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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물려받지 않을 자리

Author: 안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9 18:00:47

강 회장은 말을 이었다.

“이민우와 연관된 임원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다. 경영진은 흔들리고 있고, 주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

“네가 아니면 이 회사는 무너진다.”

태성은 잠시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는 평생 자신에게 태성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태성에게 감정보다 책임을 먼저 가르쳤고, 자신의 뒤를 잇는 것을 당연한 운명처럼 강요했다.

하지만 지금 강 회장의 말에는 명령보다 부탁이 담겨 있었다.

태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남긴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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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회장은 말을 이었다. “이민우와 연관된 임원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다. 경영진은 흔들리고 있고, 주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 “네가 아니면 이 회사는 무너진다.” 태성은 잠시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는 평생 자신에게 태성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태성에게 감정보다 책임을 먼저 가르쳤고, 자신의 뒤를 잇는 것을 당연한 운명처럼 강요했다. 하지만 지금 강 회장의 말에는 명령보다 부탁이 담겨 있었다. 태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남긴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강 회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지금의 회장 자리에 그대로 앉는 것은 과거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그룹을 버리겠다는 것이냐?” 강 회장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태성은 흔들림 없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니요.” “…….” “잘못된 방식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처음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뜻입니다.” 병실 안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태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크고 곧게 선 그의 모습이 병실의 희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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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연수는 그 온기에 의지해 간신히 무너지지 않고 서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많은 취재진이 연수와 태성을 향해 몰려왔다. “하연수 씨, 아버지의 무혐의가 공식 확인된 심경이 어떠십니까?” “하정우 대표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진행하실 계획입니까?” “태성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실 생각입니까?” “강태성 대표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순식간에 수십 개의 마이크가 연수 앞에 들이밀어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태성은 본능적으로 연수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그러나 연수가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태성이 그녀를 돌아봤다. 연수는 괜찮다는 듯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 숨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뒤에 가려지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하정우의 딸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이름을 세상 앞에서 당당히 부를 수 있는 날이었다. 연수는 아버지의 사진을 가슴 앞에 들고 기자들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많은 분이 오늘을 승리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브리핑룸 안이 조용해졌다. 연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수많은 마이크를 통해 또렷하게 전달됐다. “저도 언젠가 이 순간이 오면 기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잠시 아버지의 사진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이름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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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정장을 입은 그의 얼굴은 세월 때문에 조금 바래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따뜻했다. 연수의 뒤로 태성이 들어왔다. 그가 나타나자 브리핑룸 안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로 향했다. 태성은 검은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오래되지 않아 얼굴에는 아직 옅은 피로가 남아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창백한 피부와 선명하게 드러난 턱선은 그가 겪은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총상을 입었던 오른쪽 어깨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재킷 안쪽으로 얇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 탓에 한쪽 어깨의 움직임은 조금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키가 크고 곧게 선 모습과 깊고 차분한 눈빛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예전의 태성이 날카롭고 차가운 완벽함으로 사람들을 압도했다면, 지금의 그는 고통을 지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태성은 연수 곁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섰다. 그리고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 손길은 연수를 끌어당기거나 보호하려는 과장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조용한 약속이었다. 연수는 태성을 올려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오늘을 함께 보겠다고. 아버지의 이름이 되돌아오는 순간을 그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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