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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보누보누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10 13:57:47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3}

2018년 8월 18일 오후 3시 5분

학교에서는 아직 기도 예배를 하고 있는중인지 안에서는 학생들이 다같이 합창하고 있었다.

경건한 찬송가 소리가 건물 사이를 메아리치며 묘한 위압감을 조성했다.

“근데 창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범준이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우리가 1학년때 사용했던 옛 건물 지하에 물품을 따로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

범준이 그녀에 말을 듣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랐다.

“근데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히히!”

아영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웃음 속에는 미처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비밀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범준을 뒤로하고 앞장 서 옛 건물로 뛰었다.

건물이 많이 허름했지만 안에는 여전히 추억들이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먼지 쌓인 복도, 빛바랜 벽보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경치는 여전히 싱그러웠지만 이곳의 시간은 오래전에 멈춰있었다.

“이런 곳에 창고가 있는지도 몰랐네..”

범준은 문득 이곳이 왜 학생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고 이내 거미줄로 뒤덮인 철문과 마주친다.

철문 중앙에는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거대한 자물쇠가 묵직하게 걸려있었다.

“음 중요한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물쇠가 생각보다 거대하네.”

아영이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었다.

간단한 가위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듯 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이젠 어떻게 하려고.”

“너 망 좀 봐야겠다.”

아영의 눈이 범준을 향해 번뜩였다.

“뭐..?!”

그는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으아아아악!”

흡사 모든걸 잃은 사람처럼 간절한 범준의 비명이 옛 건물 본관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주변에서 청소하시던 인상 좋은 관리인 아저씨 한 분이 범준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의 눈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학생 이곳에서 왜 소리를 지르고 있나.”

“아저씨 저 중요한 필기 노트를 잃어버린거 같아요. 시험도 코 앞인데..”

범준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절박한 연기를 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연기는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아영의 살기 등등한 눈빛에 이끌려 하는 수 없이 연기투혼을 펼치는 중이었다.

범준은 노트 핑계를 빌미로 건물을 관리하시던 아저씨를 붙잡았고 그 틈에 아영이가 분리수거장에서 가져온 오래된 녹슨 팬치로 자물쇠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탕!-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굵은 쇠사슬이 뚝 끊어진다.

그녀의 손은 망설임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타닥하는 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창고의 문이 열렸고 아영은 조심스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보다 더 지저분해졌네..”

콧속으로 케케묵은 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훅 끼쳐왔다.

거미줄과 빽빽히 놓인 서류들을 헤집고 안쪽으로 들어간 그녀가 전등 스위치를 켰다.

역시 오래되서 그런지 전등은 한번에 켜지지않았고 두번 정도 깜빡이다 침침한 불빛이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자 시작해볼까!”

아영의 표정은 진지하게 모험을 펼치는 아이 같았다.

이곳이 바로 그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물창고였기에.

그녀는 미리 가져온 노트북으로 창고 안에 있던 먼지 쌓인 구식 노트북과 연결시켰다.

노트북도 오래되서 작동하는데 약간 애먹었지만 다행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였고 파일들이 손상없이 백업되었다.

엄청난 양의 오래된 데이터들이 아영의 노트북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속에는 학교의 역사와 함께 묻힌 비밀들이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푸른십자회라..”

백업된 데이터 내용을 차례차례 넘기던 도중 푸른십자회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무려 '신부님들만 접근 가능한 비밀 문서'라는 파일명이었다.

“여기 있다!”

아영의 손가락이 화면을 격렬하게 가리킨다.

“푸른십자회 비밀리에 감춰진 성스러운 구마집단..?”

푸른십자회에 대해 처음 알게된 아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방금 읽은 믿을 수 없는 문구에 대한 충격으로 커졌다.

마치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단순한 내용이 아닌걸 직감한 그녀는 짐을 챙겨 창고 밖으로 다시 나가려고 하던 그때.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창고 문 너머에서 분노로 떨리는 관리인 아저씨의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그 옆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범준이도 있었다.

“미안.. 붙잡아둔다는게 그만 내가 잡히고 말았네..”

범준은 관리인 아저씨에게 손목이 잡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으이고 바보같은놈..”

아영은 혀를 쯧쯧 차며 범준을 나무랐지만 그의 어색한 웃음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사과가 담겨 있었다.

둘은 그렇게 관리인 아저씨에게 붙잡혀 학교로 끌려갔고 교수님과 신부님에게 구박과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

“아 귀 떨어져나갈거같아..”

범준이 오른쪽 귀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의 귀는 신부님의 잔소리에 정말로 떨어져나갈 것처럼 벌개져 있었다.

“그래도 필요한 정보는 찾아서 다행이다..”

아영은 푸른십자회와 관련된 자료만 모아 폰으로 다시 옮겼다.

아직도 그녀의 손은 자료를 넘길 때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오긴 했나 보네 없을 줄 알았는데.”

“나도 생각보다 놀랐어 이렇게 베일에 쌓여 있을정도이니..”

기숙사로 돌아와 아까 다 보지 못했던 내용들을 같이 확인한다.

“푸른십자회 일원들이 소개되어 있는거 같은데 저거 한번 클릭해봐.”

범준의 말에 따라 아영은 푸른십자회 일원 소개창을 클릭했고 그들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구범주 사제..?”

“이 분 세주 아버님아니야..?”

아영이 놀란 얼굴로 범준이에게 말했다.

“에이 설마.. 왜 세주 아버님이 푸른십자회 일원이야..”

범준은 현실을 부정하려고 두 손으로 작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뇌는 이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버거워할 정도였다.

“아니 잘 생각해봐 세주가 푸른십자회에 대해 찾아보라고 한것도 어쩌면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 수 도있다는 말이잖아.”

“듣고보니 그렇네. 예전에도 한번 찾아봐 달라고 하긴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와서 그냥 장난치는줄 알았거든.”

범준의 얼굴에는 그제야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깊은 깨달음과 함께 심상치 않은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진짜 만약에 여기에 적힌 내용이 맞다면 세주에게 말하는게 맞겠지?”

그녀가 혼자 결정을 못하겠는지 그에게 재차 물었다.

아영의 목소리에는 책임감과 묵직한 부담감이 담겨 있었다.

“나도 말해주는게 맞다고 봐.”

범준이 그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오랜 친구의 가족사가 심상치 않은 비밀과 엮여 있다는 사실이 그를 심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2018년 8월 18일 오후 7시 37분, <이탈리아 -바티칸시티>

“이사벨양 화면 좀 확대해주겠나.”

“넵 아가토 신부님.”

아가토 사제의 부탁으로 시지크 사건현장의 모습을 젊고 유능한 여수도사 이사벨이 확대해 대형스크린에 비췄다.

“영혼이 남아있어..”

아가토 사제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수도자들이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수도자들의 눈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지 경외감과 함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저희한테는 보이지 않는것같습니다..”

한 수도자가 입을 떼며 말했다.

아가토 사제가 본 영혼은 시신들 사이에서 아직 머물러있었다.

“저 영혼의 본체가 숙주로 삼을 인간을 정하고 있었던것같군요.”

“영혼이 두 시신 안에서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것을 보면요..”

아가토 사제의 목소리에는 그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이성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나머지 자료도 찾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가토 사제가 책상을 탁 치자 수도자들이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회의실에는 정적만이 감돌았고 수도자들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

“영혼이 아직까지 머물러 있다는 말은 저건 보통 잡령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 시신의 몸에서 번개에 맞은 자국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어제 카이로의 날씨를 봐서는 도저히 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사벨 옆에 있던 날렵한 인상의 수도사 메르틱이 아가토 사제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이 보고한 사실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보통 잡령이라면 사물에 깃든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끝까지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도 번개는 더욱 더..”

아가토 사제의 뇌리는 봉인된 악마에 대한 오래된 기록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왠지모를 압박감과 불안함에 몸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은 미친듯이 쿵쿵거렸고 귓가에는 불길한 예감이 속삭였다.

“괜찮으십니까..!?”

이사벨이 아가토 사제에게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역력했다.

아가토 사제가 이토록 동요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머리가 잠깐 어지러워서 휴식을 취하고 올테니 이사벨양은 메인으로 나머지 수도자들을 보조해주십시오..”

아가토 사제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책임감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비장함이 섞여 있었다.

“어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아가토 사제는 잠시 성당 본관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아가토 사제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내면의 고통은 고스란히 몸을 받친다.

“아버지.. 저 자꾸 그 날의 기억들이 떠올라요..”

그의 뇌리에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사건의 파편들이 스쳐 지나간다.

봉인이라 믿었던 악마의 마지막 발악, 그리고 아버지가 마주했던 절망적인 전투.

그때 보았던 불꽃의 색은 아직도 그의 망막에 선명했다.

“분명 이 사건도 쉽지 않을거같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확신과 함께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아가토 사제의 내면이 비춰졌다.

그는 늘 강인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홀로 남은 방 안에서만큼은 인간적인 나약함이 드러났다.

“아들아..”

희미하면서도 그리운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가토 사제에 귓가에 멤돈다.

마치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따뜻하고도 단호한 음성이었다.

“너가 남은 이들의 기둥으로서 푸른십자회와 나머지 수도사들의 버팀목이 되어야만 한단다.”

그의 아버지는 강력한 힘을 가진 사제였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졌고 결국 홀로 그 짐을 견뎌냈었다.

따뜻한 손길이 그의 어깨에 느껴진다.

환상 속의 손길이었지만 그 온기는 아가토에게 위로와 동시에 강력한 의무감을 주었다.

“넌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이니···”

그 말은 아가토에게 힘을 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았다.

그도 사건을 뒤쫒으며 보통 잡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있었다.

푸른십자회 일원들과 모여 회의를 하던 도중에 자료로 확인한 오라 또한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넌 알고있단다 그것의 정체를..”

환영 속의 아버지는 아가토 사제의 생각을 정리시킨다.

숨겨왔던 진실을 마주하라는 듯 그의 내면을 흔들었다.

마지막 말이 메아리치며 그의 귓가에 들렸고 아가토 사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서 아버지가 정리한 노트를 꺼내 펼친다.

노트의 낡은 표지에는 기이한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손때 묻은 종이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솔로몬의 72악마..”

그 제목을 읽는 아가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 노트는 생전 아가토 사제의 아버지가 직접 푸른십자회에서 활동하며 마주친 악마들의 내용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적혀있는 역사적인 보물이었다.

그 기록들 속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악마들의 힘과 그것들을 봉인하려 애썼던 인간들의 절망적인 전투가 생생하게 적혀져 있었다.

아가토는 어린 시절부터 이 노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결코 읽어보라 권하지 않았다.

아가토 사제는 노트를 차례대로 넘겼고 그 놈과 마주하게 된다..

“솔로몬의 72악마 중 34위 푸르푸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자 찢어지고 바랜 악마의 형상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그는 눈앞의 현실과 과거의 기록이 불길하게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수천 년 전, 신이 지상에 강림한 적이 있었다.

그 날은 악마들에게 가장 불경한 날이었겠지만.

신은 천계의 법을 더럽힌 사악한 이들을 구원하고 그들을 악마로부터 보호하였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루치페르는 지옥의 백작 푸르푸르를 지상에 보내 신을 방해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푸르푸르는 인간 세계로 내려와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한다.

그의 손짓 한 번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 푸르푸르를 신은 질서를 더럽힌 그에게 천벌을 내렸고 그는 가까스로 소멸될 위기는 막았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신의 보조를 맡던 대천사들은 그가 약해진 틈에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켜버렸고 그의 영혼은 신성한 힘이 깃든 푸른 영대 속에 봉인되었다.

완벽한 힘을 쓸 수 없게 된 푸르푸르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푸른 영대 속에서 울부짖었고 그 때문인지 오래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대의 색이 더욱 진해졌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기록에 따르면 푸르푸르의 영혼이 봉인된 푸른 영대가 불태워질 뻔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가토 사제의 아버지 세대 전부터 직접 작성해오신 사제들의 내용으로 마음이 어리석은 한 사제의 몸을 숙주로 삼아 푸른 영대 속에서 탈출한 푸르푸르가 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이 갇혔었던 영대를 불로 태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신의 지배와 천사의 은총을 받은 지혜로운 사제의 의해 저지당하며 다시 봉인당하고 만다.

그 사제가 직접 싸우면서 얻은 정보로는 푸르푸르는 힘을 완전히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물리적인 공격 위주보다는 말로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홀리는 데 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만약 그가 완전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이 세상은 하루아침에 멸망할 것이다.

아가토 사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에 기록된 위기가 지금 눈앞에 재현되고 있었다.

그는 노트를 덮으며 기도를 시작했다.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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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2}​ 2018년 8월 17일 사건 발생 후 약 세시간, ​ “나는 구세주다.. 이 개자식아” 세주는 티비에 나오고 있는 영화 콘스탄틴을 따라하고 있었다. ​ 영화 속 주인공의 퇴폐미 가득한 연기가 세주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언제봐도 멋있다니까..” 나름 멋있어보이는 제스쳐까지 취하고나니 그제서야 만족하며 티비를 끄는 그였다. ​ 난 국제심령연구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 구세주 (만 21살)이다. ​ 말만 심령연구대학교이지 실상은 기도만 하는 대형 성당이라 생각하면 된다. ​ 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부르는 게 학점의 대부분인 이름만 번지르르한 곳이니까.. ​ 내가 이 사실을 몰라서 무턱대고 이 학교를 가게 된 건 아니지만.. ​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엄청난 가톨릭 집안이다. ​ 적어도 5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신심 깊은 집안이었다. ​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 그 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 ​ 물려받을게 이런거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것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지만 난 지금이 편하고 좋다. ​ 할 일도 많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어 먹고살 수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는중이다. ​ ​ 딱히 특별한 꿈도 열정도 없었기에 정해진 길을 걷는 게 나에게도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가끔 아버지가 해외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시면 둘이서 땀 흘리도록 했던 킥복싱이 내 하나의 취미이자 행복이었다. ​ 요즘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만큼 운동의 매력을 느꼈다. ​ “세주야 아버지에게 연락왔다.” 내 가장 친한 절친이자 눈치가 빠른 범준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 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웬일인지 사뭇 진

  • 푸른사제들   제1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1} 2018년 8월 17일, ​ 화물을 실은 운송차량이 데니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지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운전석 너머로 일렁이고 있었다.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친 데니가 운송차량에 사인을 보낸다. ​ 온 몸은 땀으로 이미 흥건했지만 쌓여가는 서류만큼은 꼼꼼히 확인했다. ​ “여기까지.. 됐습니다!” 운송차량의 시동이 꺼진다. ​ “담배 한대 피고 올게.” 운전석에서 내린 덩치 큰 아저씨가 입에 담배를 물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엔 고단함이 역력했다. ​ “예 빨리 끝내겠습니다.” ​ “그럼 수고하도록.” 아저씨는 현장에서 조금 옆으로 이동한 위치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마침 옆에서 같이 서류를 정리하던 날렵한 인상의 비숍이 아저씨를 쳐다보다 데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데니 이것만 정리하고 술이나 마시러가자.” ​ “오늘의 술은 비숍이 사는건가?” ​ “웃기고있네 어제도 내가 샀잖아!” ​ “장난이야 오늘은 내가 살게.” 데니는 한 손으론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화물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꼼꼼히 봐야돼 저번에도 깨졌잖아.” ​ “걱정마 그래서 두번 점검중이야.” ​ “여긴 이상없고..” 비숍이 손에 들고있던 노트에 표시를 했다. ​ ​ 일주일 전 데니와 비숍은 실수로 운송차량의 번호를 착각해 다른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 실수로 팀장에게 대차게 혼나며 힘들게 얻은 직장을 잃어버릴 뻔하였다. ​ “일을 그딴 식으로밖에 처리 못해?!“ 팀장의 큰소리에 데니와 비숍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이며 죄송하다는 티를 내었다. ​ “하.. 나 참 기껏 에이스라고 뽑았더니 순 초짜구만..!” 화가 안 풀린 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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