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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1화

주우빈이 입을 열었다.“제 결혼 문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이미 엄마와 아저씨한테 말씀드렸어요.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선택할 거예요. 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솔로 생활을 접을 수 있는 그런 여자를 만나야 하니까요. 할머니, 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들과는 달라요. 다만 아직 제 마음을 흔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혼자일 수밖에 없죠. 정말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때는 자연스럽게 결혼할 거예요. 동명 아저씨도 서른여섯, 일곱에 어머니와 결혼하셨잖아요.”전태윤 형제들도 결혼은 늦었지만 모두 좋은 인연을 만나지 않았는가.자신이 제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면 좋은 사람은 반드시 그 빛을 알아볼 거라고 주우빈은 생각했다.주경진이 조용히 아내의 팔꿈치를 슬쩍 건드렸다. 하예진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뜻이었다.손자가 속상해할 테니까.“우빈아, 네 할머니가 네 삶에 끼어들려는 게 아니야. 다만 네 서른이 훌쩍 넘었으니까 이제는 그 일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여긴 것뿐이야. 돈만 따르며 살지 말고.”주경진이 조심스레 설명을 덧붙였다. 손자가 자신들이 결혼 문제에 간섭하려 한다고 오해할까 봐서 걱정이었다.“네가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냥 순리에 맡겨. 어쨌든 너는 결혼할 의향이 있고 결혼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그걸로 우리는 마음 놓이는구나. 평소에도 몸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이니까.”오직 하나뿐인 손자, 주우빈은 주씨 집안의 유일한 기둥이었던지라 그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손자가 조금만 편찮아도 두 어르신은 밤새 뒤척이며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주우빈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탓하지 않아요. 감정은 억지로 만들 수 없는 법이잖아요. 인연이 오면 막을 수 없어요. 저는 그저 언젠가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릴 인연을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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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2화

“우리는 이제 네 덕분에 사는 셈이야 무슨 일만 생기면 다 네가 돈을 대주는데 또 이렇게 많은 돈을 우리한테 주면 어떡하니? 나중에 장가갈 때 쓰렴. 할아버지, 할머니도 연금이 있었다. 많지는 않아도 살 만큼은 충분해. 가끔 조금씩 남기도 해.”두 어르신이 평소 모아두신 돈은 모두 주우빈에게 남겨주려는 것이었다.주우빈이 그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조부모로서 손자에게 주는 작은 마음이었다.주우빈은 끝내 돈을 두 어르신 손에 쥐여 드리며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집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밥 한 끼 먹지도 못하고 또 이렇게 회사까지 저를 찾으러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이 돈까지 받지 않으시면, 저는 죄책감이 더 밀려올 거예요. 얼른 받으세요. 제가 장가갈 돈은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제야 두 사람은 돈을 받았다.김은희는 너무 많이 줬다며 한 사람에 1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손자에게 한마디 했다.주우빈은 두 어르신을 사무실 밖으로 모시고 나가더니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두 어르신을 모셔다드리라고 부탁했다.차에 오르기 전, 김은희가 주우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우빈아, 한 가지 할 말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에게 알려줘야겠구나.”“무슨 말씀이요?”“네 큰고모가 너에게 여자 소개를 하려 한단다. 마음에 안 들면 신경 쓰지 마. 네가 돌아왔다는 걸 알면 네 큰고모가 달려올 테니까 그냥 무시해.”주우빈이 웃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알았어요.”할아버지와 할머니라면 이야기가 달랐다.두 분이 오시면 그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짜내어 맞이하겠지만 주서인은 아무리 한가해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그야말로 ‘변함’ 없는 사람이었다.주우빈에게 큰고모는 늘 속을 썩이는 존재였다.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며 다가오는 그 가면 아래에 무슨 속내가 숨겨져 있는지 그에게는 이미 훤히 보였다.“신경 쓰지 마.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어. 우리 체면을 봐서라도 그냥 무시해.”김은희는 손자가 딸에게 불이익을 줄까 걱정되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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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3화

관성 호텔에서 주우빈은 뜻밖에도 전태윤 부부와 마주쳤다.“이모.”주우빈이 먼저 하예정을 발견하고는 인사했다.하예정 부부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주우빈을 본 하예정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우빈아, 손님 만나러 왔어?”“네, 고객분과 만나기로 했어요. 식사도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주우빈이 가까이 다가서서 전태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언제 돌아왔어?”전태윤이 묻자 하예정이 재빨리 받아쳤다.“내가 말했잖아요. 하연이 여섯째 삼촌 집에 간 날 우빈이 관성에 돌아왔다고. 벌써 까먹었어요?”전태윤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까먹었네.”그는 오로지 딸이 동생 집으로 간 일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돌아왔으면 시간 날 때 집으로 와. 다들 네 소식을 궁금해하더라.”전태윤이 덧붙였다.주우빈의 입가에 봄볕 같은 미소가 스쳤다.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기억했다. 저 아이는 어릴 적부터 따뜻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을 감싸주던 아이였고 자라면서 그 따스함은 더욱 깊어져 품격 있는 온기로 다져졌다.“이번 주말에 이모 댁에 가서 이틀 묵으며 맛있는 것 좀 먹을까 해요. 요즘은 매일 밥을 밖에서 해결하거나 배달만 시켜 먹다 보니 이모부 손맛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네요.”“그래, 이번 주말에 와. 이틀 묵으면서 이모부가 맛있는 걸 해 줄게. 마침 하연도 그 주말에 리조트로 돌아오기로 했어.”전태윤이 흔쾌히 허락했다.“고마워요. 시우는 요즘 많이 바빠요?”“바쁘지. 걔가 안 바빴으면 네 이모랑 내가 이렇게 한가롭게 둘이 밥을 먹을 수 있겠냐? 이제 제법 회사를 물려받을 만한 실력이 되니까 대부분 시우한테 맡기고 나는 그냥 지켜보기만 해. 애가 자라서 제 몫을 해 주니까 내가 얼마나 편한지 몰라.”일찌감치 은퇴할 날을 기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주우빈이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부, 시우가 그 말 듣을 이미 화장실에서 오열하고 있었을걸요.”세 사람이 함께 호텔 안으로 발을 들였다.“이모부는 아직 젊으신데 너무 일찍 은퇴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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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4화

전태윤이 한마디 덧붙였다.“이제 2, 3년 후면 슬슬 생각할 나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몇 년 연애하다가 결혼해도 되고.”그는 아들이 지금부터 연애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주우빈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아는 좋은 여자아이는 정말 없어요. 평소엔 일에만 파묻혀 살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시우는 아직 어리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요. 저도 아직 싱글인걸요.”하예정이 말을 받았다.“너도 서른이 훌쩍 넘었잖아. 인생의 큰일은 슬슬 생각해야 할 때야. 우리가 안 재촉한다고 해서 아예 찾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이모, 저도 알아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도 낳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모가 이모할머니가 되는 날도 올 테니까.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제가 관성에 돌아왔다는 걸 알고 회사로 찾아오셔서 똑같은 얘기를 하셨어요. 겉으로는 안 재촉한다고 하시면서 막상 만나면 꼭 그 얘기를 꺼내시니까 결국 재촉하는 거나 다름없는걸요.”사람은 자라면 걱정도 따라 늘어나는 법이다.차라리 어릴 때가 좋았다.주우빈은 문득 어린 시절의 행복이 그리워졌다.그때의 그는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모두가 그를 아끼고 귀여워해 주었고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이 그저 즐겁게 지내면 되는 때였다.이렇게까지 자라면서 겪은 유일한 고생이라면 공부하는 고생뿐이었다.하지만 그 공부라는 고생조차 다른 이들에겐 가벼운 편이었다. 그는 줄곧 성적이 좋았고 늘 시험에서 1등만 했지 2등은 해본 적이 없었다.2등 하는 어떤 기분인지 모를 정도였다.아, 무술을 익힐 때의 고생도 있었다. 겨우 몇 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요즘도 틈날 때면 여전히 수련했다.20년 넘게 배웠지만 실력은 여전히 평범했다.길거리 건달 몇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만 제대로 무술을 익힌 상대라면 한 명은 어떻게든 버티지만 두 명은 버겁고 부상을 감수해야 겨우 이길 수 있는 실력이었다.그러나 세 명이면 아무리 애써 싸워도 지게 된다.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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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5화

따르릉!주우빈이 걸음을 멈추면서 하예정 부부를 돌아보며 말했다.“고객분이 오신 것 같아요. 나가서 마중 나가야겠어요.”“가봐. 나는 이모부랑 위층으로 올라가서 밥 먹을게. 주말에 꼭 우리 집에 와서 이틀 있어. 맛있는 거 좀 먹여야겠다. 너, 많이 여윈 것 같아. 몸조심하고 밥도 꼭 챙겨 먹어야 한다.”하예정이 엄마처럼 잔소리하며 외조카를 챙겼다.“알았어요.”주우빈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오늘 만날 고객은 동성 양씨 그룹의 회장이었다.성씨는 양씨였다. 양측 모두 이번 협력을 중시하고 있던지라 양인석 회장이 직접 관성까지 내려온 것이다.주우빈이 호텔 밖으로 나서자 단번에 목표를 포착했다.그와 양인석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지금 마이바흐에서 막 내려 걸어 나오는 어르신이 바로 회장이라는 직감이 들었다.양인석은 일흔여덟의 나이에도 신체가 여전히 튼튼했다.현재 양씨 그룹의 회장은 이미 손주가 맡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하지 않았다.몇 년 더 젊은이들을 더 잘 다듬고 물러나겠다는 생각이었다.양인석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중년에 아내를 잃었지만 재혼하지 않은 채로 외동아들과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힘겹게 아들을 키워 훌륭하게 키웠건만 결혼한 지 반년 만에 아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그날, 어르신의 하늘은 통째로 무너졌다.양인석은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처럼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물들었다.다행히 며느리가 당시 석 달째 임신 중이어서 그나마 희망이 남아 있었다.며느리의 친정에서는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은 딸을 가엾게 여기며 배에 품은 아기를 지우고 양씨 집을 떠나 재혼하라고 권했다.그러나 양인석은 며느리에게 아이만 낳아 달라고 간청했다.그것이 아들의 유일한 핏줄이자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만한 유일한 이유였으니까.아이를 낳으면 손수 키우겠고 며느리가 재혼하더라도 방해하지 않겠으며 오히려 지참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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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6화

“양 회장님.”주우빈이 양인석 일행을 향해 걸어갔다.양윤서가 차에서 내려 할아버지를 부축하다가 주우빈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그리곤 그의 젊음과 빼어난 비주얼에 잠시 시선이 붙들렸다.오기 전, 할아버지는 노씨 그룹의 부회장이 매우 젊고 자신보다 몇 살 많을 뿐이며 회장의 의붓아들이지만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하셨다.심지어 노씨 그룹의 미래를 그에게 맡기겠다는 뜻까지 전하셨다.주우빈의 실물을 직접 본 양윤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실감했다.눈앞의 이 남자는 정말 젊었고 그 젊음보다 더 빼어난 것은 그의 뛰어난 외모였다.그녀는 이처럼 젊고 유능하면서도 빼어난 외모를 지닌 회장을 본 적이 없었다.그런 인물은 오직 사촌 동생이 탐닉하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법이었다.외삼촌 집 사촌 동생은 평소 소설과 숏폼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고 줄곧 그런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조르곤 했다.그러나 양윤서는 할아버지를 따라 상업계를 누빈 지 오래지만 아직 사촌 동생이 말하는 멋지고 성공한 남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답하곤 했다.평소 그녀가 상대하는 회장들은 가장 젊어도 마흔은 훌쩍 넘었고 대부분 가정과 자식을 두었다. 그저 돈이 많다는 점 외에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그런데 지금 걸어오는 주우빈을 보고서야 양윤서는 비로소 깨달았다.현실에도 소설 속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주 회장님.”양인석이 미소를 띠며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주우빈과 악수했다.“오래 기다리셨습니까.”주우빈이 미소로 답하며 양인석의 손을 잡았다.“아닙니다. 저도 호텔에 막 도착했는데 마침 양 회장님의 전화를 받았어요.”그의 시선이 양윤서에게로 향했다.“이쪽이 양 대표님이시죠?”그가 양윤서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주우빈입니다.”양윤서가 예의를 차리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안녕하세요. 양윤서입니다. 잘 부탁드려요.”할아버지는 그녀 앞에서 주우빈을 자주 칭찬하셨다. 특히 뛰어나다고, 이번 협상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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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7화

양인석이 감탄하며 말했다.“주 회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곳은 주 회장 이모부 댁의 호텔이죠?”양씨 그룹이 노씨 그룹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양인석은 오래전부터 주우빈이라는 인물을 조사하고 있었다.주우빈의 개인 이력은 굳이 일부러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중년의 사업가라면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그의 출신은 얼마든지 알 수 있었으니까.주우빈 부모는 그가 두 살 때 갈라섰고 이후 그는 어머니 곁에서 자랐다.그의 어머니는 현재 강성 이씨 가문의 가주이며 이모는 관성 최고 갑부 전씨 가문의 안주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새아버지는 노씨 그룹의 진정한 주인이자 노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친아버지 쪽이든 계부 쪽이든 모두 그를 아꼈고 전태윤 부부도 그를 친자식처럼 대했다.부모가 일찍 갈라섰지만 주우빈의 마음에 상처를 깊이 남기지는 않았고 모두의 사랑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노씨 그룹은 머지않아 주우빈의 것이 될 터였다.새아버지 노동명이 그에게 쏟은 믿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었다.주우빈은 노씨 그룹의 뒤를 잇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일군 여러 회사까지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 회사들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서른 넘은 나이에 이룬 성과라니, 양인석은 그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네, 이모부 댁의 호텔이에요. 이곳에서 밥을 먹으며 자란 셈이죠. 관성의 수많은 호텔 중에서 음식 맛이 가장 좋은 곳은 단연 관성 호텔입니다.”양인석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주 회장님의 이모부 댁 형제 아홉 분이 모두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요. 그분들 스스로 요리를 잘하시니 음식에 대한 기준이 분명 높으실 테고 또 거기다 이모부께서 이곳을 자주 드나드신다면 음식 맛이 별로면 꾸중을 들으실 게 뻔하죠.”회장이 직접 이곳에서 식사한다면 호텔 경영진은 당연히 최고의 요리사를 고용할 것이고 식자재 역시 신선한 것만을 사용할 것이다.전태윤이 못 먹을 것을 드시면 질책을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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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8화

주우빈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미소가 가득했다.양윤서가 무심코 그와 시선을 마주했는데 문득 이 남자의 눈빛이 마치 강한 자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번 빨려 들어가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할아버지께서도 그러셨다. 주우빈에게 반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라고.신분이고 뭐고 다 제쳐둬도, 저 얼굴과 미소, 그야말로 압도적인 비주얼 하나만으로도 여자들이 견뎌내기 어려운 매력이었다.주우빈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양 대표님께서 우리 호텔로 오셨으니 손님이신데 제가 소홀히 대접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이 국물이 입에 맞으실지. 저희 관성 사람들은 국을 좋아하고 또 잘 끓이거든요.”양윤서는 숟가락을 맛보았다.주우빈의 시선도 따라붙었다.국물을 한 모금 떠서 입에 넣은 그녀는 바로 평하지 않고 다시 두 모금을 더 마셨다.양인석이 물었다.“윤서야, 어때? 괜찮으냐?”“할아버지도 직접 드셔보세요.”벌써 국물을 반 그릇이나 비운 양윤서였다.한성 사람들도 국을 마시지만 그 맛과 방식이 관성과는 사뭇 달랐다.할아버지를 따라 처음 관성에 온 양윤서는 이곳의 음식을 처음 접했다. 그러면서 문득 예전에 가끔 맛보았던 그 국물들이, 지금 이 한 그릇 앞에서는 새삼 초라하게 느껴졌다.양인석도 몇 모금 맛보더니 곧바로 칭찬을 쏟아냈다.주우빈은 두 고객이 모두 만족한 표정인 걸 보고야 안심했다.접대 자리에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은 그 자체로 신뢰의 첫걸음이었다.그래서 그들의 많은 계약은 식탁 위에서 완성되었다.주우빈이 다시 공용 젓가락으로 음식을 덜어주자 양인석이 손사래를 쳤다.“주 회장님, 저희 스스로 먹을게요. 주 회장님도 드세요.”“대접할 만한 게 별로 없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양 회장님, 양 대표님, 그래도 입맛에 맞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양윤서는 편하게 맛있게 먹었다. 남자 같은 성격이라 구속받는 걸 싫어했고 수줍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품이었다.“식탁 위에 이렇게나 좋은 음식이 가득한데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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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9화

주우빈이 예의 있게 물었다.“양 회장님, 술 어떠십니까? 술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양 회장님 연세를 생각하니 드리기가 좀 그래서요. 그런데 양 대표님까지 고려하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양윤서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괜찮아요. 이렇게 식사만 하는 게 오히려 좋네요. 평소 접대 자리에서는 술을 피할 수 없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이 자리에 온 이유는 거래를 성사하고 계약을 맺기 위함이었기에 술로 인해 일이 꼬이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주우빈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드디어 뜻이 맞는 분을 만났군요. 저도 식탁에서 술 마시는 걸 달가워하지 않지만 접대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니까요.”잠시 숟가락을 내려놓은 그는 이내 본론을 꺼냈다.“양 회장님, 양 대표님. 그럼 두 회사의 협력 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십니까?”양인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직 작은 문제 하나가 남아 있긴 한데 식사를 마친 뒤에 다시 이야기하죠. 그 부분만 정리되면 바로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어요.”“알겠습니다.”주우빈은 다시 밝은 표정으로 두 손님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 주었다.국 한 그릇을 비운 주우빈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양 회장님, 관성에 오셨으니 하루 이틀 더 머물러 가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고 싶습니다. 구경할 곳도 많고, 관성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도 즐기실 수 있어요.”양인석이 손녀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주 회장님의 성의를 거절하기는 어렵군요. 그럼 우리 이틀 정도만 더 머물러 보겠습니다. 구경을 좀 다닌다 해도 이 늙은 몸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서원 리조트로 좀 구경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관성의 명승지보다도 그곳 경치가 훨씬 뛰어나다고 하던데요.”사실 명승지보다는 서원 리조트가 더 끌렸다.무엇보다 그곳은 전씨 가문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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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0화

이제 양씨 가문과 노씨 가문이 손을 잡았으니 양인석은 앞으로 전씨 그룹과 협력할 기회도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가 스쳤다.오늘 주우빈을 직접 보고 나니 양윤서는 이번 관성 행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주우빈과 접촉한 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그동안은 전화나 메신저로 소통했을 뿐, 이렇게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언제든지 대표님께서 오시기만 하면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는 것 전부 제가 도와드릴게요.”양윤서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마음만 감사히 받아둘게요. 앞으로 올 일이 생기면, 그때는 정말로 주저하지 않고 연락드릴게요.”“네.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세 사람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양인석은 주우빈을 바라볼수록 흡족한 표정이었다.손녀와 주우빈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두 사람의 취향이 의외로 많이 맞아떨어지는 걸 보니 양인석의 마음속에 은근한 기대가 스쳤다.식사를 마친 뒤, 주우빈은 두 사람을 호텔 최상층에 있는 로얄 스위트룸으로 안내했다.그 룸은 원래 주우빈의 이모부가 관성 호텔에서 묵을 때 사용하던 곳으로, 일반 고객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공간이었다.지금은 이모부가 반 은퇴 상태라 전씨 그룹의 많은 일을 전시우에게 넘겼고 따라서 그 스위트룸도 대부분은 전시우가 사용하고 있었다.하지만 서로 사이가 워낙 좋아서 전시우는 그에게도 전용 출입 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로얄 스위트룸에 도착하자 주우빈은 직접 차를 우려 내왔다.찻주전자와 잔을 내려놓은 뒤, 그는 다시 양인석 앞에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회장님께서는 따뜻한 물이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잠을 방해할까 싶어 걱정되네요.”나이가 드신 분들은 잠이 얕은 법.주우빈의 세심한 배려였다.양인석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마침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하려던 참이었어요. 저는 아침이 아니면 차는 입에 대지 못해요. 한 모금만 마셔도 밤새 뒤척이게 되거든요.”커피도 요즘은 거의 마시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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