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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4 Bab

제2871화

왕자의 귀환, 무신의 귀환이라고 하는 것은 괜히 농담이 아니라 이재승의 능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어떻게 할 예정인데?”김예훈은 잠깐 생각하다가 저 멀리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까지 얻은 자료를 보면 이재승이 돌아온 목적이 결코 단순하지 않을 거야.”“괜히. 나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김청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예를 들면 나?”김예훈도 웃으며 말했다.“이 이재승이라는 사람과 제대로 얘기해봐야겠어. 예를 들어 부산 팰리스 일이라든지, 유명 플랫폼에서 나라 망신을 다 시킨 진가인이라든지. 그런데 내가 움직이기 전에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짧은 시간 내에 무신이 된 걸 보면 만만찮은 사람이야.”김청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녀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기 전의 고군분투이자 김현민의 노림수였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했다.김예훈이 앞장서서 모든 걸 해결해주는 꼴이 되면 김예훈이 수장 자리에 앉을지도 몰랐다.퍽.김청미가 이재승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레스토랑 입구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김예훈과 김청미가 있는 룸으로 달려왔다.김청미의 경호원이 뭔가 행동하기도 전에 상대방이 털썩 무릎을 꿇는 바람에 온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김예훈과 김청미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아까 도망친 진가인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원망이나 거만함이 없었고, 대신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다.진가인의 뒤에는 그녀의 매니저와 몇몇 경호원들이 있었다.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은 얼굴이 창백한 것이 상태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진가인을 알아보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러다 곧 진가인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넷째 집안의 따님인 김청미를 쫓아내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로소 이 상황을 이해하는 듯했다.‘유명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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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2화

진가인의 행동을 본 주변 구경꾼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한 여자가 곤경에 처하면 동정심이 생기기 마련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진가인이 ‘김예훈 씨’라고 부를 때부터 분명 누군가 뒤에서 시켰다는 느낌이 들었다.‘연기하러 온 거야? 아니면 조문하러 온 거야.’“그만 가보라고 했을 때 이미 끝난 일이었어요.”김청미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매장당한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당신이 자초한 짓이에요. 김예훈 씨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른 사람 손에 매장당했을 거라고요.”“김예훈 씨, 김청미 씨, 정말 잘못했어요. 죄송해요.”진가인은 무릎을 꿇은 채 김예훈과 김청미 앞으로 기어와 눈물이 맺힌 애처로운 얼굴로 간절히 빌었다.“진주에서 열릴 첫 단독 콘서트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날 순간이라고요. 저한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데요. 제발 저를 내버려 두면 안 될까요?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이대로라면 인생이 망하는 것은 물론, 이형돈 씨도 저를 그냥 두지 않을 거라고요. 용서받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했거든요. 물론 저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예요. 정말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라고요. 저는 그냥 광대일 뿐이잖아요. 저 같은 사람이랑 싸울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네?”진가인은 또다시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눈물범벅이 된 연약한 모습을 보이자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동정심이 생겼다.많은 사람은 김예훈과 김청미가 한 여자를 상대로 너무 심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또 어떤 사람들은 굳이 이런 사람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형돈 씨한테 도움 청하러 갔다가 오히려 협박당해서 돌아와서 사과한 거였어요?”김청미의 표정은 더욱더 차가워졌다.“이형돈 씨가 돌아와서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저희한테 복수할 생각이었겠죠.”진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제가 그럴 리가요. 이형돈 씨 덕분에 제가 주제 파악을 하게 된 거죠. 아니면 제가 감히 무례를 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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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3화

경호원에게 붙잡힌 진가인은 몸부림치며 애원했다.“한 번만 봐주세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주세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진가인이 애원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매니저와 경호원들도 함께 울부짖기 시작했다.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잔가인이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로 보였다.김청미는 진가인 일행이 사라진 후에야 입을 열었다.“정말 대단해. 처음엔 우리랑 끝까지 맞서 싸우더니 이제 와서 무릎 꿇고 애원하네. 굴복할 줄도 알다니.”“그게 아닐 수도 있어.”김예훈이 일어나 후문 쪽을 걸어가면서 말했다.“가서 확인해볼게.”김예훈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김청미는 깜짝 놀라면서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공원에 버려진 진가인은 레스토랑 쪽을 향해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눈물 범벅이 되어 여전히 끊임없이 애원했다.말하는 걸 들어보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넷째 집안의 따님인 김청미한테 제발 보잘것없는 자기를 내버려 뒀으면 하는 내용이었다.이 장면을 본 행인들은 깜짝 놀라면서 전부 다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기 시작했다.진가인이 워낙 많이 알려진 사람이라 이런 영상이 올라오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넷째 집안의 따님인 김청미가 진가인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돌기 시작했다.영상을 통해 눈물범벅이 된 진가인을 본 네티즌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도 했다.대부분 사람은 영상이 삭제되면서 진가인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는 사실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진가인은 안타까워하고 동정하면서 김청미에게는 분노가 앞섰다.순식간에 온라인에서는 화살이 김청미, 그리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게 쏟아졌다.온라인이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진가인은 어느샌가 모습을 감추고 미리 준비된 비즈니스 차량에 올라탔다.하지만 차에 올라타는 순간 아까의 불쌍한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의 표정은 차갑고 냉랭했으며, 레스토랑 쪽을 바라볼 때는 심지어 음산한 기운이 감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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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4화

잘생긴 남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칭찬했다.“진가인 씨, 잘했어요. 이번 일로 고생했어요.”“별말씀을요. 형돈 씨와 도련님을 위해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었어요.”진가인은 얼굴에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저 두 사람이 저를 대한민국에서 매장시키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복수해야죠. 그런데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왜 저보고 김청미 씨를 겨냥하라고 한 거예요? 김예훈 씨가 아니라? 제가 기억한 게 맞는다면 저를 매장시키려는 사람은 김예훈 씨잖아요. 김예훈 씨를 겨냥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진가인은 자기가 한 행동이 김청미를 곤란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김예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영상 플랫폼이 유명해졌다고 자부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연예계의 절반을 차지한 오산 그룹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진가인이 가장 복수하고 싶은 건 바로 김예훈이었다.“많은 일들은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주요 갈등과 부차적 갈등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거예요.”이형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하게 설명했다.“김예훈이라는 사람을 대충 파악했는데 그렇게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주요 목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의 주요 목표는 김청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인 거예요. 김청미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끌어내면 도련님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 여자를 해결하면 고집불통인 김현민을 해결하는 건 절대 어렵지 않을 거예요. 도련님 능력으로는 김청미를 이용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장악하고, 나아가 진주·밀양의 왕이 되는 건 결코 어렵지 않을 거라고요. 그때 가서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괴롭혀도 돼요. 그러니까 가인 씨, 억울하겠지만 도련님의 큰 그림을 위해서 잠시 참아주세요. 곧 잃어버린 것들을 모두 되찾을 날이 돌아올 거예요. 그리고 얻는 것도 더 많을 거예요. 도련님께서는 가인 씨가 할리우드로, 나아가 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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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5화

“이대로라면 얼마 안 지나 곧 도박패를 손에 넣을 수 있겠네요.”진가인은 참지 못하고 이형돈의 어깨를 감쌌다. ‘너무 멋있잖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 세상을 뒤흔들다니. 밀양 허씨 가문을 연이어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마저 함정에 빠뜨리다니. 정말 너무 멋있어.’이형돈이 담담하게 말했다.“밀양 허씨 가문은 도련님께서 곧 짓밟을 가문이에요. 도련님께서는 도박판에서 허씨 가문을 무너뜨리면 할 말이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부산 팰리스에 있는 도박패는 시작일 뿐이에요. 허씨 가문이 손에 넣은 도박패와 재산을 모두 순순히 내놓게 할 거예요. 그래야 재미있잖아요.”진가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저녁에도 도박하러 가실 거예요? 가능하다면 저도 좀 구경시켜주면 안 돼요?”“오늘은 갈 생각 없어요.”이형돈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도박왕 허순재가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바람에 허씨 가문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오늘이 사기가 가장 왕성한 날인 셈이죠. 하지만 사기라는 건 빠르게 불타올랐다가 점점 꺼지기 마련이에요. 가만히 있다가 3일 뒤에 제대로 한 판 붙어보려고요. 그리고 다음번엔 단판 승부를 할 거예요. 그러면 3일 뒤에 부산 팰리스 도박패에 제 손에 들어오겠죠? 그러면 가인 씨가 가장 빛나는 여주인공이 되지 않을까요?”이형돈은 한결같이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진가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단판 승부요?”진가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큰 내기를 할까요? 형돈 씨 실력이 대단한 걸 알면서도 과연 나머지 40% 지분을 다 내놓을까요?”“제가 60% 지분을 모두 내놓으면서 다른 도박패의 20% 지분을 추가로 내놓으라고 요구할 거예요. 허씨 가문은 지금 눈이 뒤집혀서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반드시 동의할 거예요. 게다가 제가 도전장까지 준비했는데 밀양에서 지내고 싶지 않은 한 동의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이형돈은 손에 있던 태블릿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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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6화

이형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진가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감탄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가인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가인 씨 같은 사람은 연예인이 아니라 도련님 사단에 들어가서 군인으로 활약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일부러 바다에 뛰어드는 척하는 아이디어는 저도 생각 못했는데 가인 씨가 먼저 이런 얘기를 꺼낼 줄 몰랐어요. 좋은 방법이네요. 국내 톱스타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따님의 협박을 못 이겨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면 충분히 여론을 뜨겁게 달구겠죠?”진가인이 웃으며 말했다.“형돈 씨, 저희 어느 정도까지 연기해야 하는 거예요? 어느 위치에서 뛰어드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빅토리아 항구가 괜찮을 것 같은데요? 관광객이 많아서 만약 제가 바다에 뛰어들면 무조건 큰 화젯거리가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 형돈 씨가 관광객인 척 저를 구해주고, 제가 울면서 호소하면 완벽 그 자체겠네요.”이형돈은 손뼉을 치며 진가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인 씨 계획이 완벽하긴 해도 좀 더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무도 구출하지 않는 걸로요.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거죠.”진가인은 어지러운 느낌에 살짝 멈칫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다 저 죽는 거 아니에요?” “죽는 게 좋죠. 죽어야만 더욱 떠들썩해질 거 아니에요.”이형돈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군주의 강림은 신하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도련님을 위해 죽는 것도 행운이지 않을까요?”진가인은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좀 더 합리적일까요?”이형돈의 목소리는 점점 잠에 빠져들게 했다.“제가 밖으로 나가면 가인 씨는 영상을 찍는 거예요. 김청미 씨 협박 때문에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 영상은 휴대폰에 저장해두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휴대폰을 들고 빅토리아 항구에 가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거죠. 그리고 불이 딱 켜졌을 때 등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거예요. 그 장면은 연예계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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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7화

저녁 6시. 가로등이 켜지면서 진주 빅토리아 항구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잔가인은 동영상을 찍어놓은 휴대폰을 쥔 채 멍한 표정으로 빅토리아 항구 등대로 걸어갔다.너무 차가운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화려한 드레스 때문인지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은 그녀가 촬영하는 줄 알았다.그녀를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근처에서 영상을 찍는 사람은 많았다.6시 15분. 많은 사람이 의아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진가인은 맨손으로 높이가 백 미터에 달하는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그녀는 전망대 가장자리에 서서 두 손으로 난간을 꼭 잡고 있었다.이때 축축하고 짠 내 나는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왔고, 진가인은 드레스를 흩날리면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서 있었다.사람들은 그제야 상황 파악하고 자살하려는 진가인을 말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진가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대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뛰어내리려는 순간, 누군가 나타나 그녀를 등대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퍽.바닥에 넘어진 진가인은 여전히 몸부림치며 일어나 바다로 뛰어들려 했다.바로 이때, 김예훈이 다가와 그녀의 뺨을 때렸다.쨕.진가인은 그제야 최면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바닥에 주저앉은 진가인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이 깜깜한 공간에 있다는 걸 깨달았고, 누군가에게 뺨을 맞아 온몸이 쑤신 느낌이었다.“이런 제기랄!”진가인은 상대가 김예훈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날카롭게 말했다.“뭐 하는 짓이야?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녀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쨕.하지만 김예훈은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다시 한번 그녀의 뺨을 때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진가인은 새빨개진 얼굴로 비명을 질렀고, 입가에는 온통 피범벅이었다.그녀는 김예훈이 여자를 아끼는 마음 없이 이 예쁜 얼굴에 감히 손댈 줄 몰랐다.진가인은 얼굴을 감싼 채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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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8화

진가인의 믿기 힘든 표정을 보고 있던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뭔가 떠오른 모양이지? 내가 조금 힌트를 줄까? 빅토리아 항구 공원에서 연기를 하다가 시즌 호텔로 돌아가 이형돈을 만났지. 그리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마지막으로 드레스를 입고 여기까지 와서 여기서 뛰어내릴 준비를 했지. 못 믿겠으면 휴대폰을 확인해보든가.”진가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그 안에 정말 영상이 있는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영상 속 인물이 자신 같지는 않았다.“이형돈이랑 어떤 연극을 꾸몄는지 모르겠지만 가짜 죽음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거야. 네가 진짜 죽어야만 그들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거거든. 김청미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이재승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그런 무기. 경찰서에서 네 죽음이 김청미랑 무관하다고 밝혀내도 여론은 절대적으로 김청미를 비난할 거라고. 심지어 진주경찰서 서장, 그리고 총독마저도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을 거야. 간단히 말해서 너의 죽음은 이형돈의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밖에 없어. 불난 집에 부채질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는 거지. 정말 너무 대단한 시나리오 아니야?”’이 순간 김예훈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이렇게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행동은 절대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것은 영국의 상위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이들 눈에 사람의 목숨이란 그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바둑일 뿐이었다.김예훈은 오늘 온종일 진가인을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걸 다행으로 여겼다.진가인이 죽었다간 김청미가 큰 화를 입을 것이 뻔했다.겨우 일궈낸 성과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몰랐다.심지어 박연서, 김승준도 진가인의 죽음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될 수도 있었다.바둑을 한 수 잘못 두면 판 전체가 망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하지만 진가인이 살아있음으로 이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거,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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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9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되돌아보던 진가인은 갑자기 깨달은 것이 있었다.오늘 만약 김예훈이 제때 나서서 그녀를 구하지 않았다면 이미 시체가 변해 기삿거리가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오후 내내 이형돈과의 대화를 떠올리던 그녀는 자기가 먼저 무심코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진가인은 이형돈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마, 말도 안 돼...”진가인의 표정은 창백해지고 말았다.“형돈 씨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니. 나를 책임질 생각이 없었더라도 그래도 비장의 무기였을 텐데. 타깃인 사람을 얼마나 잘 모실 수 있는데. 나를 죽일 이유가 뭐가 있어. 자기한테 득이 될 거 없잖아. 심지어 바다에 뛰어드는 것으로 김청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도 내가 먼저 제안한 거잖아. 아니면 형돈 씨도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난 너를 믿을 수 없어.”김예훈은 웃으며 진가인 앞에 휴대폰을 던졌다.“이거 오늘 스위트룸에서 방송되던 드라마야. 방으로 들어갔을 때 마침 여주인공이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이었지? 바로 그 장면을 보고 나서 바다에 뛰어드는 것으로 김청미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겠지. 이게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 너도 가방끈이 짧지만은 않아서 알건 다 알 거 아니야. 사람의 행동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걸... 감정이 격해져서 이형돈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마침 이 장면을 봐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거야. 그리고 이형돈이 신전기사단 대장 능력으로 심리적 암시를 줘서 바다에 뛰어들어 죽는 것만이 옳다고 굳게 믿었던 거지. 가장 중요한 건 그저 가벼운 최면이었다는 거야. 일부러 유혹하지도 않았어. 그냥 네 마음속 생각을 끄집어냈을 뿐이야. 알아서 그의 계획대로 행동하게 될 거니까. 그냥 말 몇 마디로 너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은 거지. 누군가가 스위트룸 영상을 손에 넣었다 해도 자살로 유인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해. 이형돈이 떠나기 전에 흔적까지 말끔하게 지워서 경찰도 그가 왔다 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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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0화

“쓸모없는 물건은 버리기 마련이지...”김예훈은 여전히 감탄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형돈도 참 대단해. 도박왕 허순재도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걸 보면.”김예훈이 한 말이 사실인 걸 알면서도 진가인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싶었다.“아니야. 난 너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형돈 씨는 나를 죽일 리가 없어. 영상을 기록한 것도, 바다에 뛰어들려고 한 것도, 자살하려 했던 것도 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선택한 거였어. 내가 몽유병이 있거든.”이형돈이 바로 그녀에게 영주권을 준 든든한 버팀목이 틀림없었다.그녀는 미래에 이형돈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것도 모자라 그가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니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몽유병?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진가인, 눈 뜨고 거짓말하는 재주가 정말 대단한데? 그런데 너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이형돈이 가벼운 최면으로 다른 사람한테 심리적 암시를 줄 수 있다는 거 눈치챘을 텐데? 너도 최면에 걸린 거 모르겠어?”김예훈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갑자기 이형돈 앞에 나타나 봐. 얼마나 놀라는지 보게. 물론 찾아가면 이형돈이 너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리고 내가 널 살려준 건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넌 아직 나한테 이용 가치가 있어서야. 이형돈이 널 죽이려 했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데 나도 더 이상 입 아프게 말하지 않을게. 알아서 잘 지내.”김예훈은 그녀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면서 명함을 한 장 남겼다.“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난 이형돈이랑 달리 책임감 있는 남자라고. 적어도 난 널 이용하고 버리진 않아.”진가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명함을 찢으려다 결국 망설이다가 구겨서 손에 쥐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등대에서 내려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 이형돈에게 전화해서 정말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망설이기 시작했다.김예훈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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