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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Author: 레몬과 향수
말을 마친 경왕이 뒤돌아서 방을 나가려던 찰나, 멀리서 민 부장이 다급히 달려왔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경왕은 불길한 예감에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경주가 오늘 낙마 사고를 당했습니다. 현재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의원 말로는 서너 달은 꼼짝도 할 수 없다고 하니 혼사를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방 안에 있던 경왕비가 그 소리를 듣고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경주는 기마술이 웬만한 처자들보다 빼어난 아이인데 어찌 낙마를 했단 말인가?"

민 부장이 답했다.

"오늘 벗들과 함께 교외로 나갔다가 누군가의 흉계에 당한 모양입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말에서 떨어졌는데, 그만 뒷발에 채이고 말았습니다. 들려왔을 땐 이미 혼수상태였습니다."

경왕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분명히 그 몹쓸 놈의 소행일 것이야!"

처음에 민 부장은 영문을 몰랐으나, 배영준 역시 낙마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하, 꼭 현준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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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285화

    "아까는 정왕비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았는데, 방금 유지영의 행태를 보니 묵산마을 일은 틀림없이 저것들이 벌인 짓일 거야!"경왕비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한편, 방비각.방으로 돌아온 유지영은 흔들의자에 누웠으나, 마음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았다.그때 동금이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정세자비가 억지에 못 이겨 혼수의 팔 할을 내놓아 정왕부의 구멍을 메웠다 합니다."그런 말을 들어도 유지영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숙태비의 독한 입놀림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옭아매는 데 탁월했다.어리석은 담시령이 그 기세를 당해낼 리 없었다.그러나 담시령이 미련하게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다닌다는 사실은 퍽 불쾌했다.마침 밖에서 정세자비가 만남을 청하는 서신을 보내왔다는 전갈이 들려왔다.서신을 힐끗 내려다본 유지영은 서늘하게 냉소했다."가서 그리 전하거라. 정왕부는 역모에 연루되어 있으니, 엉뚱한 불똥이 튈까 염려되어 만나지 않겠다고."운청은 그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담시령에게 전했다.담시령은 화가 치밀어 앙칼진 목소리로 추궁했다."네 상전이 정녕 그리 말했단 말이냐?"운청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정왕부의 죄명이 벗겨지지 않는 한 그것은 명백한 역모입니다. 정세자비 마마께서도 괜히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마시고 부디 자중하시지요!"말을 마친 운청은 미련 없이 돌아서 가버렸다.담시령은 분을 못 이겨 욕설을 퍼부었다."건방진 계집!"그녀가 유지영을 찾아온 것은 전적으로 숙태비의 등쌀 때문이었다.숙태비는 유지영이 입궁하여 태후에게 자비를 구하기만 한다면,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지도 모른다며 그녀를 떠밀었다.담시령은 유지영을 구슬릴 온갖 변명거리까지 낱낱이 생각해 두었건만, 결국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오히려 수모만 당하고 말았다.그러니 이 수치를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세자비 마마, 경세자비가 뵙기를 거절하는데 이제 어찌합니까?"시녀가 곁에서 눈치를 보며 물었다."어찌하긴 뭘 어찌해! 내가 경왕부를 강제로 쳐들어가기라도 하란 말이

  • 피안을 거슬러   제284화

    경왕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어머님께서 가장 아끼는 아이가 현준이와 영준이, 두 적손이었다. 며칠 전에 서신을 보내 말씀하시길, 현준이의 혼례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몹시 애통해하시며 이번 영준이의 혼례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하시더구나."경왕비가 아무리 돌려 말해도 유지영은 일절 호응도 하지 않았다.결국 경왕비는 툭 까놓고 본론을 꺼냈다."네가 수고스럽겠지만 입궁을 좀 해주어야겠다. 태후 마마께 간청하여 우리가 영지로 돌아가 혼례를 치를 수 있게 허락을 받아 다오. 그래야 어머님께서도 한을 푸시지 않겠느냐. 그게 아니라면 어머님께서 경성으로 오실 수 있도록 윤허를 받아 와도 좋고."임 태비는 숙태비 못지않게 까다롭고 표독스러운 노인이었다.유지영은 그런 사람을 경성으로 모셔 와 사서 고생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그렇다고 경왕과 경왕비가 영지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배현준의 계획이 틀어질 것이다."임 태비께서 경성으로 오셔서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왕비께서 직접 태비 마마의 귀경을 청하시면 되지 않습니까?"유지영은 짐짓 의아한 척 되물었다.애초에 경왕비가 혼례 후 처음 차를 올리는 자리에서 얕은수를 쓰지만 않았어도, 유지영이 태후를 찾아가 임 태비의 귀경을 막아달라 청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경왕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지영을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태후 마마께 청하여 태비의 귀경을 막은 것이 아니더냐?"유지영은 당연히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는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임 태비 마마의 얼굴조차 뵌 적이 없거늘, 어찌 그런 불경한 짓을 저지르겠습니까?""너... 너!"경왕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곳에 오기 전부터 화가 날 상황을 짐작하고 유지영과 옥신각신하지 말자며 수없이 다짐했건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려웠다.그녀는 유지영의 얄미운 대응에 터질 것 같은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다시 타이르듯 말했다."그럼 네가 태후 마마께 간청해 줄 수는

  • 피안을 거슬러   제283화

    정왕부와 국공부 차남댁 두 집안 모두와 원한을 맺은 자는 유지영이 유일했다.담시령은 그 말을 듣고 번뜩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제가 시집오기 며칠 전, 지영이가 저희 집으로 와서 어머니께 정왕부에 큰일이 닥칠 것이라며 이 혼사를 무르라고 종용했습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숙태비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유지영! 역시 그것이었어! 그 요망한 계집,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에취!"그 시각 유지영은 코끝을 문지르며 연신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홍주가 다가와 망토를 걸쳐주며 말했다."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마마께서도 건강에 유의하셔야 합니다."유지영은 말없이 담담히 미소 지었다.근래 들어 경왕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배영준의 혼례가 임박하여 왕부 전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간혹 앞마당을 지날 때 마주치는 경왕비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이,이 혼사를 전혀 반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배현준의 말에 따르면, 요 며칠 경왕은 황제를 찾아가 봉지로 돌아가게 해달라 수차례 청을 올렸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그 탓에 경왕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을 듯했다.그때 밖에서 경왕비가 행차했다는 전갈이 들려왔다.유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경왕비를 방비각 안으로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마당으로 나가니 수심이 가득한 경왕비의 얼굴이 보였다."왕비께서 어쩐 일로 방비각까지 오셨습니까?"경왕비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유지영이 문 앞을 막아선 채 안으로 들일 기색이 없자, 미련 없이 앞에 보이는 정자를 가리켰다."지영아, 네게 물어볼 말이 있어 들렀다. 저기 앉아서 얘기 좀 나누자꾸나."말을 마친 경왕비는 먼저 발길을 돌렸다.유지영은 잠시 고민하다 그 뒤를 따랐다.자리에 앉자마자 경왕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영아, 솔직히 말해 다오. 묵산마을 일을 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느냐? 방금 정왕비가 날 불렀는데, 담시령이 제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더구나. 혼례

  • 피안을 거슬러   제282화

    다음 날이 되자, 숙태비가 국공부 차남댁으로 쳐들어가 재산을 모조리 빼앗고, 그 바람에 차남댁 두 적자가 오갈 데 없이 길거리에 나앉았다는 소문이 재빨리 퍼져나갔다.배현준이 은밀히 부추긴 결과였다.사람들은 숙태비가 수치를 모른다며 손가락질했다. 심지어 정왕부가 궁지에 몰리니 이제는 대놓고 빈집털이를 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가장 죽을 맛인 사람은 단연 담시령이었다.혼례 당일 밤에 부군이 끌려가더니, 시집온 첫날부터 등 떠밀려 혼수를 몇 상자나 바쳐야 했다.지금 정왕부 전체가 은자를 긁어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숙태비가 또다시 사람을 보내 그녀를 불렀다.담시령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대청에 들어서자마자 뜬소문 때문에 길길이 날뛰는 숙태비의 모습이 보였다."새빨간 거짓말이다!""감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다니!"마당에 들어설 때부터 숙태비의 성난 욕설과 도자기가 깨지는 소음이 난무했다.정왕비가 곁에서 만류했다."어머님, 우선 고정하십시오. 이미 사람을 시켜 소문의 출처를 캐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루빨리 은자를 모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그 말에 숙태비는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막 문을 들어서는 담시령에게 싸늘한 시선을 돌렸다."세자비, 성대하게 혼례를 치르고 우리 정왕부에 들어왔으니 이제 너도 정왕부 사람이다. 가문이 위기에 처했거늘, 뻔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담시령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왕비도 곁에서 거들었다."세자비는 사리 분별이 밝으니, 모른 척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압박해오자 담시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그녀는 손수건이 구겨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서, 겉으로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저도 정왕부의 식솔이니 마땅히 힘을 보태야지요."그렇게 그녀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혼수 스무 상자를 더 내놓겠다고 했다.정왕비는 즉시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기특하다 치켜세웠으나, 숙태비는 불만스레 혀를 찼다."부

  • 피안을 거슬러   제281화

    "형님...""그래도 비바람을 피할 곳은 생기지 않았느냐."유정랑이 달래듯 말했다.그들은 일단 머물 곳은 구했으니, 나중의 일은 천천히 도모하기로 했다.지금은 어떻게든 할머니를 만나 뵐 방도부터 찾아야했다.자신을 가장 아끼는 할머니라면 절대 그들을 모른 체하지 않을 것이다.저택으로 들어선 유정남은 유지영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 아비가 늑대 새끼를 집안에 들일 만큼 노망이 나진 않았다."두 아이 모두 사리 분별을 할 나이가 지났으니, 아무리 거두어 먹여도 은혜를 모를 것들이었다."허나 오늘 숙태비의 처사는 참으로 지나치구나."유정남이 혀를 찼다.유지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숙태비께서 선주에게 주었던 예물을 도로 빼앗아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버지께서 자비를 베풀어 거처를 내어주시지 않았다면 두 아이는 꼼짝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습니다."이 일은 반드시 밖으로 크게 키워야 했다.그녀는 숙태비가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체면을 구기게 만들 생각이었다."네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겠지."유정남은 그리 말하고는 시종들에게 이 일을 유씨 노부인이 알지 못하도록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다."아버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할머니께서도 언젠가는 아시게 될 테니, 차라리 먼저 말씀드리고 할머니께서 직접 결정하시도록 내버려 두시지요."유지영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두었다.유씨 노부인을 속이려 들었다가 어느 날 불쑥 들통이라도 나면 더 큰 분란이 일어날 게 뻔했다.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 나았다.만약 유씨 노부인이 유정랑 형제를 돌보겠다고 나선다 해도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게다가 유지영이 보기에, 잇속에 밝은 유씨 노부인이 두 형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유정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아비가 알아서 처리하마."밖을 보니 어느덧 날이 꽤 저물어 있었다.유지영은 마차를 타고 경왕부로 돌아갔다.대문

  • 피안을 거슬러   제280화

    한편, 국공부 대문 앞.저택으로 돌아오던 유정남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익어 가까이 다가갔다.역시나 두 아이는 바로 유정혁의 아들인 유정랑과 유원랑이었다."큰아버지!"그들은 유정남을 보자마자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유원랑은 고개를 치켜들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무척이나 가여워 보였다."이게 무슨 짓이냐?"유정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정랑이 울먹이며 답했다."오늘 숙태비께서 사람들을 이끌고 집에 들이닥쳐 선주 누님을 매질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정세자께서 주신 예물이라며 집안의 물건들을 모조리 털어가셨습니다. 게다가 선주 누님은 저희가 한눈을 판 사이에 저택마저 팔아넘기고 도망쳤습니다. 큰아버지, 저와 원랑이는 이제 오갈 데가 없습니다. 부디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두 아이는 유정남을 향해 납작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유정남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그때 곁에 있던 부관이 다가와, 유지영이 조금 전 돌아왔으며 한 시진 전에 이미 두 도련님을 만났었다고 귓속말로 전했다.유정남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피를 나눈 친척이니 아예 모른 체할 수는 없겠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는 호의다."그 말에 유정랑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유정남에게 거듭 절을 올렸다.하지만 이어진 유정남의 말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골목 어귀에 내 명의로 된 작은 가옥이 하나 있다. 비록 좁지만 둘이 지내기엔 충분할 게다. 내 사람을 시켜 땔감과 식량을 좀 넣어주고, 어멈 한 명을 보내 너희 형제를 돌보게 하마."유정랑의 얼굴에 번졌던 웃음기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싫습니다, 큰아버지! 저희는 저희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유원랑은 국공부 대문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누추한 단칸방에서 지내기는 싫었다.예전에 누리던 화려하고 큰 저택에서 살고 싶었다.유정랑 역시 분한 듯 따져 물었다."큰아버지, 이토록 넓은 국공부에 정녕 저희 형제가

  • 피안을 거슬러   제216화

    송씨의 초상이 치러졌으나 문상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유정혁은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국공부를 찾았으나 쫓겨났고, 정왕부로도 소식을 전하러 갔으나 역시 문전박대당했다."저리 가시오! 우린 그런 사람 모른다니까!"정왕부 시종들은 그를 매몰차게 쫓아냈다.유정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대문 앞에 서서, 굳게 닫힌 정왕부의 현판을 한참이나 올려다보았다."저 자, 유 상서 아니오?""상서는 무슨. 그저 상갓집 개나 다름없지. 저 살자고 조강지처까지 찔러 죽인 놈 아니오."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유정혁을 알아보고 손가락질하며

  • 피안을 거슬러   제215화

    이제 와서 개입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할머니께서 물어보시거든 대답을 미뤄라. 아비가 알아서 처리하마."유정남은 하늘이 무너져도 딸의 혼사를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유지영은 단호한 아버지의 모습에 속으로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께 다녀오겠습니다.""그래."유지영이 동금을 눈치를 주자, 동금 역시 끄덕였다.툭!유씨 노부인의 손에서 염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부인은 멍하니 중얼거렸다."송씨가 죽어?"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송씨의 죽음에 둘째가 얽혀 있어 지금 관아에서 조사 중입니다."유정남이 담

  • 피안을 거슬러   제212화

    정씨는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자... 장공주께서 첨장연을 주관하신다고?"태연한 유지영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거짓말 같지 않았다. 정씨는 뻘쭘해하며 한 발짝 다가섰다."지영아, 그럼 숙모가 옆에서 잔심부름이라도 거들어주마. 아무래도 남보다는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내가 낫지 않겠니."정씨의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유지영은 그녀가 온갖 악랄한 수단으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비웃음만 나왔다."손님 배웅해 드리거라!"일말의 여지도 없는 축객령이었다.정씨는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발끈했다.

  • 피안을 거슬러   제208화

    정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건양제가 배현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순간 정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아버지...." 배준형 역시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정왕은 애써 부정했다."아, 아닐 거다. 배현준 그놈은 그저 허송세월이나 보내던 밥벌레가 아니더냐!"비단 두 사람뿐 아니라 고시관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건양제는 친히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답안지의 가려진 이름을 확인하곤 호탕하게 손을 내저었다."자네들도 확인해 보게."대신들이 앞다투어 모여들었다.배준형은 군중을 헤치고 들어가 답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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