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Decision timeout: 23:41:12붉은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하루가 지나면 모든 권한은 다시 D-01에게 돌아간다.서아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칸을 지운 채 말했다.“긴급심리 요청해요.”한재욱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무슨 근거로?”“이 권한 자체가 피해자 동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걸로.”“법원에서 삭제 명령까지 받으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서아는 화면을 바라봤다.“삭제가 아니라 정지부터 받아요.”도윤이 즉시 자료를 정리했다.Founder Blood Authority가장 가까운 혈연이 최종 판단자가 된다.거부하면 다음 혈연.아무도 없으면 D-01 복귀.태준이 낮게 말했다.“선택지가 있는 척하지만 결국 강도현한테 돌아가게 만들어놨네.”“그래서 선택하면 안 돼.”서아가 말했다.“내가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민서윤이 화면 너머에서 물었다.“그럼 누가 결정해요?”서아는 잠시 생각했다.“당사자들이요.”그날 오후 긴급심리가 열렸다.강도현 측 대리인은 예상대로 반대했다.“혈연 승계 체계는 재단 자산과 보호 기록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합니다.”서아는 차갑게 되물었다.“누구의 연속성이죠?”상대가 잠시 멈췄다.“창립자 가문의—”“우리가 지금 다루는 건 가문이 아니라 사람입니다.”법정이 조용해졌다.서아는 준비해온 자료를 펼쳤다.강윤서의 거부.한지원의 거부.윤정원의 거부.자신의 거부.그리고 수십 년 동안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진 분리와 추적 기록.“이 시스템은 피가 가까운 사람에게 권한을 줬습니다.”서아가 판사를 바라봤다.“그런데 피해는 항상 그 피를 이유로 발생했습니다.”한재욱이 이어 말했다.“현재 문제는 누가 다음 권한자가 되어야 하는지가 아닙니다. 혈연이라는 사실만으로 타인의 정보와 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적법한지입니다.”강도현 측이 즉시 반박했다.“그렇다면 대체 권한자가 없습니다.”서아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있습니다.”화면에 새로
M.S.Y. master authority holder — 강윤서민서윤이 가장 먼저 고개를 저었다.“윤서 씨는 죽었어요.”서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러니까 사람이 접속한 게 아니에요.”도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맞습니다. 생체 인증이 없습니다.”태준이 물었다.“그럼 뭐로 들어온 거야?”“조건키입니다.”화면에 오래된 인증 구조가 펼쳐졌다.S-02 Personal SealThird Objection RestoredSuccession Refusal RecognizedMaster Override Condition — satisfied한재욱이 숨을 멈췄다.“윤서의 세 번째 거부.”서아의 머릿속에 그 문장이 떠올랐다.나는 당신 피를 이어받았지만, 당신 뜻을 이어받지는 않는다.그 기록을 되살린 순간.죽은 강윤서가 미리 걸어놓은 무언가도 함께 깨어난 것이다.장민호가 낮게 말했다.“그래서 강도현이 세 번째 거부를 그렇게 지우려고 했던 겁니다.”“승계 때문만이 아니었네요.”서아가 그를 바라봤다.장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문장이 살아 있으면 M.S.Y. 위에 있는 권한도 살아납니다.”도윤이 수동 명령을 열었다.모두의 시선이 화면에 꽂혔다.명령은 단 하나였다.REVOKE M.S.Y.민서윤이 숨을 들이켰다.“폐기?”“아니요.”도윤이 고개를 저었다.“사람이 아니라 권한을 취소하는 겁니다.”그리고 아래에 설명이 있었다.모계 당사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모든 자동·수동 권한을 무효화한다.모계 정보와 아동 정보의 강제 분리를 중단한다.재연결은 오직 당사자 동의로만 가능하다.서아는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강윤서는 알고 있었다.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거부 기록이 지워질 수도 있다는 걸.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자신의 거부가 복원되는 순간 작동하도록 만들어놓았다.태준이 낮게 말했다.“죽어서도 시스템 안에 문 하나를 남겨둔 거네.”서아가 고개를 저었다.“문이 아니라 잠금 해제야.”엄마
Proxy R-0 — M.S.Y.화면에 떠 있는 세 글자를 민서윤은 한참 바라봤다.화상 연결 속 그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제 인증키 맞아요.”태준이 물었다.“정말 확실해요?”“네.”민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최종 분류 승인자에게만 주던 키예요.”서아가 바로 물었다.“그런데 저 시간에는 병원에 있었죠?”“의식도 없었습니다.”도윤이 당시 기록을 불러왔다.하윤을 가짜 의료진에게서 빼내던 날.민서윤은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응급수술을 받았다.21:14 수술실 입실.22:02 Proxy R-0 activation.불가능했다.그때 장민호가 낮게 말했다.“민서윤의 키는 비밀번호가 아닙니다.”서아가 그를 봤다.“그럼요?”“문지기 자격 자체였습니다.”민서윤의 표정이 변했다.장민호가 말을 이었다.“최종 분류 승인자는 사람을 유지할지, 관찰할지, 폐기할지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그 자격에는 모든 비상문을 여는 복구 권한이 붙어 있었습니다.”민서윤이 이를 악물었다.“전 그런 권한이 있는 줄 몰랐어요.”“알 필요가 없게 만들어놨으니까요.”도윤이 인증 원본을 분석했다.잠시 뒤 표정이 굳었다.“서아 씨. 복제 시점 찾았습니다.”21:31.민서윤이 수술실에 있던 시간.“어디서?”“태성병원 응급수술동 내부 단말기입니다.”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태준이 낮게 말했다.“병원 사람.”한재욱이 물었다.“백윤호?”도윤은 고개를 저었다.“백윤호 계정은 아닙니다.”화면에 당시 출입자 명단이 떴다.의사.간호사.보안요원.그리고 한 명.Emergency administrative observer.이름은 비어 있었다.대신 승인 코드만 남아 있었다.D-01 Special Executor Office.서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강도현 쪽 사람이 수술실 근처까지 들어왔다는 거네요.”도윤이 더 깊게 로그를 열었다.그 사람이 민서윤의 휴대용 보안토큰에 접촉한 시간.불과 17초.그 17초 동안 복구키 하나가 복
Relay-7 / 장민호.서아는 화면 속 이름을 오래 바라봤다.“지금 어디 있죠?”도윤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이상합니다. 휴대전화 신호가 박성진 사무실 건물 안입니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몇 층?”― 위층입니다.수사관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동안 태준과 서아, 한재욱은 계단을 올랐다.4층.간판도 없는 철문 하나.영장을 확인한 수사관이 문을 열었다.안에는 책상 하나.구형 녹음 장비.보안 단말기.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장민호.그는 도망치지 않았다.서아를 보자 오히려 조용히 말했다.“결국 여기까지 왔군요.”태준의 얼굴이 굳었다.“강도현 지시를 밖으로 전달한 사람이 당신입니까?”장민호는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하면 아닙니다.”“뭐가 아니죠?”그가 녹음 장비를 바라봤다.“나는 강도현 전무의 말을 전달한 게 아닙니다.”짧은 침묵.“그 사람이 남겨놓은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서아의 눈빛이 굳었다.수사관이 장비를 보전 처리했고, 도윤이 원격으로 파일 목록을 열었다.수백 개의 음성 파일.IF S-LINE REFUSESIF D-02 DEFECTSIF MATERNAL CLAIMANT RETURNSIF CHILD TRACE REOPENS지연의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에서 들렸다.― 저걸 미리 다 녹음해놨다고요?장민호가 대답했다.“강도현은 사람보다 상황을 믿었습니다.”서아가 그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죠?”“사람은 배신하지만 상황은 반복된다고 했습니다.”장민호가 씁쓸하게 웃었다.“딸이 거부하면 다음 아이도 거부할 수 있고, 지운 엄마는 언젠가 돌아오고, 죄책감 많은 동생은 결국 확인 버튼을 누른다고.”강무진.한재욱.민서윤.서아.강도현은 사람을 예측한 것이 아니었다.그들의 약점을 조건으로 만들어두었다.도윤이 말했다.― 일종의 조건부 지시 창고입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음성 명령이 Relay에게 전달됩니다.서아가 물었다.“누가 조건을 선택해요?”장민호가 입을
서울 외곽의 개인 법률사무소는 불이 켜져 있었다.간판은 작았다.성진 법률자문태준이 차에서 내리며 주변을 살폈다.“도망갈 출구는 뒤쪽 하나.”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렸다.― 경찰에도 증거보전 요청 들어갔습니다. 다만 아직 체포영장은 없습니다.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잡으러 온 게 아니에요.”한재욱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말하게 하러 온 거죠.”서아는 그를 보았다.“아니요.”짧은 침묵.“선택하게 하러 온 겁니다. 계속 강도현 쪽에 설 건지, 자기가 한 일을 말할 건지.”한재욱의 얼굴이 굳었다.문을 열자 박성진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노트북 하나와 서류 몇 장뿐이었다.그는 한재욱을 보자 피식 웃었다.“결국 직접 왔네요.”한재욱이 낮게 말했다.“내 이름으로 구치소 들어간 사람도 너냐.”박성진은 부정하지 않았다.“이름 하나 빌린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 이름으로 뭘 했는지가 중요하지.”박성진은 서아를 바라봤다.“강서아 씨. 당신은 아직도 사람을 하나씩 구하면 시스템이 무너질 거라고 믿습니까?”서아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대신 테이블 위에 출력물을 놓았다.Maternal Copy — interceptedContact attempt #14Park Seong-jin박성진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서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이거 기억하죠.”“오래된 일입니다.”“엄마한테 가야 할 편지를 빼앗은 것도?”박성진은 입을 다물었다.“아이 살아 있다는 사진 보여주고, 다시 찾으면 아이가 위험해진다고 한 것도?”그의 표정이 굳었다.한재욱이 물었다.“누가 시켰어.”박성진이 그를 보며 웃었다.“형님은 참 편하네요.”“뭐?”“이제 와서 전부 강도현 탓으로 돌리면 되니까.”한재욱의 얼굴이 굳었다.박성진은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강도현이 명령했습니다. 맞아요. 서문태가 전달했고요. 그런데 문서 만든 건 누구였습니까?”짧은 침묵.“우리가 움
Park Seong-jin — active credential.도윤의 손이 멈췄다.“지금 접속 중입니다.”한재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차단해.”서아가 바로 막았다.“아니요.”모두가 그녀를 봤다.“또 끊으면 도망갑니다.”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엔 따라가야 해.”도윤은 접근 권한을 유지한 채 별도 추적선을 열었다.박성진은 Maternal Copy 파일을 열었다.아이 사진.정은채가 남긴 문장.그리고 N-17 엄마의 마지막 연락 기록.지연이 이를 악물었다.“뭘 찾는 거야?”도윤은 검색 로그를 확인했다.“사진이 아닙니다.”검색어가 떴다.Maternal claimant current status서아의 눈빛이 굳었다.“엄마를 찾으려고 해요.”한재욱이 낮게 말했다.“우리가 Maternal Door를 열었다는 걸 눈치챈 겁니다.”다음 검색어.Child Door linkage태준이 욕을 삼켰다.“둘을 연결하려고 해.”서아는 즉시 말했다.“두 문 연결키 폐기해요.”도윤이 고개를 저었다.“연결키 자체가 없습니다. 양쪽 동의 없이는 시스템상 묶이지 않아요.”서아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박성진은 과거 방식으로 찾고 있었다.이름 하나.주소 하나.가족관계 하나.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화면에서 검색이 연달아 실패했다.No result.No result.Access denied.지연이 짧게 웃었다.“열받겠네.”그 순간 박성진이 방향을 바꿨다.오래된 파일 하나를 열었다.Contact attempt #14서아의 얼굴이 굳었다.열네 번째 연락.엄마가 아이 사진을 보고 가까이 가는 것을 멈췄던 날.도윤이 말했다.“첨부 음성이 있습니다.”한재욱의 표정이 변했다.“음성?”“지금까지 색인에 안 걸렸어요. 박성진이 직접 열면서 활성화됐습니다.”서아가 말했다.“복사해요. 원본 건드리지 말고.”도윤이 미러링했다.녹음이 재생됐다.먼저 젊은 여자의 목소리.떨리고 있었다.―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