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결국 할리 연희는 밖으로 나갔고 집 안에는 할리 민상과 엔데스 명우만 남게 되었다.이때, 할리 민상이 찻잔을 내려놓자마자 엔데스 명우에게 물었다.“우리 여섯째 도련님이 이러는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당연히 도와드리러 왔죠!”도와주러 왔다는 엔데스 명우의 말에 할리 민상이 미소를 지었는데 이상하게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할리 연희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은지 때문인가?”두 사람에 대한 전혀 다른 호칭에는 소은지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할리 민상의 마음속에서 두 사람의 위치가 어떤지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 엔데스 명우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소은지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약혼녀가 할리 연희였고, 할리 연희라고 말하면 여태껏 소은지한테 보여줬던 마음이 대체 뭐였나 싶었다.“대답하기 어려워?”할리 민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의 동향을 살피며 되물었는데 전혀 초라해 보이거나 기가 죽어 있지 않았다.아무리 지금 할리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할리 민상의 기백은 여전했다.하여 엔데스 명우도 이번에 할리 가문으로 오자마자 이런 난관에 부딪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식한테 대한 정이 그렇게 깊은 줄은 몰랐습니다.”“하!”할리 민상이 남자의 말에 또다시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 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든 난 내 딸을 사랑해.”“...”이 말이 왠지 모르게 엔데스 명우를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태껏 자기 생각이 맞다고 여겨왔는데 현실은?소은지가 할리 민상의 딸이란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가 자식에 대한 정이 있든 없든 소은지한테만은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그는 소은지에 대한 모든 일을 신경 쓰고 있었고 그 애정이 어느 정도 깊은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지금 그녀의 감정을 매우 중히 여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그만 돌아가.”엔데스 명우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모습에 할리 민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이유영의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던 여진우는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설마 진짜로...이때, 이유영이 여진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내가 아무리 강이한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도 은별이를 돌려주지 않겠지?”“...”이유영의 물음에 여진우는 다시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았다.이유영은 강이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에 지금 자신이 뭘 하든 절대 은별이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하여 뭘 해도 헛수고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생각하는 게 차리리 너한테는 좋은 거야!”“비록 지금 매 순간이 나한테는 고통이지만 말이야.”그러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만약 그녀가 혹시나 견디지 못하고 강이한과 또다시 엮이게 되는 날이면...이유영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잠깐 보고 온 것 같아 너무 끔찍한 나머지 절대 그런 상황에 말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그의 변태스러운 집착이 지겨웠고 또 이런 관계가 지속되는 것도 더는 참기 힘들었다. 여진우는 그래도 이유영이 걱정되었다.“은별이는 나랑 엔데스 신우 씨가 다른 방법을 한 번 찾아볼게.”그렇다.이쪽에서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 외에는 지금 모두 헛수고라고 볼 수 있었다.강이한은 지금 이미 미쳐 날뛰고 있는데 이유영이 굳이 이런 시기에 맞장구쳐줄 필요는 없었다.“응.”고개를 끄덕이는 이유영의 모습에 여진우는 그제야 조금 안심되는 것 같았다.사실 그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도 함부로 강이한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귀띔이라도 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가 보기에도 일단 그 남자와 또다시 엮이게 되는 날이면 그 뒤로도 쭉 끝없는 문제에 봉착할 것 같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일단 이유영의 생각이 어떤지 알게 되었으니 여진우도 계속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응!”여진우는 돌아갔지만 이유영은 소파에 오랫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사실 지금 어떤 일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지, 그리고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지
한편.소은지는 자기 업무에 대해서는 잠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엔데스 명우가 돌아가기 전까지는 푹 쉬려고 마음먹었다.이때, 이유영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명우 씨가 돌아온대.”수화기 너머의 이유영은 덤덤하게 말했다.“...”그말에 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래? 정말 아무 목적 없이 오는 걸까? 그리고 예전에 나를 위해 모든 걸 포기했던 게 과연 진심이었을까?”“...”진짜인지 아닌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성격도 털털하고 업무 면에서도 예리한 눈썰미를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냉정한 사람일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단번에 모든 걸 꿰뚫어 본 느낌이다.하여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수화기 너머로 소은지에게 답했다.“은지야, 고마워!”이유영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지만 소은지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내가 널 위해 뭘 희생했다고 생각해?”고맙다는 저 인사가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소은지에게 큰 신세라도 졌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신세는 맞지만 이유영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러나 이유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소은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됐어. 그건 이제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그런데 네가 정말 신세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치자!”맞는 말이다.소은지는 언제나 엔데스 명우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보아하니 파리에 곧 피바람이 불어오겠네.”예전에는 그저 멀리서 구경만 했다면 지금 엔데스 신우와 같이 있다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유영아, 넌 언제나 용감한 사람이었어. 아무리 강이한이 너를 끌고 멀리까지 왔다고 해도 지금은 셋째 도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잖아.”앞으로 어떤 음모가 밝혀지든지 이유영은 계속 엔데스 신우의 곁을 지키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맞아!”하여 이 점에 대해서 이유영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그런데 유영아,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해야 하고 사람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돼!”엔데스 신우의 말도 조
그러나 권중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할리 연희는 재빨리 다시 말을 이었다.“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한다면 지금 어떤 게 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소은지 씨는 명우 씨한테 아주 해로운 여자입니다. 그 여자의 성격상 예전에 명우 씨한테 당했던 걸 그대로 되갚을 거고요!”“...”“혹시 그때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대체 명우 씨는 왜 모든 걸 포기한 건가요?”할리 연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 전체의 분위기도 한층 무거워졌다.‘엔데스 명우는 왜 모든 걸 잃게 되었을까?’‘그리고 엔데스 현우와는 왜 대립 관계가 된 거지?’여태껏 사이가 좋았던 두 형제는 결국 소은지라는 여자 때문에 관계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그게 직접적인 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의 심기를 건드려놓은 동시에 엔데스 명우의 모든 걸 잃게 한 장본인이었다.“원래 돌아가기를 원치 않던 사람인데 혹시나 강제로 데려간다고 해도 이후의 모든 일이 더 번거로워지기만 할 겁니다.”“...”“명우 씨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잃으면 안 된다고요!”할리 연희는 흥분해서 소리쳤다.어찌 되었든 간에 내일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와 함께 파리에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이전의 모든 게 뒤집힐 수 있었다.또한 두 사람의 관계도 다시 회복되기는커녕 그 뒤로는 거의 남이라고 봐야 했다.“은지 사모님에 대해서는 저희 도련님께서도 다 자기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연희 씨는 그저 자기 본분만 지키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할리 가문의 수양딸이란 사실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네요.”권중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고 할리 연희는 얼굴이 검게 변한 채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수양딸?’‘그래서 내가 지금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나댄다는 건가?’순간 할리 연희는 열이 확 올랐다.“권중호 씨!”저따위 사람도 지금 감히 자신을 무시하나 싶어 기분이 나빴는데 언젠가는 파리에서 최고로 높은 자리에 올라갈 것이고 그 즉시 여태껏
할리 연희의 말에 할리 민상은 순간 열이 확 올랐다.“도망갔다고?”“네.”“...”“아버지, 언니는 아직 아버지랑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을 좀 더 주죠?”할리 연희는 다정한 말투로 할리 민상을 달랬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주 착한 딸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수화기 너머 할리 민상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연희야!”“언니를 다시 찾으면 제가 꼭 설득해 볼게요.”“그럴 필요 없어!”할리 민상의 단호한 한마디에 할리 연희는 순간 깜짝 놀랐고 목소리도 아까보다 많이 차가워져 있었다.“아버지!”하여 살짝 억울한 듯 그를 불러보았다.“그건 그렇고, 너랑 엔데스 명우가 약혼했다는 건 무슨 소리야?”할리 민상이 또다시 날카롭게 묻자 순간 할리 연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전에 엔데스 명우 쪽에서 약혼 발표했을 때 마침 할리 민상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당시의 그녀는 할리 민상이 더 이상 병원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으리라 여겼다.그때 할리 민상의 상태가 꽤 심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멀쩡하게 살아서 다시 할리 가문으로 돌아왔다.할리 연희는 애써 태연하게 답했다.“명우 씨가 그렇게 하자고 해서요. 그래야 빠른 시일 내에 파리로 다시 돌아가서 아버지를 도와줄 수 있다고 했거든요.”“정말 그래서 너랑 약혼했다고?”“언니가 계속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려서 명우 씨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그러나 할리 민상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미 끊긴 전화기를 들고 있던 할리 연희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빌어먹을 늙은이!”“당신이 죽으면 어차피 할리 가문의 모든 재산이 다 내 것이 된다고!”소은지가 지금처럼 계속 돌아가기를 거부하면 어떤 서류상의 절차들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할리 가문의 상속인이 될 수 없다.할리 연희는 오직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미 건강이 나빠질
하여 지금 소은지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한편, 이유영은 뜻밖에도 엔데스 명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지금 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해서 소은지를 찾는다고 해도 자신한테만큼은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보아하니 그도 많이 조급했던 모양이다.“몰라요!”수화기에서 쏟아지는 물음에 이유영은 깔끔하게 세 글자만 내뱉었다.“유영 씨,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영 씨만은 지금 은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 텐데, 지금 모른다고?”엔데스 명우는 한껏 차가운 말투로 이유영에게 따져 물었다.“정말 몰라요!”“이유영 씨!”“대체 지금 강이한이랑 무슨 거래를 하고 있는 거예요?”소은지의 행적에 대해 끈질기게 묻는 엔데스 명우를 향해 이유영도 그와 같은 말투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한층 거칠어진 목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유영 씨도 그렇게 생각해?”“혹시나 강이한이랑 친구 사이라고 할 거면 말도 꺼내지 말아요. 단지 파리에 놀러 온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요. 전 아무것도 믿지 않을 테니까!”“...”“명우 씨도 저랑 강이한이 어떤 사이인지 알고 있을 텐데 그 사람을 여기에 데려오면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나요?”이 정도의 성의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리도 뻔뻔스럽게 소은지의 행방에 대해서 묻고 있는지 이유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이 듣고 싶었던 답은 못 듣고 오히려 이유영이 되묻는 모습에 엔데스 명우도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어?”그 여자가 곧 소은지였다.그들이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고 심지어 이번에 강이한을 데려가는 것도 다른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소은지가 말해줬나 싶었다.“명우 씨나 나나, 그다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저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요?”“이유영 씨!”“보아하니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지는 못할 것 같네요.”말을 마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