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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신경 쓰이는 사람

Author: JANG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11:36:21

근무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수려를 레스토랑 담당인 모토무라가 불렀다.

“수려상.”

“네?”

“오늘 다 같이 환영회 겸 파티 하려고 하는데 같이 한잔하죠.”

모토무라가 웃으며 손짓했다.

“오늘 주인공인데.”

수려가 잠시 고민하다 웃었다.

“그럼 씻고 바로 갈게요.”

“좋아요.”

---

기숙사 방.

테이블 위에는 편의점에서 사 온 안주와 일본 술, 맥주가 가득 놓여 있었다.

평소 조용했던 방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토무라가 잔을 들어 올렸다.

“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좀 환영식이 늦었지만 우리 달빛 료칸에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늘었습니다.”

“수려상!”

“건배!”

쨍!

잔이 부딪혔다.

수려는 한 모금 마시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국적도 달랐고, 언어도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그때 코즈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자기소개부터!”

모두가 웃었다.

코즈키가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나는 부조리장 코즈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조리장을 달 예정이며······.”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곧 이혼도 세 번을 달성할 예정입니다.”

“또?”

“이번엔 진짜야!”

방 안에 폭소가 터졌다.

“지난번에도 진짜라고 했잖아!”

“이번엔 다르다니까!”

다음은 모토무라였다.

“저는 오키나와 출신이고요.”

모토무라가 자신의 키를 내려다봤다.

“보시다시피 키가 작습니다.”

“그런데 키가 작아서 좋은 점도 있어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손님보다 항상 낮은 자세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

“그래서 접대는 제가 최고입니다.”

수려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서비스에 진심이다.’

그때 모토무라가 수려를 바라봤다.

“그리고 수려상.”

“네?”

“키 큰 건 서비스할 때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하하하!”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수려도 결국 웃었다.

“그건 처음 듣네요.”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이번에는 신스케가 손을 들었다.

“나는 신스케.”

그가 손을 흔들었다.

“편하게 신이라고 불러.”

“네.”

“나는 이불 담당입니다.”

“이불 담당?”

“손님들이 식사하러 가면 이불을 펴고, 아침에는 정리합니다.”

잠시 뜸을 들였다.

“가끔 이상한 것도 발견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신스케에게 향했다.

“그것도 제 업무의 일부니까요.”

수려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뭘 발견하는데요?”

신스케는 잠시 고민했다.

“그건······.”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비로 남겨두죠.”

다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술잔이 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아베였다.

혼자 구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코즈키가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아베상!”

아베가 고개를 들었다.

“자기소개!”

아베는 대답 대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베상!”

“······.”

코즈키가 씩 웃었다.

“자기소개 안 하면 나랑 결혼하는 거야.”

아베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싫어.”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하하하!”

폭소가 터졌다.

“오!”

“아베가 대답했다!”

“오늘 역사적인 날인데?”

아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벌써?”

“아베상, 아직 한 잔도 안 했잖아!”

하지만 아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수려는 잠시 닫힌 문을 바라봤다.

‘저 사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베만 달랐다.

항상 혼자였다.

마치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왜 저 사람은 항상 혼자 있지?’

수려는 그 이유가 조금 궁금해졌다.

하지만 술자리는 계속됐다.

---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술은 어느새 몇 병째 비워지고 있었다.

“한 잔 더!”

“좋아!”

“한국 사람은 술에서 질 수 없지!”

수려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럼 갑니다.”

한 잔.

두 잔.

세 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려의 눈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모토무라가 그 모습을 바라봤다.

“수려상.”

“네······.”

“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수려가 잔을 내려놓았다.

“뭔데요?”

“왜 하필 료칸으로 왔어요?”

수려의 손이 멈췄다.

모토무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다른 일을 해도 충분했을 텐데.”

“······.”

“시간이 지나서 진실이 알려지면 다시 가수로 복귀할 수도 있잖아요.”

수려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모토무라가 말했다.

“난 만약에 내가 수려상처럼 가수로 성공할 재능이 있었다면······.”

잠시 웃었다.

“어떻게든 버텼을 것 같아요.”

수려의 시선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려상?”

수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요······.”

목소리가 작았다.

“모토무라 선배 말이······ 다 맞아요.”

“······.”

“나도······.”

수려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조금 젖어 있었다.

“다시 노래하고 싶어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수려는 웃으려 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무대도······.”

목소리가 떨렸다.

“팬들도······.”

잠시 말을 멈췄다.

“다시 보고 싶어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수려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못 해요.”

그 한마디를 끝으로 수려는 테이블에 그대로 엎드렸다.

“수려상?”

대답이 없었다.

코즈키가 작게 웃었다.

“완전히 취했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모토무라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수려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

얼마 후.

아베가 방으로 돌아왔다.

술자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고, 방 안에는 수려만 남아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베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마시면 어떡합니까.”

수려의 팔을 잡았다.

“일어나세요.”

“으······.”

수려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휘청.

아베가 재빨리 붙잡았다.

“조심하세요.”

수려는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아베는 수려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방까지 데려다줄게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평소 같았으면 수려가 무슨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 말도 없었다.

---

아베는 수려를 침대에 눕혔다.

이불을 덮어주려다가 잠시 멈췄다.

잠든 수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낮에는 계속 웃고 있었다.

실수를 해도 금세 정신을 차렸고,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움직였다.

한때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왜 아무도 없는 이곳까지 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는 걸까.

아베는 잠시 수려를 바라봤다.

‘······많이 힘들었던 건가.’

조금 전 술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 나도 다시 노래하고 싶어요.

― 무대도······ 팬들도······ 다시 보고 싶어요.

아베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그때 수려가 몸을 뒤척였다.

이불이 흘러내렸다.

아베가 다시 이불을 끌어올렸다.

그러다 흐트러진 수려의 앞머리가 눈가를 가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베는 잠시 손을 들었다.

‘······.’

손끝이 허공에서 멈췄다.

굳이 만질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냥 두기가 싫었다.

아베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넘겼다.

그 순간.

수려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지수야.”

아베의 손이 멈췄다.

“지수야······.”

잠든 수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나······.”

하지만 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아베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지수······.’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그 이름 하나가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 걸까.

‘어떤 사람이었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생각은 자꾸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알던 사람인가.

친구인가.

아니면······.

아베는 순간 생각을 멈췄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손을 거뒀다.

“······별걸 다 신경 쓰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멈췄다.

뒤를 돌아봤다.

수려가 이불을 걷어찬 채 잠들어 있었다.

아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침대 앞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올려 수려의 어깨까지 덮어줬다.

“감기 걸립니다.”

수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베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낮에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었다.

강한 척하지도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그저 지쳐 있었다.

아베는 문득 생각했다.

자신도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적이 있을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을 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던 때.

아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정말 방을 나섰다.

문을 닫기 직전.

다시 한 번 침대를 바라봤다.

“······지수라.”

아베의 입에서 무심코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이러지.”

문이 닫혔다.

복도에 혼자 선 아베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같은 이름이 떠올랐다.

지수.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며 웃던 수려의 얼굴.

아베는 결국 작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신경 쓰는 거지.’

그날 밤.

아베는 평소보다 훨씬 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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