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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Penulis: 레몬과 향수
“네 처가 집안 살림을 맡아 하면서 저지른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형제간의 정을 생각해서 여기서 끝내주겠다는데 둘째 너는 정녕 내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유정남이 나직하게 되물었다.

송씨는 제 발이 저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유정혁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품 안에서 은표를 꺼내 유정남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은표를 받아 든 유정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틀 내로 모두 이곳에서 나가거라. 시종들은 함께 데려가도 좋다.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송죽당에 머무실 거고 내가 모실 것이다. 너희가 문안을 오고 싶다면 언제든 와도 상관없다.”

유정남은 말을 마치자마자 종친들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친들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는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번 분가에서 그나마 만족한 유정명 내외를 제외하고, 유정혁 부부와 유씨 노부인은 가슴에 울화가 가득 찬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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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496화

    마차가 담씨 가문 문앞에 멈춰 섰다.동금이 방문을 알리자 집사는 확인 후 곧장 안으로 들였다. 복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과연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담시령과 마주쳤다.담시령의 시선이 유지영의 배에 머물렀다.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하는 눈빛이었다."지영아,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 담시령이 불쑥 입을 열었다.유지영은 걸음을 멈췄다. "모두 제가 신뢰하는 사람들이니, 편히 말씀하세요.""중대한 사안이다. 다른 사람이 들어선 안 돼."하지만 유지영은 담시령을 무시한 채 그녀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려 했다. 담시령이 팔을 뻗어 길을 막아섰다."어젯밤 폐하께서 위독하셨다지? 네가 사람을 보내 밤을 새워 북명 대사를 모셔 오지 않았다면, 폐하께선 오늘 조회에 결석하셨을 테고. 북명 대사의 의술이 아무리 고명하다 한들, 근본적인 원인까지 치료할 순 없을 텐데."그 말에 유지영은 과연 흥미롭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배준형이 가르쳐 준 말임이 틀림없었다."그리고 네 오라버니 말이야. 유관성은 지금의 세자가 아니라 북신 육공주 곁에 있는 그 호위 무사잖아." 담시령이 정곡을 찔렀다.유지영은 더없이 평온한 기색으로 담시령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미 죽은 자를 내려다보는 듯한 서늘한 눈빛이었다.유감스럽게도 담시령은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채 제 할 말만 이어갔다. "지영아, 넌 그동안 숱한 추앙을 누렸지만 정군왕부의 처지는 말이 아니야. 우리가 굳이 서로 죽일 듯 물어뜯을 필요가 있겠어? 차라리 손을 잡는 게 어때? 내가 유관성을 데려오도록 도와줄게."유지영은 무언가 떠오른 듯 담시령을 흘겨보았다. "오라버니를 데려와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유지영이 공주의 호위 무사가 유관성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자, 담시령은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 확신하며 말을 이었다. "유관성의 몸에 퍼진 독을 해독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역시나였다.오라버니가 갑작스레 중독된 배후에는 반드시 배준형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그 순간, 외조모를 만나야 한

  • 피안을 거슬러   제495화

    소 상궁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 명을 받들 채비를 했다.조찬을 마친 뒤에도 서 태후는 이연령을 돌려보내지 않고 오전 내내 곁에 머물게 했다. 나아가 내무부에 명해 이연령의 의복을 몇 벌 짓게 하고, 값비싼 장신구도 여럿 하사했다.오찬 시간이 다가올 무렵, 건양제가 자녕궁을 찾았다.이연령이 고개를 들어 슬쩍 살피니, 건양제는 여전히 기백이 넘치고 정정해 보여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안창준과 북명연의 혼인을 허락하는 교지를 내렸습니다. 내무부에서 서둘러 혼례를 준비 중입니다."예를 갖춘 뒤 자리에 앉은 건양제는 서 태후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서 태후가 가볍게 탄식했다."북명연이 안씨 가문의 그 아이를 지목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럼 이수는 어찌합니까?""며칠 뒤 화친 사절단이 더 올 터이니, 상황을 좀 더 지켜보시지요.""일단 그래야겠군요."건양제의 시선이 이연령을 향했다. 그는 몇 번이나 입을 떼려다 망설이더니, 끝내 말을 거두었다.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은 유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배현준이 사람을 보내 몸을 사리라는 전갈을 보냈을 때부터, 그녀는 황궁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이런저런 추측 끝에 건양제를 떠올렸다.전생에도 딱 이맘때 건양제가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던 기억이 났다.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었고, 배준형이 매일같이 조회에 참석해 대리청정을 도맡았었다. 그때 배준형은 태자가 아니었음에도 실질적인 태자 노릇을 했고, 그 기회를 틈타 무수한 인재를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하기까지 했다.이에 유지영은 즉각 사람을 풀어 북명 대사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정군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게 했다.각고의 노력 끝에 과연 북명 대사를 찾아냈고, 배현준과 합류해 지체 없이 황궁으로 호송해 온 것이다.오늘 아침 조회에 건양제가 정상적으로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유지영은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을 풀었다."세자비 마마, 오늘 폐하께서 안 대인과 북신 육공주의 혼인을 윤허하셨습니다. 당장

  • 피안을 거슬러   제494화

    태화궁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였다.전각 밖에는 금군이 삼엄하게 진을 치고 있었으나, 굳게 닫힌 대문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다.서 태후의 행차를 발견한 상 내관은 눈가를 미세하게 떨며 다가가 예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서 태후는 손을 내저어 인사를 물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폐하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느냐?""태후 마마, 폐하께서는 안에서 중대한 사안을 논의 중이십니다."서 태후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나 또한 폐하와 논의할 중대사가 있으니 그만 길을 내거라."상 내관은 감히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앞장서 길을 안내했다.안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짙은 탕약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냄새에 서 태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병풍을 돌아 내전 깊숙한 곳으로 다가갔다.침상에 의식을 잃고 누운 건양제를 본 순간, 서 태후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태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어의가 엎드려 예를 올렸다.서 태후는 곧장 침상 앞으로 다가가 배현준을 힐끗 바라보았다."병환이 워낙 급작스러워 소식을 봉쇄했습니다. 외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배현준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고했다.서 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어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폐하의 옥체는 어떠한가?""마마, 폐하의 해묵은 지병이 도지신 겝니다. 신이 임시로 침을 놓아 혈맥을 닫아두었으나, 북명 대사께서 당도하셔야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서 태후가 다시 물었다."북명 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상 내관이 조심스레 나섰다."태후 마마, 대사께선 아무리 빨라도 내일이나 되셔야 경성에 당도하십니다."자초지종을 파악한 서 태후는 수척해진 건양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녀의 눈빛 깊은 곳에는 차마 숨기지 못한 안타까움이 일렁이고 있었다.서 태후가 손을 내저어 어의를 물리쳤다.그러고는 이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만인이 우러르며 탐내는 자리라 하나, 이 용상이 어디 그리 앉기 수월한

  • 피안을 거슬러   제493화

    배현준은 문 뒤에 선 채 조금 전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세자, 폐하께서 깨어나지 못하시면 당장 내일 아침 조회는 어찌합니까? 하필 이 중대한 시기에 각국의 사신들이 당도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만에 하나...."상 내관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쩔쩔맸다.배현준의 굳은 얼굴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조금 더 기다려보지."그는 사람을 시켜 궁에 머물고 있는 유지영에게 전갈을 보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몸을 사리라는 당부였다.*자녕궁.가장 먼저 도착한 안창준이 느긋한 태도로 서 태후에게 어느 여인의 온화한 성정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던 중이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명연과 허 귀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들어섰다."이모님."안창준이 인사를 올렸다.허 귀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 태후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이곳이 제법 시끌벅적해졌구나."서 태후가 웃으며 손을 내저어 차와 다과를 내오게 했다.북명연이 선수 치듯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제가 양나라에 온 지도 꽤 시일이 지났습니다. 본디 화친을 맺기 위해 온 것이니, 오늘 마마께 혼인을 내려달라 청하고자 합니다.""혼인을?"서 태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공주께서 어느 가문의 공자를 눈여겨보았는지 모르겠군."북명연의 시선이 안창준을 향했다."안 대인은 문무를 겸비한 데다 용모도 출중하니, 본궁의 마음에 쏙 듭니다. 안 대인으로 하지요.""안 됩니다!"안창준과 허 귀비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특히 안창준은 서 태후의 무릎 앞에 납작 엎드렸다."태후 마마, 실은 신이 오늘 찾아뵌 것 역시 혼인을 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허나 그 상대는 결단코 육공주가 아닙니다. 신은 육공주와 일말의 감정도 없으니, 부디 재고해 주십시오."면전에서 거절을 당했음에도 북명연은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했다."본궁이 그대를 눈여겨본 것은 그대의 복이야. 북

  • 피안을 거슬러   제492화

    내전으로 오후의 햇살이 비껴들었다. 배현준은 건양제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국을 펼치고 있었다.건양제는 배현준이 다음 수를 고민하는 틈을 타 차를 마시더니 가볍게 미소 지었다."올해 차는 예년보다 훨씬 좋구나."곁에 섰던 상 내관이 웃으며 거들었다."올해 진상품 관리는 경세자께서 맡으셨으니, 좋은 것은 죄다 폐하께 먼저 올린 것이지요."그 말에 건양제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널 아낀 보람이 있구나."배현준은 미소 지으며 흑돌을 내려놓았다."과찬이십니다, 백부님."화기애애하던 분위기 속, 돌연 건양제의 안색이 일변했다. 바닥으로 찻잔이 나뒹굴었고, 그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격렬한 기침을 쏟아냈다."백부님!"배현준의 안색이 굳어졌다."당장 어의를 들라 하라!"건양제는 그 길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내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편전 침상으로 옮겨진 건양제는 안색이 파리하고 호흡이 미약했다. 겉보기엔 건장한 체구였으나 살짝 닿기만 해도 뼈가 만져질 만큼 야위어 있었다.상 내관이 눈살을 찌푸리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폐, 폐하께서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피를 토하셨습니다."배현준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달려온 어의가 맥을 짚고는 난색을 표했다."폐하의 옥체는 즉위하신 이래로 줄곧 버텨오신 터라, 이제는 그 기력이 다하셨습니다.""다른 방도는 없는가?"배현준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년간 북명 대사께서 옥체를 조리해 오셨으니, 폐하의 상태는 북명 대사께서 가장 잘 아실 겝니다."상 내관이 다급하게 말했다."대사께선 아무리 빨라도 내일이나 되셔야 경성에 당도하실 터인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그 사이, 밖에서 어린 태감이 북명연의 알현을 청해왔다."세자, 폐하의 병환이 위중하다는 사실을 북신 육공주가 알게 되면 필시 큰 파란이 일 것입니다."상 내관이 초조한 기색으로 속삭였다.배현준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폐하께서 중대한 정무를 논의 중이라 전하게.

  • 피안을 거슬러   제491화

    배이수도 서둘러 작별 인사를 고하고 공주의 뒤를 쫓았다.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떠났다.서 태후가 빙그레 웃었다."안창준 그 녀석, 제법 영악하단 말이지.""안 대인이라는 재목을 알아보신 태후 마마의 혜안이 탁월하신 거지요."소 상궁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육공주는 본디 성정이 오만방자한데, 마마께서 오히려 그 점을 공략하셨지요. 소인이 보기에 조금 전 육공주가 안 대인을 칭찬할 때, 두 눈이 아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저런 부류는 손에 너무 쉽게 들어오는 것에는 도리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법이야. 길들이고, 정복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서 태후는 진작에 북명연의 성정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공주부의 남총들은 하나같이 고분고분 순종적이기만 하니, 안창준처럼 꼿꼿한 사내가 불쑥 나타났는데 어찌 정복욕이 일지 않겠느냐?"말을 마친 서 태후가 재촉하듯 소 상궁을 바라보자, 소 상궁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렸다."소인이 지금 바로 경왕부로 다녀오겠습니다. 세자비께서 안심하시도록 말입니다."*신형사 밖.북명연은 배이수를 쌀쌀맞게 뿌리치고는, 상처투성이가 된 명언을 데리고 나왔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명언의 몰골을 보자, 북명연은 분통이 터져 욕설을 내뱉었다."배이수, 이 개자식!""공주, 고정하십시오. 소인은 괜찮습니다."명언이 낮게 읊조렸다. 그는 중상을 입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덤덤한 태도가 오히려 북명연의 울화를 더욱 부추겼다.공교롭게도 궁문 앞에서 운청을 데리러 온 유지영과 마주쳤다.운청은 채찍을 몇 대 맞아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유지영의 표정 역시 썩 좋지 않았다. 북명연은 유지영을 불러 세우더니, 억지로 명언의 옷자락을 들추어 상처를 까발렸다."이따위 결과가 나오니 이제 속이 시원한가?"드러난 가슴팍에는 피가 뚝뚝 흐르는 끔찍한 상처가 선명했다. 유지영은 그것을 힐끗 흘겨보고는, 일말의 동요도 없는 평온한 얼굴로 북명연을 향해 쏘아붙였다."공주께서 굳이 이 자를 끌고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9화

    “선주는 참 복도 많아요. 이 집안의 복덩이라니까요.”이내 셋째 부인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송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지영아, 그동안 경왕 세자의 평판이 어떤지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혼인한 뒤에는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네가 잘 붙들어야 한다. 어차피 훗날 경왕부 작위를 잇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 제발 사고를 쳐서 우리 집안에 피해가 가는 일만은 없게 하거라.”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 한숨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다행히도 노부인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 피안을 거슬러   제8화

    “지영아,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느냐?”송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날은 오해가 좀 있었단다. 선주는 내가 따끔히 혼내 두었어.”유지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어찌 작은어머니와 선주에게 화를 내겠어요. 운부 비단은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어요. 일부 무늬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던데, 구하시느라 참 힘드셨겠어요. 감동이에요, 작은어머니.”그 말을 들은 송씨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역시 그 멍청함은 어디 안 가는구나!’유지영은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안의 맏언니로서 당연히 동

  • 피안을 거슬러   제7화

    “언니, 설마 이미 경왕 세자와 혼약을 정한 건 아니죠?”그때 갑자기 다가온 유선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젯밤에 주향이 언니 침소에서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경왕 세자인가요?”말이 끝나자마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유선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언니, 일부러 말한 건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하지만 언니도 참 어리석네요. 어찌 홧김에 경왕 세자 같은 분과 그런….”짝!유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선주의 뺨을 때렸다.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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