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 소년, 서준은 결코 다정한 말을 연발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늘 말이 없었고,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연수가 파티장 구석에서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거나, 어른들의 지루한 대화 틈에서 시들어갈 때면 귀신같이 그녀의 곁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어두운 테라스 복도, 화려한 정원으로 이어지는 유리문 앞, 혹은 대리석 계단 그늘진 곳에서 서준은 늘 연수의 그림자가 되어주었다. “야, 꼬맹이. 또 울 것 같은 얼굴이네.” “저 진짜 안 울었거든요?” “알았으니까 이거 먹고 입 다물어.” 서준은 툭명스럽게 말하며 제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초콜릿을 꺼내 연수의 고사리 같은 손바닥 위에 툭 던져주곤 했다. 그가 건넨 초콜릿 포장지는 늘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어떤 날은 금색, 어떤 날은 은색, 때로는 깊은 풍미를 예고하는 짙은 갈색. 연수는 먹기도 아까운 그 작은 초콜릿을 보물처럼 손바닥 안에 꼭 감싸 안았다. 입안에 넣으면 싸늘했던 마음까지 달콤하게 녹여버리는 마법의 묘약이었다. 유난히 눈발이 날리던 어느 겨울밤, 두 사람은 소란스러운 연회장을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야외 테라스에 나란히 서 있었다. 연수는 하얀 퍼 장식이 달린 귀여운 코트를 입고 있었고, 서준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짙은 감색 정장 차림이었다. “오빠, 저기 하늘 좀 봐요. 별이 진짜 많아요!” 연수가 까만 밤하늘을 가리키며 어린아이답게 소리쳤다. 서준은 그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더니, 피식 헛웃음을 터뜨렸다. “바보냐. 서울 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 저건 별이 아니라 건너편 빌딩들의 불빛이야.” “……치, 그래도 반짝이니까 예쁘잖아요. 별이라고 생각하면 별인 거죠.” 서준은 입술을 삐죽이는 연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추위 때문에 코끝과 뺨이 발갛게 물든 채로도, 눈동자만큼은 세상의 모든 빛을 담은 듯 청초하게 빛나는 아이. 서준은 이상하게도 그 순간, 제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무거운 의무감들이 전부 씻겨 내려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 아이만큼은, 평생 이 순수한 미소를 잃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기묘한 독점욕이 일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데? 맨날 드레스나 입고 돌아다니는 인형이 될 거냐?” 연수는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밤하늘의 빌딩 숲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였다. “아니요! 나는 커서 아주 멋진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 될 거예요.” “건축가?” “네! 사람들이 들어가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그런 엄청 큰 건물이요.” 서준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타인 앞에서 이토록 무장 해제된 미소를 지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내가 더 커서 큰 회사를 차리면, 네가 그 건물 디자인해라.” “진짜요? 약속하는 거예요?” “그래. 내가 사장 할 테니까, 네가 내 건물 지어.” 어린 연수는 소년의 그 장난 같은 말을 마음 깊이 진심으로 새겼다. 서준 역시 자신이 왜 그런 약속을 쉽게 뱉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다만 그날 밤, 인공적인 빌딩 불빛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서 있던 작은 아이의 눈동자는 서준의 심장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으로 남았다.진혁이 태성의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부터 찾아야 해.” 태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태성아.” 진혁이 그의 어깨를 잡으려다 상처를 보고 손을 멈췄다. “이민우가 원하는 대로 감정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 태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차갑고 선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연수는 장부를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어.” “뭐?” “영상에서 계속 왼쪽 아래를 봤어.” 태성은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연수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했다. 탁자 아래쪽. 영상의 가장자리에는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는 금속 표지판 일부가 보였다. 진혁이 화면을 확대했다. 흐릿한 영문과 숫자가 나타났다. B-3. “건물 구역 표시 같아.” 진혁이 말했다. 태성은 장부의 표지도 확대했다. 오래된 가죽 표지처럼 보였지만 조명에 비칠 때마다 가장자리의 광택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저 장부.” 태성이 낮게 말했다. “가짜일 수도 있어.” “무슨 근거로?” “원본이라면 이민우가 저렇게 쉽게 화면에 올려놓지 않아.” 태성은 연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연수도 그걸
폐공장에 도착한 진혁은 이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연수 씨!” 그의 목소리가 텅 빈 공장 안에 울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바닥에는 부서진 휴대전화와 위치 추적 장치만 남아 있었다. 진혁은 즉시 주변을 살폈다. “차량 흔적을 확인해! 후문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어!” 함께 온 보안팀 직원들이 흩어졌다. 그때 공장 입구로 자동차 한 대가 거칠게 들어왔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운전석 문이 열렸다. 태성이 뛰어내렸다. 다친 어깨 때문에 걸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연수는?” 태성이 진혁에게 다가갔다. 진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만으로도 태성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어디 있어?”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아.” 태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네가 옆에 있겠다며.” “미안하다.” 진혁은 변명하지 않았다. “내가 더 빨리 들어갔어야 했어.” 태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친 어깨에서 통증이 올라왔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공장 안을 빠르게 둘러봤다. 부서진 휴대전화. 깨진 위치 추적기. 넘어진 의자. 바닥에 흩어진
폐공장 안에서는 남자들이 연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연수는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느린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 짝. 짝. “역시 하정우의 딸답군요.” 이민우가 희미한 조명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납치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 아니라 중요한 계약을 앞둔 사업가처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연수는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 “편지는 어디 있죠?” “이 상황에서도 편지부터 찾는군요.” “그걸 보여주겠다고 해서 왔잖아요.” 이민우는 테이블 위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물론 보여드릴 겁니다.” 연수가 손을 뻗자 그는 봉투를 뒤로 물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었군요.” “그건 하연수 씨가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연수는 자신을 붙잡은 사람들을 바라본 뒤 다시 이민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생각이죠?” 이민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치하다…….” 그는 천천히 연수에게 다가왔다. “나는 오히려 아주 품격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납치하는 게 실험이에요?” “강태성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
한편 경찰청에서는 태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검찰은 불법 침입과 기밀문서 절취, 방화 혐의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다. 그러나 진혁과 지민이 확보한 자료가 상황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화재 신고보다 일곱 분 먼저 작성된 기사 초안. CK 물류 터미널 인근 CCTV에 찍힌 수상한 화물 차량. 화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방재 설비 관리업체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강 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진술서. 강 회장은 20년 전 비서실 특별관리계좌가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 이창석에 의해 이용되었으며, 자신이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도 회사의 위기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태성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강 회장의 진술은 태성을 완전히 무죄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가 아버지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창고에 침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균열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방화 혐의와 관련된 새로운 감식 결과가 제출됐다. 발화 지점은 태성과 일행이 있던 지하 공간이 아니라 건물 외부 배관실이었다. 누군가 미리 설치한 원격 점화 장치가 작동한 흔적도 발견됐다. 결국 법원은 방화 혐의의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청 출입문이 열렸다. 태성은 다친 어깨에 보호대를 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지만 그는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을 보지도 않았다.
평창동 저택을 떠난 연수의 차가 어두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조수석에는 강 회장이 적어준 주소와 오래된 녹음테이프가 놓여 있었다. 강원도 평창, 백설원. 태성이 평생 다시 찾지 않으려 했던 가장 아픈 기억. 그리고 이창석이 원본 장부를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곳. 연수는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우고 접어둔 주소를 다시 바라봤다. 강 회장의 고백을 듣고도 마음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자신이 모든 일의 주범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창석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회사를 지킨다는 이유로 조사를 중단시켰고, 그 결과 연수의 아버지 하정우는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무너졌다. 그의 침묵은 끝났지만, 그 대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연수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강 회장의 죄를 묻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야 했다. 태성을 구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한 이민우를 반드시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연수의 눈빛이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이전의 연수였다면 누군가 자신을 지켜
“별장이요?” “태성이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자주 머물던 곳이 있었다.” 강 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태성이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해했던 장소였지.” “지금도 남아 있습니까?” “아니다.” 강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태성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폐쇄했다.” “어디에 있습니까?” 강 회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떠올린 그의 눈에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번졌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 있었다.” 연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폐쇄했다는 건 건물을 없앴다는 뜻입니까?” “아니.” 강 회장은 힘없이 말했다. “소유권만 다른 재단으로 넘겼다.” “어느 재단입니까?” 강 회장은 눈을 감았다. “이창석이 관리하던 문화재단.” 연수의 얼굴이 굳었다. 이창석은 처음부터 그 장소를 알고 있었다. 태성의 어머니와 관련된 장소. 태성이 너무 아픈 기억 때문에 다시는 찾지 않았을 장소. 강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기억을 간직한 곳. 그곳이라면 정말 태성이 영원히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연수는 녹음기를 꽉 움켜쥐었다. “주소를 알려주세요.” 강 회장이 고개를 들었다. “혼자 갈 생각이냐?” “혼자 가지 않을 겁니다.” 연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진혁 씨와 경찰에도 알릴 거예요.” “이민우가 이미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알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