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던 손건호는 무진의 연락을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무진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건호의 무겁던 마음도 좀 가벼워질 수 있었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직원들이 자신의 책상에서 서류를 치우는 모습에, 손건호는 갑자기 경계심이 들었다.“예민주 씨가 지시하신 겁니다. 손 비서님이 긴장을 좀 푸시라고 하시면서요.”직원들도 난처한 모습이었다. 예민주의 핍박에 직원은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손건호의 표정이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내일이 이사회니까, 예민주가 번거로운 일을 피하려고 수작을 부렸네.’그리고 정 이사도 일부러 손건호를 보러 왔다. 걱정거리가 많은 정 이사가 사무실에 온 걸 보고, 손건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실례지만 업무상으로 일이 있습니까?”손건호는 특별히 무진을 위해 일해온 핵심 측근이다. 직원들 모두 손건호의 체면을 존중했지만, 정 이사는 오히려 자포자기하듯이 냉소했다.“손 비서, 회사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해요. 대표님이 당분간 회사에 올 수 없으니, 예민주 씨야말로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지.”“손 비서가 도와준다면, 연봉은 달라는 대로 주겠어.” 정 이사는 솔직하게 말했다. ‘손건호가 강 대표의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니, 분명히 뛰어난 점이 있겠지.’‘만약 손건호의 도움이 있다면, 이사회에서 우리는 날개를 달게 될 거야.’손건호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일부러 상관없는 척 연기를 했다.“저는 단지 비서일 뿐입니다. 이사회에서의 일에는 발언권이 없습니다.”정 이사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손건호는 앞뒤가 꽉 막힌 놈이야. 이 자식의 입을 여는 건 하늘의 별 따기야.’“하지만 안심하세요. 저는 그래도 제 분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사회 때에는 회사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둘러보기만 할 생각입니다.”정 이사의 불쾌한 표정을 알아차린 손건호가, 경각심을 늦추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했다.‘손건호는 비서에 불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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