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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Author: 차라
장소월은 H국에서의 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남원 별장으로 돌아온 뒤에도 악몽에 시달렸다.

3일 연속 문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던 중, 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모님, 친구한테서 미술 전시회 표 몇 장 가졌는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사실 이건 전연우가 얀에게 한 부탁이었다.

장소월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최근 전연우가 여러 번 그녀에게 밖으로 나가보라고 권했지만,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막혀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때 전연우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장소월은 물을 받아 들고 그의 따스한 시선을 마주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사실 저도 이 전시회에 가고 싶었는데 내일 갑작스럽게 출장이 잡혔어요. 사모님, 저 도와주는 셈 치고 한 번 가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장소월은 차마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럼, 알았어요. 고마워요.”

두 사람의 친분은 별로 깊지 않았다. 그저 예전 전연우의 소개로 디자인 작업을 하며 맺은 인연일 뿐이었다.

장소월이 전화를 끊자 전연우는 그녀 곁에 앉으며 담담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장소월이 해탈한 듯 미소를 지었다.

“얀 씨가 미술 전시회 표 주겠대.”

그녀의 눈동자가 돌연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상해. 분명 흥미는 있는데...”

전연우는 지난번 사건 때문에 장소월이 아직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때 별이가 부채를 들고 폴짝폴짝 뛰며 다가왔다. 요즘 이 꼬마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별이의 모습에 장소월은 너무나 흐뭇했다. 하지만 집에만 오랫동안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몸이 약해진 탓인지, 그녀의 눈동자에 피로감이 어렸다.

별이는 부채를 전연우에게 건네며 눈짓으로 장소월에게 주라는 뜻을 전하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또다시 장소월과 전연우 둘만 남았다.

장소월은 전연우가 든 부채를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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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변 사장도 함께 오려 했지만 급한 출장 때문에 오지 못했다.변 부인은 워낙 기가 강한 사람이라 세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거뜬했다.“전 대표 왔네요.”변 부인이 장소월에게 귀띔했다.장소월의 얼굴에 피어났던 미소는 순식간에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올 게 온 것이다.전연우는 별다른 기색 없이 태연한 얼굴로 장소월의 옆에 앉았다.밥을 먹는 동안 대화는 주로 장소월과 변 부인이 주고받았고 전연우는 거의 말이 없었다.밤 11시가 되어서야 마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장소월은 눈이 스르르 감길 정도로 피곤했었지만 마이의 목소리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월아, 나 술 좀 많이 마셨어...” 취기가 가득 묻어나 있는 마이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가슴이 철렁했다.“에문은? 같이 있는 거 아니야?”에문이란 이름에 마이는 한참 침묵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싸웠어.”장소월은 마이에게 현재 위치를 물은 뒤 집에 데려오려고 나갈 준비를 했다. 소리를 들은 전연우도 함께 나섰다.마이가 오늘 돌아온다는 걸 알았던 전연우는 장소월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나가려는 걸 보니 마이와 관련된 일임이 분명했다.장소월은 운전 기사에게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이 시간엔 이미 잠들었을 것 같아 부르지 않았다. 전연우에게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마이가 많이 취했대. 내가 데리러 가려고.”마이의 주량은 센 편이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취했다면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전연우는 장소월을 차에 태우고 마이가 있는 실리카 샌드 바에 도착했다.술집 특유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오직 마이를 위해 애써 불편함을 참고 찾아 나섰다.스캔 속도는 전연우가 더 빨랐다. 그는 술에 취해 흐물흐물해져 있는 마이를 발견하고 장소월을 불러 함께 부축했다.마이가 조금 깬 것 같아 장소월이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마이야?”마이가 힘겹게 대답했다.“소월아, 나 여기 있어...” 장소월은 마이를 붙잡고 등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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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월에게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 전연우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별로 이상할 거 없어.”고깃집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남자의 굳은 표정과 못마땅하게 찌푸린 이마를 본 그녀는 역시 이곳은 그가 고른 게 아님을 깨달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는데...“레스토랑 가도 돼.”장소월은 다정하게 전연우의 팔을 붙잡았다.하지만 전연우는 단호히 거절했다.“아니, 오늘은 여기서 먹어.”고깃집에 들어가자 의외로 전연우의 행동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종업원이 요리와 불판을 준비하자 곧바로 집게를 들고 고기를 불판에 올렸다.하지만 장소월이 전화를 받고 돌아와 보니 불판 위의 고기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보아하니 그는 고기 굽는 법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장소월은 자연스럽게 전연우의 집게를 받아들었다.“내가 할게.”고기를 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런 일은 전연우 같은 거물급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을 뿐이었다.전연우는 어제 부하에게 고기 굽는 법을 물어봤었다. 이론은 빠삭함에도 막상 불판을 마주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역시 요리는 함부로 시도할 게 아니었다.장소월은 매콤한 소고기를 몇 점 구워 양념장에 살짝 적신 뒤 전연우의 접시에 올렸다.“먹어봐.”장소월은 옆에 놓여 있는 다른 고기까지 연이어 구웠다. 전연우가 한 입 맛보았다. 짠맛이 강하긴 했지만 고기 자체는 잘 구워졌다.“괜찮지?”장소월은 구운 고기와 채소를 계속 전연우의 접시에 올렸다.“맛있어.”전연우는 아직 젓가락을 들지 않은 장소월에게 말했다.“너도 먹어.”처음엔 그가 고기를 구워줄 생각이었지만 결국 모두 그녀의 몫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두 사람은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돌아가는 길, 장소월이 물었다.“솔직히 말해봐. 당신 고기 별로 안 좋아하지?”“싫어하는 것도 아니야.”전연우는 장소월이 구워준 덕에 더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장소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해야 이렇게까지 다 내어줄 수 있을까?’가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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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며칠 동안 장소월은 소규모의 그림 전시회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연우와 별이가 집에 없는 틈을 타 고양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집에서 그림 작업을 했다.이번 전시회엔 세 개의 상이 걸려 있었다. 장소월은 오직 자신의 힘으로 상을 받아 전연우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그런 그녀의 계획도 모르고 자꾸만 그녀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이왕 나왔으니, 장소월은 맘껏 즐기기로 했다.케이크를 먹다 입이 느끼해진 장소월이 커피를 집으려 하자, 전연우는 잔을 자기 앞으로 슬쩍 끌어당겼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눈동자를 본 장소월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녀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전연우는 다시 커피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케이크의 느끼함을 달래고 싶었던 장소월은 못 이기는 척 커피를 마셨다.너무 오랫동안 과도하게 추출한 탓인지 커피에선 탁한 쓴맛이 났다. 하지만 달콤한 디저트의 느끼함을 적당하게 잡아주는 기분 좋은 쓴맛이었다.장소월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편안하게 뒤로 고개를 젖혔다. 전연우가 다가와 물었다.“같이 밥 먹을래?”장소월은 단호한 얼굴로 대답했다.“시간 없어.”밥을 먹는다면 변 부인을 기다려 함께 하고 싶었다. 전연우와는 싫다!전연우는 마술처럼 옥팔찌를 꺼내 뾰로통하게 삐쳐있는 그녀 손목에 끼워줬다.손목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느낌에 장소월은 번쩍 눈을 떴다. 자세히 보니 옥팔찌였다. 이 남자는 역시 여자를 달래는 데 일가견이 있다!묘한 눈초리로 전연우를 쳐다보던 장소월은 팔찌에 시선을 고정하고 흥미롭게 감상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빛이 밝은 곳에서 살펴보다가 또 한 번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문질러 보기도 했다.맑고 투명한 질감에, 손목에 차면 부드럽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팔찌였다.“나랑 밥도 안 먹을 생각이야?”전연우가 장소월의 손을 잡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기회 한번 주지 그래?”얼마 후 변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소월 씨, 우리 아들 내외가 급한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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