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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진짜 괴물

작가: 8489
last update 게시일: 2026-04-02 22:35:26

버려진 게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울어야 할 것 같았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 그런데 살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 이상했다.

“그날… 뺏겼어.”

짧은 한마디.

그 안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

나는 한 발짝 다가갔다.

“어디까지 기억해.”

목소리는 차분했다.

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비가 쏟아지던 밤이었다고 했다. 병원 뒤쪽, 사람 없는 골목. 나를 안고 뛰고 있었다고 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여러 명.

도망친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고.

“잡혔어.”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래도 안 놔줬어. 끝까지 안 놓으려고 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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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유산   40화 — 에필로그

    비밀 금고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마치 무언가가 끝났다는 신호처럼.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이제 좀 정리된 거 아니냐. 셋이 같은 사건이다, 기록 조작됐다, 누가 개입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다 안 거 아니야?”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봤다. “아니. 하나도 안 풀렸어.”도윤이 얼굴을 찌푸렸다. “뭐가 더 남았는데?”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린 결과만 봤어. 누가 남았는지, 누가 바뀌었는지, 누가 빠져나왔는지… 그건 다 결과야.”도윤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럼?”나는 낮게 말했다. “과정이 빠졌어. 누가 시작했는지, 왜 시작했는지, 왜 하필 우리였는지.”잠깐 정적이 흘렀다. 태준이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그건 못 찾는다.”나는 바로 돌아봤다. “왜.”태준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나를 봤다. “그건 기록으로 남는 종류가 아니니까. 그런 건 다 지워진다.”나는 피식 웃었다. “지워진다고 없어지는 거 아니야.”태준이 눈을 좁혔다. “…뭐.”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흔적은 남는다. 완전히 지워진 건 없어. 못 찾은 거지.”도윤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야 잠깐,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건 전부 미끼라는 거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확히 말하면— 유도지.”태준이 낮게 웃었다. “…시험이네.”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았다. “그래. 시험이야. 어디까지 오는지 보려고 던져놓은 거.”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와 진짜… 사람 가지고 장난하네.”나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TS-OB / 03도윤이 그걸 보고 말했다. “그거… 병원 코드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병원. 산부인과. 세 번째 보관.”태준이 바로 이어서 말했다. “출생 기록 관리 구역.”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래. 우리가 아직 못 본 거.”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기 가겠다는 거냐.”나는 종이를 접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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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금고 안.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나는 파일을 들고 있었다. 손끝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이게 전부야?”도윤이 낮게 물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짧은 숨.“이건 일부야.”태준이 조용히 말했다.“…전부일 리가 없지.”나는 파일을 펼쳤다.첫 장.사진.신생아 셋.공기가 순간 멎었다.“…셋.”도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눈에 들어왔다.이름.서아. 윤지연. 강태준.나는 눈을 좁혔다.“…이름이 아니네.”짧은 침묵.“분류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사람을?”나는 낮게 말했다.“…사건으로.”페이지를 넘겼다.내용은 거의 없었다.하지만—의도적으로 남겨진 흔적이 보였다.[비정상 출산 사건] [외부 개입 확인] [개체 분리 완료]손이 멈췄다.“…개체.”나는 중얼거렸다.“사람을 그렇게 부르네.”태준이 말했다.“…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정적.나는 그를 바라봤다.“…알고 있었네.”태준이 웃지 않았다.“…응.”짧은 침묵.“우린 태어난 게 아니야.”그의 시선이 흔들렸다.“…관리되기 시작한 거지.”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나는 파일을 닫았다.“…그래서 기록이 없는 거네.”짧은 숨.“사람이 아니라— 결과만 남기니까.”그때—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짝.짝.천천히.나는 돌아봤다.윤지연이었다.“…여기까지 왔네.”그녀가 웃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똑바로 봤다.“넌 어디까지 알아.”지연이 어깨를 으쓱했다.“…전부는 아니야.”짧은 침묵.“근데— 하나는 확실하지.”그녀의 눈이 번뜩였다.“…결국 하나만 남는다는 거.”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그 하나가 너라고 생각해?”지연이 미소 지었다.“…당연하지.”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짧은 숨.“넌— 가장 먼저 버려질 애야.”정적.지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뭐?”나는 낮게 말했다.“관리된 애니까.”짧은 침묵.“대체 가능한 존재.”지연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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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유산   36화 — 마지막 거짓말

    아침이었다.하지만 조용하지 않았다.[속보] [태성그룹 며느리, 친딸 사칭 논란]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흘러나왔다.“최근 태성그룹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회장의 며느리 서아 씨가 자신을 친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나는 리모컨을 들어 화면을 껐다.정적.“…시작했네.”짧게 말했다.도윤이 나를 봤다.“…예상보다 빠르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급해졌나 보네.”짧은 숨.“자리 뺏길까 봐.”그 순간—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하지만—누군지 알았다.나는 바로 받았다.“왜.”짧은 한마디.지연이 웃었다.“…뉴스 봤지?”나는 피식 웃었다.“이게 다야?”짧은 침묵.“생각보다 약하게 시작했네.”공기가 멈췄다.지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여유 있네.”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이 정도로 흔들릴 거였으면.”짧은 숨.“여기까지 안 왔어.”정적.지연이 웃었다.“…그래?”짧은 침묵.“그럼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자.”나는 바로 답했다.“너부터 무너질 거야.”공기가 식었다.지연의 숨이 짧아졌다.“…입 조심해.”나는 웃었다.“지금 상황에서 내가 조심해야 할 이유 있어?”짧은 침묵.“거짓말 시작한 건 너잖아.”정적.지연의 목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았다.“…곧 알게 될 거야.”짧은 숨.“누가 진짜인지.”나는 천천히 말했다.“이미 알고 있잖아.”짧은 침묵.“너도.”공기가 멈췄다.지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덧붙였다.“그래서 더 급한 거고.”정적.그리고—지연이 낮게 웃었다.“…끝까지 가보자.”나는 짧게 대답했다.“그래.”짧은 숨.“끝까지 간다.”나는 전화를 끊었다.도윤이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나는 아이를 내려다봤다.작게 숨을 쉬고 있었다.살아 있다.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거짓말로 덮었으면.”나는 조용히 말했다.“…증거가 필요해.”짧은 침묵.태준이 돌아

  • 핏빛 유산   35화 — 끝나지 않은 진실

    “여기까지 하자.”낮고 단단한 목소리였다.크게 울리지 않았는데도, 복도에 퍼져 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서로를 향하고 있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회장이 걸어오고 있었다.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도에 맞춰 공기가 따라 움직였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윤지연이 입을 열었다.“아버지.”평소와 같은 호칭이었지만,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회장은 우리 앞에 멈췄다.그리고—곧장 나를 봤다.“며느리.”짧은 한 단어였다.그 한마디로—지금의 관계가 고정됐다.나는 옅게 웃었다.“…이제야 그 호칭을 쓰시네요.”회장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그게 네 위치니까.”짧은 침묵.“아직은.”그 마지막 말이 아주 작게 덧붙여졌지만, 모두가 들었다.윤지연의 눈이 번뜩였다.“…아버지.”회장은 손을 들어 막았다.그리고—시선이 내 품 안으로 떨어졌다.아이.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지.”나는 망설이지 않았다.“제 아이입니다.”정적.복도 공기가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회장의 시선이 깊어졌다.“니 아이라면…”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태준의 핏줄로 봐야겠지.”나는 고개를 기울였다.“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짧은 숨.“아니면 직접 확인하셔도 되고요.”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회장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그리고—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짧은 침묵.“네가… 내 딸이라고 주장했지.”윤지연이 바로 반응했다.“아버지, 저건 말도 안 되는—”“나는 너에게 묻지 않았다.”회장의 말이 떨어졌다.지연이 입을 다물었다.처음 보는 표정이었다.회장은 다시 나를 향했다.“며느리가 딸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짧은 침묵.“꽤 흥미롭군.”나는 웃었다.“흥미로 끝내실 건가요?”짧은 숨.“아니면 확인하실 건가요.”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대신—다른 말을 꺼냈다.

  • 핏빛 유산   23화 — 법정의 증인

    법정 안은 숨이 막힐 듯 조용했다.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았다.하지만 누구도 쉽게 숨을 내쉬지 못했다.윤서아는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등은 곧게 펴고 있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긴장 때문이 아니었다.이 상황이—너무 ‘깔끔’해서였다.“피고 윤서아.”판사의 목소리가 울렸다.“회장실 폭발 사건과 관련하여—”서아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정면.그저 정면만 바라봤다.‘이건 아니다.’너무 빠르게 진행됐다.폭발.그리고 체포.그리고 재판.마치—이미 결론이 정해진 사건처럼.“변론할

  • 핏빛 유산   22화 — 감옥에 갇힌 상속녀

    폭발이 일어난 뒤의 태성 본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사람은 분명히 많았다. 경호원, 직원, 경찰까지.그런데도—공기가 눌려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윤서아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시선이 느껴졌다.수십 개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저—천천히 숨을 골랐다.그때였다.“…윤서아 씨.”낯선 목소리.서아가 시선을 들었다.형사였다.단정한 표정. 하지만 눈빛은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의 것이었다.“…같이 가셔야겠습니다

  • 핏빛 유산   21화 — 누가 회장을 죽이려 했나

    태성 본관, 밤.복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숨을 참고 있는 듯한 정적이었다.윤서아는 걸음을 멈췄다.이상하다.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느껴왔던 불안감이, 지금 이 순간 유독 또렷하게 살아났다.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조금 전, 회장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둘만 남겨. — 하나는 떨어진다.그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이미—시작됐다는 신호였다.“…설마.”그때였다.아주 짧은 소리.삑.기계음 같은, 인위적인 소리였다.서아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위층을 향했다.그리

  • 핏빛 유산   20화 — 강회장

    같은 날 밤.회장실.윤서아는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이번에는 셋이 아닌—단 둘.회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따로 부른 이유는 하나다.”회장이 말했다.그의 눈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확인할 게 있어서지.”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기다렸다.“넌.”짧은 침묵.“…자신 있냐.”질문은 단순했다.하지만—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서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뭘요.”회장이 웃었다.“끝까지 남을 자신.”정적.서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하나 알려주지.”회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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