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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Auteur: 설융
연회장이 발칵 뒤집혔다.

소은영은 입술을 깨물고 조서연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후작께서 제게 베풀어 주신 마음은 모두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실과 동등한 둘째 부인이 된다 해도 부인께서는 본래 귀한 신분이시지 않습니까? 저는 시골에서 자란 평민에 불과한데, 후부에 들어간 뒤 부인께서 저를 괴롭히시면 어찌합니까?"

"내가 있는데 감히 너를 괴롭히겠느냐."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소은영이 조서연을 흘끗 보았다.

"한 가지 조건만 들어주신다면..."

"무슨 조건이냐?"

서정윤이 다그쳐 물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가 직접 부인께 법도를 가르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부인의 몸에 제 손으로 은침 구백구십구 개를 꽂도록 허락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부인도 다시는 제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저를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

연회장이 다시 술렁였고, 손님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본 채 말을 잃었다.

조서연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서정윤은 천천히 조서연 앞으로 걸어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연, 이번 한 번만 참아라. 비록..."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내가 은영을 더 사랑하지만, 후부에 들어온 뒤에는 두 사람을 똑같이 대하마."

"어찌 똑같이 대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조서연은 웃음을 터뜨렸고, 웃을수록 눈물이 쏟아졌다.

"후작, 그 여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저를 이렇게 짓밟아야겠습니까?"

"서연, 이번 한 번만 참으라고 했잖느냐."

서정윤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저었다.

"여봐라, 부인을 붙잡거라!"

건장한 하인들이 곧장 달려들어 조서연을 붉은 나무 의자에 눌러 앉힌 뒤 꼼짝 못 하게 붙잡았다.

소은영이 손에 든 은침은 햇빛을 받아 서늘하게 번뜩였다.

첫 번째 은침이 조서연의 팔에 박히자 그녀는 고통에 온몸을 떨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악!"

서정윤은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소매를 움켜쥐었지만, 끝내 멈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백서른다섯..."

"삼백일흔둘..."

"오백여든여덟..."

조서연의 비명은 점차 잦아들어 희미한 신음으로 바뀌었다.

세게 깨문 입술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땀과 피가 뒤섞여 옷을 흠뻑 적셨다.

"구백구십구!"

마지막 은침이 박히자 조서연은 피를 왈칵 토했다.

간신히 고개를 든 그녀는 피 묻은 입으로 웃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웃음소리를 높이며 마침내 눈물까지 흘리면서 미친 듯이 웃었다.

"후작. 이번 생에서 제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후작을 사랑한 것입니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깊이 박혔다.

"지금 이 순간부터 후작과 저의 정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 서정윤은 급히 다가가 조서연을 부축하려 했다.

"서연,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지만 네 체면은 지켜 주마. 앞으로 은영과 사이좋게 지내면 너도 잘 대해 줄 테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앞으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조서연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후작을 영원히 떠나겠습니다."

서정윤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허튼소리하지 말라고 꾸짖으려던 순간, 후부 정문 밖에서 내시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조서를 받으시오!"

'이 시각에 폐하께서 어째서 갑자기 조서를 내리신단 말인가?'

서정윤은 놀라 몸을 돌렸다.

황제의 측근인 총관 내시가 황금빛 조서를 두 손에 받쳐 들고 호위들에게 둘러싸인 채 성큼성큼 들어왔다.

서정윤은 의아했지만 우선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엎드린 가운데 내시가 조서를 한 자 한 자 낭독했다.

"폐하는 이르노라. 무안후의 부인 조씨는 성품이 온화하고 어질며 검소하고 덕과 재주를 두루 갖추었으니, 무안후와 부부의 연을 끊도록 윤허하고 오늘부터 강남으로 돌아가게 하노라. 또한 무안후 서정윤은 영원히 강남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노라. 이에 교시하노니 모두 잘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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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3장

    서정윤이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조서연을 붙잡을 수 없었다.그 자리에 홀로 남은 서정윤은 조서연이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소은영이 기어서 그의 발치로 다가왔다."후작, 저를 봐 주십시오... 저를 구해 주신다면 조서연 같은 천한 것과 달리 절대 후작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는..."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정윤이 그녀를 사정없이 걷어찼다."어디 감히 서연을 욕하느냐! 소은영,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와 서연이 어찌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분노에 휩싸인 서정윤은 소은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사정없이 걷어찼다.자신에게 정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 소은영은 온몸의 극심한 통증 속에서 처참하게 웃었다."후작께서는 모든 일을 제 탓으로 돌리시지만, 조서연이 겪은 고통을 보고도 외면하신 분은 바로 후작입니다! 후작께서 묵인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그 많은 짓을 저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걸 망친 사람은 다름 아닌 후작 자신입니다!"그녀가 목이 터져라 악을 썼다."조서연을 잃은 건 후작의 탓입니다! 후작은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할 것입니다. 평생!"소은영은 더 이상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견딜 수 없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목숨으로 서정윤의 마음을 흔들려 했던 시녀가 흘린 피처럼 붉었다.그러나 서정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모든 광경을 냉담하게 지켜본 뒤 한마디도 없이 황궁으로 돌아갔다.유남현과 조서연도 다시 마차에 올랐다.이번에는 눈에 거슬리는 서정윤도 곁에 없었다.본래 보름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산천을 유람하듯 느긋하게 여행해 한 달이 넘어서야 강남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정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서정윤은 다시 황제에게 조서를 청해 변경으로 떠났고,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면 조서를 받아 조서연과의 혼인을 허락받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낙담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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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0장

    다음 날, 서정윤은 말을 타고 강남에 도착해 조서연의 가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무안후인 서정윤에게 자신을 찾는 일쯤은 어렵지 않았기에, 조서연은 그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다.유남현의 위로를 받고 이미 마음을 정리한 뒤였다. 어떤 식으로든 서정윤과 확실히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조서연을 보자마자 서정윤은 곧장 다가왔다.지난 몇 달 동안 전장에 머무는 내내 한순간도 조서연을 잊은 적이 없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그의 마음에는 오직 조서연뿐이었다.쉬지 않고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오자 황제는 관직과 작위를 높여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정윤은 모두 거절하고 조서연을 되찾게 해 줄 조서 한 장만을 청했다.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조서연과 다시 마주하자,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서정윤은 조서연의 얼굴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강남에서 지내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듯, 뺨이 도톰해져 전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하지만 서정윤이 손을 뻗어 눈썹을 어루만지려 하자 조서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후작, 무슨 일로 왔습니까?"조서연의 차가운 말에 서정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이미 부부의 연을 끊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손을 내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서연,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지난 일은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소은영의 위선에 속아 네게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겼다. 이제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진정 바라는 건 여전히 너와 평생 함께하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구경했다.명성이 자자한 무안후가 작은 가게의 주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정윤은 주위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서연의 손을 잡았다. 기억 속의 손은 희고 매끄러웠지만, 날마다 우산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서정윤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서연,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나와 함께 경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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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조서연은 그동안 진맥해 준 진료비 대신 손수 만든 우산 한 자루를 유남현에게 선물했다.우산을 받아 든 유남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 뜨거운 눈빛과 마주하자 조서연의 심장도 저도 모르게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렇게 석 달이 흐르는 동안 조서연은 어느덧 유남현이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홍주는 가끔 볼멘소리를 했다."아가씨, 유남현 의원께서 제 일까지 빼앗습니다. 무슨 일이든 아가씨 앞에서 나서려고 합니다."그렇게 볼을 잔뜩 부풀린 홍주를 보며 조서연은 즐겁게 웃었다.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안후 서정윤이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소식이 경성에서 전해졌다.전장에서 빼어난 용맹을 떨쳐 단숨에 흉노왕의 목을 베고, 그 머리를 들고 돌아와 황제를 알현했다고 했다.앞서 떠돌던 소문도 사실이었다.큰 공을 세운 서정윤은 다른 포상을 모두 마다하고 오직 강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서 한 장만 청했다.소문은 삽시간에 강남까지 퍼졌다.사람들은 서정윤이 무슨 일로 굳이 강남까지 오려는 것인지 저마다 추측했다.강남에서 새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이도 있었고, 군사를 훈련하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오직 조서연만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려 바늘에 손가락이 찔렸고, 곧 핏방울이 맺혔다."서연!"유남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폈다.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머금고 살며시 빨았다.조서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현이 눈빛으로 제지하자 그대로 멈췄다.피가 완전히 멎고 나서야 그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놓아주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늘에 조금 찔렸을 뿐입니다."조서연은 뜨거워진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오므렸지만, 그 따뜻한 감촉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유남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연, 상처가 크든 작든 서연이 아프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 마십시오."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서정윤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18장

    조서연은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홍주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홍주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결국 조서연은 유남현과 단둘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얼마 걷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강남은 비가 잦았고, 봄이면 가랑비가 수시로 내렸다. 이런 날씨에 익숙한 유남현은 우산을 펼쳐 조서연에게 씌워 주었다."조심하십시오. 비를 맞으면 안 됩니다."그는 우산을 그녀 쪽으로 더 기울였다. 빗물이 사내의 어깨를 적셨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음식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서연은 그의 어깨가 흠뻑 젖은 것을 발견했다."어깨가 완전히 젖었는데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조서연은 절로 걱정이 앞섰다.유남현은 대수롭지 않게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 내며 웃었다."서연은 몸이 약하니 비에 젖으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저는 몸이 튼튼하니 괜찮습니다. 서연, 정 저를 걱정하신다면 직접 만든 새 우산 한 자루만 선물해 주십시오."조서연은 유남현의 호칭이 한층 친근해진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어깨에 밴 물기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이 음식점은 유남현이 소개한 곳이었다.강남에 온 지 몇 달밖에 안 된 데다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던 조서연은 이곳 사정에 밝지 않았다.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장소는 유남현에게 맡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유남현은 마치 주인이라도 된 듯 조서연을 자리로 안내했다. 젓가락과 그릇을 챙겨 주고 음식 맛도 하나하나 설명했다.그 모습을 본 주인이 웃으며 짓궂게 물었다."우리 유남현 의원이 오늘은 일행과 함께 왔군. 참 보기 드문 일인데, 혹시 무슨 경사라도 있나?"주인의 목소리가 워낙 큰 데다 유남현은 많은 사람을 치료해 강남에서 이름난 의원이었다. 삽시간에 주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리자 조서연은 얼굴을 붉혔다.유남현은 조서연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로막아 주었지만 주인의 말은 부인하지 않았다."서연이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기에 평소 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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