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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 피팅룸》

Auteur: 에이르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8-16 01:12:22

해외 시상식 의상 피팅.

서율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커튼을 열었다.

태혁은 말이 없었다.

“왜.”

“다른 거 입어.”

“또?”

등이 거의 전부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예쁜데.”

“그래서 문제입니다.”

스타일리스트가 눈치를 보며 물러났다.

서율이 웃었다.

“질투?”

“네.”

이제는 숨기지도 않았다.

서율은 커튼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차태혁.”

“왜.”

“지퍼 안 내려가.”

태혁이 들어갔다.

좁은 피팅룸.

서율은 거울을 향해 서 있었다.

“여기.”

등 뒤의 지퍼.

태혁의 손이 올라갔다.

지퍼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내렸다.

서율이 거울 속으로 그를 봤다.

“왜 이렇게 천천히 해.”

“걸렸습니다.”

“거짓말.”

지퍼는 멀쩡했다.

손끝이 맨 등에 아주 살짝 닿았다.

서율의 호흡이 달라졌다.

“차태혁.”

“네.”

“일부러지.”

“조금.”

서율이 웃었다.

“손.”

태혁이 멈췄다.

“내려.”

손이 떨어졌다.

서율은 거울을 통해 그를 바라봤다.

“아쉽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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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501화 : 불을 켜지 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서율은 손부터 확인했다.비어 있었다.“……어?”몸을 일으키자 협탁 위에서 작은 금속이 반짝였다.세 번째 열쇠.그 옆에는 짧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손에 쥐고 자면 자국 남아.서율이 피식 웃었다.“언제 빼갔대.”태혁은 이미 침실에 없었다.거실로 나가자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주인님.”“일어났어?”“내 열쇠 왜 뺏어 갔어.”“안 뺏었어. 옆에 놨잖아.”“내 손에 있었는데.”“너무 세게 쥐고 자길래.”태혁이 커피를 건넸다.“아침부터 그것부터 찾아?”“응.”“오늘 진짜 갈 거야?”“응.”“혼자?”“응.”서율이 컵을 받아 들었다.“왜. 걱정돼?”“아니.”“또 거짓말.”태혁이 잠깐 그녀를 바라봤다.“조금.”서율의 눈썹이 올라갔다.“왜?”“당신이 뭘 먼저 볼지 모르니까.”“주인님이 보여줘도 된다고 했잖아.”“그랬지.”“그럼 됐네.”“응.”말은 그렇게 하면서도.태혁은 평소보다 커피를 오래 마셨다.서율은 그걸 모르는 척했다.“불은?”“뭐.”“어제 불부터 켜지 말라고 했잖아.”“응.”“왜?”“가서 보면 알아.”“또 그 말.”“이번엔 진짜야.”서율이 커피를 내려놓았다.“힌트 하나.”“어제 줬잖아.”“그건 힌트가 아니라 사람 잠 못 자게 하는 말이지.”태혁이 웃었다.“그럼 하나 더.”서율이 기다렸다.“문 열고.”“응.”“처음 보이는 걸 바로 믿지 마.”서율의 표정이 묘해졌다.“뭐야.”“끝.”“더 수상해졌잖아.”“그러라고 한 말인데.”“성격 진짜 나빠.”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오후.서율은 결국 혼자 그 건물 앞에 섰다.어제와 똑같은 골목.어제와 똑같은 작은 문.그런데 태혁 없이 오니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다.열쇠고리를 꺼냈다.자신의 열쇠들 사이에 새로 달린 작은 금속 열쇠.철컥.첫 번째 문이 열렸다.“진짜 되네.”혼잣말이 괜히 크게 들렸다.계단을 내려갔다.열두 칸.어제는 태혁의 손을 잡고 내려왔는데.오늘은 혼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500화 : 그때 하지 못한 말》

    “내가 아직 못 찾은 문이 있다는 거야?”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 하나로.서율은 답을 알아버렸다.“진짜 있네.”“가자.”“어디 있는데?”“은서율.”“벽 뒤?”“…….”“아니면 저 커튼 말고 또 뭐 있어?”태혁이 결국 웃었다.“집에 안 갈 거야?”“궁금하잖아.”“오늘은 여기까지.”“딱 위치만.”“싫어.”“주인님.”“안 통해.”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그러면서도 더 찾지는 않았다.오늘 본 것만 해도 충분했다.사진.자신이 잊었던 숫자.오래전에 쓰다 만 문장.그리고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검은 봉투.오히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그거였다.둘은 계단을 올라갔다.첫 번째 문.철컥.태혁이 잠갔다.좁은 통로를 지나.바깥 문까지 잠갔다.서율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주인님.”“응.”“여기 자주 왔어?”태혁의 손이 열쇠에서 멈췄다.“예전에는.”“얼마나 자주.”“생각 많을 때.”“혼자?”“응.”“결혼하고는?”“거의 안 왔어.”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왜.”태혁이 열쇠를 빼며 말했다.“집에 당신 있는데 굳이.”짧은 대답.서율은 괜히 다른 곳을 봤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마.”“왜.”“좋으니까.”태혁이 피식 웃었다.서율이 먼저 골목을 빠져나갔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평범한 건물.평범한 벽.그리고 간판조차 없는 작은 문.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았다.“다음에는 언제 와?”“벌써?”“응.”“봉투부터 읽어.”서율이 가방을 내려다봤다.“그거 읽으면 데려와 줄 거야?”“생각해 보고.”“치.”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집에 도착하자마자.서율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태혁은 물부터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다.“어디 가.”“물.”“여기 있어.”태혁이 멈췄다.“왜.”서율이 가방을 열었다.검은 봉투를 꺼냈다.“읽을 거야.”태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서율이 바로 알아챘다.“긴장돼?”“아니.”“거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499화 : 네가 알려준 숫자》

    “맞혀봐.”서율은 숫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자기가 알려준 숫자.그것도 오래전에.“힌트 하나만 더.”“싫어.”“주인님.”“직접 생각해.”“생일?”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생일은 너무 뻔한데.”“그럼 다른 거 해봐.”서율은 숫자판을 내려다봤다.네 자리.기념일도 떠올렸다.처음 만난 날.처음 데이트한 날.결혼과 관련된 날짜들.하지만 태혁은 분명 말했다.자신이 태혁에게 처음 알려준 숫자.서율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잠깐.”“응.”“이 방 비밀번호를 처음부터 이걸로 해놓은 거야?”“아니.”“그럼?”“바꿨어.”“언제.”태혁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서율이 그의 팔을 잡았다.“그게 더 중요하잖아.”“문부터 열어.”“아, 진짜.”서율은 다시 숫자판으로 시선을 돌렸다.한참을 생각하다 숫자 네 개를 눌렀다.삑.빨간 불.“아니네.”“응.”“표정 왜 그렇게 좋아.”“재밌어서.”“나는 답답하거든.”“한 번 더.”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다른 숫자.삑.또 빨간 불.“틀렸어.”“알아.”“한 번 더 틀리면?”“아무 일도 없어.”“다행이네.”“대신 오늘은 안 열어.”서율이 바로 돌아봤다.“뭐?”“세 번만.”“그걸 왜 이제 말해!”“아직 한 번 남았잖아.”서율은 숫자판에서 손을 떼버렸다.“안 해.”“왜.”“생각할 거야.”“해.”“싫어. 이번엔 진짜 맞힐 거야.”태혁은 벽에 기대어 섰다.재촉하지 않았다.그 모습이 더 얄미웠다.서율은 기억을 더듬었다.처음 만났을 무렵.자신이 숫자를 말했던 순간.전화번호?아니다.그건 네 자리가 아니다.비밀번호?태혁에게 알려준 적이—서율의 생각이 멈췄다.“……설마.”태혁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서율이 그를 봤다.“그거?”“뭔데.”“내가 예전에.”말하려다 멈췄다.태혁은 기다렸다.서율이 숫자 네 개를 천천히 눌렀다.마지막 숫자.삑.이번에는.초록불이 켜졌다.철컥.서율이 그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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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서도 기억해.”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서율은 태혁의 손에 들린 열쇠를 다시 봤다.평범한 열쇠 같았다.그런데 이상했다.요즘 사용하는 카드키도 아니고.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도 아니었다.금속 표면에는 오래 사용한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주인님.”“응.”“그 열쇠 오래됐지?”태혁이 손을 내려다봤다.“응.”“얼마나?”“좀 됐어.”“좀?”“몇 년.”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몇 년.그 말이 묘하게 걸렸다.“나 만나기 전?”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딩.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태혁이 먼저 걸어 나갔다.“가자.”“대답 안 했는데.”“들어가서.”“그 말이 더 수상해.”태혁은 웃기만 했다.정말 가까웠다.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지도 않았다.둘이 가끔 산책하던 길.익숙한 카페.편의점.작은 공원.그 사이를 지나는데 서율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잠깐.”태혁이 걸음을 멈췄다.“왜.”“우리 여기 많이 다녔잖아.”“응.”“근데 그런 데가 있다고?”“있어.”“내가 한 번도 못 봤는데?”“봤을 수도 있어.”“뭐?”태혁은 다시 걸었다.서율이 바로 따라붙었다.“봤을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말 그대로.”“나 여기 있는 건물 거의 다 알아.”“건물은 알겠지.”이번에는 정말 걸음이 멈췄다.“건물은?”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율이 그의 팔을 잡았다.“차태혁.”“왜.”“점점 수상해.”“별거 아니야.”“주인님이 별거 아니라고 하면 더 수상해.”“그건 편견인데.”“경험이야.”태혁이 결국 웃었다.“거의 다 왔어.”“어디.”태혁이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서율이 그쪽을 봤다.그리고 눈을 깜빡였다.“……여기?”익숙한 건물이었다.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다.1층에는 작은 베이커리.옆에는 와인숍.위층에는 사무실 몇 개.둘이 산책하면서 수없이 지나쳤던 곳이었다.“여기에 뭐가 있어?”태혁은 건물 정문으로 가지 않았다.옆 골목으로 들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497화 : 먼저 못 참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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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496화 : 이제 내 차례》

    찰칵.마지막 사진이 찍혔다.서율은 가장 먼저 화면부터 확인했다.그리고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잠깐.”“왜.”“주인님 표정 봐.”사진 속 태혁은 분명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평소처럼 태연한 얼굴.그런데 서율은 알았다.미세하게 굳어진 턱.조금 내려간 눈썹.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잡은 손에 들어간 힘까지.“이거 내가 이긴 거 맞지?”태혁이 화면을 확인했다.“뭘 기준으로.”“표정 관리.”“당신도 만만치 않은데.”“나는 원래 사진 찍히는 사람이었고.”서율이 화면을 확대했다.“주인님은 이거.”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완전 당황했어.”“안 했어.”“했어.”“아닌데.”“그럼 이 사진 저장한다?”“해.”대답이 너무 빨랐다.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진짜?”“응.”“나중에 지우라고 하지 마.”“안 해.”서율은 만족스럽게 저장 버튼을 눌렀다.“오늘 증거 하나 생겼네.”“무슨 증거.”“주인님도 흔들린다는 거.”태혁이 피식 웃었다.“그거 알아낸 지 오래되지 않았어?”“사진으로 남은 건 처음이잖아.”그 말에 태혁도 다시 화면을 봤다.마지막 사진.둘 다 완벽하게 준비된 얼굴은 아니었다.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태혁이 말했다.“나한테 보내.”“왜.”“갖고 있게.”서율이 잠시 그를 바라봤다.“마음에 들어?”“응.”“내가 주인님 괴롭힌 사진인데.”“그래서.”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이상한 취향이네.”“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왜.”“오늘 하루 종일 리모컨 들고 신났던 사람이 누군데.”서율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태혁이 웃었다.“가자.”“어디.”“데이트 끝났잖아.”서율이 가방을 챙겼다.그러다 조절기를 보고 멈췄다.“이거.”“응.”“아직 내가 가지고 있어도 돼?”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왜.”“그냥.”서율은 조절기를 손안에서 굴렸다.“집 갈 때까지.”태혁이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진짜?”“대신.”“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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