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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181 - チャプター 4190

4219 チャプター

제4181화

“윤림 씨 얼굴 좀 만져 보고 싶어요.”방윤림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는데 여전히 화가 나 보였다.그러나 그는 몸을 조금 숙여 그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게 얼굴을 가까이 내주었다.“이게 뭐예요... 얼굴이 돌처럼 굳었잖아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굳어 있으면 보기 안 좋아요. 난 윤림 씨가 평소처럼 부드러운 표정이 더 좋거든요.”“아가씨, 저는 부드러운 사람이 아닙니다.”방윤림은 낮게 말했다.그는 기지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그런 사람이 부드러운 성품을 갖는다는 건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다만 기분이 좋을 때는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 보이는 것뿐이었다.그는 잘생긴 데다 표정이 부드러워지기라도 하면 말투까지 공손해져 이윤미 눈에는 마치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처럼 보였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방윤림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윤림 씨, 이제 그만 화 풀어요. 보세요, 난 멀쩡하잖아요. 내가 다리가 잘린 것도 아니고... 내 머리도 이렇게 내 몸에 잘 붙어 있는걸요. 물고기 먹잇감이 될 뻔했는지만 이렇게 멀쩡히 살아 돌아왔잖아요. 난 모든 것을 잘 계산해서 움직였어요. 그 사람들이 내 팔을 한번 긋는 것까지는 놔두어도 두 번째 칼을 들이밀 기회는 절대 안 줬죠. 게다가 그 사람들 역시 처음으로 직접 사람을 죽이는 거라서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내 팔을 긋는 순간 일부러 비명을 질렀더니 큰오빠가 들고 있던 칼을 바로 바닥에 떨어뜨리더라고요.”방윤림은 참지 못하고 이윤미의 이마를 가볍게 톡 쳤다.“지금 그게 할 말이에요?”이윤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하하.”그녀는 정일범 형제가 사람을 죽여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짓을 하려 했다고 말했지만 그녀 역시 그런 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그 사람들이 당신을 토막 내서 물고기 먹이로 던지려고 한 거예요?”방윤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가씨께서 살려 두라고 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나오는 걸 절대 두고 보지 않았을 겁니다.”방윤림은 정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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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2화

정민욱 형제는 이윤미보다 나이도 많고 함께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죽을 각오로 맞섰다.손에 잡히는 건 뭐든 그대로 휘둘렀다.심지어 도끼를 들고 두 오빠를 마을 끝까지 몰아붙인 적도 있었다.그날 두 사람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양어머니가 두 아들의 편을 들어 화풀이하려 들면 이윤미는 그 칼을 그대로 양어머니에게도 겨누었다.그렇게 죽기 살기로 반항한 끝에 그들은 더는 함부로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그 집에 머물러야 했고 밥도 잠자리도 그들에게 의지해야 했기에 학대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먹을 것도, 입을 것도, 쉴 곳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양아버지는 그 모든 일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고 그녀 편을 드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이윤미가 가장 증오한 사람은 양아버지였다.양아버지는 감옥으로 잡혀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하지만 그것 또한 이은화가 보낸 사람의 손에 처리되었다는 것을 이윤미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윤미는 조금도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오히려 그렇게 죽은 것마저 양아버지에게는 지나치게 가벼운 끝이라고 여겼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에도 양어머니와 두 양오빠는 그녀에게 기대어 살려고 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이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이윤미는 이미 사업을 일구어 수십억대 자산을 갖춘 사람이었다.그러나 그 사실을 양부모에게 알린 적도, 도움을 줄 마음도 없었다.그들이 그녀를 비참한 시절을 보내게 했는데 왜 그녀가 번 돈을 그들에게 내어줘야 한단 말인가.이윤미는 그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아가씨, 이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방윤림은 가슴 아파하며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그리고 얼음을 가져와 다시 그녀의 얼굴에 대며 조심스레 찜질해 주었다.붓기는 확실히 가라앉고 있었다.금방 맞았을 때는 얼굴이 크게 부어올랐지만 밤새 얼음찜질해 준 덕분에 붓기도 거의 빠졌다.“겨울을 싫어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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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3화

“그래요. 아가씨가 어디로 가시든, 저는 언제나 함께할 겁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시든, 어디로 가시든 저를 따돌리려고 하지 마세요. 이번과 같은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해주세요. 너무 위험했어요. 조금만 어긋났어도 생명이 위험할 뻔했습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아가씨 목숨이 위험해지는 게 싫어요.”정일범 형제는 실제로 그녀를 죽일 생각까지 품었던 자들이었다.“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그 사람들 때문에 제가 또 위험을 무릅쓸 이유도 없고요. 이 일은 엄마한테서 받은 생명과 사랑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것뿐이에요. 어젯밤으로 나와 그 사람들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났어요. 아버지께 드리라고 한 노후 자금은 전해드렸어요?”“네. 한 번에 정리해서 드렸습니다. 앞으로 우리한테 연락할 일은 없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나자 그녀의 표정에 묘한 쓸쓸함이 스쳤다.그녀는 가족 복이 없는 여자였다.“상처만 좀 더 아물면 며칠 뒤 제가 다시 한번 어르신을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방윤림은 이윤미에게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쉬어야 한다고 했다.나머지는 그가 모두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정군호는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이윤미는 오로지 가족의 정분 때문에 그 정도에서 끝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군호의 생사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정군호는 단 한 번도 이윤미를 딸로 대해준 적이 없었다.아버지와 딸이라 부를 만한 정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내 생각에는 날 찾아올 거예요.”이윤미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윤림 씨, 조금만 쉴게요. 너무 피곤해요. 내가 쉬는 동안에 누가 와도 들이지 마세요.”하예진도 퇴근하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아, 고씨 가문에서 사람이 오면 그때 깨워도 돼요.”이윤미는 그들만큼은 예를 갖춰 대해야 한다고 여겼다.방윤림은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며 말했다.“네, 편히 쉬세요. 수액은 제가 잘 보고 있을게요.”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서 다시 수액 치료가 이어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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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4화

새 소식이 올 때까지 정군호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그에게 이윤미는 정이 없는 딸이었고 미움이 앞선 존재였지만 아들들이 딸을 해치려 했던 일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저릿하게 아려왔다.어쨌든 그의 피가 흐르는 아이였으니까.정군호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혼잣말을 흘렸다.정군호는 낮게 중얼거렸다.“윤미야, 원망할 거면 네 잘못을 탓해. 네가 도를 넘었으니 네 오빠들이 참지 못한 거야. 지금처럼 된 것도 결국 네가 자초한 일이야. 일이 잠잠해지면 내가 조용히 너한테 보탬이 될 만한 걸 태워줄게. 너랑 네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잘 살게끔 말이야. 살아 있을 때 누렸던 집이며 차며 다 마련해 줄 테니 제발 더는 꿈에 와서 겁주지 마. 난 이제 그런 걸 감당할 나이가 아니야. 밤마다 이러면 정말 버티지 못할 것 같아.”“어르신,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도우미가 물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정군호는 즉시 젓가락을 집어 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들한테 음성 메시지 보내는 중이야. 그냥 하던 일이나 해.”“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탁 위의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직 안 드셨어요? 혹시 입맛에 안 맞으세요? 평소 좋아하시는 음식으로 준비했는데...”그의 입맛을 맞추려고 도우미는 새벽 일찍 일어나 재료를 손질하여 정성껏 요리했다.관성 식당에서 일하던 시절에 익힌 손맛 덕분에 이 정도의 아침상은 그녀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정군호는 머리가 어지러워 목소리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말했잖아. 아직 안 먹었다고. 가서 일이나 해. 다 먹으면 부를 테니까.”평소에는 도우미들에게 너그럽고 후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이 어수선하여 그런 여유도 없었다.도우미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조용히 돌아서서 일하러 갔다.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있는 법이다.평소 정군호의 태도와 대우를 떠올리면 이 정도의 불호령쯤은 그냥 지나가도 되는 일이었다.정군호는 새우를 하나 집어 먹고 나서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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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5화

정일범의 여자 친구는 통화가 끊기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그녀는 아직 젊었고 정일범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렸다.그에게 붙어 있는 이유도 결국 하나였다.돈!정일범은 그녀에게 돈을 많이 퍼주는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그의 곁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정일범은 여자 친구에게 여러 번 약속해 왔다. 이윤미와의 소송만 마무리되어 어머니의 유산을 돌려받기만 하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그리고 장차 정씨 집안의 맏며느리로 대우받게 해주겠다고도 했다.전처의 자식들 문제도 어머니가 남겨 준 유산이 있기 때문에 양육비조차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그녀는 정일범이 한때 이씨 가문의 장남이었다는 사실도, 그 가문이 대대로 얼마나 부유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여 언젠가 큰 유산을 손에 넣을 거라고 굳게 믿었고 그 믿음 하나로 정일범을 따라다녔다.그녀는 훗날 정말로 정일범과 결혼해 두 아들을 더 낳아 준다면 유언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남기게 만드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그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라도 하면 그 돈을 챙겨 떠나면 그뿐이었다.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아이들은 전처의 자식들도 그때쯤이면 성인이 되어 있을 테니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여겼다.어차피 같은 아버지를 둔 동생일 테니.무엇보다 그녀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했다. 넓은 집, 좋은 차, 매달 들어오는 두둑한 용돈 그런 것들이 있으니 아버지뻘인 정일범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정군호는 이런 속내를 전혀 몰랐다.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정일군과 정일호에게도 걸어 보았지만 두 사람의 전화 역시 모두 꺼져 있었다.큰일 난 것이다!그는 단번에 알아챘다.세 아들이 스스로 전화를 꺼 둔 적 단 한 번도 없었다.정일범의 여자 친구 말대로라면 정일범은 어젯밤 누군가의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나갔고 그 후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한다.딸을 죽였다 치더라도 시신을 처리하는 데 이토록 시간이 길어질 리는 없었다.그리고 아무리 바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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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6화

“아내가 제대로만 해 줬다면 남편이 왜 밖으로 눈을 돌리겠어?”박수아는 그 말을 듣더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망할 늙은이!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아들놈들도 하나같이 바람만 피우고 밖에 여자들을 줄줄이 두고 사는 거지. 아이만 아니었으면 벌써 이혼했거든! 이혼하면 얼마나 좋아? 재산을 절반 나누고 아이도 직접 보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속 편하게 살 수 있는데.”시어머니가 남긴 재산만으로도 아이들 교육비는 충분했다.사실 박수아는 남편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었다. 사랑이 다했다면 그의 외도를 처음 알았던 그 순간 주저 없이 이혼을 선택했을 것이다.하지만 정일호가 몇 마디로 달래고 친정에서도 이혼하지 말라고 설득하자 박수아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다시 그와의관계를 이어 가기로 했다.그는 그날 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정군호는 아들들의 계획이 이미 실패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이은화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이은화의 죽음은 유력 인사들의 압박과 경찰의 집요한 추적이 겹치게 되면서 수감을 피하기 위한 자발적 선택이었다.그리고 이윤미는 그런 이은화를 똑 닮아 있었다.냉정하고 치밀하며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 이윤미는 아마 그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정군호는 생각했다. 일부러 속아주며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한 방에 무너뜨리려 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이윤미는 너무 냉혹한 상대였다.정군호는 심호흡을 하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는 한참 만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이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방윤림이었다.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정군호는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이윤미는 아직도 살아 있고 정일범 형제가 실패한 것이다!‘그럼 내 아들들은? 살아있는 거야? 아니면...’만약 이윤미가 되려 그의 아들 셋을 해쳤다면 정군호는 모든 것을 걸고라도 이윤미를 죽일 작정이었다.죽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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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7화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방윤림은 돈을 보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정군호가 이 전화를 건 이유가 정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떠보려는 의도라는 것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정군호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를 높였다.“너 우리 딸이랑 결혼할 거라면서? 그러면 사위가 되는 거고 사위면 아들이나 마찬가지야! 아들이면 아버지 챙겨야 하는 거 아냐? 얼른 돈 좀 보내! 안 그러면 내 딸을 당신한테 못 줘!”방윤림은 흔들림 없이 말을 받았다.“아가씨의 혼사는 아가씨께서 직접 결정하십니다. 제가 아가씨와 결혼하더라도 돈은 아가씨께서 관리하십니다. 저에게는 돈이 없어요.”“이래서야 남자라고 할 수 있나! 이씨 가문의 사위라면 키도 펴고 살아야지! 내가 지금 이런 꼴인 게 왜 그런 줄 알아? 돈을 손에 못 넣으니까 이렇게 된 거라고! 결혼한 뒤로 줄곧 붙잡혀 살았어!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이씨 가문 여자들 전부 똑같아. 윤미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아! 절대 윤미랑 결혼하지 마!”방윤림은 냉정하게 그의 말을 잘라냈다.“저와 아가씨의 일은 어르신이 관여하실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일부터 잘 돌보시죠.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저는 끊겠습니다.”“윤미가 깨면 나한테 전화하라 그래! 내가 어떻게 이런 불효자식을 두었는지... 어휴!”정군호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방윤림은 아가씨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어르신은 지금까지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가씨를 딸로 대하신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가씨에게 보답을 기대하십니까? 게다가 가주님께서 남기신 유언에도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어르신을 모실 책임은 세 아드님에게 있다고요. 아가씨는 드리고 싶을 때 드리고 드리기 싫다면 드리지 않으셔도 됩니다.”정군호는 점점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유언은 유언이고 현실은 현실이야. 법적으로도 윤미가 나를 돌봐야 해! 돈 안 보내면 바로 고소해 버릴 거야. 불효자식이라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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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8화

방윤림은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기댈 곳 하나 없이 남겨진 그를 기지 관리자가 데려가 여러 방면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 준 것이다. 부모를 잃었을 때 그는 너무 어린 탓에 기억조차 없었고 기억이 없으니 상처도 흐릿하게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부모와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다.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사랑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이윤미는 안타깝게도 그 드문 상황에 해당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저는 괜찮아요. 이제 신경 쓰지 않아요. 아버지가 윤림 씨한테 돈 보내라고 했죠? 그 사람은 돈이 급한 게 아니에요. 오빠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그 나이 되도록 세상 보는 눈이 없을 리 없죠. 아마 아들들에게 하지 말라고 한 번쯤은 말렸을 거예요. 그래도 안 듣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결과만 지켜보자는 식으로 버틴 거죠.”정군호는 정일범 형제가 이윤미를 해치려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말려 봤자 소용없으니 마치 모르는 척 넘긴 것이다.딸에게 경고조차 하지 않은 건, 혹시라도 그 계획이 성공하길 바랐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그들이 큰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정군호를 돌볼 책임은 아들들에게 있었다.그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딸인 이윤미보다 오히려 아들들이 더 잘해 줄 것이 분명했다.그래도 그녀는 딸로서 해야 할 일만큼은 하려 했다. 굶기지 않도록 생활비는 보내줄 것이지만 그들 형제처럼 큰돈을 줄 생각은 없었다.이윤미는 고향에서 지내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만 생활비를 보내기로 했고 정군호가 병이 나면 약값은 정일범 형제가 똑같이 부담할 테니 자신도 그만큼만 낼 생각이었다.아버지에게서 온전한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으면서도 이 정도로 챙기고 있는 자신을 이윤미는 결코 불효자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스톱 치러 가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서 2억 원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가끔 도박을 즐기는 정도지 깊이 빠진 분은 아닌 거로 알고 있어요. 요즘 먹고 즐기는 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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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9화

이윤미는 잠시 방윤림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꺼냈다.“어릴 때 몸이 약해서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환절기만 되면 기침이 몇 주씩 이어졌거든요. 성인이 되어서야 자신을 스스로 꾸준히 챙기다 보니 많이 좋아졌어요. 면역력이 좋아지니까 몇 년 동안은 기침 한 번 안 했어요.저는 걱정 안 해요.”그리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윤림 씨가 곁에 있는데 내가 뭘 걱정하겠어요.”방윤림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막지도 못하고 그냥 지켜보는 거 정말 힘들었어요. 빨리 나아야 나도 좀 편해질 텐데.”그는 이윤미의 특별 비서였고 연인이 된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그녀가 결정하면 그는 반드시 따라야 했다.이윤미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달랬다.“알았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자꾸 속상해하면 진짜 늙는다니까요. 윤림 씨가 나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머리 먼저 하얘지면 어떡해요? 난 아직도 젊은데... 그럼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우리, 같이 늙어가기로 했잖아요.”그 부드러운 말에 방윤림도 굳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그럼 제가 밥 사 올게요. 밥 먹고 약 드세요.”식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곧 강일구가 도시락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아가씨, 예진 누나가 보내신 점심입니다. 따뜻할 때 드세요.”강일구는 도시락을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고 방윤림을 향해 말했다.“방 비서님, 예진 누나가 아가씨를 잘 챙기라고 하셨어요. 세끼는 제가 직접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다른 사람이 음식을 가져오면 이윤미가 시름 놓지 못할 게 뻔했다.강일구는 하예진의 경호원이면서 예전에는 전태윤을 따라 일했던 사람이기도 했다.생각이 바르고 믿을 만한 편이라 두 사람의 식사 배달을 맡기기에 가장 적합했다.평소 이윤미 곁을 지키던 네 명의 경호원은 어젯밤 정일범이 데려온 사람들과 뒤엉켜 싸우면서 심하게 다친 탓에 지금은 이윤미처럼 병원에 누워 있었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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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0화

고씨 가문은 가풍도 반듯하고 식구도 적어 다른 집안에서 흔히 들려오는 권력 다툼이나 재산 분쟁이 언제나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했다.그래서인지 이윤미가 겪은 일은 진미리에게 더 충격적이었다.두 사람이 오래도록 가까이 지내 온 데다 진미리 역시 이윤미를 예뻐하고 마음에 품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래도 친여동생인데!”이윤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없이 고개만 살짝 저었다.“너 얼굴이 너무 빨개. 열 있는 거 아니야?”진미리는 걱정스레 손을 뻗어 이윤미의 이마를 짚었다.“열이 있네. 방 비서님,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방윤림이 차분하게 말했다.“새벽에 처음 열이 났습니다. 밤새 찬바람을 많이 맞으셔서 감기가 온 것 같아요. 해열제를 한 번 먹고 열이 내렸다가 조금 전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약 먹을 시간도 되었어요.”그때 침대 머리맡에 놓인 보온 도시락 두 개가 눈에 들어오자 진미리가 금세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방윤림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얼른 가서 식사하세요. 윤미는 제가 돌볼게요.”“괜찮아요. 저 혼자도 먹을 수 있어요.”이윤미는 민망한 듯 조심스레 웃었다.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또래의 누군가에게서 이렇게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보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마음을 써준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가슴을 찔렀다.“한쪽 팔은 다쳤고 다른 쪽은 링거 맞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 먹어? 내가 도와줄게.”진미리는 또 고진호를 돌아보며 덧붙였다.“여보, 방 비서님이랑 잠깐 저쪽에서 얘기 좀 해요.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봐요.”진미리는 도시락을 열어보았다.그 속에는 이윤미를 위해 따뜻하고 담백하게 준비된 식사가 담겨 있었다.진미리는 숟가락을 집어 들어 먹여주려고 했다.이윤미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 모습을 본 진미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윤미야, 너도 우리 애들이랑 비슷한 나이잖아. 현이도 널 친구처럼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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