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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관명흠
나는 밀려드는 감정을 누르고 서신을 탁자 모서리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섰다.

행랑에 걸린 등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옷깃을 여미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묵호는 오늘 군영에 당직이라, 내 의문은 당분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 밤은 분명 잠들기 어려울 터였다.

이튿날 새벽, 나는 강묵호가 검술을 익히는 소리에 잠이 깼다.

검바람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평소보다 더 거칠고 날카로웠다.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침 안개 속에서 마음을 죄어 왔다.

나는 행랑 아래 서서 그의 하얀 옷자락이 휘날리고 검세가 날카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달리 풀어낼 길 없는 조바심이 섞인 듯했다.

나는 다가가지 않고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그가 검을 거두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까지.

그제야 나는 평소처럼 다가가 깨끗한 수건을 건넸다.

그는 말없이 받아 땀을 훔쳤다.

이런 날들이 벌써 삼 년째였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배서령이 돌아왔는데, 이제 우리 부부는 어떻게 되는 건지 물어볼까?

아니면 세월이 흘러서 정말 다 잊은 건지 물어볼까?

품은 의문은 하나같이 직설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입밖으로 튀어나온 건 엉뚱한 질문이었다.

"탁자 위에 있던 서신, 읽으셨습니까?"

"보았소."

한마디뿐이었다.

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그는 이 이야기를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수년이 지나도록 그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 한 사람뿐이었다.

잠시 후 그가 갑자기 물었다.

"며칠 있으면 제삿날인데, 함께 가겠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예법대로라면 장군의 부인으로서 나도 함께 갈 수 있었다.

궁중에서 몇 해 글공부를 한 터라 낯선 자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황실의 위엄과 영광은 애초에 나 같은 첩자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남의 눈치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야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그의 곁에 서서 온 도성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물러나야 할 그 자리'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강묵호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더 묻지 않고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강요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으며 더 이상의 다정함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듯 느껴졌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나는 여느 때처럼 성 밖 병영으로 음식을 나르러 갔다.

강묵호는 부장과 군무를 논의 중이었다. 얼굴 옆모습은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갑옷을 입은 모습은 더욱 위엄이 있었다.

나는 음식을 내려놓고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 길에 저잣거리의 죽을 나누어 주는 자리를 지나다가, 멀리 사람들이 모여들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인파 가운데 한 줄기 흰 옷자락이 보였다.

배서령이었다.

오 년 만에 그녀는 소녀 시절의 오기보다는 한층 단아하고 온화해져 더욱 빛나 보였다.

그녀는 직접 국자를 들어 죽을 떠주고 있었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모습에서는 금지옥엽의 교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 부드러웠다.

"여러분, 서두르지 마세요. 모두 드실 수 있습니다."

인파 속에서 누군가 높은 목소리로 칭송했다.

"강 장군처럼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 있고 공주처럼 어질고 인자한 분이 계시니,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복이 아닙니까. 두 분은 정말 하늘이 맺어준 한 쌍입니다!"

말이 떨어지자 주변에서 우레와 같은 호응이 터져 나왔다.

배서령은 얼굴에 연한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여 살짝 웃었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나와 강 장군은 마음을 같이하여 백성들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백성들의 칭송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모두가 마음속으로 짐작하던 그 관계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했다.

누군가 감회에 젖어 말했다.

"당시 강 장군이 화친 행렬을 따라 백 리를 쫓아갔는데 말이 지쳐서 기진맥진했다지. 그런데 다시 공주와 이렇게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그때 우리 세력이 약했기에 어쩔 수 없이 공주를 먼 곳으로 시집보냈지만 강 장군이 그날 이후로 밤낮없이 훈련에 매진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날 이렇게 군사가 튼튼해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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