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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가 지고 나서야
해당화가 지고 나서야
작가: 소피온

제1화

작가: 소피온
혼인한 지 삼 년.

김소윤은 줄곧 알고 있었다. 지아비인 한상운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임나연. 그녀는 그의 스승이 남긴 하나뿐인 핏줄이었다.

한상운이 임나연을 위해 정적들의 칼끝과 음모를 대신 막아낼 때도, 김소윤은 참고 넘겼다.

임나연을 위해 천하의 명의를 찾아 헤맬 때도, 그녀는 받아들였다.

심지어 임나연을 위해 매달 초사흘과 초이렛날이면 그녀의 피를 석 잔씩 받아 갈 때조차, 그녀는 묵묵히 견뎌 냈다.

그렇게 삼 년이 흘렀다.

김소윤은 언젠가는 한상운이 자신을 한 번쯤 돌아봐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한상운이 그녀를 첨성대에 묶어 두고 칠 일 밤낮 불길 속에 세워, 임나연 대신 흉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액운을 씻게 했을 때.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처음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

김소윤은 청동 기둥에 묶인 채 칠 일을 버텼다. 발밑 제단의 불길은 밤낮없이 타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등을 태웠고, 살갗은 갈라졌다 아물기를 거듭했다. 겨우 딱지가 앉으면 다시 불에 데어 터져 나가기를 반복했다.

칠 일째 되던 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일 무렵이었다.

한 늙은 어멈이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묶어 두었던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어멈은 인상을 찌푸리며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됐습니다. 액운은 다 씼겼습니다. 국사 대인께서 특별히 자비를 베푸셨으니, 마님께서는 이제 국사부(國師府)로 돌아가십시오.”

국사부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회랑을 돌아서자, 맞은편에 한상운이 서 있었다.

처마 아래 선 그의 뒤로는 막 꽃망울을 터뜨린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붉은 꽃잎 몇 장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가 손수 지어 준 짙푸른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소맷부리에 수놓인 구름무늬는 그녀가 꼬박 이레 밤을 새우고, 열 손가락을 수없이 찔려 가며 한 땀 한 땀 완성한 그의 생일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임나연이었다.

은빛 여우털 망토를 걸친 임나연은 한층 더 여리고 병약해 보였다.

그녀는 얼굴을 들어 한상운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한상운은 그녀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몸을 살짝 숙인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김소윤은 칠 일 밤낮 자신을 태웠던 불길이 다시 가슴속을 집어삼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때 임나연이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살며시 한상운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용히 말했다.

“상운 오라버니, 마님께서 돌아오셨네요.”

이윽고 한상운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김소윤의 몸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갔다. 이내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좁혀졌다.

그는 그녀에게 아프지 않으냐고 묻지 않았다. 그 칠 일을 어찌 견뎌 냈느냐고도 묻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걸친 낡은 덧옷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옷이 많이 해졌구나. 볼썽사나우니 갈아입거라.”

김소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상운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매를 털고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튿날 이른 아침.

김소윤은 국사부를 나설 채비를 했다.

병환이 깊어진 양어머니를 위해 성 밖 도관에 들러 평안부 하나를 받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안채의 중문에 다다랐을 때, 집안일을 관장하는 장 어멈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마님, 잠시만요.”

장 어멈은 입가에 억지웃음을 걸친 채 몸을 굽혔다.

“국사 대인께서 이르시기를, 마님께서는 며칠간 출입을 삼가시고 소윤원에서 편히 몸을 추스르라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소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몸을 추스리라...’

삼 년 동안 피를 내어 주었고, 첨성대 위에서 칠 일 밤낮을 불길에 시달렸다. 살갗이 터지고 짓무른 채 겨우 돌아온 몸이었다.

헌데 그가 말한 몸조리란, 고작 이 손바닥만 한 소윤원에 그녀를 가두는 것이었다.

김소윤은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돌아서서, 올 때 밟았던 청석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하인들이 한곳에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들었어? 어젯 밤 나연 아씨께서 또 가슴이 답답하시다 하셨다던데, 국사 대인께서 밤새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으셨대.”

“쉿, 목소리 낮춰. 마님께서 돌아오셨대...”

“돌아오시면 뭐? 아직도 눈치 못 챘어? 국사 대인께서는 나연 아씨만 아끼셔. 마님은...”

말끝이 흐려지더니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저 나연 아씨 대역일 뿐이야.”

김소윤은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마당 한가운데 선 해당화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나무는 삼 년째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한 채 말라 있었다.

‘그래, 나는 그저 대역일 뿐이지.’

김소윤은 속으로 말했다.

삼 년 전, 흠천감(欽天監)이 임나연의 운수를 점쳤다. 그녀의 팔자에 흉성이 들었으니, 명운이 상극인 사람이 대신 그 재앙을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상운은 경성 곳곳을 뒤지고 뒤져, 마침내 김소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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