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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가장 잔인한 배려

مؤلف: KRYSE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21 06:27:07

“유진――!!!”

요스케의 안면이 순간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

놀란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된 채, 흙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두 팔로 급히 감싸 안았다.

품에 안은 유진의 몸이 화로에 달궈진 불덩이처럼 지독하게 들끓고 있었다.

어찌 이 몸으로 이 밤에 여길 온 것인지.

화가 났다.

그 화가 자신을 향한 분노였는지 그녀를 향한 것이었는지 알수 없었다.

요스케는 급하게 그녀의 작은 몸을 안아 들고 방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물을 묻힌 무명천으로 그녀의 이마와 목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 주었다.

하지만 숨을 가늘게 몰아쉬는 유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힘든 숨결마다 제 심장은 으스러졌다.

그는 빨갛게 달아오를 그녀의 뺨과 목덜미를 연신 손으로 대어보았다.

그녀를 어루만지는 그의 커다란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당장 의원에게 보여야 했다.

잘못하다간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고열이었다.

요스케는 땀과 눈물에 젖은 유진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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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5화. 야반도주(夜半逃走)의 밤

    스산하게 썰물로 열린 새벽 아침 바닷길.“영원히 나의 곁에 있어다오. 나의 전부가 되어 주겠느냐.”“당신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제 전부를 기꺼이 드리겠습니다.”유진은 요스케의 넓은 품에 단단히 안긴 채 애절하게 속삭였다.마침내 둘은 하나가 되기로 맹세했다.그리고 자신들의 낙원인 외딴 초가집으로 돌아왔다.“……저도 집에 잠시 다녀올게요.”짐 꾸러미를 묶던 요스케가 가만히 고개를 들어 유진을 보았다.그의 심장이 불안에 떨렸다.그녀를 조금도 떼어 놓고 싶지 않았다.그의 검은 눈동자에 지독한 연모가 가득 차 있었다.“그럼 밤에 처소 근처로 데리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네. 이경쯤 오셔요.”“알았다.”유진은 숨 가쁘게 처소로 귀가했다.그녀가 저택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불안한 기색으로 마당을 서성거리던 최 상궁이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맞이했다.“마마…… 이리 성치 않는 몸으로 어딜 다녀오십니까.”“좀 소화가 안되는 것 같이 답답해서…… 근처 산보를 다녀왔네. 이제 좀 속이 편해졌어. 난 피곤해서 들어가 좀 쉬어야겠으니 방해하지 마.”그녀는 냉큼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빗장을 걸어 잠그고 평생 모아둔 값비싼 패물들을 모조리 챙겼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몰래 찬방으로 들어가 음식들을 단단히 싸서 마구간으로 향했다.그리고 경호대원들이 방심한 틈을 타 튼튼한 말 한 필을 더 이끌고 나와 은밀히 짐을 싣고는 혜민서 마구간 구석에 조용히 묶어두었다.저녁상이 들어오자, 몹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일찍 수저를 놓았다.그녀는 불을 끄고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이윽고 약속된 밤 이경.고요한 어둠을 뚫고 자택 담벼락 너머로 요스케의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웠다.평생을 옭아매던 공주의 신분을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담을 넘은 순간.어둠 속에서 뻗어온 그의 단단한 손길이 유진을 붙잡았다.그것은 구원이자 결코 돌아갈 수 없는 핏빛 벼랑 끝이었다.유진은 미련 없이 그를 따라 청사(靑蛇)를 탈출했다.검푸른 새벽 한기가 살을 베어낼 듯 매섭게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4화. 선(線)을 넘어선 파멸

    정신이 들자마자 눈물로 번진 희미한 시야.유진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경상 위 책력이었다.그가 예고한 잔인한 운명의 날인 정월 초하루.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겨우 일주일 남짓밖에 남았다.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절망이 왈칵 쏟아졌다.이미 비참하고 처절하게 짓밟히고 거절당한 마음이었다.하지만 그를 눈에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이대로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알량한 자존심이나 비참함 따위는 가혹한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옷자락을 휘날리며 말 위에 올라탔다.다급히 재를 넘어, 자신들의 작은 초가집으로 달려들어갔다.하지만 이미 그곳은 모든 온기를 잃어버린 채 텅 비어 있었다.심장이 그대로 툭 멎는 것 같았다.“아아…… 안 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유진은 다시금 거칠게 말등 위에 올라타 고삐를 사정없이 낚아챘다.그녀는 거친 갯벌과 서리가 칼날처럼 낀 모래사장을 한참 동안 미친 듯이 달렸다.그리고 저 멀리 해안가 절벽 끝자락.그를 마침내 붙잡았다.보랏빛 치맛자락이 젖은 모래에 끌여 더럽혀지는 것도 모른 채.그녀는 단단하게 멈춰 선 요스케의 뒷모습을 향해 달려갔다.그리고 남은 영혼을 전부 쥐어짜 마지막으로 애원했다.“잠시만요……! 잠깐만…… 제발 멈춰 주세요……!”요스케는 끝내 유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지금 그녀의 눈물 맺힌 고운 얼굴을 단 한 자락이라도 바라보게 된다면.더는 그 어떤 힘으로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이제 떠나지 말아 달라고, 제 곁에 남아달라고 더는 떼쓰며 붙잡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약속하셨던 날짜까지만이라도, 제발 저와 함께 있어 주세요. 저에게 당신과 온전히 작별할 수 있는 시간만 허락해 주셔요. 제발…… 제가 당신을 웃으며 보내줄 수 있게, 그것만이라도…… 제게 허락해 주세요.”그녀의 처절한 애원이 겨울 바다의 사나운 파도 소리를 뚫고 그의 고막에 박혔다.그 순간.사내의 이성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스러져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야성이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3화. 청사의 낙원을 떠나다

    홀로 초가집으로 돌아왔다.그녀의 국혼 소식.아무 소용없는 미련이거늘. 그녀를 놔주는 것이 최선이거늘.이미 떠나기로 굳게 먹은 마음에도,그녀가 다른 사내의 여인이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요스케는 미칠 것 같았다.심장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에 난도질당했다.온 몸에서 기가 빠져나갔다.초가집으로 이어진 재를 넘는 동안, 그는 몇 번이고 말에서 휘청거렸다.그의 의식은 이미 텅빈 채 어떤 생각도 의지도 담지 못했다.겨우 당도한 그들만의 작은 낙원, 청사의 초가집에 들어서자, 비로소 팽팽했던 이성의 맥이 그대로 풀려버렸다.요스케는 지친 거구를 끌다시피 방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참 동안 차가운 방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다.이미 정신과 육체가 완전히 탈진해 있었다.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평생을 사방이 시퍼런 적들로 가득 찬 수많은 전장에서 보냈다.그럼에도 단 한 번도 체력과 기력이 쇠해 본 적 없었다.심지어 대죽도에서 치명상을 입고 바다에 떨어졌던 순간에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그런 최고의 철혈 무사였던 그가 ‘유진’이라는 가녀린 여인 하나에 무력하게 쓰러졌다.순간 암전이 왔다.그렇게 한동안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걸까.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마자 후회했다.이대로 정신을 놓은 채 눈 뜨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왜 하필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와 이 참혹한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지.그리고 다시 그녀의 환영이 떠올랐다.제발 곁에 남아달라며 눈물로 오열하던 공주의 환영.그 잔인한 기억이 머릿속을 잔인하게 어지럽히며 그를 괴롭혔다.순간, 유진이 살린 자신의 심장에서 날카롭고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고문이었다. 지독한 영겁의 고통.“으으아아아악ㅡㅡㅡ!”그는 죽어가는 짐승의 신음을 뱉어냈다.그녀가 다시 선사해 준 이 고귀한 삶이 도리어 살수가 되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잃고 장차 어떻게 홀로 살아가야 할지 너무도 두려웠다.그녀를 잃은 슬픔과 갈증을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2화. 가장 잔인한 배려

    “유진――!!!”요스케의 안면이 순간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놀란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된 채, 흙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두 팔로 급히 감싸 안았다.품에 안은 유진의 몸이 화로에 달궈진 불덩이처럼 지독하게 들끓고 있었다.어찌 이 몸으로 이 밤에 여길 온 것인지.화가 났다.그 화가 자신을 향한 분노였는지 그녀를 향한 것이었는지 알수 없었다.요스케는 급하게 그녀의 작은 몸을 안아 들고 방 안으로 데려갔다.그리고 물을 묻힌 무명천으로 그녀의 이마와 목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 주었다.하지만 숨을 가늘게 몰아쉬는 유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그녀의 힘든 숨결마다 제 심장은 으스러졌다.그는 빨갛게 달아오를 그녀의 뺨과 목덜미를 연신 손으로 대어보았다.그녀를 어루만지는 그의 커다란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당장 의원에게 보여야 했다.잘못하다간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고열이었다.요스케는 땀과 눈물에 젖은 유진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짓이겼다.[네가 이리 힘들 줄도 모르고 나를 보러 오지 않는 너를 원망했다. 한심하게……]잠시 생각을 정리했다.그는 이내 자신이 덮던 두꺼운 무명 솜이불로 유진의 몸을 바람 한 자락 통하지 않게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그리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말 위에 올렸다.청사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검은 바다를 뒤로한 채.검푸른 새벽 장막을 뚫고 그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좀 더 빨리 어서 가야한다. 그녀를 살려야 한다.말발굽이 산길을 거칠게 짓밟았다.불덩이처럼 들끓는 여인을 품에 안은 그의 손끝이 사정없이 떨려왔다청사(靑蛇) 공주의 자택.가장 후미지고 은밀한 담벼락을 요스케는 가볍게 넘었다.그는 거침없는 걸음으로 불이 꺼진 공주의 침소 안으로 소리없이 들어갔다.품 안의 유진은 여전히 뜨거운 숨을 힘겹게 내뱉고 있었다.그의 가슴이 미어왔다.그녀가 가엽고 안쓰러워 미칠 것 같았다.품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제 품에 이렇게 안고 보살피고 싶었다.잠시 그녀의 얼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1화. 서리 내린 고백, 낙화

    그날 저녁.처소로 돌아온 유진은 다시금 극심한 열꽃에 시달리며 밤새도록 신음했다.하지만 동이 트기도 전 온 세상이 검푸른 장막에 갇혀 있는 이른 새벽녘.유진은 불덩이처럼 들끓는 몸을 이끌고 다시 말에 올라탔다.그때 아픈 유진의 자리끼를 살피러 혜선이 마당으로 나왔다.혜선은 말 위에 오르는 유진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녀를 붙잡았다.“마마. 이 몸으로……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금방 오마. 급히 봐야 할 이가 있다.”창백함을 넘어 파리한 안색의 공주.혜선은 그녀의 고집에 발을 동동 굴렀다.“안됩니다. 큰일 나십니다.”유진은 자신을 잡는 혜선을 뿌리치고 말의 허리를 발로 차며 뒷 산으로 향했다.새벽의 정적 속.요스케는 심장을 찌르는 기묘한 통증에 번뜩 눈이 떠졌다.끔찍한 악몽이었다.마치 현실인 것처럼 꿈에서의 고통이 여전히 몸에서 느껴졌다.밖은 여전히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으나 더는 잠을 청하기가 힘들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두두두두――! 달각!고요한 마당의 자갈밭 위로, 거친 말발굽 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그가 급하게 방문을 열어젖히자, 말등에서 내려오는 유진이 그의 시야에 걸렸다.미칠 것 같은 걱정이 그의 가슴에 밀려들었다.그제야 왜 자신이 예전 그 산속에서 불한당을 만났던 그 순간을 악몽으로 꾸었는지 알았다.그때 자신이 조금만 늦었다면 아니 조금만 빨랐다면, 그래서 그녀와 마주치지 않았다면.이제 곁에 있어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이리 밖의 세상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그녀를 보자, 그는 이성을 잃었다.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섰다.“정녕 미쳤느냐?! 지금 이 엄동설한의 칠흑 같은 새벽에 고개를 홀로 넘은 것이냐? 내게 검술 동작 몇 개 배웠다고 이리 오만을 떠느냐. 이러라고 내가 검술을 가르친 줄 아느냐.”유진은 분노를 쏟아내는 요스케를 힘겹게 올려다보았다.“계속 사부님의 얼굴을 뵙기가 힘들어서……”“수업은 진작에 끝났고 내 가슴의 상처 역시 자네 덕에 치료가 끝났

  •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제50화. 이별 통보

    눈 폭풍이 대지를 삼킨 닷새째가 되던 시린 아침.국혼의 부담과 요스케를 향한 그리움에 지쳐버린 유진은 결국 참아왔던 마음살을 지독하게 앓아누웠다.넘나드는 고열로 뼈마디가 바스라져 내리는 듯 했다.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린 등줄기는 오한으로 파르르 떨렸다.이부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앉아 있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하지만 유진의 시선은 담을 넘어 고개를 향하고 있었다.이미 그와 약조한 사흘을 넘겼다.그를 보아야만 했다.오직 그를 눈에 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유진은 숨 가쁘게 고개를 넘었다.초가집 마당 눈길 위로.마침내 유진의 가녀린 자태가 그의 충혈된 시야에 들어왔다.약조한 날짜를 이틀이나 넘기고 나타난 그녀.순간, 통제가 불가능한 서운함과 원망의 파도가 격렬하게 밀려들었다.[이게 무슨 덧없는 감정이란 말이냐. 겨우 이틀을 더 못 보았다고 이리 감정이 날뛸 일이더냐.]그는 애끓는 감정을 애써 감추려 그녀에게 향했던 시선을 냉정하게 돌렸다.그의 굳은 입술이 열렸다.그의 낮은 목소리에 연정을 강제로 베어내려는 무심한 칼날이 실렸다.“정월 초하루. 본국으로 향하는 상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순간 유진은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떨고만 있었다.사무치게 그리웠던 남자가 자신을 보자마자, 이별의 축객령부터 통보했다.“이제 겨우 열흘 남짓 남았으니, 그동안의 수업은 오늘부로 여기서 끝내지. 더는 배움을 청해봐야 자네에게 하등 쓸모도 없고, 별다른 의미도 없으니.”그가 차갑게 내뱉은 의미 없다는 그 한 마디에 유진의 가슴이 무너졌다.“저에게 주신 가르침이 별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하십니까.”유진의 뼈아픈 물음에, 요스케는 짐짓 모른 척했다.“의미를 떠나, 본국으로 떠나기 전 최대한 푹 쉬다가 떠날 생각이다. 그러니 남은 기간 귀찮게 매일같이 걸음할 필요는 없다.”지난 아홉 달.단 하루도 빠짐없이 의사와 환자 그리고 사부와 제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였거늘.그는 지나치리만큼 가차 없이 냉정했다.함께 한 시간의 아쉬움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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