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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돌아가기 전의 오후

Autor: 데이지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19 15:36:06

햇살이 조금 더 높게 떠올랐다.

시장 골목을 걷고 돌아온 유리와 이현은, 조용히 숙소로 향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고, 걸음은 어색하지 않았다.

이현은 숙소 문을 열어 유리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유리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고, 그 웃음은 이현의 마음 어딘가를 포근하게 쓸고 지나갔다.

주방 쪽으로 향한 유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점심… 뭐 먹고 싶어요?”

이현은 대답 대신 유리 옆으로 걸어와 싱크대 위에 놓인 갓 산 바게트와 방울토마토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해주는 거면… 아무거나 좋아요.”

유리는 바게트를 자르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런 말… 제일 무책임한 거예요.”

“그래도 제일 좋은 말이기도 하잖아요.”

이현은 싱긋 웃었고, 유리는 그 웃음에 또 한 번 속이 말랑해지는 걸 느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가 얇게 깔리고, 유리가 마늘과 토마토를 볶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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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42. 돌아가기 전의 오후

    햇살이 조금 더 높게 떠올랐다.시장 골목을 걷고 돌아온 유리와 이현은, 조용히 숙소로 향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하지만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고, 걸음은 어색하지 않았다.이현은 숙소 문을 열어 유리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다.유리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고, 그 웃음은 이현의 마음 어딘가를 포근하게 쓸고 지나갔다.주방 쪽으로 향한 유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점심… 뭐 먹고 싶어요?”이현은 대답 대신 유리 옆으로 걸어와 싱크대 위에 놓인 갓 산 바게트와 방울토마토를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해주는 거면… 아무거나 좋아요.”유리는 바게트를 자르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그런 말… 제일 무책임한 거예요.”“그래도 제일 좋은 말이기도 하잖아요.”이현은 싱긋 웃었고, 유리는 그 웃음에 또 한 번 속이 말랑해지는 걸 느꼈다.프라이팬에 올리브유가 얇게 깔리고, 유리가 마늘과 토마토를 볶기 시작했다.노릇하게 구워지는 빵 냄새와 달큰한 토마토 향이 좁은 주방에 퍼졌다.이현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손끝, 요리하는 동안만큼은 무장해제된 표정,그리고 가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그 모습이 그는…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 같았다.식탁 위에 오픈 샌드위치가 올랐다.바게트 위에 구운 토마토와 치즈, 올리브 몇 조각.소박했지만 예뻤고, 그들 사이의 온도와 잘 어울렸다.한 입 먹은 이현이 작게 중얼거렸다.“파리에서 먹은 것 중에 이게 제일 맛있어요.”“거짓말…”“진심인데요. 오늘 이 식탁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유리는 말없이 물컵을 들었다.그의 말은 과장도, 기대도 없었고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서 더 큰 진심이 느껴졌다.식사를 마친 후, 유리는 조용히 베란다 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였다.골목을 따라 낮은 대화 소리, 오토바이 엔진 소리,그리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아코디언 선율.그녀는 그 모든 소리를 들으며 이현에게 말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41. 저녁의 기도

    파리의 하늘은 해가 짧다. 조금만 눈을 돌리고 나면,황혼은 어느새 도시를 감싸며 하루를 끝낼 준비를 한다.그날 저녁도, 노을은 짧았고 바람은 조용했다.유리는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붉은 빛을 바라보다 조용히 조리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하루는 익숙한 패턴 안에서 흘러갔다.그러나 그날, 익숙함을 흔드는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왔다.“오늘 저녁… 내가 준비해도 될까요?”이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말은 마치 기도처럼 작고 진심 어린 울림이었다.유리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고, 그의 손엔 이미 작은 장바구니 하나가 들려 있었다.“직접… 하겠다고요?”“응. 오늘만큼은 내가 유리 씨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익숙하진 않지만, 최대한 정성껏.”그 말에 유리는 작은 숨을 삼키듯 웃었다.그 웃음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이현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그는 주방에 섰다. 흰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조금은 서툴지만 신중한 손놀림으로 채소를 다듬기 시작했다.도마 위에서 울리는 칼날 소리.파를 써는 사이사이 맴도는 향기.그리고 수증기 속에 어렴풋이 번지는 이현의 옆모습.유리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그에게 요리는 한때 트라우마에 가까운 행위였다.완벽한 맛을 요구받았고, 어머니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애썼던 시간들.그런 그가 지금은 오직 ‘나를 위해’ 이 식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리의 마음을 깊이 적셨다.식탁 위엔 그의 손에서 나온 된장국과 달걀 부침,가지볶음, 그리고 고추장 삼겹살이 놓였다.모양새는 조금 서툴렀지만 향기만큼은 진심 그 자체였다. 유리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었다.된장국을 한 모금 떠넣은 순간, 입 안에 퍼지는 그 깊은 맛에 작게 숨이 멎는 듯했다.“맛있어요.”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이현의 눈에 어린 설렘이 흔들렸다.“정말요. 이 맛은… 사람이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에서만 나는 맛이에요.”그 말에 이현은 고개를 숙였다.입꼬리는 부끄럽게 올라가 있었고,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40. 말없이 식탁을 채우는 따뜻한 여백

    늦은 오후의 빛이 식당 유리창을 부드럽게 적시고 있었다.분명 해가 떠 있는 시간인데도,파리의 거리엔 느슨한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서 유리의 그림자도 조용히 길어지고 있었다.그녀는 오늘 가게를 일찍 닫았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어쩐지, 그 조용한 바람 한 줄기가 자신의 마음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조용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주방에서 작은 국물을 끓이며 그녀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누군가와 함께 가만히 식탁에 앉아 뜨거운 국물 속에 그날의 감정을 풀던 순간들.그 순간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였는지 이제야 또렷하게 알 것 같았다.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그리고 이현이, 그 고요한 공기 속으로 들어왔다.그는 말없이 그녀가 끓이던 냄비 쪽을 바라보았다.“무슨 국이에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배춧국이요. 소금만 넣고 끓인 거예요. 많이 익은 배추라, 그냥 물만 부어도 국물이 깊어요.”유리는 조용히 대답했고, 그의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유리 씨가 끓이는 국은…늘, 설명만 들어도 따뜻하네요.”그 말에 유리는 고개를 돌렸다.그를 향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피하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그 말을 제대로 받아내기에는 아직 마음 한편이 너무도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식탁이 차려졌다. 배춧국, 달걀찜, 마른 멸치볶음, 그리고 작게 쥔 두 개의 주먹밥.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상차림이었다.그들은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숟가락이 국물에 잠기고, 젓가락이 천천히 멸치를 집어 올릴 때까지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하지만 그 침묵은 예전의 어색함과는 달랐다.그건 마치, 서로를 기다려주는 조용한 여백 같았다.식사를 마친 뒤, 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 사람… 민우 씨, 오랜 친구예요?”유리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이현의 얼굴엔 그리움과 두려움, 그리고 아주 작게 스며든 불안이 겹겹이 겹쳐 있었다.유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주 오랜 친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39. 민우의 도착

    그날 오후, 파리의 골목은 유난히 고요했다.하늘은 흐렸고, 노란빛과 회색빛이 뒤섞인 공기가 천천히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유리는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고 주방을 정리하고 있었다.스테인리스 바닥에 남은 물기를 닦고,칼과 도마를 말리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그러나 가게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에 그녀의 손끝이 멈췄다.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민우.“오랜만이에요, 유리 씨.”그는 예전과 똑같은 말투로,그러나 한층 더 부드러워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리는 그 자리에 선 채 숨을 삼켰다.민우. 그 이름은 그녀에게 ‘안정’이라는 단어보다도 더 깊고 단단한 무언가였다.“어떻게… 여기에…”“출장이 있었어요. 하필이면 이 근처로 오게 돼서.”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예전처럼 담백했지만그 안에 깃든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유리는 알 수 있었다.그녀는 그를 안으로 들였다. 주방은 아직 따뜻했고, 남은 국물에서 김이 희미하게 올라오고 있었다.민우는 가게 안을 둘러보다 식탁 가장자리에 놓인 작은 메모지를 바라보았다.“여전하네요. 이 공간도, 유리 씨도.”그 말에 유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안엔 숨기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여긴… 당신이 있을 줄 알았어요.”“그 말, 기쁘게 들어도 되나요?”그녀의 질문에 민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기뻐하려고요. 이런 건 기쁠 때 기뻐해야 하니까.”그들은 오래 앉아 있었다.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척만으로 시간이 흘렀다.유리는 문득 지난밤 이현과 함께 요리했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때와 지금. 감정의 결은 분명히 달랐지만 이 고요한 안정감은 또 다른 의미로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잘 지냈어요?”민우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그러고는 조용히 대답했다.“…매일을 살았어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그게 유리 씨다운 말이네요.”그는 웃었고, 그 웃음은 여전히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그러나 편안함이 전부가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38. 다시 차려진 두 사람의 식탁

    그날 아침, 유리는 평소보다 천천히 칼을 들었다.양파를 썰 때 나는 단내와 손끝에 스치는 얇은 껍질,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눈물 같은 수분.그 모든 것이 오늘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주방은 조용했다.오직 식재료가 내는 소리와 물이 끓는 리듬만이작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그런데 문득, 그 조용한 공기를 뚫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씨.”그 이름.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이름이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이현은 문 앞에 서 있었다.여느 날보다 망설임이 많은 눈빛으로.그는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와 작은 한마디를 건넸다.“같이… 만들어볼래요? 오늘 식사, 같이 준비하면 안 될까요?”유리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한때는 매일의 식탁이 당연했던 사람.그러나 그 당연함이 무너진 후, 그와 마주 선 식탁은 언제나 ‘그리움’이라는 허기만 남긴 채그녀의 손을 놓았던 기억이었다.그래서 그는 지금 ‘요리’라는 말로 그 모든 허기를 다시 채워보려 하고 있었다.유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앞치마를 하나 꺼내 그에게 건넸다.그 앞치마를 받는 그의 손에 작은 떨림이 스쳤다.그 떨림은 기쁨이기도 했고, 두려움이기도 했다.하지만 유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분명한 허락이었다.함께 서는 주방. 그건 누군가에겐 일상이었겠지만그들에겐, 오랜만에 되찾은 침묵 속의 다정함이었다.이현은 야채를 다듬었고, 유리는 조용히 육수를 끓였다.칼끝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뜨거운 물이 끓어오르며 내는 숨결,그 모든 것이 마치 오래된 악보 위에 다시 음표가 하나씩 채워지는 것처럼 들렸다.“이렇게 같이 서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요.”그가 나직하게 말했다.“그러게요.”유리의 대답은 짧았지만그 안엔 담담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예전엔 내가… 당신 옆에서 뭘 그렇게 조급하게 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그의 말에 유리는 천천히 수저를 저었다.“사람 마음이란 게 급하게 끓이면… 속까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37. 오래된 문장, 미처 다하지 못한 말

    아침이 밝았다. 파리의 공기는 여전히 무심하게 차가웠고,그날도 유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주방의 조명을 켰다.하지만 마음만큼은 어제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채 조금 더 느리고 조심스러워져 있었다.주전자에서 김이 오르고 국물의 첫 끓음이 났을 즈음,가게 입구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바람인가. 아니면 우연히 굴러온 나뭇잎인가.그녀는 조용히 문가로 다가가 문틈 아래 떨어져 있는 작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그건 편지라기보다는 마음의 조각 같았다.조심스럽고, 다하지 못한 말들로 이루어진 문장 하나.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쪽지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천천히 읽었다.유리 씨.말로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당신이 떠난 이후,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그때 왜 그 말을 하지 못했을까''왜 그런 표정으로 당신을 보냈을까'스스로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그날, 당신이 내게 등을 돌리던 순간부터 저는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아주 선명하게 알게 되었어요.그리고 지금, 그걸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습니다.당신이 웃고 있는 걸 봤습니다.아주 오랜만에당신의 그 웃음은 제게 너무 아름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유리 씨. 당신이 지금 누구와 함께 있든,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든, 저는 그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다만, 제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이 말로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당신의 모든 계절을 한 번이라도 함께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을 저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이현.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 읽은 쪽지를 천천히 접으며, 손끝을 조심스럽게 눌렀다.그 문장은 그녀를 울게 하지도, 웃게 하지도 않았지만단 하나, 멈춰 있던 시간의 결을 천천히 열어놓았다.마치, 어떤 오래된 문이 다시금 미세한 틈을 만들어 공기가 드나들기 시작하는 것처럼.그녀는 그 쪽지를 식탁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국물에 소금 한 꼬집을 더했다.그 짠맛은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8. 요동치는 북소리

    밤공기가 차갑게 식어가는데도,유리는 어딘가 온몸이 달아오른 듯 잠시 가게 문 앞에 멈춰 서서바람에 흔들리는 간판 소리를 들으며 혼자 속삭였다.“…나… 이러면 안 되는데.”유리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분주히 움직였다.주방 안을 바삐 오가며 냄비 뚜껑을 열어보고, 칼을 쥔 손끝을 재촉했지만,그럴수록 마음 한편은 더 조급하게 요동치는 느낌이었다.주방 창가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에 눈이 시리도록 부딪힐 때마다,그 골목 어귀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오늘은 안 올 거야. 그럴 리 없지. 근데,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7. 무너지는 틈

    이현은 문 안으로 들어서며 느긋하게 웃었다.유리는 순간 칼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쥘 뻔했다.“진상님… 진짜 왜 이렇게 매일 와요. 그만 좀 와요.”“싫은데요?”이현은 짧게 웃으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보고 싶어서 왔는데요.”조유리는 입술을 꾹 깨물고, 뒤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꾹 눌렀다.‘조유리, 이러지 마… 진짜, 정신 차려…’그날 저녁, 은별은 가게 문턱을 조용히 넘었다.“회장님, 식사 시간이 이렇게 중요하셨나요?”은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6. 귀를 세운 마음

    은별의 미소 속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었다.“회장님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매일 이곳에 오시는지.”이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비서님, 일은 일이고, 제 사생활은 좀 놔두시죠.” 라고 말했다.유리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그들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류가 한순간 식당 안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가게 정리 중, 유리는 문을 닫으려다 또 골목 끝에 서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진상님, 진짜… 오늘은 왜 안 가세요.”이현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며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냥… 보고 가려고요.”유리는 한숨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5. 오해의 미소

    “조유리 씨,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신경 많이 쓰세요?”그 말에 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손님 관리 열심히 하는 게 잘못인가요?” 하고 받아쳤다.이현은 피식 웃었다.“잘못은 아닌데요, 굳이 그렇게 변명하실 필요는 없잖아요.”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휘젓다 턱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그 와중에도 심장이 자꾸만 빨리 뛰는 게 더 화가 났다.문득 식당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조은별이었다.완벽한 정장 차림, 미소를 얹은 얼굴,그러나 그 안에서 번뜩이는 눈빛은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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