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검은 승합차의 후미등이 강릉 밤길 속으로 사라졌다.유도현은 창문틀을 붙잡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따라가야 합니다.”태준은 이미 도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차량 위치.”도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번호판 일부와 CCTV 동선 잡았습니다. 해안도로 쪽으로 빠집니다. 그런데 차량 등록자 정보가 이상합니다.”서아는 화면을 보았다.Registered owner: Kang Yoon-seo Memorial Foundation강윤서 기념재단.죽은 강윤서의 이름이, 살아 있는 사람을 데려간 차량 위에 남아 있었다.윤정원의 얼굴은 통화 화면 너머에서 굳어 있었다.“그 이름으로 등록된 재단은… 없어야 해요.”서아가 물었다.“없어야 한다는 건요?”윤정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윤서가 죽은 뒤, 제가 작은 재단 설립 서류를 준비한 적은 있어요. 윤서 이름으로 피해자 지원을 하려고요. 하지만 강도현이 알게 될까 봐 접었습니다. 정식 운영한 적 없습니다.”도윤이 화면을 확대했다.“법인 설립일은 2001년. 대표자는 여러 번 바뀌었고, 현재 대표자는 비공개 신탁 처리되어 있습니다.”한재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보호망을 만든 겁니다.”지연이 곧장 말했다.“보호망인지 납치망인지 아직 모르잖아요.”유도현은 뒤돌아섰다.“저한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저 차에 있다면 가야 합니다.”서아가 그를 막았다.“혼자 가면 안 돼요.”“방금 봤잖습니까. 여기 있었어요. 손수건도, 쪽지도.”그는 손수건을 움켜쥐었다.도하.“평생 처음으로 제 이름이 남아 있는 곳에 왔는데, 또 놓쳤습니다.”그 목소리가 무너졌다.서아는 그 앞에 섰다.“놓친 게 아니에요.”“그럼 뭡니까.”“살아 있다는 흔적을 찾은 거예요.”유도현은 숨을 멈췄다.서아는 낮게 말했다.“지금까지는 어머니가 돌아왔다는 기록만 있었어요. 이제는 어머니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요. 방금 떠났다면, 아직 찾을 수 있어요.”태준이 차 키를 들어 올렸다.
강릉으로 향하는 차 안은 조용했다.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유도현은 뒷좌석에서 오래된 아기 사진을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젖은 종이처럼 구겨진 손끝이 계속 떨렸다.N-00.도하.Mother returned three times.그 세 문장이 차 안을 떠나지 않았다.서아는 앞좌석에서 창밖을 바라봤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차가워졌고, 도로 옆으로 어두운 산길이 길게 이어졌다.태준이 낮게 말했다.“도착까지 10분.”도윤은 노트북을 열어둔 채 시설 기록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강릉 보호시설 정식 명칭은 해온요양원입니다. 겉으로는 장기요양 및 정신재활 시설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태성문화재단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갔습니다.”지연이 뒷좌석에서 팔짱을 꼈다.“또 문화재단이네. Garden Line이랑 같은 냄새 나.”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회계 코드가 Garden Line 보조 항목과 겹칩니다.”유도현이 낮게 물었다.“그곳에… 그 사람이 있을까요.”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아는 뒤를 돌아봤다.“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유도현의 눈빛이 흔들렸다.서아는 이어 말했다.“하지만 기록은 거기서 멈췄어요.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찾아야 해요.”유도현은 고개를 숙였다.“또 없으면요.”“그럼 다음 흔적을 찾을 거예요.”“계속 없어지면요.”서아는 잠시 침묵했다.그 질문은 유도현만의 것이 아니었다. 서아도 하윤을 찾으며 수없이 자신에게 물었던 말이었다.계속 없으면. 계속 늦으면. 끝내 도착하지 못하면.서아는 조용히 말했다.“그때도 멈추지 않을 거예요.”유도현은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렇게까지 해줍니까.”서아는 대답하지 못했다.그의 어머니를 찾는 일은 서아의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핏빛 유산은 한 사람의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하윤의 이름을 지키려면, 하윤보다 먼저 숫자가 된 아이들의 이름도 찾아야 했다.“당신이 첫 번째 아이니까요.”유도
Mother returned three times.그 문장 앞에서 유도현은 한동안 숨조차 쉬지 못했다.어머니는 돌아왔다.한 번도 아니고, 세 번.그는 평생 자신이 버려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버려졌으니 기록이 비어 있고, 버려졌으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버려졌으니 이름이 없었던 거라고.그런데 아니었다.누군가 왔었다.자신을 찾으러.세 번이나.유도현은 사진을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손끝은 떨렸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세 번…”그는 겨우 그 말만 반복했다.“세 번이나 왔다고요.”도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기록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산모 이름은 봉인되어 있습니다. 바로 공개되지 않도록 잠겨 있어요.”유도현의 얼굴이 무너졌다.“왜요.”한재욱이 낮게 말했다.“이름이 봉인된 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태성이 지운 경우, 다른 하나는 당사자 보호를 위해 나중에 잠근 경우입니다.”유도현은 고개를 저었다.“또 기다리라는 겁니까?”그 말에는 분노보다 절망이 더 컸다.“저는 오늘 처음으로 제 어머니가 저를 찾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또 못 본다고요?”서아는 그의 앞에 앉은 채 조용히 말했다.“보고 싶겠죠.”유도현은 그녀를 봤다.“당연하잖아요.”“네.”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해요.”그 대답에 유도현의 눈빛이 흔들렸다.서아는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 이름을 여는 순간, 그분의 삶도 같이 열려요.”짧은 침묵.“살아 계실 수도 있고,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다른 이름으로 살고 계실 수도 있어요. 가족이 있을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버티고 계실 수도 있고요.”유도현의 입술이 떨렸다.“그럼 저는 또…”“아니요.”서아는 단호하게 말했다.“또 빼앗기는 게 아니에요.”그녀는 화면을 가리켰다.“이번엔 막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겁니다. 당신에게서 빼앗으려고 숨기는 게 아니라, 당신과 그분 모두를 지키기 위해 순서를 세우는 거예요.”유도현은 아무 말도 하
“저는 유도현입니다.”그 이름이 유리문 앞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흔들렸다.서아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비에 젖은 머리카락, 굳게 쥔 낡은 아기 사진, 그리고 오래 울지 못한 사람의 눈.그는 분노해서 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너질 곳을 찾다 결국 여기까지 온 사람처럼 보였다.윤정원의 목소리가 화면 너머에서 떨렸다.“강윤서가 찾던 아이예요.”로비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멈췄다.유도현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었다.“누구요?”서아는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먼저 들어오세요.”유도현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은 로비 안의 카메라와 기자들, 직원들의 시선 사이를 불안하게 오갔다.서아는 바로 도윤에게 말했다.“카메라 돌려요. 이분 얼굴 잡히지 않게.”도윤이 즉시 로비 카메라 각도를 바꿨다.문세라가 기자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현장 접촉자는 보호 대상입니다. 얼굴 촬영, 이름 확산, 실시간 신상 공유는 2차 가해로 고지합니다.”기자들이 웅성거렸지만, 이번에는 쉽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서아는 유도현을 바라봤다.“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유도현은 사진을 쥔 손에 힘을 줬다.“그럼 어디서 말해야 합니까.”그 질문에는 오래된 피로가 묻어 있었다.어디서.평생 묻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묻지 못했던 사람의 질문.한재욱이 앞으로 나섰다.“비공개 보호 공간을 마련하겠습니다. 이곳은 공개 로비라 적절하지 않습니다.”유도현의 얼굴이 굳었다.“또 방으로 데려가는 겁니까?”한재욱이 멈칫했다.유도현은 낮게 웃었다.“저는 어릴 때부터 방에 많이 들어갔습니다. 상담실, 진료실, 보호실, 기록 열람실. 어디를 가도 문이 닫혔고, 나오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그러니까 여기서 묻겠습니다.”서아는 그를 조용히 보았다.한재욱이 다시 말하려 하자, 서아가 손으로 막았다.“좋아요.”모두가 그녀를 보았다.서아는 유도현에게 말했다.“여기서 하되, 당신 얼굴과 개인정보는 보호
To all bloodline subjects.너희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강서아에게 물어라.그 한 줄이 전송된 순간, 로비 전체가 얼어붙었다.강도현은 끌려가고 있었다.보안 직원들이 그의 양팔을 붙잡았고, 이사회실 화면 속에서 그의 모습은 점점 작아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장은 사라지지 않았다.오히려 더 크게 번져갔다.도윤의 태블릿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New inquiry received.New inquiry received.New protected claimant message.Emergency identity request.Maternal line inquiry.N-code origin inquiry.알림은 멈추지 않았다.하나가 뜨면 곧바로 세 개가 더 떴다. 세 개가 뜨면 열 개가 더 들어왔다.태성의 원장 속에 갇혀 있던 이름들.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던 사람들. 자신의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몰랐던 사람들. 자기 삶의 첫 문장을 잃어버린 사람들.그들이 한꺼번에 서아에게 몰려오고 있었다.태준이 서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지금 바로 응답하지 마.”서아는 화면을 바라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지연이 도윤의 태블릿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이거 너무 많아. 지금 답장하다가 언니 진짜 무너져.”한재욱도 빠르게 말했다.“강도현의 의도입니다. 모든 질문을 강서아 씨에게 집중시켜서, 피해자들의 분노와 기대를 한 사람에게 몰아넣으려는 겁니다.”서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메시지들이 보였다.제 엄마가 누구입니까?저는 입양아인데 태성과 관련 있습니까?Y-07이 제 아내 이름과 같습니다. 살아 있나요?N-31입니다. 저는 버려진 겁니까?제 아이가 사산이 아니었다는 뜻입니까?강서아 씨는 알고 있나요?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왜 이제 말합니까?마지막 문장에서 서아의 숨이 멎었다.왜 이제 말합니까?그 질문은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면서도, 그녀를 찔렀다.왜 이제야.왜 지금에서
Legacy Release TriggeredFounder Archive Auto-Disclosure in 10 minutesFounder's True Bloodline / Original Sin Archive그 문장이 전광판 위에 떠오른 순간, 로비 전체가 얼어붙었다.강도현은 웃고 있었다.무너진 사람의 웃음이 아니었다. 마지막 칼을 뽑아든 사람의 웃음이었다.서아는 그 화면을 바라보았다.“Original Sin Archive…”한재욱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창업주 원죄 기록.”윤정원은 화면 너머에서 손을 떨었다.“윤서가 찾으려던 파일입니다.”회장의 목소리가 갈라졌다.“형님, 저건…”강도현은 조용히 말했다.“그래. 아버지가 남긴 첫 번째 장부다.”로비에 있던 직원들, 기자들, 제보자들 모두 숨을 죽였다.강도현은 화면 너머로 서아를 보았다.“너희는 이름을 원했다. 지운 이름을 돌려주겠다고 했지.”짧은 침묵.“그럼 받아라.”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태성이 처음 지운 이름들이다.”도윤이 급히 화면을 확인했다.“자동 공개 예약입니다. 9분 12초 남았습니다. 외부 미러, 언론, 해외 서버까지 동시에 전송되게 설정돼 있습니다.”지연이 낮게 말했다.“막아야 되는 거 아니야?”한재욱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무조건 막아야 합니다.”서아가 그를 봤다.“왜요.”한재욱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 속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Y-01 봉투가 보였다.한이서. 한재욱의 어머니. 태성 창업주가 지운 첫 모계.한재욱은 낮게 말했다.“그 안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출생 기록, 숨겨진 가족관계, 입양·흡수·폐기 기록이 모두 들어 있을 겁니다.”짧은 숨.“공개되면 강도현도 무너지겠지만, 피해자들도 같이 찢깁니다.”서아는 눈을 감았다.또다.강도현은 언제나 진실과 피해자를 함께 묶었다.열면 다친다. 닫으면 묻힌다. 진실을 원하면, 피해자의 삶까지 세상 앞에 던지라고 협박한다.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태성병원은 새벽인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응급실 쪽 복도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서아가 향하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지하 기록 보관실.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여기 맞습니다.”강도윤이 문 앞에서 멈췄다.금속 문.지문 인식.그리고—이중 잠금.“일반 접근은 안 됩니다.”“그럼?”도윤이 카드 하나를 꺼냈다.“비정상 접근하죠.”짧은 침묵.삑—문이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서아는 잠시 멈췄다가—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어두웠다.형광등 몇 개만 켜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낮은 기계
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마치—3년 전 그날처럼.윤서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오래된 주택가.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장소.그리고—멈췄다.낡은 철문 앞.“…여기네.”한수민이 살던 집.어머니의 집.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끼이익—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쪽 공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오래된 냄새.먼지.그리고—버려진 시간.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거실.낡은 소파.뒤집힌 액자.그대로 멈춰버
태성가 저택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했지만, 그 안쪽 공기는 이미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윤지연은 2층 자신의 방 거울 앞에 서 있었다.아무 표정도 없었다.그저—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진짜 딸.”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거울 속 자신을 보며, 천천히 웃었다.“웃기지 마.”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살짝 쳤다.짝.그리고—다시.짝.점점 세게.순간,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지연은 멈췄다.거울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이 정도면 되겠네.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