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차 안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김포 전용 게이트를 빠져나온 뒤에도 누구 하나 안도하지 못했다. 하윤은 서아의 품 안에서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서아의 어머니는 옆자리에서 도윤이 덮어준 담요를 손끝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태준은 맞은편 좌석에서 저장장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지연은 창밖을 보면서도 계속 뒤쪽 거울을 확인했다.먼저 입을 연 건 도윤이었다.“추적 신호가 계속 붙어 있습니다. 저장장치 내부에 심어진 태그가 주기적으로 위치를 흘리고 있어요. 지금 이대로 강릉으로 가면 은신처까지 바로 노출됩니다.”서아는 하윤의 등을 천천히 쓸며 물었다.“지울 수 있어?”도윤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완전히 지우려면 장치를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면 원본 기록 손상 위험이 있습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버리면?”도윤이 고개를 저었다.“원본이 사라집니다. 일부 복사본은 있지만, N-12 이동 기록과 Alive 상태값, G-17, R-3, 민서윤 직접 승인 라인이 완전하게 남은 건 이 저장장치 쪽입니다.”지연이 피식 웃었다.“진짜 악질이네. 증거를 들고 도망가면 추적당하고, 버리면 증거가 날아가고.”서아는 하윤을 더 꼭 안았다.“그럼 이용한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어떻게.”서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엄마를 봤다.“엄마가 말한 강릉 집. 거기 정말 안전해?”엄마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완전히 안전하진 않아.”짧은 숨.“하지만 적어도 태성 이름으로는 못 찾아.”도윤이 바로 물었다.“서아 씨 명의라고 하셨죠.”엄마가 아주 작게 말했다.“서아 이름으로 남겼지만… 등록은 다른 방식으로 했어. 태성도, 병원도, 회장도 바로 못 찾게.”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엄마는 하윤을 바라보다가, 다시 서아를 봤다.“언젠가 네가 아이를 찾으면.”짧은 침묵.“도망칠 곳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차 안이 조용해졌다.지연이 낮게 중얼거렸다.“와. 엄마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피난처를 만들어놨네.”
하윤의 울음소리가 공항 활주로 위로 작게 번졌다.서아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작고 따뜻한 몸, 손가락 끝에 닿는 작은 숨, 가슴에 닿는 심장 박동.살아 있었다.숫자가 아니라, 코드가 아니라, 기록상 생존 표시가 아니라.진짜로.하윤이 살아 있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서아, 움직여야 해.”서아는 아이를 품에 더 끌어안았다.“알아.”말은 했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하윤은 서아 품 안에서 계속 울었다. 낯선 소리, 낯선 공기, 낯선 품이 불안한 듯했다. 그런데도 서아는 아이를 놓을 수 없었다.지연이 민서윤을 막아선 채 소리쳤다.“언니, 감동은 나중에 해. 지금 저 여자 눈빛 봐. 아직 안 끝났어.”민서윤은 정말 그대로 서 있었다.분명 흔들렸다. 하지만 무너지진 않았다.그녀는 서아의 품에 안긴 하윤을 바라보다가, 아주 낮게 말했다.“이름을 되찾았다고 끝난 줄 아나.”서아가 고개를 들었다.“끝났다고 한 적 없어.”민서윤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그래.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이름이 생기면 더 위험해진다는 걸.”태준이 서아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그만해.”민서윤은 태준을 보며 말했다.“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이번엔 막아.”“이번엔?”민서윤이 차갑게 웃었다.“그 말 참 편하네, 강태준. 넌 늘 이번엔, 다음엔, 아직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간을 벌었지.”태준의 얼굴이 굳었다.서아가 낮게 말했다.“태준.”태준은 돌아보지 않았다.서아가 다시 말했다.“지금은 싸우지 마.”그 말에 태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예전 같으면 서아가 태준을 밀어냈을 것이다. 믿지 못한다며, 뒤로 물러서라 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서아의 품에는 하윤이 있었다. 그리고 하윤을 지키려면, 지금 이 순간 누구라도 쓸 수 있어야 했다.서아는 다시 민서윤을 봤다.“네가 뭘 하든.”짧은 숨.“하윤이는 다시 못 데려가.”민서윤이 낮게 말했다.“내가 데려가는 게 아니야.”정적.“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서아는 도로 위로 뛰어내렸다.뒤에서 태준이 외쳤다.“서아!”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눈앞에는 검은 밴이 있었다. 흰색 의료 재단 차량이 그 뒤를 막아서고 있었고, 멀리 전세기 계단에는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급하게 들렸다.“서아 씨, 정면으로 뛰면 차에 치입니다. 왼쪽 서비스 라인으로 붙으십시오.”서아는 숨을 몰아쉬며 방향을 틀었다.“저 밴이야?”“확률 높습니다. R-3 접속 흔적이 방금 그 차량 쪽으로 붙었습니다.”태준이 뒤따라오며 말했다.“혼자 뛰지 마!”서아가 달리면서 소리쳤다.“하윤이야.”태준의 발걸음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서아는 이를 악물었다.“내 아이 이름, 하윤이라고.”그 말에 태준의 얼굴도 완전히 굳었다. 그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대신 서아 옆으로 붙어 같이 뛰기 시작했다.“왼쪽으로 돌아. 내가 앞 막을게.”“아니.”서아는 검은 밴을 노려봤다.“이번엔 내가 먼저 봐.”그때 지연이 반대쪽에서 뛰어 나왔다. 그녀는 밴이 아니라 흰 의료 재단 차량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서아가 외쳤다.“지연아!”지연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난 민서윤!”짧은 숨.“언니는 하윤 잡아!”그 순간만큼은 둘 다 망설이지 않았다.도윤이 차에서 엄마를 부축한 채 외쳤다.“서아 씨, 밴 문 열립니다!”검은 밴의 뒷문이 열렸다.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작은 의료 케이스를 들고 내렸다. 아이가 아니었다.서아의 숨이 순간 멎었다.“뭐야…”태준이 낮게 말했다.“미끼야.”바로 그때, 전세기 쪽으로 향하던 흰 의료 재단 차량 옆문이 열렸다.작은 담요. 아주 작은 손. 그리고 누군가 품에 안긴 아이.서아의 눈이 멎었다.몸이 먼저 반응했다.“하윤아!”그 이름이 공항 바닥 위로 터져 나갔다.아이를 안고 있던 남자가 순간 고개를 돌렸다.도윤이 이어폰 너머로 외쳤다.“R-3 확인. 보호자 코드 일치합니다.”태준이 바로 달려 나갔다.“서아, 오른
부두 위로 올라온 순간, 바닷바람이 얼굴을 세게 때렸다.뒤에서는 배 전체가 어둠에 잠기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붉은 경보등이 번쩍이던 병동선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고, 이제는 바다 위에 버려진 검은 덩어리처럼 떠 있었다.서아는 엄마의 몸을 부축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엄마, 조금만 버텨. 차까지 가면 돼.”엄마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몸은 너무 가벼웠고,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서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놓으면 다시 어디론가 끌려갈 것처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도윤이 달려와 엄마의 반대쪽 팔을 받쳤다.“차 준비됐습니다.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추적 붙습니다.”태준은 저장장치를 손에 쥔 채 뒤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서아가 그에게 물었다.“파일은?”태준이 바로 답했다.“살아 있어. 손상은 없어.”“다 열렸어?”“아직.”짧은 숨.“하지만 N-12 상태값은 봤어. Alive. 마지막 갱신도 남아 있어.”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언제.”태준이 대답하기 전, 도윤이 태블릿을 받아 확인했다.“마지막 갱신 시각은 19시간 전입니다.”정적.그 짧은 문장이 서아를 붙잡았다.19시간 전.먼 과거 기록이 아니었다.죽은 흔적이 아니었다.아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너무 최근의 표시였다.지연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그럼 진짜 살아 있네.”서아는 돌아보지 않았다.“응.”짧게.“살아 있어.”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오히려 더 무서워졌다.살아 있다는 건 기쁨이면서 동시에 공포였다.살아 있다면, 지금도 누군가의 손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엄마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제주…”서아가 바로 몸을 숙였다.“엄마, 제주 알아?”엄마는 입술을 힘겹게 움직였다.“바로… 가면 안 돼…”서아의 얼굴이 굳었다.“왜.”엄마는 숨을 삼켰다.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너무 힘들어 보였다.“G-17은… 집이 아니야…”도윤이 바로 물었다.“시설명이 아닙니까?”엄마는 아주 약하게 고개를 저었다.“문…”
경보음이 배 안을 찢듯 울렸다.붉은 비상등이 하부 격리층 복도를 번갈아 비췄고, 금속 벽은 물결에 맞춰 낮게 흔들렸다. 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다급하게 들렸다.“선박 폐쇄 프로토콜 시작됐습니다. 6분 안에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하부 격리층부터 잠깁니다.”서아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낮게 말했다.“도윤, 출구 열어놔.”“열고 있습니다. 다만 중앙 복도는 이미 잠겼습니다. 후면 계류 라인으로 빠져야 합니다.”태준의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서아, 기록 복사 중이야. N-12 최종 이동지 뜬다.”서아의 손이 엄마의 손 위에서 더 꽉 굳었다.“어디.”“완전 주소는 아니야. 코드로 막혀 있어. 그런데 지역명 하나는 떠.”짧은 정적.“말해.”태준이 숨을 낮게 고르며 말했다.“제주.”공기가 순간 멎었다.지연도 민서윤을 막아선 채 아주 짧게 서아를 돌아봤다.“제주?”태준이 빠르게 말했다.“정확한 시설명은 아직 안 떠. 코드가 붙어 있어. G-17, Garden Line, Protected Observation.”도윤이 이어받았다.“Garden Line이면 위원회 보호 관찰 라인입니다. 일반 보육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외부엔 복지재단으로 위장된 관리시설일 가능성이 큽니다.”서아는 엄마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그럼 살아 있다는 쪽으로 봐도 돼?”태준의 대답이 아주 짧게 늦었다.“기록상으론.”“기록 말고.”“……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서아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민서윤은 처음으로 뚜렷하게 표정을 잃었다.“그 파일은 여기서 나가면 의미 없어.”서아가 엄마를 조심스럽게 일으키며 말했다.“의미는 내가 정해.”민서윤이 한 걸음 움직이려 하자, 지연이 바로 앞을 막았다.“어딜 가.”민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비켜.”지연이 웃었다.“아까 나 유지라며. 통제 가능하다며.”짧은 침묵.“그럼 어디 한번 통제해봐.”민서윤이 낮게 말했다.“윤지연, 넌 네가 반항한다고
배 전체 조명이 한 번 더 깜빡였다.민서윤의 시선이 흔들린 건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서아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감정 하나 없이 사람을 분류하던 얼굴이, 처음으로 계산 밖의 상황을 마주한 사람처럼 굳었다.서아가 낮게 말했다.“하부 격리층.”태준이 바로 움직였다.“내가 앞에 선다.”서아가 그를 막았다.“아니. 넌 민서윤 봐.”태준의 눈이 서아에게 향했다.“서아.”“도망 못 가게 하라고.”짧은 정적.민서윤이 아주 낮게 웃었다.“날 붙잡아두면 아래는 못 열어.”서아가 그녀를 똑바로 봤다.“그럼 네가 열어.”“내가 왜.”“안 열면.”서아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네가 아까 말한 연결점, 내가 지금 여기서 끊어버릴 거니까.”민서윤의 눈빛이 식었다.“협박을 배우긴 했네.”서아는 웃지 않았다.“아니. 네 방식대로 말하는 거야.”그때 지연이 옆에서 낮게 끼어들었다.“언니, 말 길어지면 또 도망쳐.”서아가 지연을 봤다.“넌 뒤쪽 막아.”지연이 어깨를 으쓱했다.“아까도 그랬잖아.”“이번엔 진짜 막아.”지연은 잠깐 서아를 보다가 웃었다.“좋아. 오늘은 언니 말 들어줄게.”태준이 민서윤의 옆으로 천천히 이동했다.“열어.”민서윤은 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여전히 착각하네. 문 하나 연다고 사람이 나오는 줄 알아?”태준이 낮게 답했다.“안 열면 적어도 네가 뭘 숨기는지는 나오겠지.”도윤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급하게 들어왔다.“서아 씨, 하부 격리층 신호가 두 개로 나뉩니다. 하나는 생체 반응처럼 보이고, 하나는 저장 장치 쪽입니다.”서아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둘 다?”“네. 하나는 살아 있는 반응일 가능성, 다른 하나는 기록입니다. 둘 중 하나가 미끼일 수도 있습니다.”민서윤이 조용히 말했다.“정확하네.”서아가 물었다.“뭐가 미끼야.”민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지연이 문 쪽에서 피식 웃었다.“또 입 닫네. 저 사람도 참 답답하다.”서아는 민서윤에게서 눈을 떼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