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오전 10시 32분.은서율은 여행 가방을 닫으며 최태혁을 불렀다.“주인님, 준비 끝났어요!”태혁은 가방 옆에 놓인 종이가방을 바라봤다.“저건 뭐야?”“간식이요.”“1박 2일인데 이렇게 많이?”“주인님이 좋아하는 것도 넣었어요.”태혁이 안을 들여다보자 초콜릿과 견과류, 작은 과자들이 보였다.“그럼 다 먹고 와야겠네.”“남으면 집에 가져오면 되죠.”서율은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이제 출발해요!”오후 1시 47분.숲속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커다란 창문 너머로 젖은 나무들이 보였다.서율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창가로 달려갔다.“주인님, 여기 정말 예뻐요.”태혁은 그녀 뒤로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마음에 들어?”“네. 비 오는 것도 좋아요.”“별은 못 볼 수도 있겠네.”서율은 고개를 돌렸다.“괜찮아요. 주인님이랑 왔잖아요.”태혁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오후 4시 16분.비가 잠시 그치자 두 사람은 숙소 앞 산책로로 나갔다.나무 사이로 흙냄새가 올라왔다.서율은 태혁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주인님, 이렇게 조용한 곳은 오랜만이에요.”“그러게.”“회사 전화도 안 오고요.”“오늘은 업무 연락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어.”서율이 그를 올려다봤다.“정말요?”“응. 긴급 연락은 담당자에게 맡겼어.”서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그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어? 또 비 와요!”태혁은 서율의 손을 잡고 가까운 정자로 뛰었다.두 사람은 정자에 들어서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머리 다 젖으셨어요.”“너도 마찬가지야.”태혁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서율은 그의 손목을 잡았다.“주인님.”“응?”“이런 것도 나중에는 좋은 추억이 되겠죠?”“벌써 좋은데.”오후 8시 23분.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서율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물었다.“주인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너랑
오전 9시 27분.은서율은 정이현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정이현: 작가님, 3화의 핵심 설정은 정리됐습니다. 오늘은 각자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할까요?서율은 반가운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은서율: 좋아요. 내일 뵙겠습니다.마침 침실에서 나온 최태혁이 물었다.“오늘은 작업 안 해?”“네. 공동 작가님이 하루 쉬자고 하셨어요.”“그럼 나랑 놀자.”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그렇게 갑자기요?”“응. 오늘은 일정이 없거든.”“어디 가실 건데요?”태혁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화면에는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장이 떠 있었다.“이거 해볼래?”서율의 눈이 동그래졌다.“주인님이요?”“왜? 내가 못 할 것 같아?”“아니요. 너무 의외라서요!”오후 1시 16분.체험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안전교육을 받았다.서율은 헬멧을 쓰고 거울을 바라봤다.“주인님, 저 좀 웃기죠?”태혁은 그녀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귀여운데.”“사진 찍지 마세요!”“이미 찍었어.”서율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럼 주인님도 찍을래요.”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사진을 남겼다.잠시 뒤 태혁이 먼저 체험실에 들어갔다.강한 바람이 몸을 들어 올리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밖에서 지켜보던 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표정!”태혁은 균형을 잡으려다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강사가 자세를 바로잡아 주자 겨우 안정됐다.오후 2시 04분.체험을 마친 태혁은 헬멧을 벗었다.서율이 다가왔다.“주인님, 무서우셨어요?”“조금.”“조금이요?”“많이.”서율은 배를 잡고 웃었다.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너도 해봐.”“저는 잘할 자신 있어요.”하지만 5분 뒤.바람 속에 들어간 서율은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태혁은 밖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체험이 끝나자 서율이 볼을 부풀렸다.“주인님, 웃으셨죠?”“응. 많이.”“너무하세요!”태혁은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래도 끝까지 잘했어.”서율은 결국 따라 웃었다.오후 6시 38분.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정이현과 화상회의를 시작했다.“작가님, 초대장 설정을 조금 정리해 봤어요.”화면에 새로운 대본이 나타났다.《여자는 자신의 장례식 초대장을 받는다. 발신인은 자기 자신. 발송일은 장례식 다음 날이다.》이현이 물었다.“미래에서 보낸 편지라는 뜻인가요?”“그렇게 보이지만 실제 시간여행은 아니었으면 해요.”“그럼 날짜가 다른 이유는요?”서율은 미소 지었다.“누군가 미래의 날짜로 예약 발송한 거예요. 주인공이 장례식장에 오도록.”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현실적인 장치네요. 그런데 누가 예약했죠?”“그건 2화에서 밝혀요.”서율은 다음 장면을 펼쳤다.“대신 1화 마지막에는 초대장을 보낸 사람이 아직 살아 있다는 단서를 넣고 싶어요.”오후 12시 36분.최태혁은 서율과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주인님, 오늘 자문회의는 없으세요?”“이번 주는 목요일이야.”“그럼 오후에는 뭐 하실 거예요?”“네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서율이 웃었다.“정말 한가해지셨네요.”“아직 익숙하지는 않아.”태혁은 그녀의 접시에 새우튀김 하나를 올려주었다.“그래도 좋네. 평일에 너랑 점심도 먹고.”서율은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저도 좋아요.”오후 4시 22분.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낸 계약서 최종본을 확인했다.변호사의 수정 의견이 반영돼 있었다.파일럿 대본의 사용 범위, 수정 횟수, 원고료 지급 시점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서율은 정이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은서율: 계약 조건 확인됐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1화 작업 시작해도 되겠네요.정이현: 좋습니다. 그런데 작가님, 마지막 장면 하나만 더 제안해도 될까요?곧 새로운 파일이 도착했다.《장례식장 직원이 여자에게 말한다. 고인께서 남기신 물건이 있습니다.》서율은 다음 문장을 읽었다.《상자 안에는 오래된 녹음기가 들어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은서율: 녹음기 좋아요. 다만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밝히지 말아요.오후 7시 14분.태혁은 서율이 읽어주
오전 10시 16분.은서율은 정이현과 첫 공동 집필 회의를 시작했다.회의실 벽에는 1화부터 6화까지의 구성이 붙어 있었다.“작가님, 3화에서 남자가 진실을 밝히는 장면을 조금 바꾸고 싶어요.”이현이 말했다.“어떻게요?”“남자가 여자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라는 사실은 유지하되, 그 이유를 사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 만드는 거예요.”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선택한 결과요?”“누군가를 기억하면 자신이 사라지는 규칙이 있는 거죠.”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 설정은 흥미로워요. 그런데 남자의 희생이 너무 강조되면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밀릴 것 같아요.”이현은 펜을 멈췄다.“그럼 남자의 희생을 3화에서 끝내고, 이후에는 여자가 직접 규칙을 깨는 방법을 찾게 하면 어떨까요?”서율은 미소 지었다.“그건 좋아요.”오후 1시 38분.두 사람은 1화의 장례식 장면을 함께 수정했다.이현이 새로운 대사를 제안했다.여자: “저 사람들은 왜 제가 죽었다고 믿는 거죠?”남자: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저뿐이니까요.”서율은 문장을 읽다가 고개를 저었다.“이 대사는 너무 많은 걸 알려줘요.”“그럼 어떻게 바꿀까요?”서율은 마지막 대사를 지웠다.남자: “당신은 여기 오면 안 됐어요.”이현이 웃었다.“이쪽이 더 긴장감 있네요.”“대신 남자가 여자를 알아봤다는 건 표정으로 보여주면 좋겠어요.”두 사람은 수정된 장면을 다시 읽었다.처음으로 의견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오후 5시 24분.최태혁은 집에 돌아온 서율을 맞았다.“오늘은 어땠어?”“주인님, 공동 집필이 생각보다 어렵네요.”“많이 부딪혔어?”“네. 그런데 재미있었어요.”태혁은 그녀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그럼 좋은 하루였네.”서율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오늘은 제가 저녁 살게요.”“무슨 날인데?”“첫 공동 집필 회의 기념이요.”“그럼 메뉴도 네가 정해.”“오늘은 돈가스요!”태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8시 43분
오전 11시 08분.은서율은 제작사 회의실에서 공동 집필 후보를 만났다.“안녕하세요. 드라마 작가 정이현입니다.”상대는 먼저 명함을 건넸다.“작가님 작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이현은 준비해 온 자료를 펼쳤다.“6부작으로 확장하면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면 좋겠습니다.”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방향을 생각했어요.”“다만 여자 주인공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설정을 추가하면 어떨까요?”서율의 손이 멈췄다.“쌍둥이요?”“묘비에 적힌 이름의 주인이 사실 언니였다는 반전입니다.”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선택한다는 원작의 의미가 약해질 것 같아요.”이현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작가님은 어떤 반전을 생각하셨나요?”“누군가 주인공의 과거를 지웠지만, 마지막에는 그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요.”이현은 잠시 침묵하다 웃었다.“그 방향이라면 저도 다른 구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오후 2시 17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최태혁과 점심을 먹었다.“주인님, 공동 작가랑 의견이 달랐어요.”“많이?”“처음부터요.”태혁은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래서 어떻게 했어?”“제가 원하는 방향을 설명했어요. 그분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고요.”“그럼 대화는 잘된 거네.”서율은 웃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냥 맞춰줬을지도 몰라요.”“지금은?”“제 작품이니까 지키고 싶은 건 지키려고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게 좋겠어.”오후 6시 34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공동 집필 역할 분담안을 작성했다.원작 설정과 핵심 인물의 선택은 자신이 담당하고, 이현은 회차별 사건 구성과 영상 대본 형식을 보완하는 방향이었다.태혁이 옆에서 물었다.“서로 수정할 때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상대방이 쓴 장면을 바꾸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기로 했어요.”“좋은 방법이네.”서율은 문서를 저장했다.“그리고 최종 대본 확정 절차도 계약서에 넣으려고요.”태혁은 웃었
오전 8시 46분.은서율은 밤새 수정한 대본을 최태혁 앞에 내려놓았다.“주인님, 첫 장면 바꿨어요.”“벌써?”“어제 그 장례식 아이디어가 계속 생각나서요.”태혁은 대본을 펼쳤다.EXT. 공동묘지 — 비 오는 오후.검은 우산을 든 여자가 묘비 앞에 멈춰 선다.묘비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그런데 사망 날짜는 내일이다.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자기 장례식인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거야?”“네. 정확히는 죽었다고 기록된 사람이에요.”“그럼 누가 장례식을 치른 거지?”서율은 웃었다.“그게 1화의 비밀이에요.”태혁은 다음 장을 넘기려 했다.서율이 얼른 원고를 빼앗았다.“여기까지!”“너무한데, 작가님.”“다 쓰면 제일 먼저 보여드릴게요.”오후 1시 24분.제작사 담당자와 통화한 서율은 수정한 도입부를 설명했다.“장례식 장면은 사용하되, 주인공이 실제로 죽었다는 설정은 피하려고 합니다.”“그럼 묘비는 어떻게 설명되나요?”“누군가 그녀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단서예요.”담당자는 잠시 생각했다.“좋습니다. 원작의 정체성도 유지되겠네요.”“다만 정식 집필 계약 전에는 완성 대본을 제출하지 않겠습니다.”“네. 수정 계약서가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통화를 끝낸 서율은 달력에 집필 일정을 적었다.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오후 5시 37분.태혁은 서율을 데리고 작은 천문과학관에 갔다.“주인님, 여기는 왜요?”“여행 가기 전에 별자리 공부 좀 하려고.”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별 보러 가는데 공부까지 해야 해요?”“네가 질문하면 대답하고 싶어서.”두 사람은 둥근 천장 아래 나란히 앉았다.불이 꺼지자 머리 위로 별들이 펼쳐졌다.서율은 태혁의 손을 꼭 잡았다.“주인님, 저 별은 뭐예요?”“잠깐만.”태혁이 안내 책자를 펼치자 서율이 속삭였다.“모르시는 거죠?”“지금 배우는 중이야.”서율은 그의 어깨에 기대 웃었다.오후 9시 12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대본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