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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그리고 CCTV 1

Author: JANG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11:24:21

오후 3시.

체크인이 시작되자 료칸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됐다.

“어서 오세요!”

“객실은 이쪽입니다.”

“짐은 제가 옮겨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스텝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수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객실을 안내하고, 비품을 확인하고, 다시 로비로 뛰어왔다.

그때였다.

“수려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준이었다.

“왜?”

재준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좀 도와줘.”

“뭔데?”

“304호 손님이 유카타 사이즈가 안 맞는다고 하네. 엑스라지 하나만 객실에 갖다 놔줄래?”

수려는 잠시 재준을 바라봤다.

‘꺼림칙한데.’

하지만 지금은 체크인 시간이었다.

동료끼리 일을 미룰 여유도 없었다.

“처음이니까 도와줄게.”

“고마워.”

재준이 웃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혹시 너 나 아직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

“나 이제 안 그래. 걱정 마.”

수려는 잠시 재준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래. 한 번 믿어보자.’

여기선 너나 나나 똑같은 직원이니까.

“알았어.”

수려는 창고에서 유카타를 챙겨 304호로 향했다.

그 뒤에서 재준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는 사실을 수려는 알지 못했다.

304호 앞에 도착한 수려는 조용히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려는 기존 유카타 옆에 새 유카타를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곧바로 객실을 나왔다.

문이 닫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쾅!

무언가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료칸 전체에 울려 퍼졌다.

“누구야!”

로비가 순간 조용해졌다.

304호 손님이었다.

“누가 내 객실에 들어갔어?!”

유코가 다급히 다가갔다.

“손님, 무슨 일이세요?”

“들어오지 말라고 걸어놨는데!”

손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304호! 당장 들어간 사람 찾아내!”

수려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들어갔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수려에게 향했다.

“유카타 사이즈를 바꿔달라고 하셔서 가져다 놓았습니다.”

“뭐?”

손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유카타가 문제가 아니야!”

그가 떨리는 손으로 객실 쪽을 가리켰다.

“내 금고!”

잠시 숨을 몰아쉬던 손님이 소리쳤다.

“100만 엔이 없어졌어!”

로비가 얼어붙었다.

“……100만 엔이요?”

“약 100만 엔!”

손님이 카운터를 세게 내리쳤다.

“내 돈이 사라졌다고!”

수려의 얼굴도 굳었다.

방금 전 자신이 혼자 들어갔던 객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금고.

‘설마…….’

오카미상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손님. 우선 진정해 주세요.”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저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습니다.”

오카미상이 직원들을 바라봤다.

“304호에 들어간 스텝이 누구인가요?”

“재준 스텝과 저입니다.”

“재준 스텝도 불러주세요.”

잠시 후 재준이 나타났다.

걸음은 태연했다.

하지만 눈빛은 이미 모든 상황을 계산한 사람처럼 차분했다.

“부르셨습니까?”

오카미상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분 모두 금고에 손을 댄 적이 없습니까?”

수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그리고 재준을 바라봤다.

“저는 유카타만 놓고 바로 나왔습니다.”

재준도 고개를 저었다.

“저도 손댄 적 없습니다.”

수려는 재준을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 이상했다.

너무 태연했다.

“야.”

수려가 낮게 말했다.

“너 진짜 아니야?”

재준이 수려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저는 먼저 나왔습니다.”

일본어였다.

“그리고 그다음에 수려가 들어갔습니다.”

수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재준은 잠시 말을 망설이는 듯했다.

“저도 확실하게 본 건 아닙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뭐가요?”

오카미상이 물었다.

재준이 수려를 바라봤다.

“수려가 객실에서 나올 때 뭔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뭐?”

수려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요?”

“확실하다는 건 아닙니다.”

재준은 오히려 당황한 사람처럼 손을 저었다.

“그냥 제가 본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야.”

수려가 한 걸음 다가갔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수려야.”

재준이 낮게 말했다.

“나도 그냥 본 걸 말하는 거야.”

“네가 뭘 봤는데?”

수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짧게 입꼬리를 올렸다.

수려는 그 순간 확신했다.

‘역시…….’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자신을 이곳에서 내쫓으려는 놈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재준이 있다는 것.

하지만 지금 흥분하면 안 됐다.

‘흥분하면 저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수려는 조용히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녹음 기능을 켠 뒤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증거부터.’

오카미상이 손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손님. 우선 저희 료칸에서 배상해 드리겠습니다.”

“배상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오카미상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사실관계는 저희가 별도로 확인하겠습니다. 우선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직원을 돌아봤다.

“VIP룸으로 안내하세요.”

“네.”

손님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떠났다.

로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재준이 수려를 바라봤다.

아주 짧은 미소였다.

마치 승리를 확인한 사람처럼.

수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곧 천천히 손가락을 폈다.

‘조금만 기다려.’

수려는 아무 말 없이 재준을 바라봤다.

‘네가 먼저 무너지게 만들어줄 테니까.’


재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 뒤편으로 향했다.

주변을 두 번 살핀 뒤 휴대폰을 꺼냈다.

통화 연결음이 끝나자 재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여보세요.”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작전 성공했습니다.”

잠시 상대의 말을 들은 재준이 피식 웃었다.

“수려 정도야 내쫓는 건 어렵지 않죠.”

그때였다.

재준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약속하신 자리…… 정말 주시는 거죠?”

잠시 상대의 말을 들은 뒤 재준이 다시 웃었다.

“대령건설 비서실장 자리.”

재준이 주변을 살폈다.

“저도 이제 올라가야죠. 이런 시골에서 계속 버티는 거,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 순간.

재준의 뒤편에 누군가 조용히 멈춰 섰다.

수려였다.

수려는 숨을 죽인 채 재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조용히 녹음되고 있었다.

‘대령건설…….’

수려의 눈빛이 변했다.

‘역시 누군가 뒤에 있었어.’

그때였다.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재준이 흠칫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베상.”

아베였다.

아베는 말없이 재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가서 사과하세요.”

“……뭐?”

“손님에게도.”

아베가 재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수려상에게도.”

재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CCTV 확인했습니다.”

아베가 차분하게 말했다.

“객실에 들어간 시간도, 나온 시간도 전부 남아 있습니다.”

재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재준이 낮게 웃었다.

“야.”

아베가 그를 바라봤다.

재준이 한 걸음 다가갔다.

“까칠하고 도도한 게.”

아베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꽤 괜찮네.”

재준이 다시 한 걸음 다가갔다.

“얼굴도 예쁘고.”

“오지 마세요.”

“너 같은 애가 이런 시골에서 계속 일할 필요 없잖아.”

아베가 뒤로 물러났다.

“관심 없습니다.”

“나 한국 가면 대기업 이사야.”

재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중에는 대표까지 할 사람이고.”

“그래서요?”

“같이 가자.”

“싫어요.”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으면 돼.”

아베의 얼굴이 굳었다.

“싫다고 했습니다.”

“왜 이렇게 까다로워?”

“비켜요.”

아베가 옆으로 지나가려 했다.

재준이 앞을 막았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니까.”

“싫어요.”

아베가 다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재준이 손목을 붙잡았다.

“놔요.”

아베가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재준은 놓지 않았다.

“조용히 따라오면 아무 일도 없어.”

“놓으라고 했잖아요!”

아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준이 그녀의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소리 지르지 마.”

“놔요!”

아베가 힘껏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재준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좋게 말할 때 들어.”

그가 한 손으로 벽을 짚었다.

아베가 뒤로 물러났다.

등이 벽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제발…… 놓으세요.”

아베의 목소리가 떨렸다.

재준이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섹시하네.”

아베가 고개를 돌렸다.

“싫어요.”

재준의 손이 다시 아베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도와줘!”

아베가 소리쳤다.

“도와줘!”

재준이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손 치워.”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를 갈랐다.

재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베도 숨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당장.”

“그 손부터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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