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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해의 미소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7 17:28:30

“조유리 씨,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신경 많이 쓰세요?”

그 말에 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

“손님 관리 열심히 하는 게 잘못인가요?” 하고 받아쳤다.

이현은 피식 웃었다.

“잘못은 아닌데요, 굳이 그렇게 변명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휘젓다 턱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 와중에도 심장이 자꾸만 빨리 뛰는 게 더 화가 났다.

문득 식당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

조은별이었다.

완벽한 정장 차림, 미소를 얹은 얼굴,

그러나 그 안에서 번뜩이는 눈빛은 누구보다 예리했다.

“회장님, 여기 계셨군요. 이렇게 자주 나오시니까  다들 걱정하시던데요.”

이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은별을 바라봤다.

“비서님, 그쪽 업무에 제 사생활은 포함 안 돼요.”

유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뭐가 그렇게 가슴을 찌른 건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음식이 나가고, 은별은 웃음을 지으며 유리 쪽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요리 정말 맛있다고 회장님이 늘 칭찬하시더라고요.”

유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했지만, 은별의 말투에는 알 수 없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리 쪽을 바라보았다.

“내일도 올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피하지 마세요.”

유리는 그 말에 당황해

“누가 피한다고 그래요! 진상님 마음대로 말하지 마세요!”

하고 소리쳤지만, 이현은 짧게 웃으며 식당을 나섰다.

문 닫을 시간이 되고, 유리는 간판 불을 끄려고 문 밖으로 나섰다가 골목 끝에 서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

“안 가셨어요?”

이현은 잠깐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냥… 조유리 씨 퇴근하는 얼굴 보고 가려고요.”

유리는 황급히 등을 돌리며

“진짜… 왜 저래, 정말…”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 뒤에서, 이현은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손을 꺼내

코트를 한 번 털어 올렸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낮게,  그러나 웃음을 담아 말했다.

“선 긋는 건 본인인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게 하실까요.”

다음 날, 유리는 평소보다 더 일찍 가게 문을 열었다.

주방 안은 여전히 낯익은 냄비 소리와 채소 써는 소리로 채워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낯익지 않은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진상님, 오늘도 오겠지… 아니, 올까 봐 신경 쓰지 말자. 근데… 안 오면 좀… 이상할 것 같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칼질을 하던 손끝에 힘이 조금씩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주방 창가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유리 씨, 이 정도면 전속 요리사 계약서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심장을 찌르는 목소리.

이현은 오늘도 줄 맨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유리는 당황해서 주방문을 밀치고 나갔다.

“진상님, 저희 가게 줄 서야 한다니까요. 뭐 줄 선다고 직원들까지 대동하더니, 오늘은 혼자에요?”

“혼자 오면 더 불편하실까 봐요. 나름 배려한 건데요.”

유리는 황당해서 눈썹을 찌푸렸고, 뒤에서 마춘배 아저씨가 또 툭 던졌다.

“유리야, 얼굴 빨개졌다~”

“안 빨개졌어요!!”

유리는 소리치고는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주방 안에서도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현은 여전히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고 있었다.

“요즘 잘 안 웃으시던데요, 저 보니까 표정 좀 풀리시던데.”

유리는 수저를 닦던 손을 멈추며 고개를 휙 돌렸다.

“진상님, 오해 마세요.  손님 상대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미소 같은 건 기본이에요.”

“근데 저 말고 다른 손님들한테는 안 그러시던데요.”

이현은 짧게 웃었다. 유리는 뺨이 붉게 물드는 걸 느끼며 물수건을 테이블에 툭 올려놓았다.

저녁 늦게, 문득 가게 문이 열리더니 은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잘 계시네요, 회장님.”

은별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유리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오늘은 또 뭘 드시러 오셨어요?”

“저요? 그냥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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