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3 화

Author: 초진
몇 번이나 몸부림치자 배가 서서히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만큼은 지켜야 했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나는 온 힘을 다해 환관 한 명의 손을 깨물었다.

그제야 도망칠 틈이 생겼지만, 배가 너무 불러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나를 바닥에 눌러 버렸다.

배에서 밀려오는 심한 통증에 덜컥 겁이 났다.

황후의 체통도 모두 잊은 채 나는 애원했다.

"귀비 마마... 제발... 제발 저를 놓아주십시오..."

"널 놓아 달라고? 본궁은 후궁을 맡은 뒤로 늘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 왔다. 네가 빈다고 해서 남의 아이를 황실의 핏줄로 속이려는 짓을 눈감아 줄 것 같으냐?"

그녀는 환관들을 향해 명했다.

"저 계집을 당장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라. 뱃속의 아이가 언제까지 버티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

오늘 옥화궁에서 나올 때 내가 데려온 사람은 소려뿐이었다.

하지만 소려는 모진 매질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채 정신을 잃었고, 이제 나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오늘 옥화궁을 나선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은 뒤였다.

환관들은 내 두 발을 밧줄로 단단히 묶고, 줄을 나뭇가지에 걸어 힘껏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내 몸이 거꾸로 허공에 매달렸다. 김서연은 춘희의 부축을 받으며 내 주위를 두 바퀴 빙 돌고는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배가 저리 불렀으니 꽤 오래 버티겠구나?"

김서연이 손을 내밀자 곁에 있던 궁인이 곧장 채찍을 건넸다.

짝! 채찍이 그대로 내 배를 후려쳤다.

나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김서연은 오히려 신이 난 듯 더욱 세차게 채찍을 휘둘렀다.

나는 두 손으로 배를 감쌌고, 대신 두 팔에는 채찍 자국이 겹겹이 남아 피가 배어 나왔다.

처음 비명을 지른 뒤로는 입술을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채찍질이 계속되자 다리 사이로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김서연은 아이뿐 아니라 나까지 실컷 괴롭힐 작정이었다. 그간 들었던 온갖 소문도 오늘 내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라버니의 공을 등에 업고 궁에서 제멋대로 굴던 그녀는, 전날 밤 황제를 모신 비빈에게 다음 날 트집을 잡아 오랫동안 무릎을 꿇게 했다.

불과 몇 달 만에 후궁은 완전히 김서연의 세상이 되었다.

내가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자, 재미가 없어진 김서연은 채찍을 내던졌다.

"흥, 제법 독한 계집이구나. 뱃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 줄 수도 있다."

나는 힘겹게 눈을 떠 그녀의 화사한 얼굴을 바라본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저를 내려 주십시오."

김서연이 손짓하자 환관들은 나무에 걸린 밧줄을 풀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지만, 몸을 돌려 배를 감싼 덕분에 등이 먼저 땅에 닿았다.

김서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말해 보거라."

나는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녀의 귀를 힘껏 깨물었다.

"악! 이 계집이!"

김서연은 귀를 감싸 쥐고 매섭게 나를 노려보았다.

"몽둥이를 가져와라! 저 계집의 배를 때려 아이를 끄집어내라!"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둔 듯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환관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나를 바닥에 눕히고 팔다리를 눌러 꼼짝 못 하게 했다. 환관 두 명은 팔뚝만큼 굵은 몽둥이를 가져와 내 배 위에 얹었다.

환관들이 힘을 주자 몽둥이가 배를 짓누르며 위에서 아래로 굴러갔다.

"악!"

한 번. 두 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아랫배가 찢어질 듯 아팠고, 온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김서연은 듣기 싫은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숙여 나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황후라 했지? 그렇다면 폐하를 만나게 해 주마."

"여봐라. 폐하를 모셔 오너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황후를 건드린 대가   10 화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몇 번 휘두르자 금세 숨이 찼다.나는 곁에 있던 비빈에게 채찍을 건넸다."그 계집이 너희에게 했던 만큼, 이제 두 배로 돌려주거라."그 비빈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슬며시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황제는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말했다."짐을 왜 보느냐? 김서연의 처분은 황후의 뜻을 따르라."그제야 비빈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이를 악물며 채찍을 휘둘렀다.하지만 솜씨가 서툴러 채찍이 몇 번이나 빗나갔다."신첩이 하겠습니다!"한 비빈이 앞으로 나섰다. 낯이 익은 여인이었다.그녀 역시 무장 집안 출신이어

  • 황후를 건드린 대가   9 화

    황제가 난감한 척 한숨을 내쉬자 김강의 눈에 우쭐한 기색이 스쳤다."눈을 감거라."황제가 나직이 말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황제는 허리에 찬 연검을 뽑아 단칼에 김강의 목을 그었다.김강은 목을 감싸 쥐었지만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감히 짐을 협박하다니. 김씨 집안이 아주 오만해졌구나."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미처 눈을 감을 틈도 없었다.황제는 눈을 크게 뜬 나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말 좀 듣는 것이 그리 어렵느냐?"'아닌데… 나는 폐하 말씀을 잘 들었다. 침상에서 푹 쉬라

  • 황후를 건드린 대가   8 화

    하지만 어느 쪽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마침 침상 휘장을 걷던 황제가 그 모습을 보았다."깨어났느냐?"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몹시 수척해진 황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나는 손을 들어 그의 미간에 깊게 팬 주름을 펴 주려 했다."제가 폐하의 말씀을 들었더라면…"'내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옥화궁에서 몸조리만 했다면, 김서연과 마주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그녀가 억지로 들이닥쳤더라도 폐하께서 곧바로 아셨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 아이도…'그 생각에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황제는 내

  • 황후를 건드린 대가   7 화

    "그런 불충한 말을 입에 담았다면 죽어 마땅하구나."황제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곁의 환관과 궁녀들을 돌아보았다."너희도 손을 댔느냐?"환관과 궁녀들은 거짓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하나하나 털어놓았다."좋다, 아주 좋구나."김서연이 기뻐할 틈도 없이 황제가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폐하, 어찌 신첩을 때리십니까…""어찌하여?"황제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제야 모두 황제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것을 알아차렸다."너는 이 여인이 누구인지 아느냐?""이 계집 말씀이십니까?"김서연은

  • 황후를 건드린 대가   6 화

    이미 죽어 가는 몸이었다. 온 힘을 다한들 얼마나 힘이 남아 있었겠는가.황제는 김서연의 귀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눈빛은 차분했지만 표정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났다."귀비가 고생이 많았구나."김서연은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폐하를 위한 일이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 계집이…""그 계집은 귀비가 알아서 처리하라."황제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지금 내 모습은 이미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졌을 것이다.뺨은 퉁퉁 부었고, 온몸은 붉은 피와 고춧물로 뒤범벅이었다.날마다 내 곁을 지키던 황제조차

  • 황후를 건드린 대가   5 화

    춘희는 곧바로 야윈 환관 하나를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렸다."쓸모없는 것! 이까짓 일도 제대로 못 하느냐? 외간 사내와 놀아난 계집이 감히 폐하의 여인이라 자처하다니, 참으로 뻔뻔하구나!"말이 끝나기 무섭게 춘희는 직접 바가지를 들어 뜨거운 고춧물을 내 몸에 끼얹었다.나는 고통에 바닥을 뒹굴다 끝내 비명을 질렀다.고통스러운 비명이 깊은 궁 안에 울려 퍼졌다. 밤이었다면 귀신이 사람을 잡으러 온 줄 알았을 것이다.뜨거운 고춧물이 닿은 곳마다 불에 타는 듯 화끈거렸다.나는 속수무책으로 몸부림쳤지만 돌아온 건 악귀 같은 김서연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