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라일락, 새로운 시작

Author: JANG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4 14:22:30

료칸 정문.

오카미상은 오늘도 입구 한쪽에 앉아 꽃을 가꾸고 있었다.

수려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오카미상은 꽃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처음 뵀을 때도 꽃을 가꾸고 계셨는데.”

오카미상이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꽃은 직접적인 말은 안 하지만, 표현은 확실하거든요.”

오카미상이 라일락의 작은 꽃송이를 손끝으로 살짝 만졌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살아 있는 건 다 그래요.”

“그 말은…… 생명력이 있는 건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뜻이네요.”

오카미상이 수려를 바라봤다.

“한사무, 혹시 이 라일락의 꽃말 알아요?”

“꽃말이요?”

“봄의 시작.”

오카미상이 환하게 웃었다.

“한사무도 이 라일락처럼, 봄처럼 새롭게 시작해 보는 거 어때요?”

수려는 말없이 라일락을 바라봤다.

‘다시 시작이라…….’

모든 게 끝났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끝난 걸까.

‘난 아직 젊잖아.’

수려의 시선이 작은 꽃송이에 머물렀다.

‘다시 시작할 기회가 온 거야.’

그제야 깨달았다.

오카미상은 자신이 이곳에 도착한 날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일본까지 도망쳐 왔는지.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줬다.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자신이 힘들어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카미상…… 가끔 보면 돌아가신 저희 엄마 같아요.”

오카미상의 손이 라일락 위에서 잠시 멈췄다.

“그래요? 어떤 분이셨는데요?”

수려는 잠시 라일락으로 시선을 떨궜다.

“닭도리탕을 잘하셨어요.”

짧게 웃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었고요.”

수려가 오카미상을 바라봤다.

“오카미상이랑 비슷해요. 묻지 않아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거.”

오카미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으로 라일락 잎을 매만지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가끔은 한사무 엄마 노릇 좀 해도 될까요?”

수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카미상이 따뜻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네?”

“오늘 한국에서 새로운 스태프가 한 명 와요.”

“한국에서요?”

“같이 인사할 거니까 기숙사에 들어가지 말고 조금 기다려요.”

‘한국에서 누가 온다는 거지?’

한국인 스태프가 한 명 더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까.

‘심적으로 의지가 되겠지.’

수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드디어 선배가 되는 건가?’

괜히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과거와 함께 찾아왔다는 것을.


체크아웃이 끝난 오후.

료칸 로비에는 모든 스태프가 모여 있었다.

오카미상이 손뼉을 한 번 쳤다.

짝.

“여러분, 청소는 다 잘 끝내셨나요?”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쉬어야 하니까 짧게 소개할게요.”

오카미상이 환하게 웃었다.

“오늘 새로운 친구가 입사했어요.”

짝짝짝.

비즈니스적인 박수가 로비에 울렸다.

“한사무가 여러분들 도움으로 적응을 너무 잘했죠?”

오카미상이 수려를 바라봤다.

“게다가 한국인 고객도 많이 늘었고요.”

직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수려에게 향했다.

“그래서 한국인 스태프를 한 명 더 뽑기로 했습니다.”

수려의 눈이 반짝였다.

‘누굴까?’

괜히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이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일 수도 있었다.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려는 자신도 모르게 로비 입구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

‘대체 누가 오는 거지?’

그때였다.

로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사람들이 하나둘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카미상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수려는 그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곧.

로비의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낯익은 한국어가 료칸 안으로 흘러들었다.

수려의 표정이 굳었다.

그 목소리를 모를 리 없었다.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던 목소리였다.

“……설마.”

수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선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수려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왜…….’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리고 남자는 아주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수려야.”

로비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수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이 다시 시작했다고 믿었던 봄이.

과거와 함께 찾아왔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함정,그리고 CCTV 2

    그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재준아."재준이 그대로 멈춰 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표정 없는 수려가 "너 진짜 끝까지 가는구나.""……수려?"수려의 눈빛이 얼음처럼 가라앉았다."놔."수려의 목소리에는 예전처럼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노 대신, 오히려 더 서늘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이번에는 내가 직접 봤어." 수려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화면에는 녹음기가 켜져 있었다. "방금 그 말 전부, 처음부터 녹음했어."재준의 낯빛이 변했다. 그제야 아베의 팔을 놓았다."녹, 녹음……?""아베상이 CCTV도 가지고 있어. 방금 네가 한 짓까지." 수려가 한 발 다가섰다. "네가 돈 훔친 건 아직 내가 직접 못 봤어. 하지만 네가 일부러 나한테 누명을 씌운 건 지금 이 안에 다 있고."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전부 증거로 남았어."재준이 이를 악물었다."이……, 그거 지금 나 협박하는 거냐?""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야." 수려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너 지금 여기서 나한테 뭘 어떻게 해도 이 녹음 파일은 안 없어져. 아베상 CCTV도 마찬가지고. 이미 두 개나 있는데, 지금 나 때려서 셋 만들 거야?"재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답하지 못했다.수려는 그런 재준을 잠시 바라보다, 아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베상. 괜찮아요?"아베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오카미상한테 갑시다. 지금 바로." 수려가 재준을 돌아봤다."너도 같이 가.""뭐?""네 발로 가서 사실대로 말해. 손님한테 누명 씌운 것도, 방금 아베상한테 한 짓도." 수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네가 안 가면 내가 이 녹음이랑 CCTV, 전부 오카미상한테 넘길 거야. 그럼 넌 사과할 기회도 없이 그냥 끝나는 거고."재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머릿속으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는 게 보였다. 여기서 버티면 증거로 끝장나고, 순순히 가면 최소한 발언권은 있다는 계산."……알았어."재준이 시선을 피하며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함정, 그리고 CCTV

    오후 3시, 체크인 시간이 시작되자 료칸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됐다."어서 오세요!" "객실은 이쪽입니다." "짐은 제가 옮겨드리겠습니다."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스텝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수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객실을 안내하고, 확인하고, 다시 뛰었다.그때였다."수려야."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준이었다."왜?"재준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손님이 유카타 사이즈가 안 맞는다고 다시 가져다 달라는데,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엑스라지 사이즈로 하나만 객실에 갖다 놔줄래?"수려가 한숨을 내쉬었다.'꺼림칙한데……'하지만 지금은 체크인 시간이었다. 동료끼리 일을 미룰 여유가 없었다."처음이니까 도와줄게.""고마워." 재준이 웃으며 덧붙였다. "혹시 너 나 아직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나 이제 안 그래. 걱정 마."'그래. 한 번 믿어보자. 너나 나나 여기선 외국인 노동자잖아.'"알았어."수려는 유카타를 챙겨 객실로 향했다. 등 뒤에서, 재준의 표정이 지워졌다는 걸 수려는 알지 못했다.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실례하겠습니다."기존 유카타 옆에 새 유카타를 가지런히 놓고, 곧장 나왔다."어서 오세요!"체크인이 다시 시작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쾅!"누구야!"료칸 전체가 얼어붙었다."누가 내 객실에 들어갔어?!"304호 손님이었다. 유코가 다급히 다가갔다."손님, 무슨 일이세요?""들어오지 말라고 걸어놨는데! 304호! 당장 찾아내!"수려가 앞으로 나섰다."제가 들어갔습니다. 유카타 사이즈를 바꿔달라고 하셔서……""뭐? 유카타를 왜 바꿔!" 손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 금고! 100만 엔이 없어졌어!"로비가 조용해졌다."100만 엔이요?""약 100만 엔! 없어졌다고!" 손님이 카운터를 내리쳤다. "사장 나오라고 해!"오카미상이 조용히 나섰다."제가 오카미입니다. 304호에 들어간 스텝이 누구인가요?""재준 스텝과 저입니다.""재준 스텝도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드라큘라 이빨의 주인공

    그날 학교를 나선 수려는 계속 박지수라는 이름을 되뇌었다.우산을 같이 쓰겠느냐고 한마디 건넨 게 전부였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설마······ 그 박지수?’어릴 적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이름.하지만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였다.뒤에서 누군가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야!”수려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조금 전 교실에서 봤던 여자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다.“너!”수려는 눈을 크게 떴다.“나?”여자아이는 숨을 고르면서도 수려를 빤히 바라봤다.“너 나 기억 못 해?”“응?”그 질문에 여자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역시.”“뭐가?”“그때도 머리가 나빠 보였는데······ 지금도 똑같네.”“뭐?”수려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여자아이가 피식 웃었다.“너하고 너희 엄마,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었잖아.”“······뭐?”여자아이는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너 어릴 때 나한테 드라큘라 이빨 들고 달려들었던 것도 기억 안 나?”그 순간이었다.희미했던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작은 여자아이를 쫓아다니며 가짜 드라큘라 이빨을 들이대던 자신.나를 피해 도망 다니던 여자아이.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석준.“······아.”수려의 눈이 커졌다.“설마······.”눈앞의 얼굴과 오래전 기억 속 얼굴이 조금씩 겹쳐졌다.“진짜 박지수 맞네!”“이제야 알아보네.”수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야, 네가 이렇게 변했는데 어떻게 바로 알아봐.”“너도 많이 변했거든?”“나는 원래 이랬어.”“허세는 그대로네.”“야.”지수가 웃었다.수려도 따라 웃었다.그제야 수려는 알았다.자신이 계속 마음에 두었던 그 여자아이가 정말 박지수였다는 것을.“진짜 오랜만이다.”수려가 손을 내밀었다.“반갑다.”지수는 내민 손을 잠시 바라봤다.그러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수려의 손을 잡았다.“나도.”손끝이 닿는 순간이었다.수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봄 비가 내리던 날

    료칸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던 수려는 문득 오래전 한 장면을 떠올렸다.봄이었다.비가 내리던 날.그리고······ 처음 만난 여자아이.이름조차 몰랐던 그 아이를, 수려는 이상할 만큼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수려야.”누군가 뒤에서 불렀다.“응?”“너 또 멍때리지?”수려가 고개를 돌렸다.친구가 피식 웃으며 수려의 어깨를 툭 쳤다.“요즘 연습 때문에 정신없지?”“좀.”“이번에 진짜 데뷔하는 거 아니야?”“아직 몰라.”수려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불안했다.연습생이 된 건 중학교 때부터였다.그리고 지금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기획사인 네버그린에서 정식 스카우트까지 받은 상태였다.누군가는 이미 데뷔가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수려에게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오늘도 연습실로 돌아가면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언제든 기회가 사라질 수 있었다.그래도 학교에서는 잠시 그런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만큼은 평범한 고등학생일 수 있었으니까.“자.”담임 선생님이 교탁을 두드렸다.“올해도 사고 치지 말고 잘 지내자.”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특히 수려.”“······왜 저만요?”“학교 빠지지 마.”“제가 언제 빠졌다고요.”“연예인 한다고 학교를 우습게 보면 안 돼.”“선생님.”수려가 장난스럽게 손을 들었다.“제가 나중에 엄청 유명해져도 모른 척하실 거예요?”“네가 성공하면 내가 제일 먼저 자랑할 거다.”“진짜요?”“대신 사고 치면 남이다.”교실이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수려도 웃었다.그때였다.빗소리가 들렸다.톡.톡.톡.창문에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수려는 무심코 창가를 바라봤다.그리고······ 멈칫했다.창가에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아이들은 시끄럽게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내 인생을 망친 놈이 료칸에 찾아 왔다.

    ‘이쁜 사람이면 좋겠는데…….’“자, 들어오세요!”문이 활짝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수려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저 얼굴을 잊을 리 없었다.일본으로 오기 전.자신의 인생이 무너지는 시작점에 서 있던 얼굴이었다.숨이 턱 막혔다.남자도 수려를 바라봤다.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하지만 그것도 잠시.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하지메마시떼. 재준 데쓰.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분명했다.자신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했던 남자.그 사건으로 수려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사람.— 재준이었다.재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소개를 이어갔다.“제가 일본에서 처음 일하는 거라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그러곤 능글맞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참고로 저는 여기서 먼저 일하고 있는 수려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재준이 수려를 바라봤다.“굉장히 오래된 친한 친구고요.”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수려야, 잘 지냈어? 이렇게 다시 보니까 진짜 반갑다.”수려는 대답하지 않았다.“수려 친구래~.”직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수려는 그 시선들을 바라보며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재준은 그 침묵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취미는 건담이랑 세일러문 커스텀 모으기입니다.”그러다 아베를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리고 이번 기회에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해서 일본 여자친구도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직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재준 상은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말 참 잘하네요.”오카미상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재준 상도 수려 상처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스태프들의 도움 잘 부탁해요.”직원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간바레!”“간바레!”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하지만 수려만은 웃을 수 없었다.오카미상이 수려를 바라봤다.“아, 그리고 수려 상.

  • 학폭 누명 쓴 아이돌 료칸 나카이가 되었습니다   라일락, 새로운 시작

    료칸 정문.오카미상은 오늘도 입구 한쪽에 앉아 꽃을 가꾸고 있었다.수려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오카미상은 꽃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처음 뵀을 때도 꽃을 가꾸고 계셨는데.”오카미상이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미소를 지었다.“꽃은 직접적인 말은 안 하지만, 표현은 확실하거든요.”오카미상이 라일락의 작은 꽃송이를 손끝으로 살짝 만졌다.“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살아 있는 건 다 그래요.”“그 말은…… 생명력이 있는 건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뜻이네요.”오카미상이 수려를 바라봤다.“한사무, 혹시 이 라일락의 꽃말 알아요?”“꽃말이요?”“봄의 시작.”오카미상이 환하게 웃었다.“한사무도 이 라일락처럼, 봄처럼 새롭게 시작해 보는 거 어때요?”수려는 말없이 라일락을 바라봤다.‘다시 시작이라…….’모든 게 끝났다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정말 끝난 걸까.‘난 아직 젊잖아.’수려의 시선이 작은 꽃송이에 머물렀다.‘다시 시작할 기회가 온 거야.’그제야 깨달았다.오카미상은 자신이 이곳에 도착한 날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왜 일본까지 도망쳐 왔는지.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줬다.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자신이 힘들어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수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카미상…… 가끔 보면 돌아가신 저희 엄마 같아요.”오카미상의 손이 라일락 위에서 잠시 멈췄다.“그래요? 어떤 분이셨는데요?”수려는 잠시 라일락으로 시선을 떨궜다.“닭도리탕을 잘하셨어요.”짧게 웃었다.“제가 뭘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었고요.”수려가 오카미상을 바라봤다.“오카미상이랑 비슷해요. 묻지 않아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거.”오카미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손끝으로 라일락 잎을 매만지며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가끔은 한사무 엄마 노릇 좀 해도 될까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