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빈은 선우민아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시선 속에서 작은 흔들림을 읽어냈다.감정이라 부를 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호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미묘했다.그렇다고 지금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일 때는 아니었다.아직은 때를 기다려야 했다.“아가씨는 저에게도 가장 뛰어나고 매력적인 분입니다. 저는 언제나 아가씨가 존경스럽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가끔 엄격해 보이고 차가운 인상을 준다고들 하지만 제 눈에는 언제나 좋은 분으로만 보여요.”전창빈이 그녀의 전속 요리사가 된 뒤 선우민아는 언제나 예의를 갖추어 대했다.그에 대한 그녀의 예의가 어느새 한층 세심한 배려로 변해 있었다.그녀가 자신을 친구로 여긴다는 말을 전창빈은 진심이라고 믿었다.선우민아가 전창빈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친구에 가까웠다.하지만 그가 바라는 자리는 그것만이 아니었다.그는 친구가 아니라 그녀의 곁을 평생 지킬 사람, 그녀가 믿고 마음을 기대게 될 단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진지하게 말할 때면 나오면 저의 부모님도 슬쩍 피해 다니세요. 민기랑 민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순식간에 사라져요.”“아가씨께서는 대표 자리에 계시잖아요. 가문 전체를 짊어진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아요.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할 시선도 훨씬 많죠. 저는 그런 편견이 없지만 세상은 아직도 편견이 있죠. 하여 아가씨께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진지하지 않으면, 엄격해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을 다잡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저희 가문도 비슷해요. 전씨 그룹도 큰형이 혼자 떠안고 있는데 예전에는 늘 얼굴에 긴장이 서려 있었어요. 친동생인 저조차 큰형 앞에만 서면 괜히 몸이 굳는다니까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조심하게 되더군요. 혹시라도 실수하면 바로 불려 가서 한 소리 들을까 봐요. 저희 형제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부모님도 두렵지 않은데 유독 큰형 앞에서는 다들 숨을 죽여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