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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1화

작가: 차라
별이가 하도 애교를 부리며 조르는 터에 전연우는 결국 며칠 더 놀다 가라고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저도 같이 수업 들을 수 있어요?”

별이가 진지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장소월은 검지를 흔들며 안 된다는 뜻을 표했다.

별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애처롭게 전연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역시 늘 그랬듯 엄마 편이었다.

별이는 자신은 외톨이라는 생각에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아빠, 엄마, 둘 다 저 안 예뻐해요!”

그럼에도 장소월과 전연우는 메이린 집사에게 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학기 말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더욱 바빠졌다. 수업 시간에 이론 과제 일부를 마무리한다 해도, 그 외 시간에는 창작 실습 과제에 몰두해야 했다. 하여 하루 수업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진무희도 최근 학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해내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느껴져 힘들었다.

수업이 끝나기 전, 별이는 메이린 집사와 함께 교실 문 앞에서 장소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월은 오늘 수업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교수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느라 늦어지고 있었다.

소나 등 친구 세 명과 함께 먼저 교실을 나서던 진무희는 문 앞에서 별이와 메이린을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날의 그 아이 아닌가?

춤추러 갈 생각에 잔뜩 들떠있던 린다는 진무희가 멈춰 서자 급히 그녀를 재촉했다.

“진무희, 안 갈 거야?”

진무희는 손을 내저었다.

“너희 먼저 가.”

린다는 짜증 난다는 듯 투덜거리며 손을 휘저은 뒤 소나와 미아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진무희는 별이 앞에 쪼그려 앉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너 전 대표님 아들이지?”

별이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무희는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나 네 엄마 친구야.”

그녀는 교실 쪽을 흘깃 보며 말했다.

“엄마는 교수님과 얘기하고 계셔.”

별이가 교실 안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 마이가 걸어 나왔다.

“와! 너 소월이 아들 아니니?”

마이는 방긋 웃으며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별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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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의 절반이 지나도록 장소월은 진무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기들도 그녀의 상황을 모르고 있어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한편 여행 일정은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 목적지는 작은 나라이지만 관광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곳이었다.“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까?”장소월은 혹여라도 흩어지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전연우가 곁에 있는 가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걱정 마세요, 사모님. 24시간 경호원이 동행할 겁니다. 게다가 여긴 사모님께서 가고 싶어 하셨던 곳이잖아요?”확실히 그녀의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정말 그녀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선택한 곳이었으니 말이다.장소월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그럼 여기로 해.”그녀가 별이를 보며 물었다.“아가, 너는 어때?”별이는 웃으며 장소월의 팔을 잡고 애교스럽게 몸을 비볐다.계획했던 여행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H 국으로 가는 비행시간은 3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장소월과 별이는 피곤했는지 내내 졸고 있었다. 심지어 도착해서도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다.별이는 눈을 비비며 비틀거리다 장소월의 곁에 기대었다.장소월도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보였다. 한 손으로 전연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전연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메이린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장소월을 번쩍 안아 올렸다.메이린은 별이를 안아 들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숙소에 도착했을 때, 장소월은 여전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깨어나 보니 어떻게 이곳에 와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낯선 그 환경을 둘러보았다. 이불을 걷고 전연우를 부르려 하던 그때, 그가 멋진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흰 얇은 면 소재의 잠옷을 입은 것이 꽤나 현지인 같은 모습이었다.“깼어?”전연우는 현지 유명 음식 세 가지가 담겨 있는 쟁반을 내려놓았다. 장소월은 음식을 보고도 식욕이 나지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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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이 지나고, 별이는 아쉽지만 돌아가야 했다. 시간을 끈다고 이미 전연우에게 엄중한 경고까지 받았으니 말이다.장소월도 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기말 시즌이라 시험 준비에 집중해야 했다.별이는 그런 엄마를 충분히 이해했다.“엄마 시험 준비해야 하는 거 알아요. 저 먼저 갈게요...”마음은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써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었다.별이를 떠나보내고 나니 장소월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시간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전연우 역시 그녀가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옆에 앉아 위로해 주었다.장소월은 시험에 순조롭게 합격했고, 반에서 3등이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다. 반면 늘 1등을 유지했던 진무희는 갑자기 5등으로 떨어져 아무도 없는 곳에서 괴롭게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장소월은 교수님을 만나러 가던 중 그런 진무희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장소월은 불안한 마음에 진무희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진무희, 무슨 일이야?”장소월이 진무희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진무희는 장소월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엔 민망했지만, 이내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진무희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무슨 속상한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진무희가 흐느끼며 말했다.“나... 시험 망쳤어... 그리고 나 사실 너무 외로워.”이 말들은 모두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무희는 왜 하필 장소월 앞에서 이런 말을 털어놓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그동안 진무희를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진심 어린 그 말에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껴졌다.진무희가 안정을 되찾자 장소월은 다시 교수님을 찾아갔다.여름방학이면 원래 귀국해야 했지만, 전연우는 별이를 데려와 셋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장소월은 며칠 전 마이가 말했던 파티를 떠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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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 후 이틀이 지나니, 장소월도 자신에 대한 진무희의 적대감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매일 마이와 동기들과 등하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소나가 그 사진을 꺼냈을 때, 장소월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틀 전 전연우가 진무희와 거리를 두라고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에이빈!”소나는 에이빈을 보자마자 장소월을 내버려 두고 급히 쫓아갔다.진무희는 장소월이 화낼 줄 알았지만, 예상 밖의 침착한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불안해졌다.빌라에서 별이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켄핀 대학교로 가겠다며 전연우를 조르고 있었다.“아빠! 지금 당장 엄마 학교로 갈 거예요!”사실 별이는 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마를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성화를 부렸다.전연우는 조용히 하라며 손짓하고는 계속하여 태블릿에 집중했다.전연우가 일을 마치고 나서야 별이는 켄핀 대학교로 장소월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특별히 카네이션 꽃다발까지 골랐다.마이와 동기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월의 눈앞에 돌연 카네이션 꽃다발이 나타났다. 이어 그 뒤로 작은 체구의 별이가 보였다!“아가!”장소월은 활짝 웃으며 별이를 안아 들었다.“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그때 마이와 다른 동기들은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가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는데, 아이까지 있었다니!별이는 얌전히 장소월에게 안겨 있다가, 이내 마이와 동기들에게 둘러싸였다. 다들 귀엽다며 온갖 질문을 쏟아냈고, 참지 못하고 뺨도 살짝 꼬집었다.세 친구들과 기분 좋게 걷고 있던 진무희의 귀에도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장소월과 그녀를 닮은 어린아이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설마... 국내 친구가 두 사람 사이엔 아들이 있다고 말해줬었다. 그럼 저 아이가 바로...에이빈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소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볼 거 없어.”진무희는 기분이 상한 듯 손을 흔들었다.“너희 먼저 가. 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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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다, 미아, 소나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학업 성적은 들쑥날쑥했다. 그들에게는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중요했다.세 사람은 장소월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진무희가 장소월과 가까워졌을 때도 그저 일상적인 친절을 유지했을 뿐이었다.“소나, 에이빈이 요즘도 너 무시해?”진무희는 다른 두 사람이 장소월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소나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소나가 짜증스레 그녀를 흘겼다.“에이빈은 원래 나 상대 안 해. 너도 알잖아!”이 따분한 파티에 온 건 에이빈이 여기 있을 거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장소월은 우울한 기분으로 전연우 곁으로 돌아왔다. 이젠 진무희가 진심으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음을 확신했다.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아 살짝 흔들며 의문 어린 눈빛을 보냈다. 방금 그는 그녀의 동기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느라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장소월은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전연우는 그녀를 데리고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두 팔을 벌렸다.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말했다.“별이가 보고 싶어.”남원 별장에서 보낸 시간이 떠오르자 마음이 시큰거렸다.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 반년 동안 별이는 부모님이 몹시도 그리워 거의 매일 장소월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었다.파티는 간소했지만 그 나름의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해가 지면 모두 함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도록 되어 있었다.장소월은 마이 덕분에 다시 흥이 차올랐다.전연우는 한쪽에 앉아 천천히 레드 와인을 마시며 장소월을 응시하고 있었다.진무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와인잔을 들고 다가갔다. 소나가 준 무릎길이의 반짝이는 빨간색 드레스 차림이었다.“전 대표님.”진무희는 요염한 목소리로 전연우를 부르더니 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최근 우울했던 게 대부분 진무희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월이한테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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