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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Author: 진헤이
강이한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방치했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를 가든 정국진의 든든한 그림자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이런 가족애가 그녀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정국진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뒤, 유영은 덤덤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영숙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영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용건이야 들어보지 않아도 욕하려고 전화한 게 뻔했기에 받을 필요도 없었다.

몇 번 끊어버렸더니 상대는 끈질기게도 계속 전화를 걸어대다가 그것도 통하지 않자 문자를 보냈다.

[당장 본가로 와. 안 그러면 소은지 걔 청하에서 일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

문자를 확인한 유영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역시 비열한 것으로 세강 사람들을 따라갈 자가 없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상대에게 통하는 협박이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유영은 자신의 포르쉐를 끌고 강이한의 본가로 찾아갔다.

저택을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외제차를 보고 유경원인 줄 알고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이 유영인 것을 확인한 순간, 입가에 지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충격으로 바뀌었다.

유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진영숙과의 관계가 이 정도로 틀어진 데는 이 아줌마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오셨어요? 큰 사모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어요. 뭐가 그리 바쁘다고 얼굴 한번 안 비춰준다고 큰 사모님이 화가 많이 나셨어요.”

예의 없이 어른을 기다리게 한다고 핀잔하는 듯한 말이었다.

유영은 자신보다 키가 큰 아줌마를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이 집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이유는 키가 작은 탓도 한몫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것뿐인데도 아줌마가 오히려 압박감을 느꼈다.

“날 기다린 건 아닐 테고,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고용인을 대한 적 없던 유약한 며느리였다.

“유경원 씨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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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82화

    병원.소은지는 온 감각이 짙은 소독약 냄새로 뒤덮인 듯했다. 그런데 너무 지쳤다. 이렇게까지 피곤했던 적이 없었다.귓가에 마치 남자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왜 아직도 못 깨어나는 거야!”엔데스 명우가 의사의 하얀 가운 깃을 움켜잡았다. 눈동자에는 위험한 살기가 번뜩였다.의사는 원래 매뉴얼대로 설명을 늘어놓으려다, 시선이 맞닿는 순간 눈동자 속의 기운에 놀라 막 입 밖으로 나오려던 불만 섞인 말을 꿀꺽 삼켰다.결국 강혁이 앞으로 나서서 엔데스 명우의 손을 떼어냈다.“도련님, 의사가 겁먹었습니다.”그 말을 듣자, 엔데스 명우가 의사를 확 밀쳐 냈다.“대체 상태가 어떻다는 거야?”“환자 체질 자체가 면역력이 낮은 체질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초기에 지체하지 말고 약물로 바로 컨트롤해야 합니다.”그 말인즉슨 이상을 느낀 초반부터 약으로 잡았어야 한다는 얘기다.지금 이 상황은 버티고 끌다가 상태가 더 악화한 결과였다.엔데스 명우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이 정도로 자기 관리 능력도 빈약하면서, 감히 누구의 곁을 떠나겠다고? 목숨이 여러 개인가?“지금은?”“이미 컨트롤 들어갔습니다. 지금 의식이 없는 건, 이번 발병이 갑작스러워서 체력이 크게 소모됐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이렇게 지독하게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엔데스 명우는 그 말을 듣고서야 팽팽했던 긴장감이 겨우 풀렸다. 손을 가볍게 저은 엔데스 명우는 그들한테 물러가라 신호했다.의사는 얼른 허둥지둥 병실을 빠져나갔다.강혁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엔데스 명우를 훑었다. 방금 전 엔데스 명우의 충동은 강혁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여기까지 찾아온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엔데스 명우한테 소은지라는 존재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이미 다 알려 준 셈이었다.하지만 강혁이 두 눈으로 직접 본 건 더 놀라웠다. 엔데스 명우가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니.한때 설선비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엔데스 명우의 태도는 모호했다.파리의 모든 것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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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80화

    이수연은 진심으로 소은지에게 고마웠다. 예전에도 남편과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혼 절차에 들어갈 비용조차 마련할 길이 없었다.지금 소은지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마음 한편이 편해지면서도, 동시에 남편이 소은지를 향해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엄습했다.소은지가 속내를 읽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인신 보호를 신청할게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당연하죠.”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이수연의 어깨에 긴장이 풀렸다.악몽 같은 그 사람과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절박해졌다.인생의 악몽이 시작된 지점, 이제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그리고 이제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없이 망설인 끝에, 이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해요, 소은지 씨.”소은지가 물었다.“친정 쪽에 의지할 데 있어요?”지금처럼 남편과 같은 집에 계속 머물다가는, 폭력 속에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이수연은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어요.”“...”안쓰러운 과거에, 소은지의 눈빛에 연민이 다시 번졌다.짧게 한숨이 흘렀다.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원래 위로라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은지가 제대로 된 온기를 건넬 수 있던 대상은 오직 이유영뿐이었다.그래서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렇게 강한 삶의 의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분명 경외할 만했다.“걱정 마요. 최대한 빨리 끝내 줄게요.”“네, 고맙습니다, 소은지 씨.”이수연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평생 치의 감사 인사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은지는 이수연의 처지를 똑바로 마주한 뒤, 이 일을 빠르게 끝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둘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눴다.그 대화 속에서 이 결혼 생활의 내막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점심에 이수연은 소은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79화

    문을 여는 그 순간, 문밖에 서 있는 이수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연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소은지의 얼굴을 보더니 잠깐 얼어붙었다. “소은지 씨, 어디 아프세요?”“괜찮아요, 들어오세요.”괜찮다고 말했지만, 지금 소은지는 몸이 떨릴 만큼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이수연이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아 찬 바람을 막자, 몸을 파고들던 한기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약 있으세요?”“없어요.”소은지는 약 같은 것에 늘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지낼 때도 약은 거의 챙기지 않았다. 소은지는 사람의 의지력을 길러야 한다고 여겨 왔다.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유용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아플 때마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지나온 날이 많았다.“보건소 쪽에 가서 약 좀 사 올게요. 지금 열이 있으신 것 같아요.”게다가 얼굴 색을 보면 열이 꽤 높아 보였다.“필요 없어요.”“여긴 겨울이 혹독해서 약을 먹지 않고는 낫기 어려워요. 제 말 들으세요.”그 말을 남기고, 이수연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소은지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대략 이십 분 뒤,이수연이 다시 돌아왔다.소은지에게 분말형 가루약을 몇 봉 내밀었다. “감기는 가볍게 볼 게 아니에요. 이쪽 환경은 면역력으로도 이겨내지 못하는 병이 많아서요.”그렇게 말하며 이수연이 따뜻한 물에 가루약을 타서 한 잔 건넸다. 달콤한 향이 났다.약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지독히 쓴맛이었다. 그래서 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했다.소은지는 약을 다 마시고 빈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제가 오히려 감사해야 해요.”이수연의 목소리에서 씁쓸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소은지가 이수연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자국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더 또렷했다.분명 새로 생긴 상처였다.“남편이 또 때렸어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78화

    엔데스 명우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소은지는 이미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낮 동안 머릿속에서 수십 번을 싸워 내린 결론은 바로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하지만 방금... 남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전신을 감싸는 순간, 소은지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벗어나고 싶었다.그럼에도 알았다. 이번에 도망치려는 충동을 참지 못하면, 앞으로의 날들은 줄곧 도망치게 될 거라는 것.그래서 원치 않았다.원래부터 잠이 오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는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래층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크게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곤두선 터라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누군지 알 수 없어, 소은지는 두툼한 가운을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계심이 유난히 깊은 탓에, 서랍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집어 들고서야 침실의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뼛속을 얼리는 한기가 훅하고 파고들었다. 역시 이 동네에서 보일러 없이 지내는 건 불가능했다.너무 추웠다. 게다가 그 무뢰한이 창문을 박살 내서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그래서 지금 1층 공간은 찬 기운으로 가득했다.아래층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강혁이 사람들을 지휘해 가며 서둘러 설치를 지시하고 있었다.계단에 선 소은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강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새하얀 가운 차림의 소은지가 전등을 등지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강철 같은 사내라 자부하던 강혁조차 그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하마터면 이 저녁에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을 뻔했다.“소, 소은지 씨.”강혁이 꽉 막힌 목을 풀고 공손하게 불렀다.“당장 나가요.”소은지는 바로 이 사람을 알아보았다.예전에 엔데스 명우 곁에서 모습을 비춘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소은지는 한 번 본 얼굴은 잊지 않았다. 방금 같이 급한 와중에는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 쪽 사람이라는 것을.강혁이 차갑고 위협적인 음성을 들으며 말했다. “창문만 고치고 바로 물러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77화

    “네.”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수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방금 소란에 일어나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던 이웃들도, 원래부터 소은지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하나둘씩 집 안으로 사라졌다.남은 건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뿐이었다. 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문턱을 넘는 순간, 뻗어 문을 닫으려 했는데, 힘줄이 도드라진 손이 쏜살같이 문을 가로막았다.“양심 없네. 이렇게 큰 골칫거리까지 처리해 줬는데 문전박대라니. 지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아? 눈보라 맞으며 얼어 죽으라고 문 닫을 생각이야?”지금 엔데스 명우는 파리에서 보여주던 위압감을 거둬 내고 전혀 딴사람처럼 눈앞에 서 있었다.소은지가 미간을 좁혔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낯선 이를 대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의 가슴을 찔렀다.“일단 날 들여보내 줘.”“너무 늦어서 안돼, 미안.”짧은 사과가 떨어졌다. 말투는 자연스럽고 차가웠다. 그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지금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대하는 태도가 말이다.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명우를 낯선 사람 대하듯 대하고 있었다.아마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예전엔 이를 갈 정도로 미워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다 내려놓은 걸까?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의 소은지의 얼굴에는 슬픔도, 기쁨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심함에 가까운 잔잔함이 소은지에게서 느껴졌다.이제 무엇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소은지.”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렁였다.차갑게 식은 작은 손이 강한 손목을 탁 집었다. 그리고 엔데스 명우를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내가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겨우 누울 자리 하나 못 내준다고? 진짜로 내가 밖에서 쓰러지길 바라는 거야?”엔데스 명우는 난감했다.지금 어떤 얼굴로 어떤 말투로 소은지를 대해야 옳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그러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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