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banner
비밀
비밀
Author

Novels by 비밀

선생님, 양아치가 자꾸 저 괴롭혀요!

선생님, 양아치가 자꾸 저 괴롭혀요!

고3,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 올해 내 목표는 단연 좋은 대학 가기! 그런데 옆자리 일진이 자꾸만 날 괴롭힌다. 자꾸만 싫다고 해도 안 비키는데...!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건데...?'
Read
Chapter: 6. 왜 나보다 성적이 좋은 건데
평소보다 교실이 소란스러웠다."야이씨, 너 성적표 봤냐.""몰라, 나 망했어, 진짜."밖에는 찬란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지안이 침을 꿀꺽 삼켰다.'드디어...!'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반에서 성적표가 나왔다.가채점을 했을 때 딱 한 문제를 틀리기는 했다.'물론 겨우 그 정도로 크게 흠이 되지는 않겠지만...'그러나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지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성적표를 보았다."...!"역시나 한 문제 틀렸다. 예상해뒀던 일이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그러나 다음에 석차 표를 보자 지안의 동공에서 지진이 났다.석차: 2‘뭐, 나보다 잘한 새끼가 있어? 그럼 올백 맞은 놈이 있다는 말이야?'지안은 자기도 모르게 부아가 치밀었다.'이번 수학은 좆빠지게 어려웠는데 도대체 누가?!’그때 옆에서 실실거리면서 웃으면서도 활활 불에 탈 듯이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녀석이었다. 그가 툭 물었다."어때, 시험은 잘 봤어?""보면 모르냐."지안은 황급히 자신의 성적표를 후다닥 가리며 노려봤다.“야, 보지 마.”“안 봤어, 네 얼굴 봤지.”태연하게 답하는 그는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이 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그것도 보지 마.”“내가 싫다면 어쩔 건데?”“하아…”지안은 그 말에 한숨을 쉬었다.마치 뭐만 하면 ‘어쩔티비?’라고 말하면서 도발하는 자기보다 어린 사촌이 생각나는 것만 같았다.'그래놓고 내가 하면 그건 유행 지났다고 하질 않나...'이래저래 장단 맞추기가 힘든 게 꼭 어린애 같았다.이러니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지안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네가 무슨 잼민이도 아니고.”그때 도윤이 지안의 성적표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말했다.“음, 그나저나 석차 2등이면 꽤 잘했네.”“씨발, 아까는 안 봤다며!”“진정해. 그냥 네 얼굴 봤던 거야. 석차는 진작 봤지.”“참나, 뭐라는 거야.”“나 보라고 다 보이게 읽은 거 아니였어?”그 말에 지안
Last Updated: 2026-04-21
Chapter: 5. 요동치는 마음
도윤의 차가운 손이 닿자, 지안은 그의 손끝이 닿은 뺨을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소리쳤다."건들지 마!"허나 도윤은 낮게 웃을 뿐이었다."하하- 이러다 터지겠다, 터지겠어."그는 아주 그냥 놀리는 게 아주 재미있어보였다.'지금 누구 속도 모르고 진짜...!'지안은 그런 도윤이 야속하기만 했다.무엇보다 도윤과 말을 더 섞었다가는, 정말이지 있는 욕 없는 욕 다 쓸 것 같았다.당장이라도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아서 그만 입을 앙 다물었다.“아씨, 됐어. 너랑 말 안 해. 꺼져.””으음, 언제는 나랑 대화했나. “”지금 하고 있잖아. 괜히 말꼬투리 잡지 마. “자꾸만 만지려고 드는 도윤의 손을 탁 쳐내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러니까 이런 투닥거리는 거 말고, 난 너랑 진짜 대화하고 싶단 말이야. “”그래, 한 번 들어나 보자. 대화는 무슨 대화. “”솔직하게 말하면 나랑 대화해줄 거야? ““응,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지안이 한숨을 쉬며 대답하자, 그가 창문 턱 위에 올린 지안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다가 말했다.”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오늘 밥은 뭐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그런 거? “지안이 경악하면서 소리쳤다.“미친, X발. 내가 네 여친이냐?”“응, 그랬으면 더 좋았겠네. 사실 나는 남친도 환영이야.”그 말에 지안은 구역질을 했다.“웩, 너 그럼 게이냐?”“아니, 그런 건 아니고.”“남자 좋아하면 게이지 뭐라는 거야.”지안의 말에 도윤이 진지한 얼굴로 일장연설을 했다.“살면서 이렇게 누굴 좋아해본 적 없는데.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어쩌라고.""그냥 그렇다고."도윤은 이어서 말했다."그렇다고 내가 딱히 게이도 아니고, 그냥 난 네가 좋은 것 같아.”“…”이런 말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그냥 장난에는 장난으로 맞춰줘야 하나?’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갑자기 대화를 하다 말고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을 손에 쥐었다.“잡았다.”그 장면이 눈에
Last Updated: 2026-04-21
Chapter: 4. 네가 예쁜 건지
"...자꾸 그런 거 캐물어보지 마."사사건건 곤란하기 짝이 없는 질문만 해대니 난감했다.이런 질문은 어떻게 답해도 분위기가 이상해질 말이었다.게다가 아까부터 도윤의 눈빛이 묘해서 기분이 더럽기 그지없었다.'사내새끼가 뭐 저런 눈으로 쳐다보고 난리야...'누가 봐도 로맨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멜로눈깔이었다.여자애들은 좋다고 꺅꺅거렸을 테지만 그게 자신은 아니니 문제였다."얼른 대답하기나 해. 안 그러면 안 보내준다?"조금 사이가 좋아지나 싶었더니, 이제는 또 협박이었다."으음, 그게 있지..."솔직히 말해서, 도윤은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꽤나 잘난 편에 속했다.'내 눈이 많이 높은데도 말이지...'허나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안 그래도 지 잘난 맛에 사는데, 콧대 높아진 꼴을 또 볼 수는 없지.'결정한 지안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충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그냥 그래.”그렇게 대강 답하고 넘어가려고 했다.그러다가 지안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말을 덧붙였다.“아, 아니다. 너 완전 개또라이같아. 그러니까 더 이상 묻지를 마.”“거짓말. 그건 성격이잖아. 외모는 어떤데? 제대로 말해야지.”“썅, 그럼 물어보지를 말든가.”"너도 나 예쁘다고 생각하잖아."지안이 다시 고개를 훽 돌려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런 거 절대 아니거든.”괜한 오기였지만 도윤이 알아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뻥 치지 마. 나 처음 봤을 때도 잘생겼다고 생각했으면서.”“그런 걸 네가 어떻게 알아.”“다 보이지, 그냥 얼굴에 전부 드러나던데 뭘. 게다가 나보고 재수 없다고도 생각했지?”"...!"그 말에 뜨끔한 지안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 아니거든?!”지안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말까지 더듬었다.'이런, 시발. 망했다.'지안은 자신의 얼굴이 홧홧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괜찮아, 하나도 기분 안 나빠. 나도 내가 잘생긴 거 아주 잘 알거든. 아주 어릴 때부터
Last Updated: 2026-04-21
Chapter: 3. 벚꽃이 예쁜 건지
오늘따라 아침 일찍 온 지안은 창가에 기대어 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파란 하늘 아래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게 좋았다.'그야 평소에는 뭘 내려다 볼 일이 없으니까...'절대로 키가 작다는 말은 아니었다.물론 평균보다 아주, 그것도 아주 조금 작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어차피 남자는 군대 가서도 큰다니까... 외삼촌 말에 따르면...'지안에게는 그것만이 살 길이었다.그게 마지막 남은 동앗줄이나 마찬가지였다.휘영청 밝은 푸른 하늘 아래 벚꽃을 바라보며 지안이 생각에 잠겼다.‘그나저나 벌써 봄이네.’그렇지만 지금 벚꽃이나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그야 당연하지,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니까.'그와의 생활에도 제법 익숙해질 때쯤, 어느덧 중간고사가 성큼성큼 다가왔다.창문으로 교정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에휴. 또 왔네, 저 X발거.’어느새 성큼 다가온 사람은 안 봐도 뻔했다. 그가 물었다.“뭐 보고 있어?”“벚꽃.”어차피 이번에 바로 대답해주지 않으면, 대답해줄 때까지 귀찮게 하고는 했다.그럴 바에야 그냥 대충 대답을 해줘버리는 게 나았다.휘이잉-그때 커튼이 휘날릴 만큼 바람이 불었다.그러자 보기만 해도 보드라운 벚꽃잎이 팔랑팔랑 날아왔다."으으..."지안은 눈이 시려워 잠깐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그의 손이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아 있었다.“야, 너 뭐하냐?”지안은 뭣하면 도윤의 손모가지를 꺾어버릴 요량으로 희번뜩하게 눈을 뜬 채 그를 노려 보았다.그러나 도윤은 웃으며 바로 손을 떼면서 말했다.“벚꽃이 붙어서.”“또 거짓말 아니야?”“이거 봐, 아니잖아.”"널 믿을 수가 있어야지."허나 도윤의 말대로 아까 전까지만 해도 머리에는 벚꽃이 정말 붙어있는 모양이었다.“어라, 진짜네. ““이거 섭섭한데, 날 그렇게 못 믿어? 내가 아니랬잖아. “”알았어, 미안하다니까. “”미안하면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눈 감으면 더 좋고. 뭐 안 해도 상관없
Last Updated: 2026-04-21
Chapter: 2. 너랑 잘 지내고 싶어
도윤은 포기하는 듯 하더니 지안의 손을 잡아채서 억지로 악수를 했다.그는 손을 두세 번 흔들더니 악수를 다 해도 놓아주지 않았다. “야, 이제 그만 놔.”“싫어.”뭐 저리 당당하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는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지안이 해탈한 채 말했다.“그래, 다 네 마음대로 해라.”“응, 네가 그렇게 안 말해도 그러려고.”지안은 그에게 손을 붙잡힌 채 잠깐 절망했다.'이제는 화낼 기운조차 없다, 진짜로...'이런 와중에도 도윤은 지안의 손을 무슨 스트레스볼이라도 되는 듯이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놀았다.그러던 그가 갑자기 툭 하고 말했다.“손이 되게 말랑하네. 무슨 힘든 일 하나 안 해본 것처럼.”“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는 너는 어떤데?”“으음, 그래도 난 운동은 하는데?”도윤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운동 같은 거 이미 손에서 놓은 지 오래니까. ‘잘 못 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딱히 하기가 싫었다."..."지안은 도윤의 손을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그의 말대로 도윤은 손이 제법 크고도 탄탄했다.그것도 잠시, 이내 지안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그래, 부반장이 어디야.’그 왜,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반에서 평판도 별로 안 좋겠다, 고3 내내 부반장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그렇게 그냥 공부만 조용히 하려고 했다.‘그래, 그건 잘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으니까.’지안이 그렇게 마음을 먹은 뒤로도, 도윤은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했다.“진짜 거슬리는 새끼…”고3, 이제 진짜 빡공해서 명문대에 붙어야 했다.그런데도 별 같잖은 양아치 새끼가 자꾸만 지안의 신경을 건드렸다.다른 애들, 다른 선생님들은 다 입을 모아 괜찮다고 말 하는 그 놈이 싫었다.‘저 새끼를 왜 다 좋아하는 거야. 도대체 이해가 안 가네.’지안은 도윤을 최대한 피해다니려고 노력했다.그런 지안의 노력과는 달리, 반장과 부반장인
Last Updated: 2026-04-21
Chapter: 1. 옆자리 양아치 새끼
똑똑-책상 위를 두 번 두드리는 소리.이어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지안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이 씹새끼가. 오늘도 나 괴롭히려고 찾아왔지.‘지안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쟤는 친구도 많으면서 왜 자꾸 귀찮게 찾아오는지 모르겠다니까.'그때 위에서 아까보다 살짝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지안아, 내 말 안 들려? 지금 내가 인사하고 있잖아. “말투도 일진같기 짝이 없었다.'역시 양아치 아니랄까 봐.'지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중얼거렸다.”…져. “”뭐? “”좀 꺼지라고! “참다못한 지안이 그에게 소리치자, 그는 벙찐 눈치였다. 지안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인기가 많다는 거야. 재수 없기만 한데.’그는 첫 만남부터 별로였다.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 반듯하고 진한 눈썹, 언뜻 보면 차가워 보이는 치켜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누구는 기생오라비라고 불리는데 쟤는 딱 잘 생겼네.'그뿐이랴, 하얀 피부와 운동할 때 살짝씩 보이는 잔 근육, 드러낸 배로 보이는 복근까지.마지막으로 또래 애들보다 월등히 큰 키까지. 학교에서 저 놈보다 큰 놈을 본 적이 없다.'아마 교내에서는 저 놈이 가장 클 지도...'그야말로 딱 순정만화에서 나올 것 같은 남주상이었다. '남자가 봐도 반하겠다, 야. 물론 내가 반한 건 아니지만.’한 마디로 잘생겨서 싫었다.‘물론 그것만 싫기만 한 건 아니고.’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저 놈의 실체를 안다는 것이다.‘가장 아리송한 건 그거라고.’웃을 때 보면 상냥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속내를 하나도 모르겠다는 점이었다.다른 애들이랑 있을 때는 묘하게 친절한 듯 심드렁했다.그런데 자신이랑 있을 때만 이상하게 장난스럽게 변하는 게 꼭 초등학교 때를 보는 것 같았다.’특히 남자애들이 여자애를 좋아한답시고 괴롭히는 것에 가깝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 점이 좀 띠꺼웠다. 지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하 씨
Last Updated: 2026-04-21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오늘도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 여성은 자기가 개발하는 게임에 빙의한다. 그런데 왜 자꾸 남주가 쫓아오는 건데!
Read
Chapter: 11. 매혹적인 제안
내 질문에 에이든이 멈춰 있는 카시안의 하얀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히익?!”나는 시간이 멈춰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겁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에이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그야 메인 시스템이 저 미친 남주 때문에 에러가 나서 강제 생성된 보안 프로그램이니까 그렇지.”“그런 기능도 있었구나, 난 몰랐는데.”“그야 새로 생긴 기능이니까 모를 만도 하지.”그가 혀를 차며 입을 뗐다.“저 새끼 저거 봐. 루프를 너무 많이 돌아서 코어가 다 타버린 거야.”그 말대로 그가 보여준 카시안의 코어는 새까맸다.이어서 그가 카시안의 마검을 검지손가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그러니까 지를 만든 개발자를 납치해서 같이 지옥이나 가자고 협박하지. 에휴, 미친 놈.”에이든은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허나 나는 카시안이 언제 깨어날지 불안해졌다.‘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난 탈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에이든의 옷자락을 낚아채며 말했다.“에이든, 당신이 나 현실 세계로 되돌려보내 줄 수 있어? 그럼 당장 로그아웃 시켜줘.”그러자 에이든의 잘생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어깨를 짚고 입을 열었다.“미안한데 나도 그러고 싶거든?”“지금 안된다는 소리야?”“맞아, 나도 지금 저 미친 폭군 황태자 놈한테 메인 코어를 저당 잡혀서 여기 갇히게 된 피해자라서 말이지.”나는 꼬여버린 시스템 흐름을 파악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라고? 당신 AI라며.”에이든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입을 뗐다.“말했잖아, 나도 피해자라고. 당장이라도 너랑 똑같이 이 지옥 같은 버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거든?”그가 연이어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근데 그게 안되는 걸 어떡해.”“그래서 뭐 어쩌라고.”“매일 똑같은 엔딩, 똑같은 말만 늘어놓는 걸 반복해서 감시하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알아?”이어서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 나갈 것도 없어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10. 새로운 조력자 등장!
이어서 그가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 낮게 말했다.“말했잖아. 이 세계의 균열을 열고 너를 부른 건 나라니까?”그의 마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마기가 내 발목을 뱀처럼 감아 쥐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네가 만든 그 어떤 치트키도 작동하지 않아. 그러니 쥐새끼처럼 튈 생각은 그만하시지.”그러니 물리적으로 몸이 묶여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카시안의 검날이 내 심장을 찌르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팅-!갑자기 사방의 모든 소음과 불빛이 거짓말처럼 정지했다.달빛의 흐름도, 바람에 흔들리던 테라스의 커튼도 딱 멈춰버렸다.심지어 내 심장을 찌르려던 카시안의 마검과 그의 표정마저도 흑백으로 멈췄다.“어라?”이게 내 착각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시간이 정지된 상태였다.그렇게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였다. 허공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시스템처럼 울려퍼졌다.[내가 도와줄까?]“누구야?”[널 도와줄 사람.]“그러니까 이름이?”그때 머리 위 허공에서 경쾌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쏟아졌다.“으음, 일단은 에이든이라고 해둘까.”나는 위를 쳐다보며 소리쳤다.“뭐야, 이렇게 말 걸 수 있었잖아?! 그럼 왜 아까처럼 말 걸었어?”“그거야 색다르면 기분 좋으니까? 아무튼 안녕!”부웅-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나온 소년이 허공에서 내려오며 입을 열었다.“와, 진짜 눈 뜨고 못 봐주겠네.”이어서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와 얄밉게 입을 뗐다.“그 어설픈 눈빛이랑 뻣뻣한 몸짓 때문에 데이터가 오염될 뻔했잖아. 하마터면 나도 억류될 뻔 했다고.”“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야?”“상관있지. 내가 있어야 너도 나갈 수 있을 테니까.”그는 사방이 정지된 흑백의 공간 속에서 홀로 찬란한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게다가 눈부신 백발에 짙은 벽안을 반짝이는 수려한 미소년이었다.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그 소년의 등장을 보며, 내가 날카롭게 물었다.“당신 누구야? 설마 이 스크립트를 정지시킨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9. 카시안의 울분이 터지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날 4천 번 이상 루프시키고는? 내가 깨달은 후로 사망 스크립트를 얼마나 봤는지 알아?” 전혀 예상치 못한 카시안의 폭탄 발언에 내 사고 회로가 정지됐다. ‘뭐라고?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뭔지는 몰라도 지금 카시안이 말하는 소리를 알아듣고 싶다. 이런 내 간절한 마음에 반응하듯 앞에 파란색 선택지 창이 번쩍였다. 개발자 권한의 비상 가동 시스템이었다. 띠롱-! [돌발 이벤트 발생! 카시안이 당신의 정체를 간파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대화 스크립트를 선택하십시오. 1. 설득하기 2. 거짓말치기 3. 모르쇠하기 선택지들을 확인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왜 그냥 대충 도망간다는 선택진 없는 건데!’ 과거에 바쁘다고 일단은 대충 야매로 짜놓았던 쓰레기 코드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나는 다급하게 1번 [설득하기]를 선택했다. ‘그래, 사람이니 대화를 하자!’ 난 칼이 목에 대어져 있는 이 순간에도 그에게 말했다. “으윽, 우리 대화를 좀 하는 게 어때요?” [판정 실패! 당신의 권위 수치가 부족합니다. 카시안은 지금 당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카시안이 내 목을 강하게 조여왔다. 그가 내 숨통을 짓누르며 냉혹하게 말했다. “대화라니? 나를 4천 번 죽인 자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치고는 참 가볍군.” 안 되겠다, 난 황급히 2번 [거짓말치기]를 연타했다. “실은 저는 전하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 시련을 준 거죠!” [판정 실패! ‘연기’ 수치 미달. 카시안의 ‘광기’ 수치가 상승합니다.] 그가 내 턱뼈가 부서질 듯 손귀에 힘을 주며 격분하여 입을 열었다. “사랑해서 시련을 주었다고? 그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지 그래?” 카시안의 적안이 진심으로 살벌하게 타올랐다. 마지막 3번 [모르쇠하기]를 궁여지책으로 발동시켰다. “제, 제가 그랬다고요?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에러: 시스템 에러.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8. 정체 들키기 일보직전!
“몸이 약해 오랜 기간 침소에만 누워 지내다 보니 스텝이 서툽니다.”오래 쉬어서 그런 설정이었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하려 애썼지만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숨기진 못했다. 게다가 내 시선은 그의 얼굴이 아닌, 연회장 구석의 출구 좌표를 쫓고 있었다.카시안이 내 귀를 스치듯 위험하게 속삭이며 입을 열었다.“나와 춤을 추면서 눈을 굴리며 도망칠 궁리나 하다니. 그 가당치도 않은 대담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이어서 그가 내 귓가를 잘게 물듯이 낮게 말했다.“그렇게 도망치고 싶나? 정말 처형당하고 싶어서 이러지?”“아, 아닙니다.”내 대답에 코웃음을 친 그가 음산하게 말했다.“연회가 끝나면 그 어설픈 껍데기를 내 손으로 직접 벗겨주마.”그의 목소리에는 살벌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이거야 원, 죽겠구만.’산뜻한 음악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조될수록 내 수명도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내 어색한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미 내 정체를 밝히고 있었다.그렇게 웅장했던 왈츠의 마지막 엔딩 음이 길게 끌리며 끝이 났다.‘1분 1초가 느리게 지나갔어.’짝짝-그때 귀족들의 가식적인 박수 소리가 대연회장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카시안은 내 손목을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이리로.”“네, 네에?”그는 나를 붙잡은 채 연회장 뒤편의 어둡고 고요한 테라스로 이끌었다.차가운 달빛만이 내리죄는 조용하고 완전히 고립된 공간이었다.“도망쳐도 소용없어, 사방에 방음 마법이 걸려 있거든.”언제 해놨는지, 카시안의 말대로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됐다. 그 말은즉슨, 여기서 내가 끔찍하게 칼에 맞아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었다.바로 본론부터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가 딴 소리를 했다.“그나저나 조용해서 좋군, 그렇지 않나?”그게 더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하나도 좋지 않은데, 일단 그렇게 말해야겠지.’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그, 그러게요.”속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하자, 카시안은 나를 거칠게 대리석 벽으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7. 의심, 의심, 또 의심
‘갑자기 이런 전개로 간다고?’전혀 기쁘지 않았다. 난 아연실색하다 그냥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네, 넷? 뭐, 뭐라고요?!”“함께 춤추겠냐고 물었어. 이제는 귀도 잘 안 들리는 모양이지.”잔뜩 핀잔을 준 그가 다시금 말했다.“이러니 팔 떨어지겠으니 어서.”나는 완전히 경악했다. 그가 무슨 속셈인지 전혀 모르겠다.이 완벽한 폭군 앞에서 내 서툰 연기는 벌써 한계에 다다랐다.허나 카시안의 제안을 별 이유도 없이 거절하는 것은 황제 모독이자 즉결 처형 사유였다.‘괜히 시답지도 않은 걸로 변명하면 금방 알아채겠지.’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의 심정으로 그의 거친 손을 잡았다.큰 손이 내 허리와 손을 잡자 숨이 턱 막혔다. 그의 손바닥은 수많은 전투로 다져진 굳은살로 단단했다.그의 핏줄 돋은 강력한 아귀힘이 손을 통해 전해졌다.‘진짜 무서워 죽겠네.’이런 건 설레지 않았다. 그저 목숨줄이 간당간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터벅터벅-연회장 중앙으로 걸어나가는 동안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왈츠 음악이 타이밍 좋게 다시 시작되었다.‘스텝을 기억해 내야 해. 내가 설정한 동선이 있을 텐데.’머릿속으로 부랴부랴 게임 속 연회장 가이드를 복기했다.오른발 앞으로, 왼발 옆으로, 그리고 모으고. 1, 2, 3.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긴장감 속에 첫 발을 내디뎠다.하지만 내 몸은 야근으로 인해 하체 근육이 완전히 퇴화한 직장인이었다.거추장스럽고 무거운 드레스 자락은 자꾸만 내 발목을 걸고넘어졌다.푹-!내 하이힐 앞코로 카시안의 검은 가죽 구두를 강하게 걷어찼다.그것도 모자라 뾰족한 뒷굽으로 콱 밟아버리기까지.“윽!”카시안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가차 없이 찌푸려졌다.제국의 황제와 황후 다음으로 권력이 큰 남주의 발을 대놓고 정통으로 찍어 누른 순간이었다.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이게 다 학창시절부터 몸치, 박치라. 춤 좀 배울 걸. 그것도 아니면 운동 좀 할 걸.’벌써 체력이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6. Shall we dance?
귀족의 우아한 목례 대신 부장님에게 인사하는 직장인의 각도가 튀어나왔다. 영애들의 화려한 부채질이 순간 딱 멈췄다. 그녀들은 내 어색한 인사법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눈을 좁히며 말했다.“공녀, 오늘 몸이 많이 불편하신가 봐요?”“예? 왜요.”“예법이 참…… 독특하시네요.”“아하하,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봅니다.”나는 그녀들이 더 파고들기 전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뗐다.“그러게요. 지병이 도져 일어서 있는 것조차 무리가 있군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급한 마음에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움켜잡고 성큼성큼 걸았다.종종걸음으로 우아하게 걷는 영애들 사이에서 내 걸음걸이는 혼자 튀고 있었다.*“아흐으… 죽겠네, 진짜.”결국 나는 연회장 가장 사각지대인 디저트 테이블 뒤로 피신했다.탁자 위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달콤한 마카롱과 초콜릿 분수가 빛났다.“와, 맛있겠다.”안 그래도 단 게 땡겼는데 다행이다.회사에서 밤샘 야근을 할 때마다 내 영혼을 달래주던 게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난 귀족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그리고 극도의 긴장을 풀기 위해 마카롱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으음, 맛있어.”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는 순간에도 내 눈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바빴다.경비병들의 교대 시간과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계산하느라 바쁘게 눈을 굴렸다.내 머리 위 허공에서 낮고 차가운 음성이 뚝 떨어지며 입을 열었다.“공녀의 체통은 어디로 가고 구석에서 쥐새끼처럼 행동하는 거지?”“?!”마카롱을 삼키려던 목구멍이 순간적으로 턱 막혔다.가슴을 쾅쾅 치며 고개를 들자 카시안 황태자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그가 와인 잔을 든 채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우리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나는 황급히 마카롱을 삼키며 자세를 바로잡아 입을 뗐다.“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손끝이 가늘게 떨려 와인 잔을 건드리고 말았다.챙그랑-잔
Last Updated: 2026-07-08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단 세 명밖에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황가의 핏줄이 이어지지 않은 뻐꾸기 황녀라는 것. 근데 왜 자꾸 황제가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원래 날 싫어하는 거 아니였냐구?!
Read
Chapter: 8. 나 버리지 마
“…아마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이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그때였다. 침대 위에서 하얀 침구가 부스럭거렸다. 잠든 줄 알았던 칼리안이 이내 느리게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그런 건 보통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나요.” 칼리안의 평소 행실만 봐도 딱 봐도 친구없게 생겼다. ’낮에는 칼 사람들한테 막 휘두르지, 밤에는 무섭게 칼 차고 자지.‘ 도저히 뭐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었다. 아무리 트라우마가 있다고 할지라도 보통 사람들은 개인적인 것에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 그럴수록 자신만 톡 튀어나간 돌멩이처럼 엇나갈 뿐이다. ‘이거야 원, 칼리안 갱생시키기 프로젝트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법이 있듯이 칼리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면 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라도 했나?” 설마 있으면 죽여버리겠다는 듯 한 흉포스럽기 짝이 없는 눈빛과 말투였다. 엘로라는 심박수가 조금씩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면서도 최대한 그에게 놀란 걸 안 들키려고 노력했다. ‘그야 당연하지. 도망가는 걸 보면 포식자는 오히려 더 쫓아오는 법이니까.’ 자꾸만 대답이 느려지자, 카시안의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더 맹렬해졌다. ”빨리 대답해.“ 엘로라의 꾹 닫힌 입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러다가 하마터면 뚫리겠어.’ 그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물에 잔뜩 젖은 진흙처럼 질척이듯 짙어지기만 했다. ‘지금도 봐, 대답 한 번 잘못했다가는 죽여버릴 기세잖아.’ 엘로라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친구든 연인이든 간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 알 수 있어요.” ”그럼 네가 내 친구해주면 되잖아.“ ”친구는 또래의 동성을 사귀는 거예요. 저희는 고작해야 이복남매일 뿐이잖아요.“ 칼리안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그럼 오라버니라고 불러.“ ”절대 안돼요.“ ”그것도 싫으면 오빠라고 부르든가.“ ”으음, 그건 더 싫어요.“ 연이은 거절에 뿔이 났는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7. 집착의 이유는…
“언제는 하라면서요.” 하여간에 이랬다 저랬다 헷갈리기 짝이 없었다. ’지금 날 놀리는 건지, 뭔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엘로라마저도 놀랐지만 그도 잠시였다. 칼리안이 아까까지만 해도 일자로 딱딱하게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자제는 해볼게, 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요?“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나 마찬가지였다. 엘로라가 작게 환호하며 대답하자, 칼리안이 고개를 넌지시 끄덕였다. “응, 그게 그렇게 기뻐?” “네!” 그의 표정은 어느새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단지 뽀뽀 하나 때문에 이런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허나 칼리안은 약속을 지키는 게 더없이 자연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아까보다 더 세게 한 번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나 뱉은 말은 무조건 지켜.“ ”믿을게요, 그럼?“ 엘로라가 살짝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자마자, 자신감에 찬 칼리안이 눈썹을 위로 들어올리는 게 보였다. ”당연하지.“ “흐음.” “아직도 날 못 믿겠어?” “그야 전적이 있으니까요.“ 그러자 칼리안이 다르게 물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날 좀 좋아해줄 거지?“ ”안 좋아한다면서요. 근데 왜 자꾸 집착하세요?“ ”글쎄… 그래도 지금은 살짝 관심이 가려고 하거든. 이 감정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는 말해도 황궁, 그것도 자기 방에 감금까지 한 사람이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말이었다. 사랑은 물론 겨우 좋아한다는 감정도 그에게는 지독하게도 어울리지 않았다. ‘과연 칼리안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는 알까?‘ 엘로라는 지금 자신에게 이상함을 넘어서 기이할 정도로 집착하는 이유도 다 이 거친 황궁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이 하나 없는 탓이라고 여겼다. ’역시 친구가 없는 탓일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때 엘로라의 머릿속에서 묘수가 하나 떠올랐다. ’…그게 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 번 해볼까.‘ 고민하면서 침을 꿀꺽 삼킨 엘로라가 칼리안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6. 뽀뽀하면 들어주지
‘무서워 죽겠네…‘ 엘로라는 최대한 부드럽게 그를 달래듯 말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그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몰라 덜덜 떨면서 긴장했다. 옷자락을 쥔 손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 그러자 칼리안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는 듯이 침음했다. “흐음…” 톡톡- 곧이어 크고 기다란 손가락이 탁자를 두드렸다. 그 작은 소음에도 조용한 공간에 울려퍼지자 이내 시끄러워졌다. 괜스레 긴장이 되는 와중이었다. 이윽고 그의 대답이 느리게 떨어졌다. “…엘로라.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무감한 얼굴은 별로 미안하지도 않아보였다.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 ’어차피 기대조차 안 했으니까.‘ 슬프지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칼리안이 이렇게 단박에 매몰차게 거절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알겠어요.” “삐진 거 아니지?“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울적해진 엘로라의 눈썹이 팔자로 내려갔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절 조금이라도 좋아하시나요?”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지?” “그냥요.” “…아니, 전혀. 좀 흥미가 가는 거라면 몰라도.” 사랑한다는 말은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허나 이런 말은 충격이었다. ‘역시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일 뿐이야. 장난감한테 누가 마음을 주겠어.‘ 칼리안이 말한 대로 흥미가 떨어진 뒤에는 버려질 장난감일 뿐이었다. ”있잖아,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게 그렇게 싫어?“ ”적어도 제 눈앞에서 죽이지만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아.“ 칼리안은 정말 몰랐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약속할게, 앞으로는 주의하지.“ 그가 침묵하다 말했다. ”혹시 몰라, 나한테 뽀뽀라도 해주면 안 죽일지.“ 어차피 선택의 기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칼리안이 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엘로라는 알면서도 수락할 수밖에 없는 힘없고 비루한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5. 내 부탁 좀 들어줘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엘로라는 지금 이 상황과 저 자들이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날 황궁에서 얼른 쫓아버리고 싶어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엘로나는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아오는 귀족들이 무척이나 끔찍해졌다. 무뢰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귀족들의 말마따나 엘로라 뿐이었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나, 그래도 역시 죽도록 하기 싫지만…’ 그래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엘로라는 곧장 칼리안을 찾아갔다. * * 웅장하다 못해 으리으리한 황제의 집무실이었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그 위에 깔린 빨간 카페트가 화려하게 반겼다.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지? 평소에는 잘 찾아오지도 않았으면서.” “그냥, 보고 싶어져서요.” “날 꾀어내려는 속셈이면 성공했어.” “그런 게 아니예요.” “응, 그래.” 아니라고 말해도 그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벌써 들키고 말았다. ’…벌써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도.‘ 요즘 들어 흉흉할 정도로 안 좋던 사이에 갑작스레 부탁을 하랴니 입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그때 칼리안은 어련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아니면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나?” “…그게.” 엘로라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달싹였다. 칼리안은 분명 원하는 게 있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맞지만 그래도…‘ 그의 어린애같이 천진난만한 눈빛에 엘로라는 그만 양심이 콕콕 찔려왔다. “어서.” 그의 부드러운 재촉에 엘로라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럼 있죠, 제 부탁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네 부탁이라면 뭐든지. 단 여기서 나가는 것 빼고.” 이어진 칼리안의 말에 엘로라가 긴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하아… 그럴 줄 알았어요.” 어차피 이럴 줄 알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잘했다 싶은 순간이었다. ”알아들었으면 그것만 빼고 말해봐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4. 황가에 피바람이 불다
휘이잉- 황가에 피바람이 한 차례 불었다. 그럴수록 엘로라가 그를 보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 “…...” 그들은 매일매일을 함께 하기는 하나,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불편한 공기만 흐를 뿐 서로 말하지를 않았다. 정다운 대화란 그들 사이에서는 아예 없는 일이었다. 칼리안이 엘로라에게 살짝만 닿으려고 쳐도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히익!” “나한테서 무슨 냄새라도 나나?” “아, 아닙니다.” “그럼 왜 그렇게 날 피하는 거지? 사람 기분 더럽게.”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껴 아니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칼리안에게는 쇳냄새처럼 피냄새가 났다. 칼집에 고이 모셔놓은 칼에 묻은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 새로운 피를 묻히니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늘은 뭘 했지?” “…” 오늘도 엘로라는 칼리안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와는 한 마디도 말을 섞기 싫다기보다는 그저 두려웠다. ‘괜한 말을 했다가 저 칼에 찔려 죽기라도 하면.’ 칼리안은 맨날 칼을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어찌나 평소에 암살의 위협이 많은지, 잘 때도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잤다. “그러고 자면 안 불편하세요…?” 엘로라가 그리 물어봤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겨울 칼바람보다 시린 미소와 짧은 대답 뿐이었다. “…불편한 게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엘로라는 죽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보다는 아픈 게 더 싫었다. 게다가 죽는 이를 눈앞에서 보는 건 생각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으아악!” “아파! 살려줘!” “아, 아니 이제 죽여줘.” 그에게 죽는 자들은 모두 아프게 비명을 귀가 찢어져라 지르면서 죽었으니 두려울 만도 했다. * 단두대에 피가 더 많이 묻을수록 악소문은 차츰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러다가도 이젠 서민들 사이에서도 악소문이 기승을 부렸다. 그렇다고 온 백성을 다 죽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 광경을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3. 근친한다는 악소문
차라리 볼모가 이것보다는 더 나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사생아라 알려줘도 황녀는 황녀인데…’ 그리 생각하니 엘로라는 더 억울해졌다. 엘로라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했다. “하아암.” 어느 순간 엘로라는 그와 함께 보내는 일상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악소문이 퍼지고 퍼져 소문에 거리가 먼 엘로라의 귀에도 들어왔다. 엘로라의 유모, 로웰이 말을 걸었던 탓이다. “아가씨, 그 소식 들으셨나요?” “뭘?” “여기, 귀를 가까이.”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 엘로라가 귀를 가져다대자 그제야 로웰이 말했다. “그게, 황제 폐하께서 엘로라 님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엘로라는 코웃음을 치면서 입을 열었다. “아예 싫어한다면 모를까,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엘로라가 고개를 좌우로 휘휘 저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사생아라고는 하나, 반은 같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여동생과 근친이라니.’ 엘로라는 칼리안의 진짜 여동생이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사실처럼 퍼진 소문이었다. * 한편, 칼리안의 집무실이었다. 칼리안은 웬일로 엘로라를 곁에 끼지 않고 퍼지고 있는 소문을 들었다. 칼리안이 손짓하자 그의 직속 신하가 말했다. “그래서 좀 알아봤나?” “네, 그렇습니다.” “향간에 어떤 소문이 돌던?” “그게.” 차마 상사에게 아무리 이복남매여도 근친을 한다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어서!” 칼리안이 손가락을 두드리며 채근하자 신하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러니까 그, 근친을 한다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거기까지 퍼졌나.” “저는 폐하께서 그런 게 아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건 뭐건 상관없어. 네가 할 일은 소문의 출처를 파악하고 그걸 내게 알리는 일이다.” 그가 신하의 명치를 손가락
Last Updated: 2026-07-08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오늘도 일에 치여사는 21세기 여성. 오늘은 여지없이 겜 속 여주에 빙의해버렸다. 아니, 로판 말고 로또 달라고!
Read
Chapter: 8. 창과 방패
그렇게 황태자와 성공적인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다그닥 다그닥-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길거리의 고아들이 보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굶주린 듯, 주린 배를 붙잡고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히잉, 배고파. 밥 먹고 싶어.”“하루라도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아이들이 저마다의 바람을 말했다. 공통점은 전부 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다는 것이었다.‘어디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나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모습을 본 황태자가 내게 물었다.“괜찮으십니까?”“아뇨.”“네?”황태자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보였지만 그런 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아무리 이게 게임 속이라지만 이건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들을 보니까 배를 곪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돈이 없어 내 건강도 무시한 채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던 것도, 편의점 야간 알바 후 돈을 아끼려고 폐기음식을 가져가던 것까지도. 지난 설움이 자꾸만 내 눈앞을 가렸다.눈물을 글썽이던 나는 서둘러서 마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잠시만이라도 좋으니까 멈춰봐요.”“여기는 위험지대입니다만.”“잠시만 멈춰보라니까요!”마부의 거절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소리치자, 황태자가 나보다 더 당황하면서 물었다.“지금 뭐하시는 겁니까?”그의 물음에도 나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로젤리나, 혼자서 그리 움직이면 위험합니다!”“괜찮아요.”나는 황태자의 걱정을 무시한 채로다급히 마차에서 내렸다.“얘들아, 이리 오렴.”“…”그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내가 든 빵을 보고 하나둘씩 배고픔에 몰려들었다. 아까 봤던 아이들에게 데이트 때 샀던 빵을 나눠주자 다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자, 받으렴.”빵을 받은 길고 짙은 회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우물쭈물거리면서 내게 말했다.“…저기, 감사합니다.”“아니야. 뭘 이 정도 가지고.”가진 빵을 전부 나눠준 후, 마차에 오르자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7. 잘해주는데 의심스러워
이번에는 진짜 황실모독죄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황태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황태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턱을 괴고 날 노려보았다.‘어쩌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제 마음이 들린다면 제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무해한 웃음을 황태자에게 지어보였다. 황태자에게는 그마저도 수상쩍어보이는 웃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너무 떨었는지 그만 음식을 옷에 흘리고 말았다.“칠칠치 못하시기는.”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옷에 묻은 걸 손수건으로 닦아주고는 손으로 내 입가에 묻은 걸 훔쳐갔다.“옷을 버렸으니 새로 사야죠. 마음껏 고르세요. 데이트잖아요.”“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제 약혼녀고, 저는 황태자인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쇼핑 한 바탕 했더니 좀 출출하진 않나요?”“네? 벌써 또 뭘 먹나요?”“원래 밥 먹고 디저트 배는 따로라던데, 그렇지 않나요?”나는 그 말에 한 바탕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맞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그야 뭐, 맞는 말이니까 잘 알죠.”황태자가 날 이끈 곳은 크레이프 가게였다.“우와, 여기도 엄청 넓네요.”“그렇죠?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개업해서 지금은 엄청 유명해졌답니다.”“뭘 먹을지 고민되네요.”“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냥 다 사면 되지.”황태자는 내게 빵을 종류별로 다 사주었다.“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죠? 남기는 건 아까운데.”“그럼 포장해가면 되죠.”그 다음은 향수 가게였다.“로젤리나 양에게는 달달한 바닐라 향이 어울리네요.”“황태자 님께서는 이 향이요.”“그나저나 언제까지 황태자 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저도 제 이름이 있는데.”“아, 크리스 님?”“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좋아요.”“크리스.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그렇죠, 로젤리나.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6. 데이트
그 후로도 우리의 데이트는 이어졌다.“로젤리나 양, 오셨습니까?”“늦어서 죄송해요!”이제 우리는 서로 격식까지 차리지 않는 사이가 됐다. 내가 하려 해도 황태자가 그러지 말라며 극구 말리니 원, 나로서는 잘된 노릇이었다.‘나도 격식 차리는 건 피차 귀찮으니까.’나는 미안해하는 척 하면서 물었다.“많이 기다리셨죠?”“아뇨, 별로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우니 걱정마시죠.”‘이렇게 입 발린 말도 듣기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그저 잘생기고 멋진 줄만 알았던 황태자는 인성마저 좋았다.‘이러니 내가 안 반할 턱이 있나.’그렇게 달콤한 데이트가 끝나고, 황태자가 말했다.“로젤리나 양만 괜찮다면, 저와 교제하지 않을래요?”“그 말은.”“역시 말이 너무 딱딱한가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저랑 연애하자는 말입니다.”“그게 더 딱딱한데요.”나는 놀리던 것도 잠시, 그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다.‘역시 사귀는 건 애들 장난이고 약혼이나 결혼쯤은 가야 한다는 말인가.’황태자와의 연애는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연애는 물론이고, 약혼까지 일사천리였다.‘이제 남은 건 딱 하나, 결혼이겠지.’진정한 사랑이란 주인공 버프를 받아 가문도 외모도 출중한 공녀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긴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와 제국 제일의 공작가 금지옥엽 딸래미의 만남이니 어련할까.’무엇보다 황제와 공작 부부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 컸기 때문이리라.황태자는 내게 제국 곳곳의 유명한 곳들을 데려다주었다. 일단 먼저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는 예약도 없이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명령했다.“항상 가던 자리로.”“네, 그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직원들이 가장 상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역시나 이것 또한 황태자다웠다.‘권력을 아주 적재적소에 활용한달까.’분명 내가 그 뒤에 온 상석을 예약한 갑부 손님이 노발대발한 걸 봤는데도 말이다.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5. 사라진 소년
황태자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내던진 것처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난 아까 그가 나이프를 거의 다 피하는 걸 봤다. 그렇게 민첩하다면야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로군. 해피엔딩을 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때 황태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거야 원, 시선이 너무 진해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하핫, 죄송합니다. 황태자 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저도 모르게.” “그나저나 로젤리나 양이 여기는 무슨 일로?” 황태자는 내 입 발린 말을 넘기고 본론부터 물어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아, 그게 몸도 좀 회복했을 겸,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서요.” “시녀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말인가?” “시녀라면 여기에, 아, 어디 갔지?!” 또 내가 빨라서 나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잠시 황태자가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기쁩니다. 사실은 로젤리나 양이 저를 발견해주시기를 바랐거든요.” “네?” “로젤리나 양에게 관심이 있어서 말이지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데이트해주시겠습니까?” 그 말이 달콤하면서도 이상하게 들렸다. ‘갑자기 무슨 꿍꿍이래?’ 의심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야호! 이게 웬 저절로 굴러온 떡이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황태자는 내게 호감을 표했다. 덕분에 내가 나서서 꼬실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 자체는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모든 게 너무 쉬워서 기이할 정도였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녀. 그리 격식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만남이니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10억짜리 로또와의 데이트 자리였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에 진짜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지.’ “그럼 갈까요?” 황태자가 그리 말하며 내게 팔을 내밀었다. “네, 좋아요.” 나는 냉큼 그 팔을 잡았다. ‘안 그래도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4. 황태자의 몸놀림
‘설마…’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그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가 소년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다. 그가 바닥에 떨어뜨린 나이프를 잡아들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앞을 휙 뛰어들었다.“아야야. 죄, 죄송합니다, 정말!”나는 그에게 달려가 쿵 하고 부딪히고는 소리쳤다. 황태자는 유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꽤나 의외여서 놀란 것도 잠시, 그가 말했다.“이런, 로젤리나 양이 아니십니까.”그 사이 소년은 회색 로브를 두른 채 어디론가 탁탁 뛰어갔다. 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고 안도했다. 그는 딱히 원한이 있어서였다기보다는 돈이 목적인 듯 했다. 그 빌미로 조금 떨어진 돈을 주워다가 쏜살같이 달려나가지 않았던가.“실례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밖에서 그런 격식을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가시죠.”“그, 그건 좀.”아까 한 짓이 있다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던 황태자가 두려왔다. 황태자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왜요, 제가 두려우십니까?”아주 천사같은 외모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악마같은 외모같기도 했다. 루시퍼도 원래 천사였다지 않은가. 그도 나름 마찬가지 아닐까. 게임 속의 황태자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였기에, 이런 면모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쩐지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해서 그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두근거렸다. 나는 하하 웃으며 황태자의 물음에 답했다.“황태자 님이시야 항상 두려운 존재죠.”그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모순적인 그의 말에도 나는 그의 뒤를 잠자코 따랐다.‘위에서 까라면 까라지 뭐 어쩌겠어.’나는 황태자의 눈치를 보며 슬쩍 떠보았다.“아까같은 습격을 종종 받으시나 봅니다.”“글쎄요, 절 암살하려던 자들을 유인하고 싶었다면 좀 오만일까요?”이번에는 그가 나를 힐끗 보며 물었다.“아까는 그 소년을 살려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그럴 리가요. 소동이
Last Updated: 2026-07-08
Chapter: 3. 본격적인 이세계 생활
그 뒤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로판의 클리셰대로였다. 나를 병간호하러 온 하녀가 들어온 후 나는 막 깨어난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허억, 헉.”“어, 어머나!”그것도 잠시, 하녀는 들고 온 바구니를 놓은 채 방밖으로 달려나가 소식을 전했다.“공작님, 공녀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내 하나뿐인 딸아! 어디 몸은 괜찮느냐?!”“다시는 안 깨어나는 줄 알고 걱정했단다.”공작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공작 부인이 이를 뒤따라 부드럽게 내 손을 감싸쥐었다. 다행히 공작가는 무지 화목한 편이었다. 나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고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처연하게 말했다.“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저희 부모님이라는 건 알겠어요.”이러쿵 저러쿵 기억 상실이니 뭐니 이하 생략. 원래 몸이 건강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나 뭐라나.‘그건 다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영향일 테지.’살짝 죄책감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지웠다.‘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빨리 목표를 완수해 이 몸에서 나간다.그리고 로또 10억을 받는 것이다.‘그럼 이 몸도 곧 원래 몸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테지.’아무리 로판이 좋다고 해도 목숨까지 감수하면서 이 세계관에 찰싹 붙어있을 만한 애정은 없었다. 이래뵈어도 이전 세상에 발을 딱 디디고 살았던 몸인데 이런 낯선 세상에서 사는 것이 전 세상보다 익숙해질 리가 없었다.“아가씨, 벌써 일어나시면 위험해요!”“아냐, 나는 괜찮아.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걸.”그렇게 몸을 바로 회복한 다음에는 내가 갈 곳은 단 하나였다. 바로 길거리 한복판이었다.‘황태자는 어울리지 않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지.’그래서 황태자가 가볼 만한 곳을 전부 돌아다녔다. 해피엔딩을 깨려면 메인남주인 그의 존재는 필수였다. 시녀가 그 뒤를 헉헉대며 따라왔다.“아, 아가씨 정말 빠르시네요. 몸이 다 나으신 게 맞나 봐요.”“그렇다고 했잖아.”“아가씨의 체력을 얕봐서 죄송합니다.”“알면 됐어.”그
Last Updated: 2026-07-08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