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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화 : 네 목소리》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3 09:29:41

그날 밤.

서율은 침대에 누워 최태혁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뭐 해.”

“통화 기록.”

“왜.”

“오늘.”

서율이 화면을 봤다.

자신과의 통화.

1시간 47분.

“우리 이렇게 오래 통화했어?”

“네.”

“무슨 말 했지.”

“별거.”

“뭐.”

“저녁.”

“또.”

“회사.”

“또.”

“당신이 보고 싶다고.”

서율이 바로 휴대폰을 던졌다.

최태혁이 받아냈다.

“왜.”

“그걸 왜 기억해.”

“중요하니까.”

“한 번만 말했거든.”

“그래서 더.”

서율은 이불을 끌어올렸다.

최태혁이 웃었다.

“근데.”

“왜.”

“전화 좋았습니다.”

서율이 얼굴만 내밀었다.

“뭐가.”

“목소리.”

“매일 듣잖아.”

“전화로 들으면 다릅니다.”

“어떻게.”

최태혁은 잠시 생각했다.

“더 가까운 느낌.”

서율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전화인데?”

“얼굴이 안 보이니까.”

“그래서.”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서율은 잠깐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자기 번호로 전화했다.

최태혁의 휴대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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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 놓인 접이식 의자 두 개를 바라봤다.어제까지만 해도 하나는 무대 소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태혁의 관객석이었다.그런데 오늘은 그 두 번째 의자가 뜻밖의 용도를 갖게 되었다.“주인님, 저 오늘 외출 좀 할게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어디 가?”“연극 소품 대여 업체요.”“갑자기?”“어제 의자 움직여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무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보기만 예뻐서는 안 된다는 거.”서율은 수첩을 펼쳤다.“배우가 앉을 때 소리가 나는지, 옮기기 편한지, 조명 아래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도 확인하려고요.”태혁은 웃었다.“그럼 나도 같이 가자.”“주인님 오늘 회의 없으세요?”“오후에 온라인으로 하나. 그전에는 시간 있어.”서율은 그의 팔을 잡았다.“좋아요. 대신 오늘은 제가 고를 거예요.”“알겠습니다, 작가님.”오전 11시 24분.두 사람은 공연 소품을 대여하는 창고형 매장에 도착했다.높은 선반마다 의자와 탁자, 오래된 전화기, 액자, 조명기구가 정리되어 있었다.서율은 낡은 나무 의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이거 괜찮다.”태혁이 의자를 살펴봤다.“생각보다 무거워 보이는데?”“한번 앉아볼게요.”서율이 의자에 앉자 작은 삐걱거림이 들렸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이건 안 되겠어요.”“왜? 오래된 도서관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데.”“배우가 앉을 때마다 소리가 나면 대사가 묻힐 수도 있잖아요.”서율은 다른 의자를 살펴봤다.이번에는 등받이가 낮고 다리가 단단한 제품이었다.앉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이쪽이 낫네요.”태혁이 물었다.“그럼 이걸 빌릴 거야?”“아직요. 오늘은 후보만 정하려고요.”서율은 제품 번호와 대여료를 적었다.오후 12시 17분.창고 안쪽에는 오래된 도서관 반납함도 있었다.서율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짙은 갈색 나무 상자.앞면에는 작은 투입구가 있었다.“주인님, 이것 좀 보세요.”태혁이 다가왔다.“반납함?”“네. 실제로 열어볼 수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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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일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미팅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내일 오후 2시.공연 제작팀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대본과 작품 소개서, 계약 관련 질문까지 모두 정리해두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정말 70분 안에 끝날까?”서율은 대본의 장면별 예상 시간을 다시 계산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한유리였다.“작가님, 안녕하세요.”“유리 씨. 무슨 일이에요?”“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오후에는 괜찮아요.”“제가 대본 읽어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가능하면 직접 만나서 읽어봐도 될까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좋아요. 그런데 아직 초고라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그게 더 좋아요. 배우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요.”오후 1시 37분.한유리가 서율의 집에 도착했다.태혁은 현관에서 유리를 맞이했다.“어서 오세요.”“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뵙게 됐네요.”“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서율은 유리를 작은 도서관으로 안내했다.테이블에는 대본 두 부가 놓여 있었다.유리는 표지를 바라봤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제목이 너무 평범한가요?”“아니요. 오히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져요.”유리는 대본을 펼쳤다.서율은 차보배의 인물 설정부터 설명했다.43세의 출판 편집자.오랫동안 동네 도서관의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년 전부터 익명의 상대와 책갈피와 편지를 주고받았다.유리는 설명을 듣다가 물었다.“그런데 보배는 왜 도서관에서 일한 걸로 되어 있어요?”서율은 대본을 확인했다.이전 수정 과정에서 보배가 도서관 직원처럼 묘사된 부분이 남아 있었다.“아, 이건 제가 정리하면서 설정을 섞었네요.”서율은 곧바로 해당 부분을 표시했다.“보배는 출판 편집자로 유지할 거예요. 도서관에는 오래 다닌 이용자로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폐관을 막을 책임은 없는 사람이네요.”“맞아요. 그런데 그 공간에 누구보다 많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죠.”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723화 : 마지막 편지를 읽지 않는 이유》

    월요일 오전 9시 12분.은서율은 작업실 책상 위에 놓인 크림색 봉투를 바라봤다.봉투에는 어제 직접 쓴 글씨가 남아 있었다.《보내지 않음》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에서 차보배가 끝내 보내지 않은 편지였다.서율은 대본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었다.서이강이 묻는다.“그런데 왜 답장이 없었습니까?”보배는 서랍을 열지만 편지를 꺼내지 않는다.그녀는 대신 말한다.“그때는 편지보다 먼저 제게 해야 할 말이 있었거든요.”서율은 연필 끝으로 마지막 문장을 두드렸다.“이건 좋은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보배가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마지막 장면이 길어졌다.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이강에게 지나치게 냉정해 보일 수 있었다.서율은 새 종이에 한 문장을 적었다.당신을 기다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찾아야 했습니다.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종이를 뒤집었다.“너무 직접적이야.”오전 11시 06분.최태혁은 서율이 건넨 대본을 읽고 있었다.“주인님, 이번에는 이강 입장에서 봐주세요.”“왜?”“보배가 답장을 멈춘 이유는 정했는데, 이강이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이 고민이에요.”태혁은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었다.“이강은 조금 화가 날 수도 있겠는데?”서율이 고개를 들었다.“화가요?”“20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잖아. 상대가 갑자기 답장을 멈췄는데, 나중에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 이상하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렇네요.”“그렇다고 따질 필요까지는 없고.”태혁은 대본을 내려놓았다.“왜 그랬는지 궁금하고, 조금 서운하겠지.”서율은 곧바로 새로운 대사를 적었다.“저는 답장이 오지 않는 동안,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생각했습니다.”그녀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강도 자기 마음을 말해야겠어요.”오후 1시 34분.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마지막 장면을 수정했다.무대 위에는 책상과 의자 하나.차보배는 서랍을 닫는다.서이강은 그녀가 꺼내지 않은 편지를 바라본다.“읽어도 되는 편지입니까?”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722화 : 보내지 않은 편지의 주인》

    일요일 오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의 책상 앞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대본을 읽고 있었다.전날 수정한 첫 번째 책갈피 장면은 마음에 들었다.문제는 마지막 편지였다.20년 동안 이어진 교류가 왜 갑자기 끊어졌는지, 두 사람이 왜 폐관 당일에야 만나는지 아직 설명이 부족했다.서율은 수첩에 질문을 적었다.마지막 편지는 누가 보냈을까?왜 전달되지 않았을까?그리고 누가 그 편지를 보관하고 있었을까?그때 최태혁이 문을 두드렸다.“서율아, 오늘도 일해?”“조금만요. 중요한 부분이 안 풀려서요.”태혁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어떤 부분?”“편지가 도착하지 않은 이유요.”“우편 사고?”“그건 너무 우연에 기대는 것 같아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누군가 일부러 보내지 않은 거겠네.”서율은 펜을 멈췄다.“일부러요?”오전 11시 20분.서율은 대본의 마지막 장면을 펼쳤다.“주인님, 만약 보배가 편지를 받고도 답장하지 않은 거라면요?”“왜?”“그걸 정해야죠.”서율은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시집을 바라봤다.보배는 18년 동안 도서관에서 일했다.하지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2년 전이었다.그녀는 익명의 상대에게 자신의 꿈과 고민을 적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편지가 위로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되었다면?서율은 빠르게 문장을 적었다.보배는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하지만 처음으로 답장을 쓰지 않았다.태혁이 물었다.“그럼 이강은 계속 기다렸겠네.”“네. 그런데 보배도 기다렸을 거예요.”“뭘?”“편지 없이도 자기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요.”서율은 대본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이제 보배가 폐관일에 도서관으로 돌아온 이유가 조금 선명해졌다.오후 1시 06분.점심을 먹은 뒤 서율은 집 근처 문구점에 들렀다.태혁은 그녀가 고른 봉투들을 바라봤다.“또 소품 사?”“네. 이번에는 실제로 편지를 넣어보려고요.”서율은 크림색 봉투와 짙은 초록색 편지지를 골랐다.계산을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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