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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끝나지 않은 소설》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22:23:53

차태혁은 서율의 요구에 깊고 오만한 미소로 답했다.

"내 목줄을 쥐고 있는 당신 손을 놓지 않는 한, 난 절대로 도망치지 않아."

태혁은 서율의 손가락 끝에 천천히 키스하며 그녀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 서율은 노트북의 저장 버튼을 누르고 태혁의 넓은 품에 가만히 안겼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지하 집필실 벽면에 걸린 대형 거울에 또렷하게 비쳤다.

한때는 가두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피 비린내 나는 싸움이었으나, 이제는 지배하는 자와 기꺼이 지배당하는 자의 완벽하고 위험한 결합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율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또 다른 계산이 냉정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는 태혁의 어깨 너머로 모니터에 새로 열어둔 파일 하나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태혁이 미처 알지 못하는, 차 회장 일가의 숨겨진 해외 자산 명단과 함께 새로운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차태혁 씨, 당신이 완벽하게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내 소설의 가장 좋은 재료가 되는 법이니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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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직 못 찾은 문이 있다는 거야?”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 하나로.서율은 답을 알아버렸다.“진짜 있네.”“가자.”“어디 있는데?”“은서율.”“벽 뒤?”“…….”“아니면 저 커튼 말고 또 뭐 있어?”태혁이 결국 웃었다.“집에 안 갈 거야?”“궁금하잖아.”“오늘은 여기까지.”“딱 위치만.”“싫어.”“주인님.”“안 통해.”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그러면서도 더 찾지는 않았다.오늘 본 것만 해도 충분했다.사진.자신이 잊었던 숫자.오래전에 쓰다 만 문장.그리고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검은 봉투.오히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그거였다.둘은 계단을 올라갔다.첫 번째 문.철컥.태혁이 잠갔다.좁은 통로를 지나.바깥 문까지 잠갔다.서율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주인님.”“응.”“여기 자주 왔어?”태혁의 손이 열쇠에서 멈췄다.“예전에는.”“얼마나 자주.”“생각 많을 때.”“혼자?”“응.”“결혼하고는?”“거의 안 왔어.”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왜.”태혁이 열쇠를 빼며 말했다.“집에 당신 있는데 굳이.”짧은 대답.서율은 괜히 다른 곳을 봤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마.”“왜.”“좋으니까.”태혁이 피식 웃었다.서율이 먼저 골목을 빠져나갔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평범한 건물.평범한 벽.그리고 간판조차 없는 작은 문.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았다.“다음에는 언제 와?”“벌써?”“응.”“봉투부터 읽어.”서율이 가방을 내려다봤다.“그거 읽으면 데려와 줄 거야?”“생각해 보고.”“치.”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집에 도착하자마자.서율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태혁은 물부터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다.“어디 가.”“물.”“여기 있어.”태혁이 멈췄다.“왜.”서율이 가방을 열었다.검은 봉투를 꺼냈다.“읽을 거야.”태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서율이 바로 알아챘다.“긴장돼?”“아니.”“거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499화 : 네가 알려준 숫자》

    “맞혀봐.”서율은 숫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자기가 알려준 숫자.그것도 오래전에.“힌트 하나만 더.”“싫어.”“주인님.”“직접 생각해.”“생일?”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생일은 너무 뻔한데.”“그럼 다른 거 해봐.”서율은 숫자판을 내려다봤다.네 자리.기념일도 떠올렸다.처음 만난 날.처음 데이트한 날.결혼과 관련된 날짜들.하지만 태혁은 분명 말했다.자신이 태혁에게 처음 알려준 숫자.서율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잠깐.”“응.”“이 방 비밀번호를 처음부터 이걸로 해놓은 거야?”“아니.”“그럼?”“바꿨어.”“언제.”태혁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서율이 그의 팔을 잡았다.“그게 더 중요하잖아.”“문부터 열어.”“아, 진짜.”서율은 다시 숫자판으로 시선을 돌렸다.한참을 생각하다 숫자 네 개를 눌렀다.삑.빨간 불.“아니네.”“응.”“표정 왜 그렇게 좋아.”“재밌어서.”“나는 답답하거든.”“한 번 더.”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다른 숫자.삑.또 빨간 불.“틀렸어.”“알아.”“한 번 더 틀리면?”“아무 일도 없어.”“다행이네.”“대신 오늘은 안 열어.”서율이 바로 돌아봤다.“뭐?”“세 번만.”“그걸 왜 이제 말해!”“아직 한 번 남았잖아.”서율은 숫자판에서 손을 떼버렸다.“안 해.”“왜.”“생각할 거야.”“해.”“싫어. 이번엔 진짜 맞힐 거야.”태혁은 벽에 기대어 섰다.재촉하지 않았다.그 모습이 더 얄미웠다.서율은 기억을 더듬었다.처음 만났을 무렵.자신이 숫자를 말했던 순간.전화번호?아니다.그건 네 자리가 아니다.비밀번호?태혁에게 알려준 적이—서율의 생각이 멈췄다.“……설마.”태혁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서율이 그를 봤다.“그거?”“뭔데.”“내가 예전에.”말하려다 멈췄다.태혁은 기다렸다.서율이 숫자 네 개를 천천히 눌렀다.마지막 숫자.삑.이번에는.초록불이 켜졌다.철컥.서율이 그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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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서도 기억해.”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서율은 태혁의 손에 들린 열쇠를 다시 봤다.평범한 열쇠 같았다.그런데 이상했다.요즘 사용하는 카드키도 아니고.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도 아니었다.금속 표면에는 오래 사용한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주인님.”“응.”“그 열쇠 오래됐지?”태혁이 손을 내려다봤다.“응.”“얼마나?”“좀 됐어.”“좀?”“몇 년.”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몇 년.그 말이 묘하게 걸렸다.“나 만나기 전?”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딩.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태혁이 먼저 걸어 나갔다.“가자.”“대답 안 했는데.”“들어가서.”“그 말이 더 수상해.”태혁은 웃기만 했다.정말 가까웠다.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지도 않았다.둘이 가끔 산책하던 길.익숙한 카페.편의점.작은 공원.그 사이를 지나는데 서율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잠깐.”태혁이 걸음을 멈췄다.“왜.”“우리 여기 많이 다녔잖아.”“응.”“근데 그런 데가 있다고?”“있어.”“내가 한 번도 못 봤는데?”“봤을 수도 있어.”“뭐?”태혁은 다시 걸었다.서율이 바로 따라붙었다.“봤을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말 그대로.”“나 여기 있는 건물 거의 다 알아.”“건물은 알겠지.”이번에는 정말 걸음이 멈췄다.“건물은?”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율이 그의 팔을 잡았다.“차태혁.”“왜.”“점점 수상해.”“별거 아니야.”“주인님이 별거 아니라고 하면 더 수상해.”“그건 편견인데.”“경험이야.”태혁이 결국 웃었다.“거의 다 왔어.”“어디.”태혁이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서율이 그쪽을 봤다.그리고 눈을 깜빡였다.“……여기?”익숙한 건물이었다.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다.1층에는 작은 베이커리.옆에는 와인숍.위층에는 사무실 몇 개.둘이 산책하면서 수없이 지나쳤던 곳이었다.“여기에 뭐가 있어?”태혁은 건물 정문으로 가지 않았다.옆 골목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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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봐.”음악이 첫 박자를 넘겼다.서율은 태혁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웃었다.“후회하지 마요.”“그 말 오늘 몇 번째야.”“이번엔 진짜니까.”“그래.”태혁의 손이 서율의 허리에 머물렀다.그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천천히.박자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움직임.둘 다 춤을 제대로 추는 건 아니었다.그저 거실 한가운데서 서로에게 붙어 느린 음악을 따라 움직이는 정도였다.문제는 거리였다.너무 가까웠다.서율이 조금만 고개를 들면 입술이 닿을 것 같았다.“주인님.”“응.”“일부러 이러지.”“뭘.”“가까이.”“당신이 가까이 왔잖아.”서율이 입을 다물었다.맞았다.조금 전 먼저 다가간 건 자신이었다.“그럼 떨어져요.”“싫은데.”“왜.”“이게 좋은데.”또 저런다.서율이 태혁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눌렀다.“말로 흔드는 것도 반칙이야.”“그런 규칙 없었어.”“지금 만들면.”“싫어.”서율이 웃었다.“진짜 성격 나빠.”“알아.”태혁은 태연했다.그런데 서율은 조금씩 알 것 같았다.정말 태연한 건 아니었다.가까이 붙을 때마다 달라지는 숨.허리에 닿은 손에 들어갔다 풀리는 힘.자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아주 잠깐 입술로 향하는 시선.489화에서 하나씩 찾아냈던 반응들이었다.서율이 일부러 더 가까이 붙었다.태혁의 시선이 내려왔다.“왜.”“아무것도.”“또 찾고 있지.”“뭘.”“내 반응.”들켰다.서율이 웃었다.“응.”“오늘 하루 종일 봤잖아.”“재밌어.”“취미 생겼네.”“주인님 관찰하기.”서율이 그의 목 가까이에 얼굴을 묻었다.입술은 닿지 않았다.그저 가까이.태혁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멎었다.서율이 바로 속삭였다.“하나.”“세지 마.”“왜.”“신경 쓰여.”서율의 눈이 커졌다.“진짜?”“응.”뜻밖의 인정.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주인님.”“왜.”“방금 좀 귀여웠어.”태혁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취소해.”“싫어.”“은서율.”“귀여운데 어떡해.”태혁이 허리를 받친 손

  •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496화 : 이제 내 차례》

    찰칵.마지막 사진이 찍혔다.서율은 가장 먼저 화면부터 확인했다.그리고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잠깐.”“왜.”“주인님 표정 봐.”사진 속 태혁은 분명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평소처럼 태연한 얼굴.그런데 서율은 알았다.미세하게 굳어진 턱.조금 내려간 눈썹.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잡은 손에 들어간 힘까지.“이거 내가 이긴 거 맞지?”태혁이 화면을 확인했다.“뭘 기준으로.”“표정 관리.”“당신도 만만치 않은데.”“나는 원래 사진 찍히는 사람이었고.”서율이 화면을 확대했다.“주인님은 이거.”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완전 당황했어.”“안 했어.”“했어.”“아닌데.”“그럼 이 사진 저장한다?”“해.”대답이 너무 빨랐다.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진짜?”“응.”“나중에 지우라고 하지 마.”“안 해.”서율은 만족스럽게 저장 버튼을 눌렀다.“오늘 증거 하나 생겼네.”“무슨 증거.”“주인님도 흔들린다는 거.”태혁이 피식 웃었다.“그거 알아낸 지 오래되지 않았어?”“사진으로 남은 건 처음이잖아.”그 말에 태혁도 다시 화면을 봤다.마지막 사진.둘 다 완벽하게 준비된 얼굴은 아니었다.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태혁이 말했다.“나한테 보내.”“왜.”“갖고 있게.”서율이 잠시 그를 바라봤다.“마음에 들어?”“응.”“내가 주인님 괴롭힌 사진인데.”“그래서.”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이상한 취향이네.”“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왜.”“오늘 하루 종일 리모컨 들고 신났던 사람이 누군데.”서율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태혁이 웃었다.“가자.”“어디.”“데이트 끝났잖아.”서율이 가방을 챙겼다.그러다 조절기를 보고 멈췄다.“이거.”“응.”“아직 내가 가지고 있어도 돼?”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왜.”“그냥.”서율은 조절기를 손안에서 굴렸다.“집 갈 때까지.”태혁이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진짜?”“대신.”“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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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진짜 안 봐준다.”서율의 혼잣말이 들렸는지.드레스룸 밖으로 나가던 태혁이 멈췄다.“뭐라고?”“아무것도 안말해써!!! .”“다 들었는데.”서율은 조절기를 등 뒤로 숨겼다.“내일 보자고요.”태혁이 웃었다.“벌써 신났네.”“주인님이 먼저 시작했잖아.”“그래.”태혁이 다시 돌아왔다.서율 앞에 섰다.“대신 하나.”“뭔데.”“밖에서는 당신이 정해.”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응.”“주인님이 아무 말도 안 하고?”“그건 아니지.”“치.”“그리고.”태혁이 서율의 손에 들린 조절기를 빼냈다.“내가 끝내자고 하면 끝.”서율은 장난치지 않았다.“알았어.”“그거면 됐어.”태혁이 조절기를 다시 돌려줬다.서율은 그것을 꼭 쥐었다.내일.이번에는 자신이 태혁을 흔든다.생각만 해도 웃음이 났다.다음 날.서율은 침대 위에 놓인 상자를 보자마자 태혁을 쳐다봤다.“이거야?”“응.”“어제 그 꼬리 같은 거 아니지?”“아니야.”“진짜?”“열어봐.”서율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검은색의 얇은 웨어러블 기기가 들어 있었다.작고.옷 안에 완전히 가려질 정도였다.옆에는 전용 조절기가 있었다.서율이 그것을 집었다.“이걸 주인님이?”“응.”“하고 나간다고?”“응.”서율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왜.”“아니.”서율이 조절기를 흔들었다.“갑자기 기분 좋아져서.”“은서율.”“왜.”“적당히 해.”“어제 나한테 그렇게 해놓고?”“당신은 적당히 할 얼굴이 아니잖아.”“맞아.”너무 솔직한 대답에 태혁이 헛웃음을 흘렸다.서율이 가까이 갔다.“주인님.”“응.”“긴장돼?”“아니.”“진짜?”“응.”“그럼 됐어.”서율이 웃었다.“긴장되게 만들어줄게.”두 번째 야외 데이트 때와는 반대였다.어제는 서율이 계속 자기 옷차림을 확인했다.오늘은 태혁이 평범했다.검은 셔츠.슬랙스.코트.겉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서율이 현관 앞에서 그를 빤히 바라봤다.“티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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