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때, 나한테 촛대 한번 켜보라 했잖아. 그래서 해봤는데...”그 말을 들은 정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러고는 굳이 나가지 않고, 문 앞에서 몸을 돌려 물었다. “그래서요...?”“진짜 뭔가 있던 거군요?” 정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눈빛은 예리했다.‘역시 뭔가 있었겠지... 그런 게 아니라면 촛대 하나에 반응이 왜 이러겠어.’“초가 녹더니... 안에서 글자가 나왔어.”정은의 눈이 반짝였다.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사랑해’, ‘좋아해’ 같은 거요?”고백이란, 결국 다 거기서 거기. 짧고 강렬해야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재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정은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재석을 훑어봤다.‘대체 대학 때 얼마나 잘나갔으면... 그런 선물까지 받았을까.’“정은아, 그렇게 보지 마.” 재석이 난처한 듯 말했지만, 정은은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왜요? 내 남자 친구가 대학 때 얼마나 인기 많았는지, 확인도 못 해요?”그때 정은이 본 졸업사진 속의 대학생 재석. 맑은 눈, 단정한 이마, 어딘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진짜... 그땐 완전 연애소설 주인공 비주얼이었더라.’“그러니까... 여자들이 좋아할 만했겠죠.”정은이 눈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따뜻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재석의 얼굴엔 미묘한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화 안 났어?” 재석의 물음은 아주 조심스러웠다.정은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화나긴, 뭘요...?”“그날 밤, 오 교수님이 그러시더라. 네가 세영이 얘기 꺼냈다고...”“그래서요...?”“나랑 세영 사이에 떠돌던 얘기들, 교수님이 다 말씀하셨다며?”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서, 당신이 생각하기에... 내가 화난 것 같아요?”재석은 그 물음에 잠시 말이 막혔다. “아니야? 그럼, 왜... 세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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