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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빠라고 불러

Author: 비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05 11:10:41

"그래, 우리는 피를 나눈 사이였지. 아버지가 그토록 아끼던 내 '동생'."

칼리안은 엘로라의 턱을 가볍게 쥐고 제 쪽으로 당겼다.

파란 눈이 당혹감으로 일렁였다.

그 모습이 그의 눈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럼 그 '남매'답게 호칭부터 고쳐보는 게 어때."

"...네?"

"언제까지 딱딱하게 폐하라고만 부를 거지? 이제 오라버니라고 불러봐."

엘로라는 제 귀를 의심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릴 때부터 내가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녀가 고개를 흔들면서 거절했다.

"그건... 너무 낯간지러워요. 못 하겠어요."

"못 하겠다고? 그럼 오빠는 어때, 그게 더 나은가?"

"폐하! 제발 장난 좀 치지 마세요."

엘로라가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칼리안의 손길은 단단한 족쇄처럼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장난처럼 보이나? 난 지금 진지한데."

그의 눈빛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대신 질척이는 소유욕이 그 자리를 메웠다.

"싫다면 하는 수 없지. 대신 로웰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엘로라.”

“치잇…”

“네 유모의 목숨은 내 손짓 한 번에 결정된다는 걸 잊었나?"

비겁한 협박이었다.

하지만 엘로라에게는 가장 확실하게 먹히는 독약이기도 했다.

엘로라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떨궜다.

"...오빠."

모기만한 소리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칼리안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잘 안 들리는데. 다시 한번 더."

"오빠라고요! 됐나요?"

엘로라가 외치듯 내뱉었다.

그러자 칼리안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아주 듣기 좋군."

그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며 덧붙였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

”싫다면요?“

“그땐 유모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군."

다정한 손길과는 정반대되는 잔혹한 말이었다.

엘로라는 제 손목을 감싸 쥐며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진짜 미쳤어...'

자신을 동생이라 믿으면서도 세간의 규칙을 비웃는 그의 집착이 무서웠다.

그게 언젠가 자신을 완전히 집어삼킬 것만 같아 엘로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어김없이 칼리안의 서늘한 시선이었다.

그는 이미 정갈하게 의복을 갖춰 입은 채 침대 머리맡에 앉아 엘로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났나, 내 동생?"

어제 강요했던 그 '오빠'라는 호칭 대신,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엘로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폐하... 아니, 오빠."

그녀가 억지로 호칭을 정정하자, 칼리안의 눈동자에 만족스러운 빛이 감돌았다.

"그래, 아주 잘했어. 잊지 않고 불러주니 기분이 좋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로라의 은빛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그러나 소유권을 주장하듯 강하게 쓸어내렸다.

"준비해라. 오늘은 집무실로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있으니까."

그는 짧은 명령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간 뒤.

엘로라는 그제야 막혔던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다.

매 순간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는 내내 엘로라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언제까지 이 가짜 연극을 계속해야 할까.'

자기가 사실은 황가의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뻐꾸기라는 사실.

‘그것이 언젠가 들통나는 날에, 저 남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준비를 마친 엘로라는 칼리안이 기다리는 복도로 나가기 전, 잠시 유모 로웰의 방에 들렀다.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유모, 있어요?"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엘로라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유모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식당이나 세탁실에 잠시 일을 보러 간 모양이었다.

방을 나가려던 엘로라의 시선이 문득 반쯤 열려 있는 유모의 낡은 서랍장에 머물렀다.

평소 꼼꼼한 성격인 유모가 서랍을 열어두고 나가는 일은 흔치 않았다.

호기심에 이끌린 엘로라는 저도 모르게 서랍장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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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79. 아버지의 정체

    피부 아래로 희미한 빛이 흘렀다. 몸의 가장자리가 연기처럼 흔들렸다. 칼리안이 즉시 검을 겨누었다. “정체를 밝혀라.” 남자는 칼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그래.” 그 목소리는 이번에는 헬레네의 것이 아니었다.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 “네가 지키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 엘로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남자는 가슴을 짚었다. “페델리안 그레이스가 남긴 마지막 기록이다.” 순간 마법진이 푸른빛으로 타올랐다. 엘로라의 눈동자와 같은 색이었다. “……뭐라고요?”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다.”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네 아버지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다.” 엘로라의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지가……?” “그래.”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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