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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지켜보는 힘

作者: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0 07:28:08

위협은 점점 대놓고 드러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타이어 훼손 사건 이후, 하나의 동선은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관찰되고 있었다.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그녀가 나오는 건물 입구에 같은 차량이 반복적으로 서 있었고,

감사관과 면담한 날에는 모르는 번호로 공백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

하나는 그 모든 것을 정리했다.

시간, 위치, 차량 번호 일부, 통화 기록. 감정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배제되어 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사건 관련 자료를 외부 서버로 백업한 뒤 늦게 건물을 나섰다.

지상 주차장 대신 지하 통로를 택했다. CCTV가 더 많은 쪽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군가 손을 끼워 넣었다.

문이 다시 열렸다.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얼굴은 낯설었지만, 눈빛은 낯설지 않았다.

계산된 침착함.

“늦으셨네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갔다.

정적은 길지 않았지만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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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93. 배신의 상흔

    자금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하나는 노트북 화면을 확대했다.여러 개의 송금 기록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회사 결제처럼 보이던 금액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었다.“건우.”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이거 봐.”건우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여기.”하나는 특정 계좌를 가리켰다.“처음에는 회사 자회사 계좌로 돈이 들어와.”마우스가 움직였다.“그 다음.”다음 화면이 열렸다.“싱가포르 투자회사.”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하나는 화면을 하나 더 넘겼다.“여기서 다시 빠져.”새로운 계좌가 나타났다.건우의 눈이 멈췄다.“개인 계좌.”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잠시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계좌 번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거.”그가 말했다.“회사 계좌 아니네.”하나는 천천히 말했다.“응.”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개인 이름이야.”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누구.”하나는 화면을 확대했다.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이거.”그녀가 말했다.“이름이 익숙해.”건우가 고개를 들었다.“누군데.”하나는 화면을 돌렸다.김도현건우의 눈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형의 회사 재무담당 부사장.형이 가장 신뢰하던 사람이었다.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건우는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형이 죽기 전에 추적하던 돈의 끝이 형이 가장 믿던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었다.“설마.”건우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확정은 아니야.”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근데.”잠시 후 이어 말했다.“가능성은 높아.”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건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창밖을 바라봤다.형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김도현의 얼굴도.항상 웃고 있던 사람.형이 해외 출장 갈 때마다 회사 일을 대신 맡기던 사람.그 사람이 형이

  • 형수의 밤   92. 흐르는 돈

    지윤 변호사 사무실에서 돌아온 뒤, 집 안 공기는 오래 가라앉아 있었다.하나는 거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었다. 화면에는 형의 회사 재무 자료가 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여기 봐.”그녀가 조용히 말했다.건우는 소파에서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이 계좌.”하나는 숫자를 가리켰다.“자회사 결제 계좌인데.”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였다.“세 달 간격으로 큰 돈이 빠져나가.”건우의 눈이 좁아졌다.“얼마.”“평균 삼십억.”잠시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근데.”그가 말했다.“회사 결제면 문제 없잖아.”하나는 고개를 저었다.“문제는.”그녀는 다음 화면을 열었다.“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야.”화면에는 해외 송금 기록이 나타났다.싱가포르.케이맨 제도.그리고 이름 없는 투자회사.건우의 시선이 멈췄다.“페이퍼컴퍼니.”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본 것도 이거일 거야.”잠시 정적이 흘렀다.이건 단순 횡령이 아니었다.회사 안에서 조직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건우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형의 얼굴이 떠올랐다.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이었다.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항상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행동하는 사람이었다.그 사람이 굳이 변호사를 찾아갔다는 건 이미 확신에 가까운 증거를 잡았다는 뜻이었다.“그래서.”건우가 말했다.“형이 자료를 넘기려 했던 거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근데 그걸 누가 가져갔지.”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형의 죽음은 단순히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그 자료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막아야 했던 사건일 수도 있었다.밤이 조금 깊어졌을 때. 하나는 노트북을 덮었다.건우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건우.”그녀가 조용히 불렀다.그는 고개를 들었다.“

  • 형수의 밤   91. 증거의 실종

    정지윤 변호사의 사무실은 도심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안쪽에 있었다.크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간판은 분명했다. 법률사무소 지윤이라는 이름이 깔끔하게 걸려 있었다.건우는 건물 앞에 서서 잠시 간판을 바라봤다.“여기 맞아.”하나가 말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이 문을 열면, 형이 마지막으로 준비하려 했던 것의 일부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나는 먼저 문을 밀었다.사무실 안은 조용했다.책장이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단정하게 정리된 책상이 놓여 있었다.책상 뒤에 앉아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예약하셨나요?”목소리는 차분했다.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윤신우 대표 관련해서 왔습니다.”그 순간. 여자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반응은 짧았지만 분명했다.“윤신우 대표.”그녀가 천천히 말했다.“그 이름… 오랜만에 듣네요.”건우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그럼.”그가 조용히 말했다.“기억하신다는 거네요.”정지윤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그리고 물었다.“두 분은.”건우가 먼저 대답했다.“동생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정지윤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예상은 했어요.”그녀가 말했다.“언젠가는 누군가 찾아올 거라고.”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형이.”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사고 전에 여기 오셨죠.”정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의 대답은 단순했다.“맞습니다.”건우의 숨이 조금 무거워졌다.“무슨 얘기 했습니까.”지윤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말했다.“그건.”그녀의 시선이 조금 낮아졌다.“원래 말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하나는 바로 말을 이었다.“그래도.”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지금 상황은 다르잖아요.”정지윤은 한동안 두 사람을 바라봤다.그리고 결국 말했다.“윤 대표님은.”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회사 내부 자금 흐름을 조사

  • 형수의 밤   90. 준비된 증언

    이니셜 J.그 한 글자는 생각보다 많은 이름을 만들어냈다.하나는 변호사 협회 등록 명단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중 J로 시작하는 이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이었다. 형이 활동하던 도시와 인근 지역까지 범위를 넓히자 후보는 열 명 가까이로 늘어났다.“이 중에 있어.”하나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건우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 앉아 있었다.“확률이 높은 사람부터 보면 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굳이 개인 변호사를 찾았다는 건.”그녀는 말을 이어갔다.“회사 로펌을 피하려 했다는 뜻일 수도 있어.”건우는 그 말에 동의했다.형의 성격을 생각하면, 회사 문제라면 오히려 공식 채널을 썼을 것이다. 굳이 개인 변호사를 찾았다면 그건 회사 안에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았다.“찾았다.”하나가 화면을 멈췄다.건우가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뭐야.”하나는 모니터를 돌렸다.정지윤 변호사개인 법률사무소.주요 분야는 기업 내부 고발과 금융 범죄였다.건우의 눈이 미묘하게 좁아졌다.“내부 고발.”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왜 이 사람을 찾았는지.”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이제 조금 보이네.”잠시 후. 건우는 창가로 걸어갔다.형이 사고 직전에 변호사를 만났고, 그 변호사는 내부 고발 사건을 다루는 사람이었다.그 사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형은 죽기 전에 누군가를 고발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그 봉투.”건우가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들었다.“응.”“자료였겠지.”그의 말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하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고발 자료.”잠시 정적이 흘렀다.건우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래서.”그가 말했다.“누군가 그걸 가져간 거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형은 그걸 넘기기 전에 죽었고.”그 말은 조용했지만 무거웠다.밤이 깊어질수록 집 안은 조용해졌다.하나는 서류를 정리하

  • 형수의 밤   89. 밀폐된 조각

    카페에서 돌아온 뒤, 하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변호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작점은 필요했다.“변호사라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형이 만난 사람.”건우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로펌 소속일 수도 있고.”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개인 변호사.”그녀는 형의 회사와 관련된 법률 자문 기록을 먼저 확인하기 시작했다.회사 계약 로펌 목록.외부 법률 자문 계약.최근 2년 동안 새로 연결된 법률사무소.화면 위에 이름들이 하나씩 올라왔다.그러나 이상하게도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건우.”하나가 말했다.“이거 봐.”건우가 고개를 들었다.“형.”그녀는 화면을 돌렸다.“최근에 개인 법률 상담 기록이 있어.”건우의 눈이 멈췄다.“개인?”“응.”하나는 키보드를 조금 더 두드렸다.“회사 기록 말고.”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개인 계좌로 결제된 상담.”건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형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찾았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언제.”그가 물었다.하나는 화면을 가리켰다.“사고 나기 일주일 전.”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았다.잠시 후.하나는 화면을 더 확대했다.“이름은 가려져 있어.”그녀가 말했다.“근데.”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로펌 아니야.”건우는 고개를 들었다.“그럼.”하나는 화면 아래쪽을 가리켰다.“개인 사무소.”그리고 그 아래에 남아 있는 단서 하나.이니셜 : J건우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J.”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일 수도 있고.”“사무소 이름일 수도 있고.”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그 짧은 이니셜 하나가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저녁이 깊어질수록 집 안 공기는 조용해졌다.하나는 부엌에서 컵을 정리하고 있었다.건우는 거실에 서 있었다.“하나.”그가 불렀다.그녀가 돌아봤다.“왜.”건우는 잠시 말을 찾다가 말했다.“오늘.”그는

  • 형수의 밤   88. 감정의 분열

    카페 직원의 기억은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었다.하나는 그날 다시 카페를 찾았고, 직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 여자분… 결제는 안 했어요.”건우가 눈을 들었다.“카드 안 썼어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분이 계산했어요.”그 말은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직원이 이어서 한 말이 문제였다.“근데요.”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명함 같은 거 봤던 것 같아요.”하나의 시선이 멈췄다.“명함?”“네. 테이블 위에 잠깐 올려놨었어요.”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어떤 거였어요?”직원은 머리를 긁적였다.“회사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말했다.“로펌이었어요.”공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았다.하나는 직원의 말을 천천히 반복했다.“변호사.”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느낌이었어요.”카페를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건우는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시동을 걸지 않았다.“형.”그가 낮게 말했다.“왜 변호사를 만났지.”하나는 잠시 생각했다.“회사 문제인가.”그녀가 말했다.“아니면 개인 문제.”건우는 고개를 저었다.“형 성격 알잖아.”그는 창밖을 바라봤다.“공식으로 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하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그럼.”그녀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누군가 몰래 만나야 할 상황이었겠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침묵이 흘렀다.차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하나는 결국 물었다.“건우.”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혹시.”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형이… 누굴 고발하려 했던 건 아닐까.”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거실에 들어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하나는 테이블 위 서류를 정리했고, 건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러다 하나가 말했다.“건우.”그는 고개를 들었다.“왜.”하나는

  • 형수의 밤   71. 남아 있는 것의 조건

    차량 돌진 사건은 하루 만에 전국 뉴스로 번졌다.단순한 사고로 포장하기엔 영상이 너무 선명했고, 운전자의 통화 기록에서 특정 로비스트와의 접촉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단순 위협을 넘어선 외압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여론은 빠르게 돌아섰다. 이제는 하나의 무리한 수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진실을 막기 위해 선을 넘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그러나 여론이 편이 되는 것과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하나는 며칠간 신변 보호 인력이 붙은 채 움직여야 했다.그녀는 그 상황이 불편했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 형수의 밤   70. 한 발 뒤의 자리

    체포영장 청구를 하루 앞둔 밤, 집 안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이제는 기다림이 아니라, 충돌 직전의 정적에 가까웠다. 하나는 서류를 정리한 뒤 거실 테이블에 펼쳐두고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자료의 흐름은 명확했고, 논리는 정리되어 있었으며, 증거는 충분했다. 부족한 건 증명 방식이 아니라 시간뿐이었다.건우는 창가에 서 있었다.바깥 골목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그 평범함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가 감지하는 건 소음이 아니라 의도였다.“오늘도 따라붙는 차 있었어.”그가 말했다.하나는 서류에서 시선을

  • 형수의 밤   69. 남겨질 이름

    복원된 메신저 기록은 단순한 정황을 넘어섰다.형의 차량 번호가 명시된 내부 대화와 함께, 사고 전날 ‘일정 조정’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그 문맥은 더 이상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하나는 그 자료를 들고 상부와 면담에 들어갔다.이번에는 보류가 아니라 판단을 내려야 하는 단계였다.건우는 건물 밖에서 기다렸다.자신은 공식적인 직위가 없었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건의 중심은 자신인데, 정작 그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기분이었다.면담

  • 형수의 밤   68. 들어온 선택

    압수수색 이후, 서버에서 복구된 자료는 생각보다 명확했다.형의 사고 전날, 계열사 내부 메신저에서 오간 대화 일부가 복원되었고, 그 안에는 ‘정리 일정 변경’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 차량 번호가 언급되어 있었다. 그 번호는 형이 운전하던 차와 일치했다.하나는 그 자료를 처음 확인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의자에 앉아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지 않도록, 머리로 구조를 정리하려 애쓰는 표정이었다.건우는 그 옆에 서 있었다.“이제 확정이네.”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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