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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선을 넘은 흔적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1 06:34:42

엘리베이터 사건 이후 이틀 만에, 감사관 쪽에서 회신이 왔다.

지하 통로 CCTV 일부가 삭제되어 있었고,

조명 고장 신고가 사건 발생 직전 접수되었다가

철회된 기록이 확인되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했다.

하나는 그 자료를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건 감정적 압박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였다.

“계획이야.”

그녀가 낮게 말했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임을 유도하려고.”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위협을 노출시켜 자신을 자극하고, 감정적 대응을 끌어내려는 방식.

그가 선을 넘는 순간, 저쪽은 법적 우위를 점한다.

“이번엔 우리가 기록을 먼저 남겼어.”

하나는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의 끝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날 저녁, 하나는 외부 감사관과의 추가 면담을 마치고 건물을 나섰다.

이번에는 경비가 강화된 지상 출입구를 이용했다.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주차장으로 향하던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건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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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89. 밀폐된 조각

    카페에서 돌아온 뒤, 하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변호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작점은 필요했다.“변호사라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형이 만난 사람.”건우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로펌 소속일 수도 있고.”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개인 변호사.”그녀는 형의 회사와 관련된 법률 자문 기록을 먼저 확인하기 시작했다.회사 계약 로펌 목록.외부 법률 자문 계약.최근 2년 동안 새로 연결된 법률사무소.화면 위에 이름들이 하나씩 올라왔다.그러나 이상하게도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건우.”하나가 말했다.“이거 봐.”건우가 고개를 들었다.“형.”그녀는 화면을 돌렸다.“최근에 개인 법률 상담 기록이 있어.”건우의 눈이 멈췄다.“개인?”“응.”하나는 키보드를 조금 더 두드렸다.“회사 기록 말고.”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개인 계좌로 결제된 상담.”건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형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찾았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언제.”그가 물었다.하나는 화면을 가리켰다.“사고 나기 일주일 전.”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았다.잠시 후.하나는 화면을 더 확대했다.“이름은 가려져 있어.”그녀가 말했다.“근데.”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로펌 아니야.”건우는 고개를 들었다.“그럼.”하나는 화면 아래쪽을 가리켰다.“개인 사무소.”그리고 그 아래에 남아 있는 단서 하나.이니셜 : J건우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J.”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일 수도 있고.”“사무소 이름일 수도 있고.”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그 짧은 이니셜 하나가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저녁이 깊어질수록 집 안 공기는 조용해졌다.하나는 부엌에서 컵을 정리하고 있었다.건우는 거실에 서 있었다.“하나.”그가 불렀다.그녀가 돌아봤다.“왜.”건우는 잠시 말을 찾다가 말했다.“오늘.”그는

  • 형수의 밤   88. 감정의 분열

    카페 직원의 기억은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었다.하나는 그날 다시 카페를 찾았고, 직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 여자분… 결제는 안 했어요.”건우가 눈을 들었다.“카드 안 썼어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분이 계산했어요.”그 말은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직원이 이어서 한 말이 문제였다.“근데요.”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명함 같은 거 봤던 것 같아요.”하나의 시선이 멈췄다.“명함?”“네. 테이블 위에 잠깐 올려놨었어요.”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어떤 거였어요?”직원은 머리를 긁적였다.“회사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말했다.“로펌이었어요.”공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았다.하나는 직원의 말을 천천히 반복했다.“변호사.”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느낌이었어요.”카페를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건우는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시동을 걸지 않았다.“형.”그가 낮게 말했다.“왜 변호사를 만났지.”하나는 잠시 생각했다.“회사 문제인가.”그녀가 말했다.“아니면 개인 문제.”건우는 고개를 저었다.“형 성격 알잖아.”그는 창밖을 바라봤다.“공식으로 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하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그럼.”그녀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누군가 몰래 만나야 할 상황이었겠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침묵이 흘렀다.차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하나는 결국 물었다.“건우.”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혹시.”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형이… 누굴 고발하려 했던 건 아닐까.”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거실에 들어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하나는 테이블 위 서류를 정리했고, 건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러다 하나가 말했다.“건우.”그는 고개를 들었다.“왜.”하나는

  • 형수의 밤   87. 남겨진 봉투

    카페 직원의 기억은 생각보다 더 오래 남아 있었다.하나는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았다.이번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이른 시간이었다. 카운터 뒤에 서 있던 직원은 전날보다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어제 말씀드렸던 분 기억나세요.”하나는 다시 형의 사진을 보여주었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창가 자리 앉았던 분.”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혹시 그날… 뭔가 남긴 건 없었나요.”직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아.”그는 기억이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봉투.”건우의 시선이 멈췄다.“봉투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여자분이 먼저 일어나서 나갔는데… 그분이 계산하면서 봉투 하나 맡기고 갔어요.”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누구에게요.”건우가 물었다.“저요.”직원은 어깨를 으쓱했다.“근데 그 남자분이 바로 따라 나가서 못 드렸어요.”하나는 숨을 아주 천천히 들이마셨다.“지금도 있나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날 밤에 어떤 남자가 와서 찾아갔어요.”건우의 눈이 좁아졌다.“어떤 남자요.”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얼굴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정장 입고 있었어요.”잠시 후 덧붙였다.“되게 급해 보였어요.”하나는 더 묻지 않았다.이미 충분했다.형이 사고 직전에 만난 여자는 무언가를 남기고 갔고, 그 봉투는 그날 밤 다른 누군가가 찾아갔다.그 시간은 형이 사고를 당한 직후였다.카페를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도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건우는 운전석에 앉은 채 핸들을 잡고 있었다.“봉투.”그가 낮게 말했다.“형한테 전달하려던 거겠지.”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잠시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근데 형이 못 받았어.”그 말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질문이었다.“그럼.”하나가 말했다.“누가 가져간 거지.”건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사고 난 걸 알고 움직인 사람.”그 말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가능성을 가리켰다.사

  • 형수의 밤   86. 이례적 동선

    형이 사고 직전에 들렀던 카페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회사 근처도 아니었고, 집과도 가까운 위치가 아니었다. 굳이 들르지 않아도 될 동선이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건우는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평범했다. 낡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 장소였다.“여기 맞아.”하나가 휴대폰 지도를 확인하며 말했다.건우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이 여기 온 이유.”그가 조용히 말했다.“누군가 만나려고 한 거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가능성이 가장 높지.”카페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라 손님은 거의 없었다.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두 분이세요?”하나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요.”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형의 사진이었다.“이분 혹시 여기 오신 적 있나요?”직원은 잠시 사진을 바라봤다.“잠깐만요.”그는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좁혔다.“어… 이분.”직원이 말했다.“본 것 같아요.”건우의 시선이 멈췄다.“언제요.”직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며칠 전은 아니고… 꽤 됐는데.”하나는 바로 물었다.“사고 나기 전날?”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날이었을 거예요.”잠시 후, 직원이 덧붙였다.“근데 혼자는 아니었어요.”공기가 조용히 굳었다.건우가 천천히 물었다.“누구랑.”직원은 머리를 긁적였다.“여자였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하나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여자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두 분이 창가 자리 앉아서 얘기했어요.”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얼굴 기억나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멀리 앉아서 잘 안 보였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근데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요.”“어떻게요.”직원은 말을 고르며 말했다.“싸우는 건 아닌데.”그는 잠시 멈췄다.“뭔가… 심각한 얘기 하는

  • 형수의 밤   85. 마지막 약속

    삭제된 영상 파일은 끝내 복구되지 않았다.그러나 건우는 포기하지 않았다.파일이 사라졌다면 그 파일이 이동하거나 접근했던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그래서 그는 영상 자체가 아니라 서버 접속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수십 개의 로그가 화면 위에 올라왔다.접속 시간, 접속 IP, 접근 경로.대부분은 자동 백업 기록이었지만, 그 사이에 하나가 눈에 띄었다.사고 당일 밤.영상이 삭제된 바로 직전.외부 접속 기록이 하나 있었다.건우의 손이 멈췄다.“이거.”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봤다.“외부 접속?”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보안 업체 서버에서 직접 들어왔어.”“삭제 요청?”“아니.”건우는 로그를 더 확대했다.“확인 접속이야.”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누군가 사고 직전에 그 구간 영상을 미리 확인했다는 뜻이었다.하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사고가 나기 전에.”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이미 보고 있었다는 거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같은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건우는 로그를 다시 넘겼다.그리고 또 하나의 기록을 발견했다.사고가 나기 약 두 시간 전. 형의 휴대폰 위치 기록이었다.“여기.”건우가 화면을 가리켰다.“이 위치.”하나는 지도 위를 바라봤다.“여기 카페야.”“응.”건우는 말을 이어갔다.“형이 사고 나기 전에 여기 들렀어.”하나는 눈을 좁혔다.“누굴 만나려고?”건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게 문제야.”그는 숨을 한번 고르고 말했다.“형 일정에 없는 약속이야.”그 말은 의미가 컸다.형은 누군가를 공식 기록 없이 만나려 했다.밤이 늦어지자 거실의 공기는 더 조용해졌다.하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건우는 노트북을 덮었다.“하나.”그가 불렀다.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왜.”건우는 잠시 말을 찾다가 말했다.“너.”그는

  • 형수의 밤   84. 비어 있는 시간

    사고 직전 7분. 그 시간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CCTV 서버 기록에는 삭제 로그가 남아 있었지만, 실제 영상 파일은 복구되지 않았다. 관리 프로그램을 여러 번 돌려도 같은 결과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건우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커서를 몇 번 움직이다가 결국 마우스를 내려놓았다.“이렇게 지운 거면.”그가 낮게 말했다.“현장 서버만 건드린 게 아니야.”하나는 그의 옆에 서 있었다.“백업?”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면 원본도 같이 정리했을 가능성이 커.”하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의자를 끌어 앉았다.“보통 CCTV 백업은 두 군데야.”그녀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건물 서버랑 외부 관리 서버.”건우가 고개를 들었다.“외부?”“보안 관리 업체.”그녀는 키보드를 천천히 두드리며 말했다.“건물에서 직접 관리 안 하는 경우가 많아.”잠시 후, 업체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건우의 시선이 멈췄다.그 회사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형의 회사와 같은 계열 자회사였다.“우연인가...”건우가 말했다.그 말은 사실상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었다.하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이거.”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사건 범위가 커진다.”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알고 있었다.형의 사고는 단순히 한 사람을 제거하는 사건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밤이 늦어질수록 공기는 무거워졌다.하나는 커피를 내려 테이블에 올려두었다.“너 잠깐 쉬어.”그녀가 말했다.“두 시간째 같은 화면 보고 있어.”건우는 컵을 들었다.“생각 중이야.”“뭘.”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리고 결국 말했다.“형.”하나는 고개를 들었다.“형이 죽기 전에.”그가 조용히 이어 말했다.“지분 정리 얘기 했었어.”하나의 눈빛이 달라졌다.“회사.”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형이 말했어.”그의 목소리는 낮았다.“회사 안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고.”잠시 침묵이 흘렀다.하나는 숨을 길

  • 형수의 밤   75. 지키는 쪽의 무게

    사건에서 배제된 다음 날, 하나는 처음으로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 서 있었다.공식적으로는 대기 상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파일들을 정리하면서도 그녀의 손놀림은 일정했지만, 내면의 온도는 일정하지 않았다.책상 한켠에 놓인 브레이크 절단 감정서 사본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다.증거는 움직이지 않는다.움직이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을 흔드는 건 구조다.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구조 안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그 시각, 건우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

  • 형수의 밤   74. 벼랑 끝의 선택

    언론의 소음이 잦아들자마자 다른 방식의 압박이 시작되었다.계열사 측은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감찰을 요청했고, 하나는 참고인 자격으로 내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공식 징계는 아니었지만,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도는 전달된 셈이었다.회의실에서 감찰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그 문장은 중립적인 어조를 유지했지만, 실제 의미는 날것에 가까웠다. 하나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이해관계는 없습니다.”그녀는 단호하게 답했다.“피해자 유족과 개

  • 형수의 밤   73. 남는 자리의 이름

    조작된 녹취는 예상대로 빠르게 퍼졌다.일부 언론은 ‘검사의 개인적 동기 의혹’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연인 관계를 다시 꺼내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사실관계를 따져 묻기보다는 감정의 흔적을 확대해 해석하려는 흐름이었다.하나는 아침 회의에서 그 자료를 다시 틀어놓았다.이번에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편집된 부분과 원본을 대조했고, 삭제된 구간의 타임코드를 분석했으며, 음성의 미세한 파형까지 비교했다.“이건 방어가 아니라 역공 재료야.”그녀가 말했다.회의실 안 공기가 조금 바

  • 형수의 밤   72. 가면 뒤의 본질

    기소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계열사 고위 임원 두 명과 외주 정비업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고, 형의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적 차량 조작 사건으로 공식 명명되었다. 언론은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차량 돌진 사건까지 겹치면서, 수사 방해 정황이 오히려 수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형태가 되었다.그러나 그날 저녁, 예상하지 못한 문서가 하나 더 도착했다.익명 제보 형식으로 전달된 녹취 파일이었다.파일에는 하나의 목소리와 계열사 로비스트의 통화 일부가 편집된 형태로 담겨 있었다. 대화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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