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양혁수는 양시연을 불러 멈춰 세웠지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샤워하러 가봐.”결국, 그는 손을 흔들며 덤덤한 톤으로 말했다.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을 쳤다. “예, 형님!”양혁수는 침묵을 지켰다.덩굴로 뒤덮인 복도를 지나가는 양시연의 얼굴에 미소가 점점 사그라졌다.그녀는 계단을 올라가며 머릿속에서 그해에 있었던 일을 빠르게 뒤집어 보았다.출생의 비밀에 대한 일은 양지원이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녀에게 말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혁수도 알게 되었다.양혁수와 양지원과의 모자 관계가 그리도 좋았는데, 갑작스럽게 자기가 어머니의 결혼을 파기한 여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심한 타격에 그는 혼자 에든베타로 떠났다.그때 양지원은 밤을 새워가며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했고, 몇 번이나 양혁수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결국은 양시연이 에든베타의 중세 마을에서 양혁수를 발견했다.그녀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양지원 대신 양혁수를 집으로 데려가고 그에게 너는 여전히 양혁수라며 나는 아무것도 뺏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빨리 가, 귀찮게 하지 말고.”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양혁수는 그렇게 말했다.양시연은 당연히 그곳을 떠나지 않고 고생스럽게 양혁수를 설득했다.가뜩이나 침울했던 양혁수는 양시연의 행동을 가장 악의적인 마음으로 추측했다.“넌 연기하러 여기까지 왔냐?”“그러면 넌 너 자신을 악역에 대입하지 않을 수 없냐?”“......”처음 며칠 동안 양혁수는 그녀와 말을 섞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무시하는 방법으로 그녀를 쫓아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쉽게 포기하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를 ‘감화’시키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면목으로 양지원을 만나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갑자기 엄마가 생겼고 또 그녀를 너무나 잘 대해주니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양시연이 양혁수에게 이 말을 해주자 그는 그녀를 조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