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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Autor: 레몬과 향수
경왕의 추궁에 배현준은 기가 찬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호위 한명이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도 영패가 하나 들려 있었다.

이번에 새겨진 글자는 '경'자였다.

'경'자를 확인한 순간, 경왕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세자, 이 영패는 어젯밤 통금이 지난 후 송씨 부인의 빈소 근처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호위의 보고에 경왕은 길길이 날뛰었다.

"허튼소리! 내 숙태비와 원수진 일도 없거늘 어찌 그분을 해하겠느냐!"

배현준은 쯧쯧 혀를 찼다.

"경성에 사람이 이리 많은데, 하필이면 왜 아버지께 누명을 씌웠을까요?"

그 말에 경왕은 배현준의 입을 찢어놓고 싶었다.

"경조윤 대인, 아마 누군가 저를 모함하려 수작을 부리다 자객들이 금위군에 쫓길 때 실수로 이 영패를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배현준은 턱을 치켜들며 율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방금 결백을 증명했는데, 아버지께선 결백을 증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경왕은 그제야 불효자가 어떤 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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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468화

    "아우야, 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할머님 연세도 있으신데 그런 자극을 어찌 견디시겠느냐. 당장 이틀 뒤면 네 혼례가 아니냐."당학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윤에게 다가섰다. 그는 방금 한 말이 진심인지 떠보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의심을 거두었다. 당윤이 감히 그럴 배짱이 있을 리 만무했다."당 대인!"일사불란한 발소리와 함께 경조윤이 모습을 드러냈다.당응성과 당학의 안색이 동시에 굳어졌다."아우야!"당학은 경악하며 당윤을 불렀다.당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수많은 무고한 백성의 목숨이 달린 일 아닙니까. 제가 평소 망나니짓은 좀 했어도 양심은 남아 있어서요. 대의를 위해 혈육의 정을 끊을 수밖에요."처음에는 약간 망설였지만, 지금은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당응성 같은 인간에게는 뼈아픈 교훈을 안겨 단번에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영영 평안은 없을 터였다."너, 네놈이!"당응성은 가슴을 부여잡고 헐떡였다.경조윤이 다가와 당응성에게 말했다."어명이오. 당 대인은 지금 즉시 입궁하시오."당응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곧 호위들에게 끌려갔다.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당학은 고개를 들고 당윤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당윤은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오래도록 벼르며 힘을 실은 일격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당학은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입가엔 피가 터졌다. 당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당윤은 손목을 돌리며 비웃었다."이틀 뒤 내 혼례가 무사히 치러지지 않으면, 류씨는 뼈도 못 추리게 만들 거다!"그는 할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거기 서지 못할까!"소란을 듣고 달려온 당씨 노부인이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원망 어린 눈으로 당윤을 쏘아보았다.당윤의 말에 기겁했던 당학은 그제야 급히 등 뒤의 호위에게 눈짓했다. 호위는 재빨리 물러났다."이 몹쓸 놈! 네 아비에게 감히 무슨 짓을 한 것이냐!"당씨 노부인은 가쁜

  • 피안을 거슬러   제467화

    유지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유 공자께서는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만족하셨다며, 걱정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 하셨습니다."유관성이 했을 법한 말이었다.유지영은 코끝이 찡해졌다. 안도감과 죄책감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오라버니를 만나고 싶은 심정이었다."육공주는 양나라에 오면 쉽게 떠나지 않을 거다. 언젠가 남매가 다시 만날 날이 올 테니 너무 걱정 말거라."배현준이 그녀의 손을 쥐며 다독였다.유지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육공주는 북신에서 너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어. 북신의 태자와 태자비는 육공주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할 정도지. 그러니 화친을 맺는다면 육공주로서도 매우 반가운 일일 거다."배현준이 설명했다.그제야 유지영도 상황이 납득되었다. 육공주가 오라버니의 신분을 알고 있고, 그가 자신의 믿는 구석임을 안다면 결코 쉽게 해치지 않을 터였다.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나니 비로소 긴장했던 마음이 놓였다."이틀 뒤면 자네도 혼례를 올려야 하니 푹 쉬게."배현준은 당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당윤은 돌아오는 길에 지난 한 달간 당씨 가문에 일어난 일들을 전해 들었다. 그는 진작에 가문에 미련을 버렸고 마음에 걸리는 건 오직 어머니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마저 후부에 모셨으니 그에게 더는 약점이 없었다."한 가지 더. 류씨는 가사약을 먹고 죽은 척 운산 뒷마당에 숨어 있더군. 내가 사람을 시켜 결박해 자네의 후원에 던져두었네."배현준이 담담히 덧붙였다.당윤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짙은 미소가 번졌다."고맙습니다, 세자."그때 호위무사가 다급히 알렸다."나으리, 대감께서 부인을 찾으러 후부로 가셨습니다. 어서 가보셔야겠습니다."그 말에 당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하고 즉시 물러났다.의용후부 앞.당응성은 사람들을 이끌고 후부로 들이닥쳤다. 그는 달려 나온 당 부인 우씨를 향해 호통을 쳤다."꼴이 이게 뭔가!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는데 혼자 여기서 호의호식하며 숨어 있다니, 당장 나와

  • 피안을 거슬러   제466화

    장공주부에서 또다시 비단 상자를 보내왔다. 안에는 은표가 두둑하게 들어 있었다.유지영이 의아해하자 동금이 설명했다."오늘 장공주부에 경사가 겹치지 않았습니까. 혼사도 앞당겨지고 유영 현주께서 군주 작위도 받으시어, 약소하나마 감사의 뜻으로 보내신 거랍니다."유지영은 짐작 가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받아두거라."유영 군주의 혼례 때 답례로 두둑하게 챙겨 보낼 참이었다.조령 장공주는 당씨 가문 모자의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 당학은 만나주지도 않았다. 유국공부와 경왕부는 응혈환의 출처를 캐는 데 혈안이 되었고, 정군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엄밀히 감시했다. 호위무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배준형에게 돌아와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세자, 누군가 작정하고 당학을 노리고 있습니다. 응혈환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당학을 꼬리 자르기 하지 않고는 어려울 듯합니다."배준형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그는 뼈소리가 나도록 주먹을 꽉 쥐었지만 차마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조금 더 지켜보자…."당학은 오랫동안 수족처럼 부려온 심복이라 제 손으로 쳐내기가 못내 아까웠다.다음 날.당씨 가문의 류씨가 모든 죄를 자백했다. 배유리의 혼수가 턱없이 적은 것에 앙심을 품고, 가사약인 척 응혈환을 먹여 죽였다는 것이다. 약을 구한 경위까지 낱낱이 털어놓으며 류씨는 모든 책임을 홀로 뒤집어썼다."배유리는 애초에 내 아들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난 처음부터 그 혼사가 싫었단 말입니다!"류씨는 당응성 앞에 엎드려 울부짖었다."우리 학이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학이는 배유리에게 진심이었습니다. 제가 꼴 보기 싫어 벌인 일이니 제발 학이는 용서해 주십시오."당응성인들 류씨가 아들을 살리려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대청 아래 꿇어앉은 당학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흉흉한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류씨는 곧바로 자백서에 지장을 찍었다. 자백서는 두 부를 만들어 장공주부와 경왕부로 보냈다.자백서를 받아 든 경왕은 노발대발하며 유국공에게도 이 소

  • 피안을 거슬러   제465화

    "태후 마마, 차라리 제가….""연령아, 간밤에 양씨가 냉궁에서 얼어 죽었다. 나중에 한번 가보거라. 그래도 지난 세월 양씨가 네게 꽤 잘해주지 않았느냐."서 태후는 한숨을 내쉬며 이연령의 말을 잘랐다.폐서인이 된 숙비가 죽었다는 소식에 이연령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안색이 부자연스럽게 굳어졌다."어, 어찌 이리 갑작스럽게….""양씨 가문이 몰락하였으니 진작부터 죽을 마음을 품었을 테지." 서 태후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허 귀비와 아이를 해쳤으니 죽어 마땅한 목숨이다. 다녀오되 지체하지 말고 곧장 돌아오거라."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사이, 유지영은 이미 자녕궁을 빠져나간 뒤였다.이연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방금 유지영이 사라진 방향을 힐끗 쳐다보았다. 착각인 걸까, 아니면 태후가 일부러 유지영을 감싸고도는 것일까?'아니, 그럴 리 없어. 태후 마마께서 유지영을 감쌀 이유가 없지. 우연일 거야.'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양씨는 지은 죄가 막중하니 저는 가보지 않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그런 사람에게 속아 억울함을 당한 줄로만 알고 허 귀비 마마의 미움을 샀습니다. 앞으로 저는 양씨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서 태후는 이연령의 대답이 놀랍지 않은 듯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네가 어려서 속은 탓이다. 정에 얽매여 틈을 보인 것이니 널 탓할 일이 아니지. 안색이 피곤해 보이니 내 마음이 다 아프구나. 적적하거든 유영이 그 아이와 자주 어울리렴. 젊은 아이들끼리 모여 답답함을 달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말을 마친 서 태후는 사람을 시켜 창고에서 장신구 두 점을 내오게 했다. 하나는 이연령에게 하사하고, 다른 하나는 유영 현주에게 보냈다."유영은 이미 혼약을 맺었으니, 이제 품계를 올려줄 때도 되었지."서 태후는 즉석에서 교지를 내려 유영 현주를 군주(郡主)로 승격시켰고, 교지와 장신구를 조령 장공주의 부저로 함께 보냈다.이연령은 이 하사가 어쩐지 뜬금없다고 느꼈다. 어제 유영 현주가 입궁했을 때는 왜 상을 내리지 않았을

  • 피안을 거슬러   제464화

    서 태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유지영은 맞잡았던 손을 풀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내가 허 귀비를 불러들인 것을 뻔히 알 텐데 감히 방해하러 들다니." 서 태후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이연령은 숙비를 돕느라 허 귀비의 단단한 미움을 산 상태였다.후궁에서 두 사람의 기싸움은 꽤나 살벌했다. 하지만 허 귀비는 엄연한 웃어른이자 신분도 높았다. 평소라면 이연령이 몸을 사리며 허 귀비가 있는 자리를 피했을 텐데,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소 상궁이 문을 두드렸다.서 태후는 짜증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들라 하거라!"삐걱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이연령이 연꽃과 연밥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만면했다. "태후 마마, 어화원에서 신선한 연밥을 조금 따왔습니다. 연밥이 화기를 다스리는 데 좋으니, 오늘 연자탕을 끓이는 것이 어떠신지요?"서 태후의 얼굴에 서렸던 짜증이 순식간에 흐뭇한 미소로 바뀌었다."기특하기도 하지."두 사람이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에야, 이연령은 방금 유지영을 발견한 듯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유지영은 몸을 돌려 그녀를 마주 보았다."연령 군주.""세자비."이연령은 서 태후와 유지영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의심스레 살폈다. 한 사람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이연령은 그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뒤에 선 궁녀에게 대나무 바구니를 넘겼다. 그러더니 유지영의 손을 끌어당기며 서 태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태후 마마, 세자비는 홑몸이 아니니 너무 혼내지 마십시오. 바깥의 흉흉한 소문이 다 진실은 아니지 않습니까."어제 그녀가 배유리의 죽음이 혼수를 빼돌린 일 때문이라고 넌지시 운을 뗐는데, 오늘 곧바로 서 태후가 유지영을 입궁시켜 추궁하고 있었다. 이연령은 서 태후의 마음속에서 유지영의 위치가 고작 이 정도뿐이라고 쾌재를 불렀다."유리는 어찌 됐든 황실의 핏줄이자 내 손녀다. 시집간 지 사흘

  • 피안을 거슬러   제463화

    또한 서신에는 당학이 오후에 사람을 보내 장공주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장공주가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현주는 꽤나 영리한 사람이었네."유지영은 서신을 불태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전생에 남이국으로 화친을 떠난 이가 바로 유영 현주였다. 그러나 불과 이 년 만에 산모와 태아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고, 그 충격으로 조령 장공주는 몇 년을 앓아누웠다."세자비 마마, 현주의 말씀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운청이 물었다.유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씨 가문으로 시집가기로 동의한 순간부터 이미 부군의 편에 선 셈이지. 오늘 장공주께서 류씨 모자를 감싸지 않으신 것만 봐도 태도는 충분히 증명되었어. 게다가 이연령은 확실히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 말이 미쳐 날뛰었던 일이나 혼례식에서의 일 모두 다분히 고의적이지 않았느냐?""연령 군주께서 어찌하여 세자비를 적대하는 걸까요?" 운청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유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배현준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다."이 장군 부부가 전사하고 홀로 남은 고아 아닙니까. 지난 수년간 태후 마마께서 각별히 총애하셨고, 황궁에 황자나 공주도 없으니 연령 군주의 신분이 더욱 존귀해질 수밖에요. 얼마 전 군주께서 고향에 제를 올리러 가신 틈에 태후 마마께서 세자비 마마를 각별히 아끼시니, 십중팔구 위기감을 느낀 거겠지요."동금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운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말이 미쳐 날뛰었던 것은 분명 유지영의 목숨을 노린 짓이었다."앞으로 소인들이 각별히 경계하겠습니다."유지영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너희가 곁에 있는데 누가 감히 날 해치겠느냐."어느덧 밤이 깊었다.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이연령 생각뿐이었고, 자녕궁에 계신 서 태후가 더욱 신경 쓰였다. 서 태후가 이연령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유지영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황궁에서 먼저 사람을 보내왔다."태후 마마께서 한동안 뵙지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씨 노부인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전으로 달려왔다. 송씨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지영이는 다 좋은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에요. 분명 마음속에 세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세자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지 뭐예요. 내일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우리 유씨 집안은 온 인주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말이에요.”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유씨 노부인은 불쾌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세자께 사죄드리거라.”양모가 돌아가신 뒤, 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슬하에 두고 보살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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