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오후 10시 18분.“주인님, 잠깐만요.”은서율은 차태혁의 손을 붙잡았다.“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날이요?”“그래.”“그날 제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기억 안 나?”“저도 좋아한다고 고백한 건 기억하죠. 그런데 거짓말이라니요?”“그날 넌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어.”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부탁이요?”“내가 네 마음을 받아주더라도 특별하게 대해주지 말라고.”그녀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아.”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기억나?”서율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그때 넌 이렇게 말했지. 자기는 특별 대우를 받아보지않아서 좋아하지 않는다고.”서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아, 그거!”태혁은 팔짱을 꼈다.“웃겨?”“아니요. 그게…….”그녀는 잠시 망설였다.“사실 그때는 나도 주인님한테 너무 잘 보이고 싶었어요.”“그래서?”“뭐든 혼자 잘하다보니 , 그리고 두려워서 내가 마음주고 하다가 떠나면 그래서 헤어지는게 그게 더힘들거라고 생각했거든요.”태혁의 눈썹이 올라갔다.“그런데?”서율은 그의 셔츠 소매를 잡았다.“실제로는 엄청 특별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나중에 나도 고백 한거구요.”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어느 정도로?”“아주 많이요.”“구체적으로.”서율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사실 저만 먼저 찾아주셨으면 좋겠고, 저한테만 다정하셨으면 좋겠고, 아무튼 그랬었던거예요”“또.”“음 주인님이 나 챙겨주는거 좋았어요 .”태혁이 낮게 웃었다.“욕심이 많았군.”“그렇죠?”서율은 그의 품에 기대었다.“그런데 그때도말하긴했지만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모르는뭔가 있을거같고 두려움이 컸을때라 밀어냈었죠 .”태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결혼하고 나서 알았지.”“어떻게요?”“네가 특별 대우받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서율은 얼굴을 들었다.“제가 그렇게 티를 냈어요?”“많이.”“언제요?”“내가 네 것만 따로 챙겨두
오후 7시 38분.은서율은 식탁 위에 검은색 카드 1장을 올려놓았다.《다음 플레이 : 주인님에게 거짓말을 해라.》어젯밤 차태혁이 건넨 카드였다.서율은 벌써 20분째 그 문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거짓말을 하라면서 미리 알려주면 어떡해…나야말로 거짓말 못하는데….”상대는 차태혁이었다.서율이 무언가 숨길 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는 남자.심지어 그녀가 장난을 준비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눈치채는 경우가 많았다.그런 사람을 속이라니.서율은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었다.《차태혁 속이기 작전》첫 번째 방법.아무렇지 않은 척한다.서율은 곧바로 지웠다.평소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들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두 번째 방법.진실 속에 거짓말을 섞는다.그녀의 손가락이 멈췄다.“……이거다.”서율은 입꼬리를 올렸다.완전히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사실인 이야기에서 딱 한 부분만 바꾸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그때 현관에서 도어록 소리가 들렸다.서율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뒤집었다.“다녀왔어.”태혁이 거실로 들어왔다.“어서 오세요, 주인님!”태혁은 재킷을 벗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급하게 숨겨?”서율의 어깨가 움찔했다.“아무것도요.”“그래?”“네!”태혁의 시선이 식탁으로 향했다.검은 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거짓말 연습 중이었나?”서율은 입술을 깨물었다.“……벌써 들킨 거예요?”“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태혁은 낮게 웃었다.“은서율. 오늘은 좀 더 분발해야겠군.”오후 9시 6분.프라이빗 라운지 ‘우리 방’.서율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낯선 광경을 발견했다.평소 소품이 놓여 있던 테이블 위에 작은 녹음기가 있었다.그 옆에는 흰 종이 3장과 검은색 펜이 놓여 있었다.“주인님, 저거 뭐예요?”태혁은 외투를 벗어 걸었다.“오늘 사용할 물건.”“녹음기요?”“그래.”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제 거짓말을 녹음하시려고요?”“정확히는 네가 하는 말을 다시 들으려고.”태혁은
오전 10시 16분.“은서율.”차태혁은 현관 앞에 서서 아내를 바라봤다.“이제 목적지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않나?”서율은 운동화 끈을 묶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왜?”“오늘은 제가 주인님을 놀라게 해드리기로 했잖아요.”태혁은 그녀의 차림을 훑어봤다.청바지 블랙후드티에 편안한 운동화. 작은 크로스백까지.평소 프라이빗 라운지에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많이 걸어야 해?”“조금요.”“실내야, 실외야?”“둘 다요.”“준비물이 필요한가?”서율은 씩 웃었다.“이미 챙겼어요.”태혁의 시선이 그녀의 가방으로 향했다.“내 것도?”“네.”“그럼 출발하지.”서율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더 안 물어보세요?”“네가 준비했다며.”“그렇죠.”“그럼 믿고 따라가야지.”서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오늘은 제가 안내할게요, 주인님.”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좋아. 어디 한번 해봐.”오전 11시 8분.차가 멈춘 곳은 도심 외곽의 오래된 산업단지였다.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커다란 철제 구조물이 솟아 있었다.태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 외벽을 올려다봤다.“여기?”“네!”서율이 가리킨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실내 암벽 구조 체험센터》태혁은 잠시 침묵했다.“……암벽?”“정확히는 실내 클라이밍이요.”서율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주인님, 해보신 적 있으세요?”“없어.”“정말요?”“응.”서율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성공!”태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안 가본 곳을 찾느라 이걸 골랐어?”“그것도 있지만요.”“또?”서율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오늘은 주인님이 제 지시를 따라야 하는 순간이 있거든요.”태혁의 눈썹이 올라갔다.“그래?”“네. 아주 중요한 순간이요.”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덧붙였다.“그리고 그때는 제 말을 안 들으시면 안 돼요.”태혁은 잠시 아내를 바라봤다.“그 정도야?”“들어가 보시면 알아요.”오전 11시 23분.안전교육을
오후 9시 12분.“은서율. 손목.”차태혁의 명령에 은서율은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네?”“왼손 내밀어.”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손을 내밀었다.태혁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머물렀다.검은색 가죽 팔찌.두 사람이 함께 맞춘 것으로, 안쪽에는 서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오늘은 그거 풀어.”서율의 눈이 커졌다.“……팔찌요?”“그래.”“왜요?”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그녀의 앞에 앉았다.“어제 내가 뭐라고 했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다음에는 제가 직접 팔찌를 풀어야 할 일이 생길 거라고요.”“기억하네.”“그런데 이유는 안 알려주셨잖아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알려줄 거야.”서율은 손목을 내려다봤다.“주인님.”“말해.”“이거 그냥 벗으면 되는 거예요?”“그래.”“그럼 다시 채워도 돼요?”“그건 네가 결정해.”서율은 눈을 깜빡였다.평소와 다른 대답이었다.“제가요?”“응.”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오늘은 네가 그 팔찌를 왜 차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율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천천히 버클을 풀었다.가죽 팔찌가 손목에서 벗겨졌다.그녀는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풀었어요.”태혁은 손을 내밀었다.“줘.”서율은 팔찌를 건넸다.그는 그것을 작은 검은색 상자에 넣었다.딸각.뚜껑이 닫혔다.서율의 표정이 달라졌다.“……주인님?”“왜.”“그걸 왜 상자에 넣으세요?”태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플레이가 끝날 때까지 보관할 거야.”“그럼 오늘은 안 차고 있어야 해요?”“그래.”서율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늘 있던 것이 사라지자 이상하게 허전했다.태혁은 그녀를 지켜봤다.“불편해?”“아니요.”“그럼?”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냥…… 없으니까 이상하고 허전해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뭐가요?”“오늘은 그 느낌도 기억해 둬.”그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준비해. 우리 방으로 간다.”오후 9시 29분.프라이빗 라운지 ‘우리 방
오후 8시 31분.“은서율. 이리 와.”차태혁의 목소리에 서율이 거실로 나왔다.그는 검은 셔츠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어젯밤 서율이 선택했던 카드가 놓여 있었다.《2단계 : 선택》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주인님, 오늘 하는 거예요?”“그래.”“그럼 3단계도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벌써?”“궁금하니까요.”“은서율.”“네, 주인님.”“오늘 할 것부터 끝내.”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서율은 얼른 입술을 다물었다.태혁은 맞은편을 가리켰다.“앉아.”서율은 소파에 앉았다.“어젯밤 네가 고른 건 첫 번째 선택지였지.”“네. 주인님이 준비하신 규칙을 따르는 거요.”태혁은 검은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오늘은 규칙이 3개야.”“3개요?”“그래.”서율은 기대에 찬 눈으로 봉투를 바라봤다.태혁은 첫 번째 카드를 꺼냈다.제1규칙. 오늘 플레이가 시작되면 주인님의 호칭은 단 하나다.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단 하나요?”“그래.”“주인님 말고 다른 호칭은 안 되는 거예요?”“오늘 플레이 중에는.”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럼 차태혁 씨라고 부르면요?”태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은서율.”“네!”“벌써부터 시험하지 마.”서율은 웃음을 참았다.“알겠어요, 주인님.”태혁은 두 번째 카드를 꺼냈다.제2규칙. 서율은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되, 새로운 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서율은 카드를 읽고 눈을 크게 떴다.“제가 명령을 요청할 수 있어요?”“그래.”“그럼 더 어려운 걸 시켜달라고 해도 돼요?”“가능하지.”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마음에 들어요.”태혁은 마지막 카드를 펼쳤다.제3규칙. 주인님이 오늘의 마지막 명령을 내리면, 서율은 그 명령을 수행할지 직접 결정한다.서율은 잠시 카드를 바라봤다.“마지막 명령이 뭔데요?”“아직 말하지 않았어.”“힌트도 없어요?”“없어.”서율은 한숨을 내쉬었다.“또 비밀이네요.”태혁은 카드 3장을 나란히 내려놓았다.“내용 확인했지
오후 11시 17분.“무릎 꿇어.”차태혁의 명령에 은서율이 고개를 들었다.프라이빗 라운지 ‘우리 방’.조금 전까지 역할을 바꿔 태혁에게 명령하던 서율은 이제 검은 소파 앞에 서 있었다.“지금요?”태혁의 눈썹이 꿈틀했다.“내가 두 번 말해야 하나?”“아니요, 주인님.”서율은 소파 앞에 놓인 두툼한 쿠션 위에 무릎을 꿇었다.태혁은 그녀를 내려다봤다.“허리 펴.”서율이 자세를 바로잡았다.“고개 들어.”그녀가 턱을 들었다.“좋아.”태혁은 테이블 위의 검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주인님의 비밀 명령 : 1단계》서율은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주인님, 이제 열어보는 거예요?”“그래.”“뭔데요?”“입 다물고 기다려.”서율은 곧장 입술을 다물었다.태혁은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검은색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그는 카드를 펼쳐 읽었다.“제1단계. 주인님의 허락 없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서율은 눈을 깜빡였다.“……그게 끝이에요?”태혁은 카드를 내려놓았다.“실망했나?”“조금요.”“아직 시작도 안 했어.”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은서율.”“네, 주인님.”“네가 오늘 나한테 명령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뭐라고 했지?”“전부 제가 결정해야 하는 거요.”“그래.”태혁은 한 걸음 다가왔다.“이제 그 반대가 얼마나 어려운지 확인해 보자.”서율은 그를 올려다봤다.“네, 주인님.”“손은 허벅지 위.”그녀가 두 손을 올렸다.“내 눈을 봐.”시선이 마주쳤다.태혁은 웃지 않았다.서율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지려는 순간이었다.“웃지 마.”그녀는 움찔했다.“……네.”“다시.”“네, 주인님.”태혁이 몸을 숙였다.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서율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누가 눈 감으라고 했지?”서율이 눈을 번쩍 떴다.“아…….”“대답.”“아무도요.”“그런데 왜 감았어?”그녀의 뺨이 붉어졌다.“주인님이 가까이 오셔서…….”태혁은 그녀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