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팬레터 한 장이 제10조까지 만들었습니다. 거대한 사건보다 이런 작은 말이 둘에게 오래 남을 때가 있네요.
제10조가 생긴 다음 날.서율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오늘을 대충 보내지 않는다.]그래서 아침.최태혁에게 먼저 물었다.“오늘 뭐 하고 싶어.”“회사.”“그거 말고.”“당신.”서율이 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마.”“왜.”“예상되잖아.”“사실인데.”“다른 거.”최태혁은 잠깐 고민했다.“저녁 같이 먹고 싶습니다.”“집?”“밖.”“뭐 먹게.”“고기.”서율이 웃었다.“좋아.”평소였다면—저녁 일정이 생기면 상황에 따라 취소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제10조.오후 6시.갑자기 긴급회의 요청.서율이 화면을 봤다.평소 같으면 바로 들어갔을 것이다.이번에는 멈췄다.“내일 오전 가능?”비서가 놀랐다.“급한 건인데요.”“오늘 해결 안 하면 회사 망해?”“아닙니다.”“그럼 내일.”최태혁도 같은 시간.해외 전화 회의 요청.그 역시 미뤘다.저녁 7시.고깃집.서율이 말했다.“우리 둘 다 진짜 왔네.”“약속했잖습니까.”“별거 아닌데.”“그래서 더.”둘은 평범하게 밥을 먹었다.그런데 식사 중—서율 휴대폰이 세 번 울렸다.보지 않았다.최태혁도.“태혁아.”“네.”“제10조.”“왜.”“생각보다 좋은데.”“그럴 줄 알았습니다.”“또 네가 만든 척.”“아이디어는 같이.”서율이 고기를 그의 접시에 올려줬다.최태혁이 멈췄다.“왜.”“먹어.”“당신이 줬네.”“고기 하나 가지고.”“처음인 것 같습니다.”“거짓말.”“기억에는.”서율이 어이없어 웃었다.그리고 하나 더 올려줬다.“두 개.”“좋네.”“단순해.”“네.”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그게 제10조의 성공이었다.[제355조.][중요한 약속은.][거창해서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평범해서.][자꾸 미루게 되기 때문에 어렵다.]
며칠 뒤.회사로 편지 하나가 왔다.발신자.그 팬 아카이브 주인.[죄송합니다.]서율은 직접 읽었다.자신이 모아둔 자료 때문에 수사까지 받았다는 것.둘을 좋아해서 공개된 것만 저장했지만—혹시 불편하게 했다면 전부 삭제하겠다는 내용.서율은 한동안 편지를 내려놓지 않았다.최태혁이 물었다.“답장할 겁니까.”“응.”“뭐라고.”서율이 펜을 들었다.[불편하지 않았습니다.][다만 우리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공개된 순간들을 좋아해주신 건 감사합니다.]그리고 마지막.[당신도 당신 이야기를 잘 지키세요.]최태혁이 읽었다.“마지막은 왜.”“그냥.”“작가라며.”“응.”“어떤 글 쓰는지.”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찾아보지 마.”“왜.”“사생활.”태혁이 웃었다.“배웠습니다.”답장 발송.며칠 뒤.또 편지.이번에는 짧았다.[두 분도 오래 행복하세요.]서율이 그걸 보고 웃었다.“오래.”“왜.”“생각보다 어려운 말이네.”최태혁이 옆에 앉았다.“어렵습니까.”“응.”“왜.”“오래는.”서율이 생각했다.“하루씩 쌓아야 하잖아.”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응.”“오늘부터.”“뭘.”“하루.”서율이 웃었다.“이미 오늘인데.”“그러니까.”그날 저녁.흰 노트.[제10조.][오래를 약속하려고.][오늘을 대충 보내지 않는다.]서율이 적었다.최태혁이 사인했다.“좋네.”“또 칭찬.”“네.”“보상 없음.”“요구 안 했습니다.”“왜.”“오늘은.”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걸로 충분해서.”서율이 손가락을 얽었다.[제354조.][오래 행복하라는 말은.][결국.][오늘을 잘 보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서버 압수.HUSH 원본 데이터 확보.피해자 본인 동의 아래 삭제 절차 시작.서율과 최태혁 자료도 있었다.폴더 하나.[SUBJECT 001 / 002.]서율은 직접 열지 않았다.최태혁도.수사관이 물었다.“내용 확인 안 하셔도 됩니까?”서율이 말했다.“증거 보존 필요한 것만 법무팀이.”“개인 파일은.”“안 볼래요.”최태혁도 같은 선택.둘은 서버 삭제 인증 화면만 확인했다.[DELETE.]진행률.17%.42%.76%.99%.100%.서율이 한숨을 내쉬었다.“끝.”최태혁이 손을 잡았다.“네.”그런데 수사관이 말했다.“한 가지.”둘이 돌아봤다.“외부 백업 흔적이 있습니다.”서율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어디.”“한 곳.”IP.대한민국.그런데—가정용 회선.평범한 아파트.경찰이 현장으로 갔다.백업 장치 발견.소유자는 HUSH 직원도.HALO 관계자도 아니었다.20대 여자.직업.웹소설 작가.서율이 당황했다.“왜.”조사 결과.그녀는 불법 자료를 산 게 아니었다.온라인에 떠돌던 사진과 기사만 모아둔 개인 팬 아카이브.수사관이 말했다.“불법 원본은 아닙니다.”서율이 잠깐 멈췄다.자신과 최태혁을 좋아해서 모은 자료.그런데 규모가 너무 컸다.최태혁이 물었다.“법적 문제는.”“없습니다.”서율은 생각했다.그리고 말했다.“그럼 놔둬요.”“정말?”“공개된 것만 모은 거라며.”“네.”최태혁도 동의했다.밖으로 나온 뒤.서율이 말했다.“이상하지.”“뭐가.”“같은 사진인데.”“네.”“누가 어떻게 가져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네.”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동의.공개.경계.결국 핵심은—소유가 아니라 허락이었다.[제353조.][같은 정보라도.][허락된 관심과.][훔친 기록은 다르다.]
PROJECT HOUND 원본 데이터.저장 용량 41테라바이트.수천 명.수년간.삭제됐다고 주장했지만—실제로는 별도 법인으로 이전 준비 중이었다.최태혁이 자료를 보며 말했다.“매각 전에 빼돌리려고.”“응.”서율은 별도 법인 이름을 확인했다.[HUSH.]아이러니했다.침묵.비밀.그 이름으로 사람들의 사생활을 보관한다.“누가 가져가.”최대주주의 개인 투자회사.서율이 웃었다.“이러면 쉬워지네.”“뭐가.”“HALO 안 사.”최태혁의 눈썹이 올라갔다.“직원들은.”“회사가 아니라.”서율이 HUSH 지분구조를 열었다.“좋은 사업부만 떼서 산다.”콘텐츠 제작.글로벌 배급.기술 조직.직원 대부분.문제 경영진과 HUSH만 남긴다.일종의 역분할 인수.협상 상대는 격렬하게 반발했다.“핵심 자산만 가져가겠다는 겁니까?”“네.”“그럼 HALO에는 뭐가 남습니까.”서율이 대답했다.“당신들이 만든 문제.”최태혁이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일주일.협상은 길어졌다.그리고 그 사이—HUSH 데이터 일부가 암시장에 올라왔다.서율과 최태혁 사진.다른 유명인 자료.가격표까지.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서율이 경찰과 규제기관에 전부 넘겼다.HUSH 계좌 동결.서버 압수 명령.HALO 최대주주는 출국금지.그날 밤.서율은 침대에 앉아 한참 말이 없었다.최태혁이 물었다.“힘듭니까.”“조금.”“왜.”“저 안에.”서율은 휴대폰을 내려놨다.“우리 자료도 있잖아.”“네.”“누가 봤을지 모르고.”태혁이 가까이 왔다.“그건.”“응.”“화납니다.”“나도.”서율이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최태혁은 바로 안았다.“이 정도?”“조금 더.”팔에 힘이 들어갔다.서율은 눈을 감았다.“태혁아.”“네.”“우리가 못 지운 거 있어도.”“응.”“우리 잘못 아니지.”“당연합니다.”짧고 확실한 대답.그게 필요했다.[제352조.][누군가 내 경계를 침범했다고.][내가 그 침범의 책임까지 가져갈 필요
신혼여행 아닌 신혼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날.비서실장이 현관 앞까지 와 있었다.서율이 말했다.“왜 집까지.”“급한 건입니다.”최태혁이 서류를 받았다.표지.[HALO MEDIA — 긴급 매각.]서율의 눈썹이 올라갔다.“벌써?”PROJECT HOUND 스캔들.피해자 공동 소송.광고주 이탈.주가 폭락.결국 최대주주가 매각을 결정했다.그리고—인수 후보 1순위.서율 회사.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나한테 팔겠다고?”“이사회에서 먼저 접촉했습니다.”최태혁이 물었다.“살 겁니까.”서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HALO는 자신들의 사생활을 상품으로 만들려 했다.감시까지 했다.기분만 보면—망하게 두고 싶었다.하지만 회사에는 수천 명의 직원.모두가 PROJECT HOUND에 참여한 것도 아니다.“산다.”최태혁이 그녀를 봤다.“확실해?”“응.”“감정 때문에 반대로 판단하는 건 아니고.”“그래서 사는 거야.”“왜.”“회사 자체가 잘못한 건 아니니까.”서율은 조건을 붙였다.현재 경영진 전원 조사.PROJECT HOUND 관련자 퇴출.피해자 배상기금 조성.개인정보 보호 조직 독립.그리고—HALO의 기존 사생활 콘텐츠 사업 전면 폐지.이사회에서 반발.“그 조건이면 기업가치가—”서율이 끊었다.“그럼 안 사요.”“은 대표님.”“망하게 두든지.”결국 협상 시작.최태혁이 옆에서 말했다.“또 사람 때문에 삽니까.”“응.”“돈은.”“벌면 되고.”“당신답네.”“칭찬?”“네.”그 순간.HALO 측에서 마지막 조건을 보내왔다.[인수 조건.][PROJECT HOUND 원본 데이터 소유권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서율의 표정이 완전히 차가워졌다.“그게 제일 중요한데.”누군가—데이터만 따로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제351조.][회사를 사는 것보다.][회사가 가진 잘못을.][같이 떠안는 일이 더 어렵다.]
새벽.서율은 파도 소리에 깼다.옆자리.최태혁도 깨어 있었다.“안 자?”“깼습니다.”“나가자.”“지금?”“응.”둘은 겉옷만 걸치고 바닷가로 내려갔다.사람 없음.해 뜨기 전.서율은 신발을 벗고 모래 위를 걸었다.최태혁이 따라왔다.“차갑지 않습니까.”“조금.”“신발.”“싫어.”“감기.”“안 걸려.”“근거.”서율이 웃었다.“잔소리.”태혁도 결국 신발을 벗었다.둘이 나란히 걸었다.한참.서율이 말했다.“태혁아.”“네.”“우리 결혼했네.”최태혁이 웃었다.“이제 실감 납니까.”“조금.”“나는.”“응.”“아직도 이상합니다.”“왜.”“너무 자연스러워서.”서율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결혼했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잖아.”“네.”“그게 좋아?”“많이.”서율도 고개를 끄덕였다.“나도.”그 순간 파도가 조금 크게 들어왔다.서율이 뒤로 물러나다 균형을 잃었다.최태혁이 바로 허리를 잡았다.“조심.”“알아.”“젖을 뻔했습니다.”“잡았잖아.”“그러니까.”서율은 허리를 감싼 손을 내려다봤다.“태혁아.”“네.”“예전 같았으면.”“응.”“이런 거 당연하게 했잖아.”“지금도 하는데.”“근데.”서율이 웃었다.“지금은 내가 괜찮은지 한번 보네.”최태혁이 잠깐 멈췄다.정말이었다.반사적으로 잡았지만—그 뒤에는 항상 서율 표정을 확인했다.“습관.”“좋은 쪽으로?”“네.”서율이 그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그럼 계속.”태혁이 웃었다.“네.”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둘은 한동안 바다를 봤다.그리고 서율은 생각했다.결혼은 거창한 다음 단계가 아니라—지금까지 만들어온 습관을 계속 선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제350조.][관계가 바뀌어도.][좋아진 습관은.][그대로 가져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