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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0 Bab

제2841화

사람들은 곧 이시카 다이지가 진주 재단에 압력을 가하려고 온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그렇지 않다면 방금 뺨 맞은 이시카 다이지가 어떻게 아침 일찍 진주 재단에 올 수 있겠는가?심지어 김태훈조차 냉정을 되찾고 기세등등한 이시카 다이지를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이시카 대표님, 이시카 다이지 도련님, 이쪽으로 모실게요.”김태훈 일행이 일어나 이시카 다이지 일행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회사 직원은 이미 열 명이 넘는 일본인을 회의실로 안내하고 있었다.맨 앞에 선 사람은 정교한 정장을 입고 일본풍이 물씬 풍기는 젊은 여자였다.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직원을 따라 빠르게 걸어 들어왔다.그녀의 뒤에는 창백한 얼굴의 이시카 다이지가 있었다.그 뒤를 이어 얼굴에 뺨 자국이 남아있는 김 비서와 다른 조수들, 그리고 법무팀 직원들과 경호원이 있었다.김예훈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시카 유키코를 바라보았고, 곧 부산에서 자신에게 짓밟혔던 그 이시카 유키코라는 것을 깨달았다.이런 보잘것없는 존재를 이번에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정말 기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이시카 대표님께서 직접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이네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과 진주 재단을 대표해 대표님의 방문에 감사의 인사를 드릴게요.”김태훈도 분명히 이시카 유키코임을 알아본 모양이다.그녀가 나타났을 때, 김태훈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이시카 유키코를 적극적으로 맞이했다.재단의 다른 이사장과 여성 고위층들도 이 순간 모두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맹정남은 이시카 유키코를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기세와 김태훈의 태도를 보고 이 사람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알았다.게다가 이시카 유키코 뒤에 있는 이시카 다이지는 마치 개처럼 벌벌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분명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어.’그 순간, 맹정남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는 무심코 김예훈을 한 번 쳐다보았고, 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더욱 불안했다.“별말씀을요.”이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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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2화

김태훈은 열정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이시카 대표님의 일이라면 진주 재단의 능력을 넘어선 일이라 해도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거예요. 진주·밀양에서는 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거든요. 설령 저희 진주 재단 직원이 실수로 이시카 가문을 불쾌하게 했다고 해도 이시카 대표님께서 말씀만 해주시면 반드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릴게요.”김태훈은 무의식중에 이시카 유키코가 사람을 데리고 직접 찾아온 목적이 자신에게 해명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아니면 이시카 유키코가 굳이 부산에서 먼 길을 달려올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온 걸 보면 분명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이 틀림없어.’그리고 상대방이 예의를 갖추는 것도 김예훈 입장에서 당연하게 느껴졌다.일본은 늘 예의 국가라 자부하는데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도 두 번 절하고 칼로 찌른다고 했다.그래서 지금처럼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맹정남이 듣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침착하게 말했다.“저희 이사장님은 늘 공평하신 분이라 절대 사사로운 일로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 이시카 대표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맹정남은 말하면서 은근히 김예훈과 김청미를 신경 썼다.‘이시카 유키코도 왔으니 김예훈은 끝장났어.’“오늘 볼일이 있어서 온건 사실이에요.”이시카의 표정이 갑자기 엄숙해졌다.“오늘 저는 이시카 가문을 대표해서 사죄하러 온 거예요.”맹정남은 살짝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사죄요?”“무릎 꿇어!”이시카 유키코는 아직 김예훈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해야 할 일은 잊지 않았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기도 했다.퍽. 퍽. 퍽.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어제 진주 재단에서 위세를 떨던 이시카 다이지와 김 비서 일행이 모두 풀이 죽어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꿇었다.“알아서 뺨 때려.”이시카 유키코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쨕. 쨕. 쨕.이시카 다이지 일행은 도저히 반박할 엄두도 못 내고 자기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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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3화

김태훈도 살짝 놀랐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시카 대표님, 혹시 사람을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의 이름은 김예훈이 아니라 김현민이에요.”그의 말뜻은 아주 간단했다. 즉 김예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니 그렇게까지 공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김태훈은 이시카 다이지의 곁으로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어제 일은 저도 들었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일어나요.”그는 손을 내밀어 이시카 다이지를 부축하려 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시카 다이지는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자기 뺨을 때리고 있었다.“이사장님의 너그러움에 감사하지만 저희 이시카 가문의 규칙대로라면 잘못했으면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저희는 오늘 김예훈 도련님의 용서를 받으려고 온 거예요.”이시카 유키코는 김태훈을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김예훈 앞으로 가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비록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김태훈의 말은 소용없다는 뜻이 분명했다.김태훈은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그는 이시카 유키코가 김예훈에게 공손할 정도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길 원하지 않았다.이때 김태훈은 김청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청미야, 옛말에 원수는 되도록 풀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굳이 원수를 맺을 필요는 없다는 거지. 이시카 대표님께서도 사과하셨는데 김예훈 씨한테 이 일은 여기서 끝내자고 해.”김태훈에게 있어서 이시카 유키코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김예훈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상황을 뒤집고 싶었다.하지만 김청미는 그를 무시하고 오히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분명 오늘 이 일은 김예훈이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이시카 다이지, 왜 무릎 꿇고 있어?”김예훈은 공손한 이시카 유키코를 무시하고 혼자서 이시카 다이지 앞으로 걸어가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내 기억이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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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4화

한편 김태훈과 이사들은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김예훈이 선전포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김청미가 데려온 고문이 이시카 가문 사람들을 개 취급하는데 앞으로 진주 재단에서 누가 감히 김청미에게 반기를 들겠는가?간단히 말해서 이 일이 있고 나면 김청미의 대표이사 자리는 확실히 굳어질 것이다.“김예훈 도련님한테 고맙다고 해.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도 해.”이시카 다이지가 고개 숙여 사과할 때 이시카 유키코는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오늘 김예훈 도련님이 너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오늘 시체가 되어 바다에 버려졌을 거야.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이시카 유키코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은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일본인은 역시 잔인해. 적한테만 잔인한 게 아니라 자기 사람한테도 잔인하다니.’흥미롭게 이시카 유키코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일본인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그는 전에 이시카 유키코의 기세를 눌러버리지 않았다면 오늘 여기서 무릎 꿇고 사과할 사람은 아마 이시카 다이지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시카 유키코가 먼 길을 와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이시카 가문에 시비 걸 핑계를 잃어버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이시카 유키코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앞으로 한 발짝 앞서간 거라고 볼 수 있었다.그래서 김예훈은 겉으로만 공손해 보이는 이시카 유키코를 방심할 수 없었다.결국 일본인은 강할 때는 강하고 약할 때는 약한 존재였다.마치 독사 같아서 언제 어두운 구석에서 기어 나와서 상대를 한 입 베어 물지 몰랐다.“김예훈 도련님, 이거 저희 이시카 그룹 대리권 계약서인데 한번 검토 부탁드릴게요..”이시카 유키코는 이시카 다이지의 일을 마무리하고 법무팀 직원 손에서 계약서를 꺼냈다.“계약서 내용은 도련님 요구에 따라 작성된 거예요.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돼요. 앞으로 3년간은 진주 재단에서 저희 이시카 그룹을 대표하는 거예요. 무엇을 판매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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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5화

다른 사람들이 이익만 보고 있는 동안, 김예훈은 이시카 유키코의 공손함 뒤에 숨긴 사악한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간단히 말해 김예훈이 이 대리권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그는 진주 재단, 더 나아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눈엣가시가 될 것이었다.심지어 앞으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될지도 몰랐다.이시카 유키코는 김예훈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5대 문호 중 하나로서 그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양측이 정말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 대한민국 상류층 전체가 그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3년간의 독점 대리권을 대가로 김예훈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을 맞바꾼 것이다.항상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길 바라는 일본인에게는 확실히 손해 볼 거 없는 거래였다.이 생각이 들자 김예훈은 손을 내밀어 이시카 유키코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웃으며 말했다.“이시카 유키코, 3년간의 독점 대리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이 외로 두 가지 조건이 더 있어.”이시카 유키코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이라면 저희 이시카 가문에서 반드시 들어드려야죠.”“좋아.”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첫째, 대한민국 지역의 대리권으로는 부족해. 내가 원하는 것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대리권이야.”이시카 유키코는 잠시 놀랐지만 곧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렇게 할게요.”“둘째, 이 3년 동안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디서든 이시카 그룹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거지.”이시카 유키코는 눈꺼풀이 떨렸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그렇게 하시죠.”이시카 유키코는 김예훈을 호랑이굴로 유인하기 위해 분명 만반의 준비를 한 모양이다.김예훈이 제시한 조건을 듣자 그의 뒤에 있던 진주 재단 고위층들의 시선에서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곧바로 이시카 그룹 법무팀이 재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시카 유키코는 그 위에 사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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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6화

김청미가 대리권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하는 순간, 이시카 그룹 건이 일단락되었다.이것은 김청미가 진주 재단, 나아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에서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이시카 유키코 일행이 허둥지둥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예훈은 뒤돌아 맹정남을 바라보았다.맹정남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맹 부장, 어제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나? 내가 오늘 이시카 그룹의 대리권을 따내면 짐 싸서 나갈 거라고 했잖아. 이제 대리권을 따냈는데 언제 꺼질 생각이지?”김예훈의 말에 고위층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이 시점에 김예훈이 이 일을 다시 꺼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맹정남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난... 난...”“왜 더듬거려. 약속했으면 지켜야지.”김태훈이 의연한 말투로 말했다.“김 고문이랑 내기에서 졌으니 이만 가봐. 그동안 진주 재단을 위해 고생한 것을 봐서 1년 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줄게.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마. 빨리 돈 쥐여주고 쫓아내.”김태훈은 맹정남을 내쫓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은밀히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김청미와 김예훈이 이시카 그룹 대리권을 따냈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김태훈조차 김청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건 모두의 분노를 살 수도 있었다.김태훈 비서가 맹정남을 쫓아내려고 할 때, 김청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더니 웃으며 말했다.“잠깐만요. 이사장님께서 집사님의 아들을 지키고 싶은 건 알겠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돈을 주든 말든 그건 이사장님의 일이고. 떠나기 전에 약속대로 손을 잘라야겠어요. 이사장님께서 직접 자르실 거예요? 아니면 제가 할까요?”이때 김예훈의 손짓하나에 누군가 야구 방망이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러고선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태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이 직접 나서면 맹정남의 손은 분명 쓰지 못하게 될 것이고 김태훈이 나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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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7화

“너!”김태훈은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결국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다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로써 김태훈은 진주 재단에서 절대적인 위신을 잃게 되었다.그리고 김청미가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이런 제기랄!”빅토리아 항구 사무실로 돌아간 김태훈은 아직도 차분해질 수 없었다.찻잔을 꽉 쥐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그의 시선은 맞은편에 있는 김현민에게로 향하더니 차갑게 말했다.“현민아, 내가 몇 번을 말해. 함부로 넷째 집안을 건드리지 말라고. 특히 박연서는 더더욱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여자는 승준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 여자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그 여자를 건드려서 승준이 심기까지 건드려. 지금 양딸까지 내세워서 너랑 대결하게 하잖아. 어떻게 할 건데? 어르신 생신날까지 5날밖에 남지 않아. 이 타이밍에 일이 터졌으니 잘못하면 진주 재단이 청미한테 넘어가게 될지도 몰라. 그리고 이시카 그룹도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굴욕스러운 대리권 계약서에 사인했는지 모르겠어. 청미가 대리권 계약서를 쥐고 있으니 진주 재단에서 입지를 다지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김태훈은 오늘 벌어진 모든 일을 떠올리며 믿기지 않는 것 외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그는 김예훈과 김청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짜놓은 함정을 무너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장 중요한 건 뒤로 물러서는 척하면서 진주 재단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이대로 나갔다간 진주 재단에서의 입지가 김청미보다도 작아질 수도 있었다.그리고 이것은 김태훈이 절대 견딜 수 없는 부분이었다.김현민이 호된 말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김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빠, 화내지 마. 이 일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문제는 우리가 몰랐어. 김예훈 그 자식이 이시카 그룹을 이렇게 쉽게 해결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일본인은 지금 김예훈을 그 자식을 죽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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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8화

김서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태훈을 바라보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오빠 말뜻은 이번에 손해 본 것이 나랑 현민이 때문이라는 거야? 우리가 정확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해서 오빠가 큰 손해를 본 거로 생각해?”김태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그냥 정확한 자료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번에 지진 않았을 거라는 말이야. 지금 와서 누구를 탓해도 소용없어. 탓하려면 음흉한 김예훈 그 자식을 탓해야지. 그리고 청미 그년도 탓해야 하는 거고. 어떻게 다른 사람과 손잡고 가족을 공격할 생각을 할 수 있어?”‘아버지, 이번에는 제 잘못이에요.”지금까지 계속 침묵하던 김현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김태훈 앞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제가 김예훈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청미도 마찬가지고요. 싸움밖에 모르는 여자가 저희 진주 재단에 들어오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제 예상과 다르더라고요. 김예훈이든 청미든 둘 다 만만치 않은 존재였어요. 아버지가 화난 건 알겠지만 고모랑 지금은 어떤 갈등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김예훈과 김청미의 잘못이잖아요. 저의 잘못이기도 하고요.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기세등등한 김청미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예요. 청미의 기세가 계속 올라가게 내버려 뒀다간 어르신 생신날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도 몰라요.”이 말을 듣고 김태훈과 김서하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김현민이 어르신 생신날 정식으로 수장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김청미의 부상이 이미 은연중에 김현민을 위협하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김태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진주·밀양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출중한 아들을 바라보며 잠시 후 무겁게 말했다.“현민아,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한번 말해봐. 어디 실행 가능성이 있는지.”김현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실 별거 아닌데 작은 의견일 뿐이에요. 청미가 몇 년 전에 이씨 가문의 도련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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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9화

김현민이 이재승의 귀국을 모의하던 시각, 김예훈은 밀양에서 걸려 온 전화에 낮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전화번호를 보며 김예훈은 꽤 의아했다.도박왕 허순재는 이전부터 부산 팰리스 도박패를 김예훈의 이름으로 넘기겠다고 했지만 아직이었다.게다가 김예훈이 허씨 가문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모두 같은 편이 된 셈이라 이 일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였다.하지만 허순재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그는 별일 없으면 주동적으로 전화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은 고민한 끝에 벨 소리가 두 번째로 울릴 때에야 수신 버튼을 눌렀다.전화 맞은편에서는 한숨 돌리는 듯한 숨소리가 들려왔고, 김예훈이 눈치라도 챌까 봐 그런지 갑자기 숨죽이더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김 회장님,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요? 밀양도 김 회장님 구역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진주에서 잘 지내시나 봐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할 말 있으면 해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요.”전화 너머 허순재는 입가를 움찔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사실 별일 아니에요.”“별일 아니라고요?”김예훈은 결국 웃음이 나왔다.“아무 일도 없는데 도박왕님께서 저한테 직접 연락할 일은 없잖아요. 제가 밀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걸 바랄 텐데요?”허순재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실 별일은 아니고, 김 회장님께 드리려던 도박패를 다른 손님한테 가게 될 것 같아서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그 까다로운 손님을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시켰으니까요. 어차피 저희는 도박장을 운영하는 곳이라 도박하러 온 사람을 두려워할 거 없잖아요. 안 그래요?”허순재는 별일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김예훈은 해결 못할 문제가 없는 한 그가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저한테 주려던 도박패요? 이미 잊은 거 아니었어요? 해결 못할 문제가 생기니까 그제야 떠오른 거예요?”허순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농담도 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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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0화

허순재의 말투에는 무력감, 처량함, 그리고 어쩔 수 없음이 섞여 있었다.“저희 허씨 가문은 밀양에서 수년간 밀양의 왕이라 불렸는데 이 나이에 이런 망신을 당하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런데 김 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부산 팰리스 도박패를 잃더라도 다른 도박패로 반드시 보상해 드릴게요. 어차피 김 회장님께 드려야 하는 거니까요.”허순재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고, 구원의 몸짓까지 하면서 허씨 가문의 위태로운 명예를 끝까지 지키려는 의지도 보였다.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농담은 그만할게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도박패를 걸고 내기하려는 사람이 좀 까다롭죠?”“확실히 까다롭긴 한데 그래도 말은 통하는 수준이에요...”허순재는 잠시 침묵한 뒤에야 이 말을 꺼냈다.하지만 한참 동안 김예훈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확실히 까다롭긴 했어요. 세 번이나 왔는데 매번 3판 2선승제만 하고 갔어요. 연속 4날 동안 저희가 계속 졌고요.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저희가 평범한 사람을 내보내서 져도 이상할 건 없었어요. 그런데 셋째 날과 넷째 날에는 진짜 고수들만 내보냈는데도 계속 졌어요...”허순재는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도박왕으로 불리는 허씨 가문이 상대에게 네 번이나 연속으로 졌다고?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다.사실 이 일은 며칠 사이에 밀양에서 이미 시끄럽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김예훈은 계속 진주 쪽 일만 신경 쓰고 있어서 밀양이 이미 혼란스러워진 건 몰랐다.김예훈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야 말했다.“상대방이 누군지는 일단 묻지 않을게요. 연속으로 사흘 동안 열두 판을 이겼다니. 승률이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 전설 속의 도박신도 어려울 텐데요? 혹시 부정 행위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어요?”김예훈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운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아마 없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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