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5화

Author: 진헤이
세강의 안주인이라는 사람이 법을 근거로 그를 압박하는 상황!

남자의 음침한 눈빛에서 지난 날의 애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영도 개의치 않았다.

그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려는데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한다면 나중에 나를 원망하지 마.”

문고리를 잡던 유영이 움찔했다.

원망?

지금까지 뭘 해준 게 있다고 저딴 소리를 지껄이는 걸까?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그는 아직 할 게 많은 사람이었다.

한번 경험한 사람으로서 유영은 당연히 두려움 없이 맞설 것이다.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마음대로 해. 뭘 하든 당신 자유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남자의 몸에서 섬뜩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항상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었던 아내가 이렇듯 낯선 사람처럼 변해버리다니!

주제도 모르고!

병실을 나와 복도를 걷던 유영은 마주 오는 강서희와 마주쳤다. 그제야 진영숙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 이곳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강서희는 그녀를 보자마자 습관적으로 시비부터 걸어왔다.

“대체 세강 안주인이라는 자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시어머니가 입원했는데 며느리라는 사람이 한번도 문안을 안 와?”

“난 세강 안주인이 아니야. 네가 그토록 바라던 결과잖아? 굳이 그 신분으로 날 몰아세우는 이유가 뭐야?”

“너….”

강서희가 씩씩거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매번 힘없는 그녀를 무시하고 시비를 건 주체는 그녀와 그녀의 엄마 진영숙이었다. 유영은 알면서도 고분고분 당하는 쪽에 속했다.

그런데 지금 태도가 확 바뀌었으니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었다.

“정말 많이 변했네. 칭찬해 줘야 하나?”

“하.”

유영이 냉소를 터뜨렸다.

자신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유영의 눈빛에 강서희는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 전에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감히 주제도 모르고 받아치던 유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서희가 이를 갈며 말했다.

“고아 주제에 세강에 시집왔으면 고분고분 납작 엎드릴 것이지 주제도 모르고.”

직전에 입양아라고 비꼬았던 유영의 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6화

    유영이 병원을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앞뒤로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병원에서 시간을 꽤 오래 끌었던 탓이다.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소은지에게 말했다.“미안해, 많이 기다렸지?”“됐다. 나한테 그런 말하지 마.”소은지는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친구의 얼굴에 난 상처를 바라보며 그녀는 무조건 이 소송을 이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러다가 저 여린 친구의 신변 안전에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됐다.강이한의 주변에는 전부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유영이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안 봐도 눈에 뻔했다.그들은 유영을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었다.조작된 증거 이야기를 들은 순간, 소은지는 유영을 제거하려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날 밤, 유영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강이한 역시 마찬가지였다.한지음의 두 눈이 감염되어 긴박한 치료가 진행 중이었다.의사는 감염까지 온 상태라면 빠른 수술 만이 답이라고 했다.수술을 하려면 시망막이 가장 큰 난관인데 조형욱을 시켜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은 오지 않았다.그들이 고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 사람에게서 각막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 시국에 아무리 돈이 급해도 자신의 시력을 담보로 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다음 날, 진영숙은 빨리 퇴원하겠다며 난동을 부렸다.강이한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간곡히 말했다.“의사가 그러는데 아직 3일 정도 병원에서 지켜보는 게 좋다고 했어요.”“됐어. 내 몸은 내가 알아.”말은 그렇게 해도 환자가 의사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리가 없었다. 괜한 고집이었다.강이한은 바빠 죽겠는데 여기저기에서 일이 터지자 미쳐버릴 것 같았다.강서희가 물었다.“지음 언니 상황은 어때?”질문은 아주 자연스러웠지만 앞에 진영숙과 강이한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유영을 떠올리자 진영숙은 또 다시 화가 치밀었다.“유영 그 계집애가 이런 악수를 둘 줄 누가 알았겠니? 순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7화

    한편, 못 잔 잠을 보충하고 유영이 느긋하게 침실을 나섰을 때, 소은지는 이미 출근하고 집에 없었다.식탁에는 친구가 남긴 메모가 붙여져 있었다.[아침 준비했으니 데워서 먹어.]용건만 적은 메모임에도 유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소은지는 여전히 그녀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재벌 사모님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자기도 출근하느라 피곤할 텐데 아침까지 챙겨주다니.그 마음에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아침을 먹고 있는데 외삼촌 정국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네, 외삼촌.”“조민정 씨를 청하에 보냈어. 앞으로는 네가 하려는 일을 도울 거야.”조민정?해외에 3개월 동안 같이 있으며 조민정이 정국진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에게 이 소식은 뜻밖이었다. 이렇게까지 배려해 줄 줄이야.이제는 나가봐야 할 시간이었다.“감사해요, 외삼촌.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고.”“그 인간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지. 내 조카는 놈들이 마구 쥐고 흔들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말이야!”예상치 못했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정국진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과거에는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라서 강이한에게 모든 걸 의지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유영은 꽤 배움이 빠른 사람이었다.취직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굳이 강이한이 도와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먹고 살 일자리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강이한의 입장은 달랐다.“내 여자는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할 필요 없어!”이게 그의 주장이었고 지금은 그 주장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요구였는지 알고 있다.강이한과 결혼한 뒤로 사람들은 그녀가 돈을 보고 그와 결혼했다고 비난했지만 오히려 그녀를 새장 안에 가둔 사람은 강이한이었다.물론 거기에는 쉽게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유영의 미성숙함도 있었다.진영숙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유영을 압박한 것이었다. 유영이 강이한이 쳐준 울타리를 떠나면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8화

    한 시간 뒤.유영은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병상에 누워 있었다. 전에 강이한 때문에 다쳤던 팔이 결국 또 탈골되었다.“푹 쉬고 조심하셔야 해요. 한번 탈골된 뼈는 재발하기 쉬워요.”의사가 그녀의 팔에 깁스를 해주며 당부했다.유영은 극심한 고통 때문에 대답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강이한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치료가 끝난 뒤, 의사와 간호사는 병실을 나갔다.병실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유영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고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강이한이 명령하듯 말했다.“앞으로 운전대 절대 잡지 마.”다행히 경차랑 부딪혀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상대 차량이 트럭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유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대답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그녀가 대답이 없자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내 말 안 들려?”유영은 드디어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뭐라?”강이한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주제도 모르고 깝치는 모습이 가소로우면서도 짜증이 치밀었다.그는 숨을 고르고 뭔가 얘기를 꺼내려던 찰나, 조형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말해.”“대표님, 산 사람의 망막을 기증 받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아무리 돈이 궁한 사람이라도 그런 제안을 받을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청하시는 원래 장기 기증이 활성화된 도시가 아닙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기증 동의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한지음의 망막 이식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유영도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됐다.그녀는 조용히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했다.착잡함, 안타까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유영은 그 배후에 숨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강이한은 말없이 유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이 가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9화

    그는 유영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확신했기에 망막을 되돌려주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핸드폰이 울리며 유영이 상념에서 깨어났다.조민정이었다.“미안해요. 지금 병원이라 오늘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괜찮아요. 이미 알고 있어요.”정유라의 말에 유연이 흠칫 놀랐다. 이렇게 빨리 그쪽까지 소식이 들어갔을 줄이야.역시 괜히 정국진 오른팔이 아니었다. 소식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유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담담한 목소리가 전해졌다.“많이 다쳤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아니에요. 내가 그쪽으로 지금 갈게요.”“그럴 필요는 없어요. 일단 다친 곳 잘 치료하고 이쪽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이제 다 나았어요. 정말 괜찮아요.”유영이 고집스럽게 말했다.정국진까지 나서서 밀어주는데 스스로 더 강해져야 그 도움에 보답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유능한 직원을 보내준 그의 마음에 미안할 지경이었다.파리에서 그토록 잘나가던 조민정을 국내로 불러들였으면 그 책임을 져야 했다. 그녀가 괜히 시간 낭비하게 할 수 없었다.유영은 고집스럽게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문을 나서는데 마주 오던 강이한과 마주치고 말았다.“어딜 가?”남자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싸늘했다.의사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 외출하겠다는 거지?“나랑 얘기 좀 해.”유영이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그녀를 압박하여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유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유영은 병상에 앉고 강이한도 의자를 끌어와서 그녀와 마주하고 앉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착잡했다.그리고 유영은 그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결국 얘기하려는 건가?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유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볼게.”“수술 말인데….”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뒤돌아선 그녀의 눈에는 사무치는 증오가 그대로 드러났다.결국 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화

    그녀에게서 증오를 그도 느꼈다.하지만 이미 결단을 내린 이상 굽힐 수 없었다.“평생 시력을 잃고 살아가게 하지 않을 거야. 일시적인 거야. 한지음 씨는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어. 이번 수술만 무사히 마치면 당신에게 적합한 기증자를 내가 꼭 찾아줄 거야….”짝!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영은 손을 번쩍 들어 남자의 뺨을 때렸다.일시적?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뱉을 수 있을까?유영은 마지막으로 남자를 힐끗 바라보고는 뒤돌아섰다.“난 망막을 기증할 이유 없어. 못 들은 걸로 할게.”말을 마친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떠는 남자를 남겨둔 채, 병실을 나갔다.결국 그에게서 그 말을 듣고 말았다.더 이상 그에게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10년을 함께해 온 정을 뿌리칠 만큼 그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꼈던 걸까?아니면 진짜 다른 말 못할 이유가 있었을까?유영은 스스로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강이한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유영은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핸드폰이 울려서 받으니 절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은지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유영아.”“은지야, 너 괜찮은 거지?”강이한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가슴이 철렁했다.강이한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또라이였다. 결국 그 피해가 소은지에게까지 간 걸까?“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넌 집이야?”“나도… 곧 갈 거야.”“가는 길에 장 봐서 갈게. 내가 오늘은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기대해.”소은지는 애써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유영의 짐작대로라면 그녀는 아마 로펌에서 해고 통지서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결국… 칼을 빼들었구나!하긴, 그녀에게조차 이렇듯 잔인하게 대하는 사람이 그녀의 주변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었을 리는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한참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증오로 가득한 눈동자에 물기가 돌았고 투명하고 광 나던 피부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1화

    단순히 협박에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유영은 어떤 말로 지금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삼갔다.강이한을 죽여 버리고 싶을 마큼 증오가 차올랐다. 과거에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도 가지 않았다.유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은지야, 넌 이제 내 일에서 손을 떼.”“바보야. 내가 아니면 누가 너 도와주겠어?”소은지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걱정 마. 이미 컨택이 온 로펌이 있어. 곧 새로운 로펌으로 옮길 거야. 소송은 끝까지 내가 책임질게.”소은지에게 유영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친구였다.지금 안 도와주면 강이한 옆에서 또 무슨 꼴을 당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손등에 무언가가 툭툭 떨어졌다.그것은 유영의 눈물이었다.“뭐야? 고작 이런 거로 감동했어? 그 눈물 닦아두고 너 스스로 일어서. 그 인간들에게 우리 유영이가 남자한테만 기대는 못난 여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풉….”슬픔에 잠겼던 유영은 마치 웃어른처럼 자신을 가르치는 말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이제 기분이 좀 풀렸어? 거봐. 웃으니까 예쁘잖아. 남자 하나 때문에 눈물 흘리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야.”“그럼!”유영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와의 10년이 아까워서 눈물을 흘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소은정은 유영을 끌고 거실로 가서 앉았다.사실 직접 요리를 할 기분은 아니었기에 배달을 시켰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소은지는 깁스를 하고 있는 유영의 팔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별거 아니야.”“빨리 말해!”소은지가 정색하며 말했다.유영은 다가온 강아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강이한 때문이지 뭐. 네가 로펌에서 잘린 것도 그 인간이 한 짓이고.”“그건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유영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이미 알고 있었어?”“뻔하잖아. 너랑 소송하기 싫으니까 로펌에 수를 써서 날 내치게 한 거지.”소은지는 이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2화

    유영은 최근 해외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소은지에게 얘기해 주었고 소은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그리고 막장 드라마를 봤을 때나 짓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변호사 일로 바쁜 몸이지만 일이 없을 때 소설을 보는 게 소은지의 취미였다.그리고 유영이 겪은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소설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외삼촌이라고?”“맞아. 해외 언론에 보도된 사진에서 나랑 같이 있었던 분은 내 외삼촌이야.”“강이한은 그걸 모르고 그 난리를 피운 거고?”“알았으면 파리까지 찾아가서 외삼촌한테 달려들지는 않았겠지.”“왜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오해가 이대로 쌓이는 건 너한테도 불리할 텐데?”“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해야 이혼을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만약 이런 오해로 그 사람이 이혼할 결심을 내린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소은지에게도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믿기지 않았다.유영도 마찬가지였다.지난 생의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하늘이 그녀를 불쌍하게 여겨서 없던 외삼촌을 보내준 걸까?그래도 지난 생처럼 신변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그때는 강이한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를 잃으면 세상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강이한한테 배신을 당해서 안타까워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대단한 외삼촌이 나타났으니 내 도움도 필요 없겠네?”소은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로열 글로벌, 우리 로펌에서 금융 소송 전담인 진금용 씨라고 있는데 그분 큰아버지가 그 회사에 계시잖아. 연봉만 해도 20억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대단한 회사 회장님이 네 외삼촌이라는 거 아니야?”소은지는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유영이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그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오늘부터 네가 내 여신님이야.”소은지가 정색하며 말했다.그러면서 예전에 불쾌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너희 시어머니 있잖아. 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3화

    그날의 사고는 유영에게 지우지 못할 악몽이 되었다.“네 말이 맞아. 아이가 없을 때 끝내는 게 깔끔하지.”그녀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세강 오너 일가가 그들의 아이를 원치 않았다.임신한 그녀를 끝까지 몰아세워 유산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빌미로 그녀를 그 집안에서 밀어내려고 했다.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처음 아이를 잃었을 때, 유영은 그 사실을 강이한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멍청한 결정이었다.그들이 언젠가는 자신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덮은 일이었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유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소은지가 소송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유영은 법률대리인을 양승호 변호사로 변경했다. 소은지는 소송에서 손을 떼게 되었기에 원래 로펌으로 출근했다.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소식은 강이한에게 전해졌다.이날은 유영과 조민정이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그들은 조민정이 새로 구한 사무실에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강이한의 세강바이오 건물 바로 옆 건물이었다.물론 세강바이오는 건물 전체가 세강 소유였고 유영의 사무실은 옆 건물의 한 층만 차지했다.조민정이 유영에게 말했다.“관련 서류는 다 준비되었고 오후에 고객사 미팅이 있어요. 내일에도 있고요.”“알겠어요.”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조민정이 말했다.“일이 조금 많기도 하고 새로 창설된 집단이라 서로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그래도 유영 씨한테 돌아가는 일은 제가 특별히 신경 썼으니까 너무 조급할 건 없어요.”“고마워요.”처음부터 미팅이 잡혔다는 게 중요했다.조민정은 참 능력 있는 직원이었다.청하에 도착한지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을 따냈다는 게 그 증거였다.아마 해외에 있을 때부터 청하시 상황에 대해 공부했을 것이다.첫 시작은 유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조로웠다.오후가 되자 유영은 조민정과 함께 고객을 만나러 건물을 나섰다. 건물 대문을 나서는데 하필이면 회사로 돌아오는 강이한의 차와 마주쳤다.남자가 차를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1화

    공기가 얼어붙었다.“쾅!”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박연준이 탁자를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박연준의 억눌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가서 유영이를 백산 별장으로 데려가.”이유영은 미친 게 분명했다.‘감히 엔데스 셋째 도련님 같은 인물과 술집에 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건가?’정국진이라면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와 가까워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특히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엔 더욱 반대가 심할 것이다. 박연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고 남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문기원이 급히 박연준을 따라나섰다.“네!”위험한 박연준의 모습에 용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대답했다.강이한이 각막을 이유영에게 이식해 주려고 할 때 왜 박연준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되는 듯했다.지금 이유영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과거의 그녀는 마치 강이한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천사 같았다. 하지만 혼란을 겪은 이후 그녀는 변했다.거만하고 방탕하게 아무하고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지금 박연준이 생각했을 때, 이유영은 더 이상 고상하고 단정한 명문가의 며느리가 아니라 그저 자유롭게 떠도는 바람 같은 여자였다.최근 그녀는 서재욱과 엔데스 신우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박연준이 차에 타기 전, 문기원이 그를 붙들었다.“선생님, 선생님!”“비켜.”“오늘 정말 중요한 회의입니다.”문기원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서주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기에 이유영을 생각하면 문기원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정말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박연준 곁에 있는 문기원조차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박연준이 돌아서기를 기다렸다.박연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눈을 감은 순간, 그의 눈빛 속 날카로움은 잠시 가려졌지만 몸 전체에서 풍겨 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50화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은 고민에 휩싸일 때마다 이런 방식을 택했다.하지만 결국 이런 방식은 오히려 고민에 잠긴 마음을 더욱 괴롭힐 뿐이었다.한번 마음에 깊이 새겨진 근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그녀의 몸은 항상 술을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예전에 건강이 좋지 않기도 했고 어렵게 다시 찾은 시력인 만큼 그녀는 술과 더욱 멀리하게 되었다.하지만 오늘 진영숙이 백산 별장에서 벌인 일을 생각하니 이유영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인 건지 알 수 없었다.남자는 그 말을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깜빡했네요.”남자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괜찮아요.”“...”“이제 가도 될까요?”“술을 마시지 않아도 즐길 수 있잖아요.”“...”하지만 이유영은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특히 많이 노출된 옷을 입은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반항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녀를 향락의 세계로 이끌었다....한편 박연준은 서주에서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용준의 전화를 받은 그의 가슴이 쿵쾅거렸다.“그쪽은 괜찮아?”진영숙에 관해 묻는 것이었다.이유영이 인정사정없을 거라는 걸 박연준도 알고 있었다.과거 강이한 곁에 있을 때의 이유영을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적어도 강이한에게 만큼은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었다.그래서 진영숙이 아무리 이유영을 괴롭혀도 그녀는 어떻게든 참고 견뎠다.지금은 성격이 점점 더 나빠졌다고 해야 할까? 아예 참는 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용준은 진영숙의 현재 상황을 박연준에게 설명했고 이미 좋지 않았던 박연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회의 끝나고 바로 갈게. 일단 진정시켜.”박연준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 과연 내가 진정시킬 수 있을까?’“네!”“유영이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9화

    “박연준, 네가 강이한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고 또 이제는 강이한 어머니까지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난 여태 몰랐네.”그 말은 날 선 조롱처럼 들렸다.동시에, 과거 강이한과 박연준의 사이가 이유영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되새기게 했다.그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이유영의 냉정한 말에 박연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다른 일 있어서 먼저 끊을게.”이유여은 박연준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사랑이란 그저 우스운 감정에 불과했다.차는 천천히 백산 별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지혁 씨.”“네.”“지혁 씨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이유영은 지혁을 향해 불쑥 물었다.예전의 이유영은 사랑이란 존재를 믿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군가를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토록 반짝이던 사랑이란 단어 뒤편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었는지 이젠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의 말을 들은 지혁은 묵묵히 앞을 응시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핸들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이유영은 굳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쾅!”그 순간,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함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이유영은 아픈 이마를 짚고 있었고 지혁은 차에서 내려 사고 처리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차 문이 열렸다.“아가씨.”지혁이 이유영 앞에 공손하게 나타났다.“무슨 일이에요?”“셋째 도련님 차입니다.”“...”그 말을 듣고 그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자꾸 나타나는 셋째 도련님의 존재에 우연한 사고인지 아니면 이미 계획된 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이유영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어떻게 된 거예요?”“셋째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이유영은 이 전설 속의 셋째 도련님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특히 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밖에서 이유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8화

    하지만 그때의 이유영은 몰랐다. 그 아이가 결국 진영숙이 데려온 의사로 인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아!”분노가 치밀수록 이유영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고 진영숙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녀는 이유영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놔, 놔 이 미친년아! 악!”“짝!”이유영의 손바닥이 진영숙의 뺨을 후려쳤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말릴 용기를 잃고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유영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다시 한번 움찔하고 말았다.이유영의 행동에 소리 내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숨을 삼켰다. 진영숙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결국 이유영은 진영숙을 놓아주며 말했다.“주제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그랬어요. 당신은 할머니라는 말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에요.”그렇다. 진영숙은 할머니가 될 자격이 없었기에 이유영도 그녀를 아무 감정 없이 내던질 수 있었다.진영숙의 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맴돌았다. 머릿속이 멍해진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얼어 있었다.그 사이 이유영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저년이 감히...”감히 뭐라고?예전엔 강이한 곁에서 순한 토끼처럼 보호받더니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이유영이 밖으로 나왔을 때, 차가운 밤바람이 그녀를 감쌌다.그 순간, 가슴속의 억눌린 감정이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지혁은 이유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용준을 밀쳐내고 앞으로 다가왔다.“아가씨.”“가요.”용준은 여전히 당당한 이유영의 모습을 보며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유영의 휴대폰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박연준이었다.차에 오르자마자 전화를 받은 이유영의 모습은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여보세요.”“어디야?”“풍산.”“유영아...”전화 너머의 남자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박연준은 지금 이유영이 강씨 집안을 어떤 태도로 맞서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7화

    과거 강씨 집안에서 강이한이 곁에 없는 동안에는 진영숙의 말에 고스란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홍문동으로 이사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진영숙이 찾아오면 이유영은 그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고 감히 그녀의 말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도대체 언제부터일까?’아마 강이한과의 이혼을 결심한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즈음부터 이유영은 진영숙의 말에 더 이상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그땐 고작 진영숙의 지시를 어기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한참 뒤에야 겨우 말을 꺼낸 진영숙이 이유영을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이빨을 드러낸 짐승 같은 기세가 실려 있었다.이유영은 고작 이런 걸로 화를 내는 진영숙이 가소로웠다.이유영은 아직 다 마시지 않은 따뜻한 물이 담긴 잔을 들고 망설임도 없이 진영숙의 얼굴에 뿌렸다.“앗!”진영숙은 비명을 질렀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다.“손을 댄다는 건 이런 거예요.”이유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진영숙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퍽!”손에 들고 있던 잔이 손끝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예전의 풍산 사람들이 기억하던 이유영은 언제나 조용하고 온순한 여인이었다. 누가 감히 지금 이유영의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분노로 찬 이유영은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진영숙 역시 이유영을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예전에도 이유영에게 자주 화가 났지만 오늘처럼은 아니었다.진영숙은 분노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유영은 격하게 숨을 들이마신 진영숙을 향해 차갑게 쏘아붙였다.“다시 백산 별장에 가거나 우리 가족 근처에 얼씬거리면 그땐 당신 진짜 가만 안 둬.”그 마지막 한마디는 징벌처럼 무겁고 섬뜩할 만큼 냉정했다.월이는 이유영의 세상 전부이자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힘들게 월이를 낳으면서 강씨 가문은 이 아이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6화

    끊임없이 박연준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던 강이한의 모습을 이유영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두 사람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이였다.늘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고 그 모습을 본 이유영도 두 사람 사이에 과거의 악연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악연이 한 여자 때문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 여자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은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모든 게 이토록 명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유영만은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그 7년 동안 강이한은 얼마나 다정했던가?그 친절함 속에 실은 다른 여인을 향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이유영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박연준은 강이한의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었다.이건 과거의 이유영이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일이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실감하고 있었다.“어쨌든 강이한 씨의 어머니잖아요.”조금 전 용준이 한 말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마치 우스운 농담을 듣는 듯했다.“형님이 돌아오신 후에 처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용준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공손함 속에는 이유영을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있었다.이유영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진영숙이 월이를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의 분노는 가슴 깊이 타오르고 있었다.“지혁 씨.”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지혁을 불렀다.지혁은 그녀의 뒤에 있다가 곧장 앞으로 나섰다.“네, 아가씨.”“전 들어가야겠어요.”이유영이 내뱉은 짧은 문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용준은 지금까지 이유영의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냉혹함에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네!”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지혁은 곧장 앞으로 다가섰다. 분위기는 마치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어지럽게 엉킨 현장을 냉정히 바라보며 우아하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용준은 지혁을 막으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