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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Auteur: 설융
조서연과 갈라선 이튿날, 후부에서는 곧바로 혼례 준비를 시작해 곳곳에 붉은 등과 비단을 내걸었다. 마치 두 사람의 혼인을 온 세상에 알리려는 듯했다.

후부의 씀씀이도 예전과는 딴판이었다.

소은영이 장식품 가운데 가장 비싼 것만 고르는 모습을 보던 서정윤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후부에서는 하루에 십 문만 쓰기로 하지 않았느냐? 이제 그 규칙은 없어진 것이냐?"

소은영은 애교를 부리며 웃었다.

"그건 평소에나 지킬 규칙입니다. 이번에는 저희 혼례이지 않습니까? 설마 후작께서 제게 십 문짜리 예물만 주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서정윤은 당연히 돈이 아깝지 않았다. 더구나 혼례를 초라하게 치르면 체면도 서지 않을 것이다.

그가 허락하려던 순간,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의 혼례가 조서연 부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합니까?"

시녀가 분노에 찬 눈으로 서정윤을 바라보다가 털썩 무릎을 꿇고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후작, 예전에 조서연 부인께서 병으로 몸져누우셨을 때 치료비는 석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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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3장

    서정윤이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조서연을 붙잡을 수 없었다.그 자리에 홀로 남은 서정윤은 조서연이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소은영이 기어서 그의 발치로 다가왔다."후작, 저를 봐 주십시오... 저를 구해 주신다면 조서연 같은 천한 것과 달리 절대 후작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는..."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정윤이 그녀를 사정없이 걷어찼다."어디 감히 서연을 욕하느냐! 소은영,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와 서연이 어찌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분노에 휩싸인 서정윤은 소은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사정없이 걷어찼다.자신에게 정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 소은영은 온몸의 극심한 통증 속에서 처참하게 웃었다."후작께서는 모든 일을 제 탓으로 돌리시지만, 조서연이 겪은 고통을 보고도 외면하신 분은 바로 후작입니다! 후작께서 묵인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그 많은 짓을 저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걸 망친 사람은 다름 아닌 후작 자신입니다!"그녀가 목이 터져라 악을 썼다."조서연을 잃은 건 후작의 탓입니다! 후작은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할 것입니다. 평생!"소은영은 더 이상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견딜 수 없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목숨으로 서정윤의 마음을 흔들려 했던 시녀가 흘린 피처럼 붉었다.그러나 서정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모든 광경을 냉담하게 지켜본 뒤 한마디도 없이 황궁으로 돌아갔다.유남현과 조서연도 다시 마차에 올랐다.이번에는 눈에 거슬리는 서정윤도 곁에 없었다.본래 보름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산천을 유람하듯 느긋하게 여행해 한 달이 넘어서야 강남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정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서정윤은 다시 황제에게 조서를 청해 변경으로 떠났고,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면 조서를 받아 조서연과의 혼인을 허락받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낙담해서인지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2장

    목적지는 경성이었다.강남에서 경성까지 가장 빠른 길로 가도 보름은 걸렸다.경성으로 향하는 보름 내내 서정윤은 지난날의 이야기를 계속 꺼내며 조서연에게서 조금이라도 애정 어린 반응을 이끌어 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애써도 조서연의 눈에는 오직 유남현뿐이었다.두 사람은 온종일 나란히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웃는 모습은 서정윤의 눈에 거슬렸다.심지어 맞잡은 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조서연이 잠들 때조차 유남현은 그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서정윤에게는 더없이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조서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견뎠다.마침내 경성에 도착한 날, 그는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그는 들뜬 듯 앞장서 길을 안내하더니 더럽고 비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곳곳에는 갈 곳 없는 거지들이 웅크리고 있었다.조서연은 서정윤이 왜 자신을 이런 곳에 데려왔는지, 대체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알 수 없었다.골목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의 뜻을 깨달았다.거지들에게 둘러싸인 한 여인이 바로 소은영이었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몸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소은영은 찐빵 하나를 차지하려고 다른 거지들과 머리가 깨져 피가 날 때까지 싸웠다. 어렵게 손에 넣어도 사내 거지 몇 명에게 빼앗기고 매질까지 당했다.결국 소은영은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한때 남들 위에 군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처량하기만 했다.하지만 조서연은 그 광경을 보고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소은영이 과거 자신을 괴롭혔어도 조서연에게는 이미 새로운 삶이 생겼다.그녀는 원수를 갚았다는 통쾌함도, 소은영을 향한 원망도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토록 평온한 모습에 서정윤은 오히려 불안해졌다.서정윤은 조서연이 소은영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통쾌해하리라 여겼다. 조서연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인다면 아직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그러나 조서연의 반응에 서정윤의 불안은 더욱 커져 그를 짓눌렀다.그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1장

    유남현은 다급히 달려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아 서서 조서연을 지켰다.조서연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저는 괜찮습니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남현?"그 미소에는 다정함과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서정윤은 조서연의 저런 미소를 본 지 오래였다.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져 낮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너는 누구냐? 서연은 내 사람이다. 어디 감히 서연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유남현이 몸을 돌리자 조서연은 그제야 그의 옷차림이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평소에는 아무 장식 없는 소박한 흰옷만 입었고, 옷감도 평범해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같은 흰옷이라도 은은한 무늬가 들어가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웠고, 한눈에도 값비싼 옷임을 알 수 있었다.조서연의 마음에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유남현은 정말 강남의 평범한 의원일 뿐일까?'유남현이 서정윤을 바라보며 냉소했다."두 분은 이미 부부의 연을 끊었습니다. 서연이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접니다."서정윤은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마음속 불안을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서연, 저자의 말이 사실이냐?"유남현의 신분에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함께 지내며 쌓은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조서연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제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남현입니다.""그럴 리 없다!"서정윤이 버럭 외쳤다.그는 조서연과 다시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증명하려 목숨까지 걸고 싸웠다.'그런데 서연에게 새로 사람이 생겼다고?'서정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붉어진 눈으로 조서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나를 속이는 거지? 서연, 네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안다. 아직 내게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냐? 나는 소은영을 진작 쫓아냈다. 다시 혼인하면 전보다 몇 배는 더 잘해 주마. 다시는 다른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겠다. 서연, 우리는 평생 서로만 사랑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걸 잊은 것이냐? 네가 어떻게 다른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0장

    다음 날, 서정윤은 말을 타고 강남에 도착해 조서연의 가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무안후인 서정윤에게 자신을 찾는 일쯤은 어렵지 않았기에, 조서연은 그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다.유남현의 위로를 받고 이미 마음을 정리한 뒤였다. 어떤 식으로든 서정윤과 확실히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조서연을 보자마자 서정윤은 곧장 다가왔다.지난 몇 달 동안 전장에 머무는 내내 한순간도 조서연을 잊은 적이 없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그의 마음에는 오직 조서연뿐이었다.쉬지 않고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오자 황제는 관직과 작위를 높여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정윤은 모두 거절하고 조서연을 되찾게 해 줄 조서 한 장만을 청했다.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조서연과 다시 마주하자,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서정윤은 조서연의 얼굴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강남에서 지내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듯, 뺨이 도톰해져 전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하지만 서정윤이 손을 뻗어 눈썹을 어루만지려 하자 조서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후작, 무슨 일로 왔습니까?"조서연의 차가운 말에 서정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이미 부부의 연을 끊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손을 내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서연,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지난 일은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소은영의 위선에 속아 네게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겼다. 이제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진정 바라는 건 여전히 너와 평생 함께하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구경했다.명성이 자자한 무안후가 작은 가게의 주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정윤은 주위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서연의 손을 잡았다. 기억 속의 손은 희고 매끄러웠지만, 날마다 우산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서정윤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서연,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나와 함께 경성으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19장

    그 뒤 조서연은 그동안 진맥해 준 진료비 대신 손수 만든 우산 한 자루를 유남현에게 선물했다.우산을 받아 든 유남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 뜨거운 눈빛과 마주하자 조서연의 심장도 저도 모르게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렇게 석 달이 흐르는 동안 조서연은 어느덧 유남현이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홍주는 가끔 볼멘소리를 했다."아가씨, 유남현 의원께서 제 일까지 빼앗습니다. 무슨 일이든 아가씨 앞에서 나서려고 합니다."그렇게 볼을 잔뜩 부풀린 홍주를 보며 조서연은 즐겁게 웃었다.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안후 서정윤이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소식이 경성에서 전해졌다.전장에서 빼어난 용맹을 떨쳐 단숨에 흉노왕의 목을 베고, 그 머리를 들고 돌아와 황제를 알현했다고 했다.앞서 떠돌던 소문도 사실이었다.큰 공을 세운 서정윤은 다른 포상을 모두 마다하고 오직 강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서 한 장만 청했다.소문은 삽시간에 강남까지 퍼졌다.사람들은 서정윤이 무슨 일로 굳이 강남까지 오려는 것인지 저마다 추측했다.강남에서 새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이도 있었고, 군사를 훈련하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오직 조서연만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려 바늘에 손가락이 찔렸고, 곧 핏방울이 맺혔다."서연!"유남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폈다.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머금고 살며시 빨았다.조서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현이 눈빛으로 제지하자 그대로 멈췄다.피가 완전히 멎고 나서야 그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놓아주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늘에 조금 찔렸을 뿐입니다."조서연은 뜨거워진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오므렸지만, 그 따뜻한 감촉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유남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연, 상처가 크든 작든 서연이 아프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 마십시오."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서정윤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18장

    조서연은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홍주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홍주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결국 조서연은 유남현과 단둘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얼마 걷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강남은 비가 잦았고, 봄이면 가랑비가 수시로 내렸다. 이런 날씨에 익숙한 유남현은 우산을 펼쳐 조서연에게 씌워 주었다."조심하십시오. 비를 맞으면 안 됩니다."그는 우산을 그녀 쪽으로 더 기울였다. 빗물이 사내의 어깨를 적셨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음식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서연은 그의 어깨가 흠뻑 젖은 것을 발견했다."어깨가 완전히 젖었는데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조서연은 절로 걱정이 앞섰다.유남현은 대수롭지 않게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 내며 웃었다."서연은 몸이 약하니 비에 젖으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저는 몸이 튼튼하니 괜찮습니다. 서연, 정 저를 걱정하신다면 직접 만든 새 우산 한 자루만 선물해 주십시오."조서연은 유남현의 호칭이 한층 친근해진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어깨에 밴 물기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이 음식점은 유남현이 소개한 곳이었다.강남에 온 지 몇 달밖에 안 된 데다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던 조서연은 이곳 사정에 밝지 않았다.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장소는 유남현에게 맡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유남현은 마치 주인이라도 된 듯 조서연을 자리로 안내했다. 젓가락과 그릇을 챙겨 주고 음식 맛도 하나하나 설명했다.그 모습을 본 주인이 웃으며 짓궂게 물었다."우리 유남현 의원이 오늘은 일행과 함께 왔군. 참 보기 드문 일인데, 혹시 무슨 경사라도 있나?"주인의 목소리가 워낙 큰 데다 유남현은 많은 사람을 치료해 강남에서 이름난 의원이었다. 삽시간에 주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리자 조서연은 얼굴을 붉혔다.유남현은 조서연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로막아 주었지만 주인의 말은 부인하지 않았다."서연이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기에 평소 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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