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보누보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1 09:00:00

{런던의 밤 Part 1}

2018년 8월 18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

런던에 도착한 구범주 사제와 이사에르 부제는 그 날 처음으로 빅벤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시계탑은 하나의 기둥처럼 이곳 런던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웅장한 모습에 구범주 사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아직 그 놈이 이곳에 도착까지 않은 듯합니다. 불경한 자들이 행하는 죄악의 소리 외엔 특이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

“그럼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구범주 사제가 두 손을 쥐었다.

그의 두 주먹은 희미한 오라를 띠고 있었다.

구범주 사제에게도 영적인 힘이 있다.

천사의 은총이 가득 담긴 주먹에는 평범하지 않은 힘이 깃들어 있어 보통사제와는 다른 악마들에게 직접적인 물리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구범주 사제가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까?”

-띠리링- 이사에르 부제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아가토 사제’ 였다.

이사에르 부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사제님 말씀하십시오.”

이사에르 부제가 침착한 목소리로 용건을 묻는다.

“지금 우리가 쫓고 있는 그 놈의 정체는 푸르푸르라는 솔로몬 72악마 중 하나인 존재입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표정은 두려움이 가득찬 얼굴이었지만 구범주 사제에게 보이지 않도록 애써 감정을 숨겼다.

“아직 완전한 힘을 가진 상태는 아니라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가토 사제의 떨림이 전화기 너머까지 울린다.

“그가 지금 이곳 런던에 오고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사에르 부제가 묻자 아가토 사제는 잠시 고민을 하였다.

“부제님 말씀처럼 푸른 영대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푸르푸르는 본래... 푸른 영대 속에 나머지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완성된 봉인으로 인해 분리된 그의 영혼이 지금 자신의 본체를 찾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사에르 부제의 동공이 커졌다.

그는 푸르푸르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명확하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본체와 잔여 영혼의 재결합...

그것은 완전한 소멸을 막고 오히려 악마를 더욱 강하게 만들 터였다.

옆에 있던 구범주 사제를 슬쩍 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이사에르 부제가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푸른 영대가 있는 박물관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네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 이사에르 부제님. 그리고... 구범주 사제님께는 너무 무모하게 나서지 마시라고 전해주십시오. 그 악마는... 결코 인간이 대적할 존재가 아닙니다.”

아가토 사제가 이야기를 끝 마치며 전화를 끊었다.

이사에르 부제는 전화기를 내리며 착잡한 표정으로 구범주 사제를 바라본다.

그의 어깨가 무거웠다.

“구범주 사제님 저희는 박물관으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시죠. 대재앙을 막으러.”

이사에르 부제의 표정을 읽은 듯 작게 미소 짓는 그였다.

구범주 사제는 다시 한번 빅벤을 올려다본다.

그의 눈빛은 굳건했지만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시계탑을 뒤로하고 불길한 빛이 감도는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박물관 앞 광장은 자정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파로 북적였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 아래, 관광객들은 웃고 떠들며 런던의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인파 속에 구범주 사제와 이사에르 부제는 그들의 존재를 감춘 채 다가올 악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가장 가까운 가로등 아래 구범주 사제는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이사에르 부제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이런 많은 인파 속에서 그가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되면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움직이는 순간 그의 시선은 그곳으로 향하겠지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섣불리 움직였다 발각되면 그를 놓치거나 더 큰 혼란을 야기할 뿐입니다. 일단은 기다려보시죠... 숨죽여 기회를 엿보아야 합니다.”

구범주 사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파 속을 꿰뚫어보았다.

“흐음.. 조금씩 느껴집니다... 사제님! 이 고통스러운 파동...”

이사에르 부제가 두 눈을 감으며 귀에다 신경을 집중시켰다.

“방향이 어딥니까...! 어디에서 그 기운이...!!”

구범주 사제는 심각해진 그의 모습에 주위를 재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쪽 방향... 4차선 도로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간들 사이로 그의 끓어오르는 힘이 느껴집니다...!”

이사에르가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말했다.

“서두르시죠 부제님...!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구범주 사제는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기다란 천 하나를 꺼내 오른손에 휘감았고 그 위에 성유를 펴발랐다.

그의 주먹은 더욱 묵직하고 단단해 보였다.

“성수 준비하시고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그 놈을 유인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구범주 사제는 박물관 옆을 지나 가로등 불빛이 끊어진 어두컴컴한 길거리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사제님...!”

이사에르 부제는 그의 단독 행동에 경악했다.

푸르푸르라는 이름만으로도 공포가 밀려오는 대악마를 상대로 홀로 나선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곧장 구범주 사제를 따라 길거리로 달렸다.

“단독 행동은 절대 금지입니다! 더욱이 이렇게 위험한 상대와 싸울 때는 말입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달리면서 구범주 사제에게 소리쳤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그가 푸른 영대에 닿기 전에...!”

구범주 사제는 전속력으로 뛰어 맞은편 상가까지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사에르 부제님! 지금 그놈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상가 기둥 뒤에 몸을 숨긴 그가 이사에르 부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 놈이 도로를 지났습니다! 이 상가에서 두 건물 뒤에 그가 있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상가 모퉁이까지 따라온 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

“그곳에 사람들은 얼마나 있습니까!?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그가 결의를 다진 얼굴로 말했다.

“다수의 관광객들이 있습니다! 이미 길거리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위험합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이 방법밖에..”

구범주 사제는 미리 준비해 온 작은 부싯돌을 상위 안주머니에서 꺼내 바닥에다 떨어뜨리며 성유를 뿌렸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이미 선택을 다 끝마친 사제처럼.

신고 있던 구두를 바닥에 힘껏 쓸어내며 부싯돌에 일시적인 마찰을 일으켰다.

치지직- 작은 불꽃이 튀었고 그 불씨가 기름 묻은 낙엽을 시작으로 바람을 타며 거리를 쓸었다.

순식간에 거리 한 귀퉁이에 화염이 일렁인다.

“꺄아아아악! 불이야! 도망쳐!”

곳곳에서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라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구범주 사제는 주머니에서 성유를 듬뿍 바른 또 다른 천 하나를 더 꺼내 불을 옮겼다.

순식간에 불길은 작은 불꽃에서 거대한 화염으로 번져나갔고 혼란은 극대화되었다.

그 모습이 믿기지 않는 이사에르 부제는 소리쳤다.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불을 지르다니요! 시민들의 안전은...!!”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등지고 서서 흔들리는 동공으로 이사에르 부제를 응시했다.

“진정하십시오 부제님!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을 명심하십시오!”

불이 붙은 천을 흔들다 마른 낙엽들이 깔린 바닥에 던진 그가 흩어지는 불씨를 등진 채 큰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그를 이쪽으로 유인시킬 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단독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결사 반대입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그를 말렸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영대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대로 두면 이곳의 모든 영혼이 위험에 처합니다.. 제가 시간을 끌 테니... 어서 푸른 영대를 지키세요...! 한 명이라도 미끼가 되어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이사에르 부제는 망설였다.

그의 눈에는 구범주 사제의 단독 행동에 대한 당황과 아가토 사제의 경고가 떠올랐다.

그러나 구범주 사제에 눈에 담긴 결연함은 그 어떤 논리도 뛰어넘었다.

“...알겠습니다! 사제님. 그러면 잠시 동안만 버텨주십시오... 제 모든 것을 걸고 영대를 지키겠습니다!”

그의 말에 구범주 사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구범주 사제의 얼굴은 화염에 비쳐 붉게 물들어 있었다.

“꼭 푸른 영대를 지키주십시오... 정 안되면... 불로 태우셔도 됩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화염과 혼란속을 피해 박물관이 있는 쪽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그의 눈빛에도 구범주와 같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홀로 남은 구범주 사제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폐 속까지 차오르는 공기는 차갑지만 그의 심장은 뜨겁게 타오른다.

그리고 구범주 사제는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향해 소리쳤다.

“네 정체가 푸르푸르라고 하였나...? 푸른 영대를 얻고 싶다면... 이쪽으로 오는 게 좋을 것이다!”

비장한 그의 목소리가 길거리를 울렸다.

그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한 이유는 부마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가려내기 위한 행위였고 그에게 싸움의 신호를 보내는 도발이었다.

“날 방해하러 온... 사제인가...? 고작 인간 주제에...”

순간 그의 귓가에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마 주제에... 재주꾼이구만...’

주먹을 꽉쥔 구범주 사제는 다시 한번 푸르푸르를 향해 외쳤다.

“푸르푸르...!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내라!! 인간의 껍데기에 숨어있지 말고!”

푸르푸르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제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말과 생각을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진작 알아차리고 행동한것이었다.

‘바보같이... 미끼를 건넨 건 상대였었구만...’ 구범주 사제는 천으로 감싼 주먹을 쥐었다 피며 그를 감탄했다.

저 멀리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거리를 둔 채 동쪽 도로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던 남자.

평범한 작업 복장 차림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가 양손을 위로 치켜들자 어둡던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내리쳤다.

갑작스러운 번개에 주위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 또한 비명을 지르며 거리에서 도망쳤다.

번개에 그을려 검게 변한 아스팔트 위에서 구범주 사제는 그 날 처음으로 악마가 깃든 부마자와 마주한다.

“너였구나..”

그 남자의 목에 걸린 팬던트에서는 광기에 물든 붉은 오라가 뿜어나오고 있는중이었다..

---

2018년 8월 18일 오후 10시 (동일 시), <대한민국 -서울>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세주의 휴대폰이 병실 침대 옆 탁자에서 격렬하게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아영이다.

전화를 받은 세주는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휴대폰을 든 채 가만히 기다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긴장했는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세주야...”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시게...?”

세주의 장난이 섞인 말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니. 푸른십자회에 대해서 말할 건데... 진지하게 들어줘... 이건... 농담이 아니야.”

“찾았어...?”

장난기가 사라진 그가 물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직감적인 감각이 평소와 다른 아영의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감지했다.

“찾긴 찾았는데... 뭔가 좀 이상한 게 있어서...”

“뭐가 이상하던데...?”

세주는 불길한 예감을 눈치챈다.

“푸른십자회가... 너희 아버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아니... 확실해.”

그녀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세주는 벙찐 얼굴로 맞은편 텅 빈 침대를 바라봤다.

방금까지 그의 머릿속을 헤집던 혼란이 거대한 진실 앞에서 무력해졌다.

“그게 뭔 소리야...?”

그가 당황하자 그녀가 재차 설명을 했다.

“너희 아버지가... 푸른십자회 일원이야... 직접 활동한 기록도 몇 차례 적혀있고... 이건... 그냥 평범한 종교 단체가 아니야. 악마와 싸우는... 비밀스러운 조직이라고.”

세주는 어이가 없었다.

그의 세상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저 한없이 자상하고 평범한 신부였다고 믿어왔으니까.

“그러니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좀 해봐...!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 아니지?!”

세주의 언성이 살짝 높아진다.

그는 자신이 믿어왔던 세상의 전부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아버지의 진실을 마주한다.

수화기 너머로 아영의 다급한 설명과 범준의 불안한 한숨이 들려왔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

세주 어머니는 병실 밖 복도 벤치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는 20분 전부터 꿈을 꾸고 있었다.

극심한 과호흡과 식은땀이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꿈속에서는 평범한 시내 한복판을 그녀가 걷고 있었다.

길거리 상가에는 강렬한 네온사인이 현란하게 켜져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까지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홀린 듯 이 모든 광경에 매료되어 그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말없이 걷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원래 있었던 곳에 서 있었다.

똑같은 상가, 똑같은 사람들.

“내가 언제 이만큼 걸었었지...”

그녀가 중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그것은 단순한 비명이 아니었다.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아우성이었다.

멀리 있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쫓아 그녀는 무작정 달려갔다.

빛과 혼란 속에서 그녀가 도착한 곳에는 몸에서 셀 수 없는 양의 피를 흘리고 있는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였고 눈은 희미하게 뜨여 있었다.

“여보...!!!”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커헉...!”

아버지는 숨쉬기 힘드셨는지 피를 토해낸다.

어머니는 놀라서 아버지에게로 향했고 서서히 죽어가는 그를 양손으로 받쳐 들었다.

뜨거운 피가 그녀의 손바닥을 적신다.

“여보... 안돼요... 제발 죽지 마요...!!!”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막았다.

그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흐려지는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한다.

“이... 이사애...”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어머니의 이름, 이사애였다.

그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그의 몸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몸은 회색빛 잿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사랑했던 남편의 육체가 눈앞에서 모래처럼 흩어지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잿가루를 움켜쥔다.

“제발... 안 돼!!! 제발...!!”

그가 전부 사라져갈 때 암흑 같던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내리쳤다.

그 번개의 섬광과 함께 그녀는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병실 밖 복도 벤치에서 일어난다.

그녀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발작했다.

아직 꿈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호흡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복도에서 나는 쿵 소리에 간호사 한 분이 곧장 소리가 난쪽으로 다가갔고 멀리 쓰러져있는 그녀를 부축하였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과호흡이 심하신 것 같아요..!”

간호사가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

어머니는 순간적인 과호흡으로 의식을 잃었고 다행히 옆에있던 간호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녀의 의식이 꺼진 순간에도 그녀의 손은 마치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다..

***

“믿을 수 없어..”

세주는 아영의 전화를 끊은 뒤 곧장 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불안감과 절망, 그리고 일말의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받아주세요... 제발... 아버지...”

전화기에 귀를 대며 기도했다.

연결음이 길게 울린다.

삑- 삑- 삑- 고요해진 병실에는 오직 아버지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통화음만이 메아리쳤다.

그 통화음은 세주의 심장을 거세게 조여왔다.

아버지.. 즉 구범주 사제 그는 지금 영국 런던에서 악마 푸르푸르와 마주하고 있는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휴대폰은 연결되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변함없는 통화음뿐.

세주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진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푸른사제들   제5화

    {런던의 밤 Part 1} 2018년 8월 18일 오후 10시, 런던에 도착한 구범주 사제와 이사에르 부제는 그 날 처음으로 빅벤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시계탑은 하나의 기둥처럼 이곳 런던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웅장한 모습에 구범주 사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아직 그 놈이 이곳에 도착까지 않은 듯합니다. 불경한 자들이 행하는 죄악의 소리 외엔 특이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 “그럼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구범주 사제가 두 손을 쥐었다. 그의 두 주먹은 희미한 오라를 띠고 있었다. 구범주 사제에게도 영적인 힘이 있다. 천사의 은총이 가득 담긴 주먹에는 평범하지 않은 힘이 깃들어 있어 보통사제와는 다른 악마들에게 직접적인 물리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구범주 사제가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까?” -띠리링- 이사에르 부제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아가토 사제’ 였다. 이사에르 부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사제님 말씀하십시오.” 이사에르 부제가 침착한 목소리로 용건을 묻는다.

  • 푸른사제들   제4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4} 2018년 8월 18일 오후 3시 5분 학교에서는 아직 기도 예배를 하고 있는중인지 안에서는 학생들이 다같이 합창하고 있었다. 경건한 찬송가 소리가 건물 사이를 메아리치며 묘한 위압감을 조성했다. “근데 창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범준이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우리가 1학년때 사용했던 옛 건물 지하에 물품을 따로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 범준이 그녀에 말을 듣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랐다. “근데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히히!” 아영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웃음 속에는 미처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비밀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범준을 뒤로하고 앞장 서 옛 건물로 뛰었다. 건물이 많이 허름했지만 안에는 여전히 추억들이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먼지 쌓인 복도, 빛바랜 벽보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경치는 여전히 싱그러웠지만 이곳의 시간은 오래전에 멈춰있었다. “이런 곳에 창고가 있는지도 몰랐네..” 범준은 문득 이곳이 왜 학생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고 이내 거미줄로 뒤덮인 철문과 마주친다. 철문 중앙에는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거대한 자물쇠가 묵직하게 걸려있었다. “음 중요한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물쇠가 생각보다 거대하네.” 아영이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었다. 간단한 가위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듯 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이젠 어떻게 하려고.” “너 망 좀 봐야겠다.” 아영의 눈이 범준을 향해 번뜩였다. “뭐..?!” 그는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으아아아악!” 흡사 모든걸 잃은 사람처럼 간절한 범준의 비명이 옛 건물 본관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주변에서 청소하시던 인상 좋은 관리인 아저씨 한 분

  • 푸른사제들   제3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3}2018년 8월 18일 오전 11시 10분, 교황청의 문이 열렸고 강인한 인상의 구범주 사제 (나이:45세)가 안으로 들어온다.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이 돋보였다.“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물론이지요 구범주 사제는 어떻게 지냈습니까?”“요 며칠은 바빴습니다.”바기엘 사제 (나이:46세)는 안경을 고쳐쓰며 그의 말에 공감을 했다.그 역시 눈가의 피로를 숨기지 못한채 긴 하품을 하였다.“그럼 다 모였으니 회의 시작하시죠.”특이한 눈동자색을 가진 아가토 사제 (나이:40세)가 모두를 모았다.그의 눈동자색은 보라색이다.이사에르 부제(나이:51세)도 원형 테이블 남은 자리에 착석해 앉았다.그의 한쪽 귀에는 새로운 보조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모두들 17일 어제 악령의 기운을 깨달았을 겁니다.”아가토 사제의 시선은 참석한 모든 사제들을 꿰뚫어보며 이야기를 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바기엘 사제님 정확히 카이로 어디쪽에서 나타났죠?”“카이로에서 유명한 화물 유통회사 시지크 공사현장 안에서 느껴졌습니다.”“으음”구범주 사제는 바기엘 사제에게서 존경심을 받았다.“그럼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습니까?”“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왜 영국으로 가는거지..”의문이 생긴 미르아 사제 (나이:45세)를 위해 아가토 사제가 대신 입을 열었다.“그것은 왜 영국으로 가고 있을까요?”“그걸 알기위해서는 그 놈의 정체부터 알아야합니다.”“설마..”이사에르 부제의 표정에서 무언가 떠오른듯한 주름이 잡혔다.“무슨 생각이라도 나신겁니까 이사에르 부제님”아가토 사제가 그에게 말했다.“푸른색 영대가 영국 런던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들었습니다.”기억을 되짚어보다 생각난 정보였다.“그거랑은 관련이 없지 않을가요..?”미르아 사제가 말했다.“아닙니다. 분명 어느하나 연관지어 보면 나올것입니다

  • 푸른사제들   제2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2}​ 2018년 8월 17일 사건 발생 후 약 세시간, ​ “나는 구세주다.. 이 개자식아” 세주는 티비에 나오고 있는 영화 콘스탄틴을 따라하고 있었다. ​ 영화 속 주인공의 퇴폐미 가득한 연기가 세주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언제봐도 멋있다니까..” 나름 멋있어보이는 제스쳐까지 취하고나니 그제서야 만족하며 티비를 끄는 그였다. ​ 난 국제심령연구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 구세주 (만 21살)이다. ​ 말만 심령연구대학교이지 실상은 기도만 하는 대형 성당이라 생각하면 된다. ​ 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부르는 게 학점의 대부분인 이름만 번지르르한 곳이니까.. ​ 내가 이 사실을 몰라서 무턱대고 이 학교를 가게 된 건 아니지만.. ​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엄청난 가톨릭 집안이다. ​ 적어도 5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신심 깊은 집안이었다. ​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 그 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 ​ 물려받을게 이런거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것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지만 난 지금이 편하고 좋다. ​ 할 일도 많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어 먹고살 수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는중이다. ​ ​ 딱히 특별한 꿈도 열정도 없었기에 정해진 길을 걷는 게 나에게도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가끔 아버지가 해외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시면 둘이서 땀 흘리도록 했던 킥복싱이 내 하나의 취미이자 행복이었다. ​ 요즘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만큼 운동의 매력을 느꼈다. ​ “세주야 아버지에게 연락왔다.” 내 가장 친한 절친이자 눈치가 빠른 범준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 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웬일인지 사뭇 진

  • 푸른사제들   제1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1} 2018년 8월 17일, ​ 화물을 실은 운송차량이 데니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지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운전석 너머로 일렁이고 있었다.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친 데니가 운송차량에 사인을 보낸다. ​ 온 몸은 땀으로 이미 흥건했지만 쌓여가는 서류만큼은 꼼꼼히 확인했다. ​ “여기까지.. 됐습니다!” 운송차량의 시동이 꺼진다. ​ “담배 한대 피고 올게.” 운전석에서 내린 덩치 큰 아저씨가 입에 담배를 물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엔 고단함이 역력했다. ​ “예 빨리 끝내겠습니다.” ​ “그럼 수고하도록.” 아저씨는 현장에서 조금 옆으로 이동한 위치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마침 옆에서 같이 서류를 정리하던 날렵한 인상의 비숍이 아저씨를 쳐다보다 데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데니 이것만 정리하고 술이나 마시러가자.” ​ “오늘의 술은 비숍이 사는건가?” ​ “웃기고있네 어제도 내가 샀잖아!” ​ “장난이야 오늘은 내가 살게.” 데니는 한 손으론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화물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꼼꼼히 봐야돼 저번에도 깨졌잖아.” ​ “걱정마 그래서 두번 점검중이야.” ​ “여긴 이상없고..” 비숍이 손에 들고있던 노트에 표시를 했다. ​ ​ 일주일 전 데니와 비숍은 실수로 운송차량의 번호를 착각해 다른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 실수로 팀장에게 대차게 혼나며 힘들게 얻은 직장을 잃어버릴 뻔하였다. ​ “일을 그딴 식으로밖에 처리 못해?!“ 팀장의 큰소리에 데니와 비숍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이며 죄송하다는 티를 내었다. ​ “하.. 나 참 기껏 에이스라고 뽑았더니 순 초짜구만..!” 화가 안 풀린 팀장은 혀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