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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화

Auteur: 유진
식사를 마친 후 한지영은 윤이와 현이, 그리고 율이의 선물을 사기 위해 연우진과 함께 근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애가 옷을 벗을 때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멍투성이에다 상처투성이였다니까요? 아무리 입양해서 데리고 온 애라도 그렇지 이제 5살 정도밖에 안 된 애를 그렇게 때리면 돼요? 부모 얼굴 봤을 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거 진짜 간신히 참았어요. 어떻게 그렇게 작고 예쁜 애를! 나였으면 맨날 끌어안고 사랑만 줬을 텐데.”

한지영이 씩씩거리며 얼마 전에 봤던 하겸의 얘기를 꺼냈다.

“지영 씨는 좋은 엄마가 될 것 같아요.”

연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글쎄요. 이번 생에 누구 엄마가 될 기회가 있겠는지 모르겠어요.”

한지영은 반쯤 포기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1년 안에 결혼한다고 해도 벌써 35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40대에도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도 출산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모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인 케이스가 흔한 건 아니었으니까.

사실 한지영은 아이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전에도 늘 허구한 날 만약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어떤 얼굴일지 상상하곤 했다.

그녀가 상상할 때마다 떠올린 아이는 속눈썹도 길고 피부도 뽀얗고 웃는 게 너무 예뻐서 한입에 넣어버리고 싶은 꼭 백연신의 어린 시절과 닮은 아이였다.

그때는 당연히 아이를 가지면 백연신의 아이를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한지영은 생각이 또 백연신 쪽으로 튀자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때 웬 여자 한 명이 성큼성큼 한지영 쪽으로 다가오거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로 뺨을 세게 내리쳤다.

짝!

한지영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반응도 하지도 못하고 멍한 얼굴로 뺨을 감싸기만 했다.

옆에 있었던 연우진도 크게 울리는 마찰음 소리에 2초간 상황을 파악하다 낯선 여자가 또다시 한지영을 때리려 하자 그제야 얼른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이거 안 놔?!”

여자는 버둥거리며 험악한 눈빛으로 한지영을 노려보았다.

“한지영, 해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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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영은 백연신의 말에 그간 품었던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정말 나 버리고 다른 남자랑 결혼할 거야?”백연신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지영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뭐라고 답해야 할지를 몰랐다.백연신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애초에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에는 확실히 이곳을 벗어날 생각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때 한지영이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요. 다친 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심각한 거 아니에요?”그녀의 손길에 백연신은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나야말로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나 좋아하는 거 아니면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날 구해준 사람이 괜찮은지 확인 좀 하겠다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 난 좀 백연신 씨 상태가 어떤지 알면 안 돼요?”한지영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 안 돼. 다른 사람은 다 돼도 넌 안 돼!”백연신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에 잡힌 팔을 빼려고 했다.한지영은 심장이 미친 듯이 따끔거렸지만 그의 팔을 놓아주지는 않았다.“심각한지 아닌지만 얘기해줘요. 그거면 돼요.”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그거 하나였다.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지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의 팔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한 비장한 얼굴이었다.아... 평생 이렇게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꽉 잡고 있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정말 알고 싶어?”백연신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알고 싶어요.”그리고 한지영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손 놔. 보여줄 테니까.”한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팔을 풀어주었다.백연신은 보여주겠다는 게 빈말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바로 앞에서 겉옷을 벗고 이내 셔츠까지 벗었다.밝은 달빛 덕에 한지영은 아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몸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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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영은 백연신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10m 정도 되는 곳에 백연신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아직 안 갔나...?’백연신은 멍한 얼굴의 한지영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 보러 내려온 거야?”그러고는 다시 한번 똑같이 물었다.한지영은 백연신이 바로 앞에까지 와서야 비로소 다시 정신을 차렸다.“아까 굴러떨어졌을 때 많이 다친 거 맞죠? 어디 다친 거예요? 등? 허리? 아니면 다?”백연신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빈정거리며 웃었다.“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네, 걱정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돼요? 다쳤으면 집에서 가만히 쉬기나 할 것이지 여기는 왜 왔어요?”만약 그때 창문을 열지 않았으면 백연신은 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계속 서 있을 생각이었을까.한지영은 이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백연신은 가볍게 소리 내어 웃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너 보고 싶어서 아픈 와중에도 달려왔다고 하면 감동하려나? 감동해서 다시 나랑 시작할 마음이 들려나?”“백연신 씨, 나 지금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에요.”“나는 아닌 것 같아?”한지영은 그의 말에 잠옷을 꽉 말아쥐었다.“나는... 백연신 씨랑 다시 시작할 생각 없어요.”다시 시작했다가 그 어느 날 백연신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와 또다시 5년 전처럼 버려지게 될까 봐 한지영은 무서웠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까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그래서 한지영은 여전히 백연신을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오늘 구해준 건 고마워요. 백연신 씨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칠 뻔했어요. 어쩌면 병원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한지영은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백연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겨도 절대 나서지 말아요. 날 구해주지 말아요.”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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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때 다른 한 명의 경비원이 에스컬레이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피가 이렇게 있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두 분 말고 혹시 다친 사람이 더 있었던 건 아니고요?”피?한지영은 경비원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정말 핏자국이 보였다.에스컬레이터 자체가 어두운색이라 한지영과 연우진 중 그 누구도 그곳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핏자국이 있는 곳은 백연신이 제일 마지막으로 부딪힌 곳이었다. 즉, 지금 보이는 이 피는 백연신의 피라는 뜻이다.한지영은 순간 심장을 누군가에게 꽉 틀어쥐어 버린 것처럼 호흡이 가빠오고 짙은 원망이 밀려왔다.‘다쳤으면 다쳤다고 말을 하지! 아니야... 내가,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어. 어두운색 옷을 입고 있었어서 내가 더 자세히 봤어야 했어!’집으로 돌아온 후 한지영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눈만 감으면 오늘 백화점에서 백연신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쓰러졌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백연신은 대체 왜 다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더는 그녀와 아무런 연결고리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하지만 그런 거라면 왜 하필 그곳에 있었고 왜 몸까지 날려서 구해준 거지?갖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며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한지영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꽉 감쌌다.‘이제는 두 번 다시 엮일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한지영은 어쩐지 백연신이 매우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게 다 끝난 줄 알았을 때는 갑자기 나타나서 대뜸 사랑한다고 외치고 확실히 끝맺음을 맺은 후에는 다시 또 이런 식으로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었으니까.백연신과는 꼭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언가로 사정없이 엮여있는 것 같았다.새벽 2시.한지영은 생각만으로 벌써 2시간을 보냈다. 지금 상태로는 잠을 자긴 글렀다고 판단한 그녀는 결국 정신이라도 맑게 하기 위해 창가 쪽으로 향했다.그러고는 창문을 열려고 손을 움직이려는데 창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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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틀린 말 했어? 허구한 날 꼬투리 잡을 거 뭐 없나 내 주변만 맴돌았잖아. 음습한 스토커처럼.”한지영의 말에 조나연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래서 그랬니? 그래서 백연신한테 나 자르라고 했어? 나 잘리는 거 보니까 속이 시원하든?!”“아까부터 대체 뭐라는지.”한지영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정말 백연신 씨한테 너 자르라 했다고 쳐. 그럼 지금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또 뭐라고 할 줄 알고? 어떻게 이번에는 아예 S 시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줘? 아니면 너희 집안까지 싹 다 망하게 해줘?”“너 이...!”“왜, 네 말대로라면 내가 말하면 백연신 씨는 뭐든 들어줘야 하잖아. 아니야?”조나연은 여전히 부들거렸지만 한지영이 정말 그럴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얼굴에 훤히 보였다.“우진 씨,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놔줘요.”한지영의 말에 연우진은 그제야 조나연의 손목을 풀어주었다.확실히 겁을 먹은 게 맞는지 조나연은 아까처럼 소리를 치지도 않고 험악한 얼굴로 달려들지도 않았다.한지영은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이내 연우진과 함께 뒤로 발걸음을 돌렸다.“정말 이대로 아무런 조치도 안 해도 돼요? 저 여자가 또 지영 씨를 찾아오면 어떡해요?”연우진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물었다.“아마 괜찮을 거예요. 자기도 더 이상 상황이 안 좋아지기는 건 싫을 테니까요.”한지영과 연우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마침 두 사람이 내려가려고 할 때 에스컬레이터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현이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아래층에...”한지영이 말을 하며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디디려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퍽하고 밀어버렸다. 그리고 한지영은 갑작스러운 힘으로 무언가를 잡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몸이 아래로 쏠려버렸다.“!”“지영 씨!”연우진이 한지영의 이름을 외치며 그녀의 손을 잡기 위해 힘껏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연우진의 옆으로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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