였다.정찰병들은 적의 동태를 살피고, 병력 배치와 무기 규모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그러나 단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내가 조유관을 철저히 감시하고, 제군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명했거늘,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제군이 언제 등나무 화구를 준비했는지, 언제 조유관을 빠져나와 마상 덫을 설치했는지조차 모르다니! 너희들의 임무를 잊은 것이냐!”정찰병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혹스러워했다.“장군, 등나무 화구는 제군들이 철저히 숨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밤낮으로 감시했습니다. 그들이 조유관을 몰래 빠져나갔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맞습니다, 장군! 관내경이 죽은 이후, 조유관 밖으로 단 한 명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단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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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1화

    서여국에 오기 전, 봉구안은 이미 모든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소주와 정국은 이미 세작을 파견하여 서여국 황궁에 숨어들게 했다. 황제가 진짜 봉구안인지 탐색하기 위함이었다.뿐만 아니라 서여국 내부에서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무리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이번 일은 오히려 그들의 계략을 역이용할 절호의 기회였다.봉구안은 송려에게 명했다.“내일 장미를 데리고 남제로 돌아가세요. 서여국은 저와 폐하가 남을 겁니다.”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송려는 더 바랄 것도 없었다.하지만 봉장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언니, 정말 내 도움이 필요 없어?”봉구안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만 무사히 남제로 돌아간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난 걱정하지 말고, 우선 무사히 네가 남제에 돌아갈 방도를 생각해보자.”봉장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언니 말대로 할게.”입으로는 순순히 따랐지만, 마음은 어쩐지 허전했다.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녀는 입을 열고 말았다.“언니, 소주와 정국 일만 정리되면… 이 서여국의 황제는 누가 되는 거야?”그녀는 언니는 반드시 남제로 돌아가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봉구안은 주저함 없이 답했다.“서여국에 숙가 사람들 중 더 이상 남은 이는 없어. 이제는 현명한 이를 추대하여 황제 자리를 물려줄 수밖에 없어.”봉장미는 그 말을 듣고 묘한 감정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황제와 송려가 있는 앞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날 밤 봉장미는 떠나기 전 호원아와 오양련을 따로 불러들였다.이 둘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언니께서 이미 서여국에 도착하셨어요. 앞으로 이 나라 황제는 언니가 될 거예요.”그 말에 두 사람은 놀라며 기뻐했다.하지만 봉장미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하지만 언니의 뜻은 이번 일은 소주와 정국의 반란을 정리하러 온 것이고, 그 후에는 황제 자리를 사양하시겠다고 하셨어요. 두 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50화

    궁궐 밖 어느 저택.봉장미는 그곳에서 그리운 언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안으려던 순간, 언니의 불러진 배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언니, 이게 무슨...?" 봉장미는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봉구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임했어."봉장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정말?!"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자매는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할 말이 정말 많았다.옆방.소욱과 송려가 함께 있었다. 송려의 안색이 예전 같지 않았고, 눈 밑에는 검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근심이 얼굴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소욱이 눈치 없이 물었다. "황후의 지아비 역할은 어떠하냐?"송려는 고개를 떨구며 슬픈 표정으로 자조했다. "신은 재주가 없어 그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저렇게 우울해 하지? 혹시 봉장미가 변심해서 새 남자를 들였나?’송려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욱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폐하,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이번에 황후마마께서 오신 이유가 황제의 자리를 맡기 위함입니까?"소욱은 부정하지 않았다. 송려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된다면 좋았다. 그러면 장미가 그와 함께 남제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황제가 생각나 조심스레 물었다."폐하, 어찌하여 서여국까지 오셨습니까?"나라는 하루도 군주 없이 지낼 수 없는데, 황제께서 서여국에 오시면 남제에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찌할지 걱정됐다.소욱은 눈빛이 깊어지며 말했다. "부부는 한 몸이니까."국사와 관련된 일, 예컨대 그가 소주와 정국의 반란을 해결하러 왔다는 등의 이야기는 굳이 송려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송려는 망설이다 결국 조언을 건넸다. "폐하, 이 황부의 역할은 확실히 쉽지 않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권합니다."소욱의 칼 같은 눈썹이 찌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9화

    봉장미는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눈앞의 두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와 지아비였다.누구보다 그녀의 편이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믿지 않으니 그녀는 더욱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군주란 정치에 힘쓰는 자이니, 두통쯤이야 대수로운 일인가요?""고모님이 이 자리에 계셨을 때를 기억해보세요.""수많은 상처를 입으시고,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하셨어도 단 한 번도 이 자리를 포기하신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왜 저더러 포기하라 하시나요?""언니가 대역을 준비했다는 건 알지만, 전 대역보다 더 잘할 수 있단 말이에요.""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요?""두 분은 정말 제 마음을 모르세요…""언니는 멀리 계시니 지금 서여국이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 모르시죠.""소주와 정국은 현재 많은 세작들을 보내고 있어요. 궁중은 이미 그들의 침투를 받았고, 또한 그들은 이미 수만 군대를 주둔시켜 서여국을 공격할 기회만 노리고 있어요.""서여국의 흠이 있다면 바로 제가 황제의 자리에 앉은 것이겠죠.""만약 그들이 제가 가짜라는 것을… 제가 남제의 황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즉시 군대를 보낼 거예요! 대역만으로는 절대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그녀는 원래 성격이 온화하고 순종적이라 보통은 남이 무슨 말을 해도 반박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번만큼은 황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특별히 고집을 부렸다.송려는 왜인지 그녀가 낯설게만 느껴졌다.분명 황후를 모방해야 했기에 장미의 성격이 변한 것이라 생각하였다.송려는 그런 봉장미의 모습에 실망감이 들었다."그럼 나는? 송가는? 이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 거야?"그는 이 서여국에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원래 자신은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으니 어디서든 자신의 큰 뜻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의술로 세상을 구제하고, 병을 치료해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그의 꿈이자 삶의 목표였다.하지만 이 서여국에 온 후에야 그는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한편으로는 황후의 지아비로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8화

    5월 초, 차가운 겨울이 가시고 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봉구안과 소욱은 서여국으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다. 가볍게 채비하여 가는 길에 각 성읍을 순시했다. 열무신은 동산국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탈옥한 손추를 체포하고 약쟁이단을 뿌리째 뽑기 위해서였다. ...... 서여국. 봉장미는 이미 언니의 편지를 받았다. 대역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서여국의 국사를 대역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해, 여전히 국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첫째는 대역이 실수하여 화를 부를까 걱정되었고, 둘째로는 서여국의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서여국 황실의 혈통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이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송려는 여러 번 그녀를 설득하며 함께 남제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다.그녀의 옛 병이 재발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이날 조회를 마친 후, 봉장미는 갑자기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그녀는 손에 든 상소문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폐하!" 그녀 곁에 있던 송려는 상황을 보자마자 즉시 앞으로 나와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궁녀가 즉시 태의를 부르려 했지만, 그가 저지했다. "태의는 부를 필요 없다! 폐하의 몸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알아." 말하면서 그는 봉장미를 침상으로 안아 눕히고, 곧바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 봉장미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당신... 왜, 제 머리가... 이렇게 아픈 거죠.""마치 폭발할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아파요..." 그녀의 몸이 아프면, 송려의 마음도 아팠다. 은침을 잡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두려워하지 마... 괜찮을 거야. 나를 봐,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는 그녀를 위로하였다. 잠시 후 온 머리에 땀이 흘렀다. 봉 부인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딸이 이토록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분노와 급한 마음이 섞였다. 당시 그 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7화

    "공자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곧 다 됩니다!" 연상은 즐겁게 부산을 떨며, 자신의 이런 행동이 소탁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곧, 음식들이 다 되었다. 연상은 미역국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소탁을 바라보았다. "소 공자님, 오래도록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 모용길처럼...""아, 이런! 제 입이 이렇게 험합니다. 모용길 같은 악인과 소 공자님은 전혀 다르시죠." 소탁은 국을 먹지 않고 연상에게 물었다."너는 행복하니?" 연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저야 당연히 행복하죠. 나쁜 사람들이 인과응보로 벌을 받지 않았습니까.""게다가 오늘 의원께서 말씀하시길, 공자님의 눈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였어요.""전 공자님께서 곧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연상아, 너와 나는 이뤄질 수 없는 사이야."소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도 결국에는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연상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담담하게 웃었다. "공자님, 저도 알고 있어요. 공자님은 황실의 귀한 분이시고, 저는..." "네 신분 때문이 아니야. 연상아, 난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다."이 말을 듣자마자 연상의 눈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어렸다. "단지 절 걱정하시는 것 뿐이지, 절 싫어하시는 건 아니군요?" 소탁의 목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나는..." 그의 일생은 큰 기복이 있었고, 혼자 살아가게 될 운명이었다. 한 번도 인연을 찾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연상이란 아이는 그에게 있어 더 과분한 존재였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 시간 동안 그녀가 곁에 있어 그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사실이었다. "난 너에게 남녀 간의 사랑을 품고 있지 않아. 설령 내가 여자를 찾는다 해도, 그건 아내지 시녀가 아니야." 연상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이 크게 떠졌다. 시녀? 소탁은 선의로 그녀에게 일깨워주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6화

    완부옥은 예로부터 여자를 좋아했다. 남자를 대할 때조차도, 가볍게 희롱하거나 농을 던질 뿐이었다.그런 그녀 앞에 서왕이 호의를 드러내자, 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게다가… 분명 그도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던가.서왕은 그녀의 반응이 예상보다 격해 당황하며 서둘러 설명했다.“우리는 비슷한 처지가 아니더냐? 같이 사는 건… 서로에게 나쁘지 않지 않느냐.”“네가 떠나면, 난 또 다른 이와 혼인해야 할 텐데… 너처럼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인은 없을 것이다.”“또다시 나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할 테니… 차라리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그 말을 들은 완부옥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 말씀이셨군요.”그가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고 긴장했건만… 그게 아니라니 다행이었다.……한편 모용길의 죄행이 세상에 밝혀지자, 남제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백성들 또한 믿기 어려워했다.“그 자가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분명 불로장생의 술법이 있었던 게지. 폐하께서 그걸 두려워해 제거한 거야.”“약쟁이 사건도 정말 복잡하군. 처음엔 모용욱이 범인이라더니… 이번엔 왜 모용길이 나와? 설마 이번에도 헛다리 짚은 건 아니겠지?”“뭐가 어쨌든 간에 약쟁이는 전부 모용가 짓이란 말이잖아. 그런 집안은 몰아내야지!”분노한 백성들은 결국 모용가로 몰려가 돌과 썩은 달걀을 던지며 고함쳤다.“남제에서 당장 꺼져라!”“모용가 놈들은 천벌 받아야 마땅해! 죄 없는 사람들 고통받게 했잖아!”며칠째 모용가는 백성들의 소란에 시달려, 누구 하나 문밖을 나서지 못했다.……성 외곽의 한 촌락.낡은 농가 안,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들었어? 약쟁이 사건 피해자한텐 조정에서 보상금을 준다더라. 장순이네도 그랬잖아. 우리도 당장 관청 가자고, 장대복! 내 말 듣고 있는 거야?”장대복은 장순의 친삼촌이었다. 어린 조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함이 앞섰다.“형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그 모자 둘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당신도 알잖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5화

    소욱은 미소를 지었다.“부창부수라 하지 않느냐. 함께 손잡고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 황부도 결국 한 여자의 지아비이지 않겠느냐.”그 말을 들은 서왕은 한껏 조이던 가슴이 결국 힘없이 내려앉았다.그는 즉시 두 손을 모아 절하며 간언했다.“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폐하께서는 일국의 군주이십니다. 어찌 여인의 그늘 아래 계시겠습니까?”“이 일이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알려진다면, 조롱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평소 성정이 온화한 서왕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기면 은근히 고집이 세지는 성격이었다.소욱은 목소리를 날카롭게 높였다.“그래서 말이지.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서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폐하도 이게 창피한 줄은 아시는구나…’“황후 마마께서는 폐하께서 황부가 되겠다는 걸 허락하셨습니까?”소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황후가 왜 반대하겠느냐? 설마 다른 사내를 맞이해야한단 말이냐?”서왕은 잠시 헷갈려 그 말에 말려들 뻔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황후마마께서도 이 일이 폐하께 불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신지 여쭈려는 것입니다.”소욱은 눈을 좁히며 말했다.“내 너를 형제로 생각하니까 이런 말도 하는 것이다.”“이미 내가 결정한 일이야. 누구도 바꿀 수 없어.”“너는 그저 국정을 맡아 잘 처리하거라. 내가 황후와 함께 돌아올 때까지 말이다.”그러자 서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지만 폐하 신도 이번에는 휴가를 청하려 했습니다.”매번 국정을 떠맡는 것도 지치는 일이었다.아무리 가까운 형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지 않겠는가.‘이 나라는 분명 소씨 가문의 일국이지 않는가.’ ‘잠깐…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서왕은 방금 스쳐간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감히 황제에게 이런 불만을 품다니. 마음으로도 짜증을 내다니, 감히 내가?’소욱은 인내심을 다잡으며 물었다.“휴가를 내겠다고? 무슨 연유냐?”서왕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정색하며 대답했다.“왕비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소욱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4화

    서왕의 심문이 시작되자, 손추의 수하였던 자객은 결국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그… 그 일은 저희가 꾸민 일입니다.”“모용길이 왕가의 피를 원했고, 손추가 직접 그 일을 맡았습니다.”“하지만 그분은 왕이셨고, 무공도 출중하셨습니다. 손추는 선제를 이간질해 부친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결국 모반의 증거를 조작했습니다.”그 뒤의 이야기는 서왕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의 아버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조정에 충성을 다했다.군주의 명이 떨어지면, 신하는 죽는 수밖에 없었다.유배길에 올라서도 그의 아버지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그는 끝까지 선제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약쟁이단이 아버지의 목숨을 노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진실이 드러났을 때, 서왕은 마치 천근 무게의 짐을 내려놓은 듯 가슴이 후련해졌다.그러나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쓰라림으로 번져왔다.그가 정원으로 돌아오자, 멀리 나무 아래서 완부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왕은 한 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와락 안아 올렸다.“이번 일을 해결해줘서… 정말 고맙다!”“드디어 모두가 알게 되었어. 부친께서 얼마나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지…”“선제도 진범을 찾고자 했었지만, 결국 오늘에서야 제대로 밝혀졌어. 정말, 정말 고맙다…”서왕은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고, 완부옥은 조금은 지겨워하며 그를 말렸다.무엇보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그녀를 직접 껴안을 줄은 몰랐다.조금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완부옥은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였다.“됐습니다. 됐어요. 그렇게 큰일도 아닌걸요.”“정말 제게 보답하고 싶다면, 폐하께 소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쭤봐 주세요.”서왕은 그녀를 놓고,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아직도 포기 못 한 것이냐?!”완부옥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게 아닙니다.”“그저 소환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정인이 아니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3화

    세상일이란 참 아이러니했다. 열무신은 한 발 늦게 도착했다. 그가 천옥에 도착했을 때, 모용길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모용길의 시신을 바라보며 열무신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재앙은 천 년을 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모용길 같은 자는 200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는데, 맹성주 같은 이는 관례도 치르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이를 생각하니 열무신의 증오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열무신은 천옥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절해버렸다.황궁. 봉구안은 임시로 자진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임 중이었고,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회임이 실감 났다.정말로 아이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소욱이 정해준 태의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맥을 짚었다. 최근 그녀의 태상은 안정되어, 더 이상 안태약을 마실 필요가 없고 그저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었다.아이의 일에 대해서, 봉구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약쟁이 사건도 이미 해결되어, 그녀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현재 유일하게 장미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장미의 옛 병이 재발할까 걱정되었다.그것이 만약 재발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터였다.봉구안이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도착했다. 소욱은 약쟁이 사건의 최신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무신이 붙잡은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구나. 이미 200년 전에 태조는 돌아가셨고, 부활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엿다. 모든 것이 모용길의 환상이었던 거야.”“짐은 이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모용길이 남긴 큰 돈은 모두 약쟁이 매매로 얻은 것이야. 짐은 이 돈을 피해자들과 그 친척들을 위로하는 데 쓸 것이다.”“이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그는 걱정이 가득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이 조치는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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