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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6화

Penulis: 금추
백림은 유정을 힐끔 쳐다보고는 아무 말없이 노트북을 열었다. 웹페이지를 띄운 뒤, 화면을 유정 쪽으로 돌려주었다.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겼고, 화면 속 내용을 보자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일부 팬들이 주준와 칠성의 커플 조합을 만들어 올리고 있었고, 그 반응은 뜨거웠다.

심지어 유정이 학교 다니던 시절 찍힌 단체 사진에서 얼굴을 오려낸 흐릿한 이미지까지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팬들은 그런 사진 하나에도 열광했다.

[원래 칠성이 엄청 미인이었구나! 이목구비며 얼굴형이 정말 예뻐!]

[주준도 잘생겼다더라. 둘이 완전 천생연분이잖아! 둘 다 다재다능하고!]

[그림체가 찰떡이더니, 이건 커플이 분명해! 만화 속 예훈이랑 나윤이 실존 인물이라면 딱 이 둘이야!]

[진짜 너무 설렌다. 나 오늘부터 이 커플 주식 산다!]

[나도! 둘이 사귄다고 공식 입장 나올 때까지 버틸거임.]

[그러면 만화계 초대박 뉴스지! 우리 온라인에서 선물 이벤트도 열어요!]

...

유정은 댓글을 읽다가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 유정은 단지 일부 팬들이 만화 속 주인공을 엮는 정도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과 조시안을 현실 커플이라고 묶고 단정 지으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오직 상상과 추측만으로, 아무런 확인 없이 관계를 결정짓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은 그냥 자기들 상상으로 말하는 거야. 사실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소문도 사라질 거야.”

그러나 백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난 기분이 안 좋아.”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내가 이 만화 사이트의 주인이야. 나를 불쾌하게 만든 콘텐츠는 없애면 되는 거지.”

그 말에 유정은 화를 억누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최대한 댓글 관리도 하고 반응도 줄이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제발 그 작품엔 손대지 마.”

“난 이미 빠졌고, 만약 주준까지 나가게 되면, 그 작품은 그대로 끝이야.”

그러나 백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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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은 속이 뒤집혔다.‘얘는 집을 나올 때 뇌를 두고 나왔나? 아니면 원래부터 생각 없이 사는 건가?’“오빠!”백림은 느닷없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부르며 눈앞에 나타난 서니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시선은 곧장 유정에게로 옮겨졌고, 놀란 표정은 곧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었다.“서니도 왔구나.”백림이 유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자, 여자도 모른 척하며 시선을 피했다.서니는 유정의 손을 피가 안 통할 될 정도로 꽉 잡고, 백림의 옆에 있는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사촌 오빠의 약혼녀가 여기 있는데, 당신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옆에 붙어 있는 거죠? 혹시 유정 씨를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건가요?”유정은 서니가 말하던 수단이란 게 자기 이름을 방패 삼아 앞세우는 거였단 사실에 벙쪘다. 게다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설 줄은 더더욱 몰랐다. 이는 뭐 바보 수준이었다.더 어이없는 건 자신도 그 옆에 서 있는 탓에 한통속처럼 보이고, 함께 멍청해 보인다는 거였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이 자리를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서니는 유정의 팔을 다시 잡아당기며 말했다.“새언니, 뭐라도 좀 말해줘요!”‘망할, 새언니라고 불러야 할 땐 그렇게 안 부르더니, 지금은 또 왜 이래!’백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새언니?”“유정 씨가 그렇게 부르라잖아요!”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서니에 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백림은 겨우 웃음을 참으면서 재밌다는 듯 유정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서니는 아주 당당하다는 듯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뭐라고 말해요!”유정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지만, 겉으론 억지웃음을 지으며 백림 곁에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수고 많으셨겠어요.”그 여자는 말없이 유정을 바라보았고, 서니도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그때 백림 옆에 있던 여자가 부드럽게 백림의 팔에 더 기대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꾀꼬리 같이 청아하고 맑아 사람을 심쿵하게 했다.“이게 무슨 일이에요?”백림은 부드럽고 젠틀한 미소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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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은 뒤돌아보기도 전에 목소리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일부러 못 들은 척 술을 한 모금 털어 넣었다.정서니가 아예 유정의 앞까지 성큼 걸어와 정면으로 노려보았으나, 유정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여전히 상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서니는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지금 당신한테 묻고 있잖아요.”그제야 유정은 자각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말하는 게 들리긴 했는데, 나는 아닌 줄 알았죠. 서니 씨가 날 부른다면 새언니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이에 서니는 약간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호칭 바꿀 필요 없잖아요.”“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그럼 서니 씨, 앞으로 날 유정 씨라고 불러줘요.”마치 천사 같은 말투로 웃으며 말하는 유정에 서니는 눈을 굴리며 쏘아붙였다.“사촌 오빠는 어디 갔는데요?”유정은 아무렇지 않은 눈빛으로 대답했다.“모르겠는데요.”본인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서니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빠가 당신을 데리고 이 파티에 온 건 옆에서 좀 도우라고 그런 거지, 당신 혼자 먹고 마시라고 부른 건 아닐 텐데요?”유정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그럼 서니 씨는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따지는 거예요?”말문이 막힌 서니는 홀 안을 둘러보다가 뭔가 발견한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오빠 옆에 저 여자 누구예요?”유정도 서니가 바라보는 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 멈칫했다. 백림이 정말 이 파티에 와 있었다.검은색 보석이 박힌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백림의 팔짱을 끼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여자는 살짝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늘씬한 몸매에 요염한 얼굴, 백림과 나란히 있으니 꽤 잘 어울려 보였다. 돌아가는 상황이 약간 파악이 된 서니는, 통쾌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당신이 내 오빠의 파트너가 아니었던 거네요.”유정은 그 여자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접시에 있던 고추냉이 새우볼을 집어먹으며 말했다.“자기 행동이 좀 경솔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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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유정이 오랜만에 본가에 돌아오자, 가족들이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 신화선은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유정이 왔구나!”소파에 앉아 있던 유신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과일을 챙겨왔다.“회사 동료가 해외에서 공수해 준 과일인데, 진짜 신선해요.”신화선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 오현길이 너 좋아하나 보지? 요즘 자꾸 집으로 선물을 보내잖니?”신희는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 그냥 내가 조그마한 일 도와준 거에 대한 감사 표시래요.”신화선은 신희의 손을 꼭 잡고 기뻐하며 말했다.“그 아이 괜찮더라. 얼굴도 잘생겼고, 집안도 우리랑 잘 어울려. 네가 그 애 맘에 들면, 난 절대 반대 안 해.”그 오현길이라는 남자는 유정도 한 번 본 적 있었다. 오진수의 사촌 동생으로, 신희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예전에 진수의 약혼녀가 요요를 해친 사건 이후로, 그 약혼녀는 조백림에 의해 사교계에서 매몰차게 정리됐고, 그 후로 본 적이 없었다.서은혜는 일주일 만에 유정을 보고는 귤껍질을 까주며 말했다.“왜 이렇게 말랐어? 계속 야근하는 거야?”신화선도 그 말을 듣고는 유정의 얼굴을 살펴보았다.“정말 살이 빠졌네. 턱선이 더 뚜렷해졌어. 밖에서 끼니 제대로 못 챙기면 그냥 집에 들어와서 살아.”지엄화는 호호 웃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조백림 집에 있는 거 아니었어? 걔가 너를 제대로 안 챙겨줬어?”유정은 담담히 대답했다.“그 사람은 잘해줘요. 그냥 내가 일이 많아서 그래요.”그런데 그때, 신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언니 요즘 호텔에서 지내는 거 아닌가요?”모두의 시선이 신희에게 쏠렸고, 유정도 놀라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실수한 거예요? 지난번에 동료랑 호텔에 일 보러 갔다가, 언니 나오는 거 봤거든요.”서은혜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유정아, 너 백림의 집에서 지낸다고 하지 않았어?”신화선도 인상을 찌푸렸다.“유정이 너희 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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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걔를 위해서야? 아니면 널 위해서 날 찾아온 거야?”백림의 질문에 유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쳤다.“그런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말아야지.”“그럼 어쩌라고?”백림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나 지금 굉장히 질투 나는데? 남자가 질투하면 이성적인 판단이 안 돼.”유정은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봤다.“질투가 아니라, 네 아픈 곳을 찔렸겠지.”그 말에 백림의 미간이 좁혀졌고, 눈동자는 짙은 먹빛처럼 어두웠다.“유정아,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게 결국, 서로를 찌르는 무기가 되어버렸어.”그 말에 유정은 가슴이 살짝 저려왔다. 하지만 시선을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림은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말했다.“약혼녀가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건 처음인데, 내가 당연히 받아줘야지. 그 만화는 내리지 않을게. 주준도 계약 해지 안 해도 좋아.”“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다시는 칠성과 주준이라는 이름이 동시에 언급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 약속 못 지키면, 난 언제든지 마음 바꿀 수 있어.”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독자들이 수천 수만 명인데, 각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다 막아? 댓글 조절한다고 해도,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해.”“내 약혼녀잖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백림은 담담하게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 능력을 믿어.”이에 유정은 이를 악물고 백림을 노려보다,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벌써 가는 거야? 날 찾아와서 그렇게 성질만 부려서 내 마음은 다치게 해놓고,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가겠다고?”“그래서, 이제 뭘 더 하겠다는 거야?”백림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부드러웠고, 어딘가 알 수 없는 유혹이 섞여 있었다.“며칠이나 못 봤는데 보고 싶진 않았어?”백림의 입술이 유정의 입술에 닿으려는 찰나, 표정이 갑자기 굳더니 몸을 뒤로 물러섰다.유정은 다리를 내리고 조용히 그를 흘깃 본 뒤, 말없이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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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백림은 냉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뒤로 던졌고, 펜은 정확히 쓰레기통에 꽂혔다.유정은 이제 조백림과는 두 번 다시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당한 기회만 봐서 파혼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고 믿었다.그러던 어느 날, 윤우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칠성, 누가 네버만화를 인수했는데 『세계 종말 생존 법칙』을 내리겠다고 해요. 게다가 주준랑의 계약도 해지하라고 요구했어요.][만화 원작의 각종 2차 저작 계약도 전부 정리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어요.]이어 우현이 말을 멈추고 조심스레 덧붙였다.[내가 좀 알아봤는데, 인수한 쪽이 조씨그룹이더라고요. 혹시 칠성이랑 관련 있어요?]우현의 말에 유정은 이를 악물며 말끝을 눌렀다.“내가 해결해 볼게요.” 우현은 약간 미안해하며 말했다.[사실 이건 칠성이랑 관련 없는 일이기도 해요. 어차피 칠성은 이미 그만뒀으니까.][그런데 나로서는 이 작품이 이렇게 사라지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요. 미안해요, 결국 칠성한테 연락하게 됐네요.]유정은 담담히 말했다.“괜찮아요. 비록 나는 빠졌지만, 이건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그러니 누가 망가뜨리게 내버려두진 않을 거고요.”[너무 무리하지 마요.] 우현이 걱정스레 말했다.“무리 아니예요.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이니까 나 믿고 기다려요.”유정이 의외로 가볍게 말하자, 우현도 마음을 놓은 듯했다.[칠성한테 방법이 있을 줄 알았어요.]전화를 끊은 유정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백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은 건 여자였다.[여보세요? 저희 조백림 사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시라 통화가 어려우세요. 혹시 전달해 드릴 말씀이 있으신가요?]“회의는 언제 끝나나요?” 비서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했다.[그건 저도 정확히 몰라서요.]“그럼 한 시간 뒤에 다시 전화하죠.”하지만 그날 하루 동안 몇 번을 걸어도, 전화를 받은 건 같은 비서였고, 돌아오는 말도 똑같았다.[사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세요.]그제야 유정은 예전에 백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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